+ 넷플릭스가 장사하는 이유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 오늘의 어거스트 

오늘은 거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사자를 품은 아마존과 드디어 장사에 나선 넷플릭스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오늘 에디터는 TUE 입니다

💬 오늘의 에디터 PICK
자우림_ 미안해 널 미워해 @지산배리록_170730 by SANGJA
락페스티벌의 계절이 다가오지만, 소식은 들리지 않습니다. 제가 못가서 후회하는 락페스티벌이 서태지님이 나오셨던 펜타포트와 자우림님들이 오신 이 지산밸리록인데요, 부디 다시 볼 그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 사자가 아마존에 들어간 이유
사자가 아마존에 갔습니다. 리얼 사자는 아니고, 바로 사자가 아이콘인 영화 제작사 MGM 스튜디오와 아마존의 인수 합병 이야기입니다. 

제프 베조스의 아마존이 MGM 스튜디오를 9.5조 원에 인수했습니다. MGM은 기지개 키는 사자로 유명한 영화 스튜디오인데요, 007과 록키 등의 판권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인수는 서로에게 윈윈입니다. 아마존은 꾸준히 오리지널을 만들고, PL과 NHL 등 다양한 스포츠 리그의 중계권을 구매하는 등 동영상 사업에 진심입니다. 하지만 노력과 상관없이 성공한 IP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최근 아마존 프라임 오리지널로 주목받은 ‘더보이즈’ 역시 스핀오프가 나올 정도로의 성공은 하지 못했죠.

MGM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콘텐츠 제작비를 감당하기는 부담스러우니까요. 극장을 거르고 D2C로 바뀌고 있는 요즘 트렌드에 플랫폼이 있는 회사에 제작 스튜디오를 매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이자, 선 있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좀 더 선 넘은 이야기를 해볼까요?
많은 사람들은 아마존의 MGM 인수가 궁극적으로 프라임 멤버십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고만 합니다. 실제로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멤버십 강화에 도움이 되었다면, 이 MGM 인수가 너무나 늦게 진행되었기에 느린 의사결정이라고 봐야 합니다. 

더불어 007과 록키는 성공했던 프랜차이즈는 맞으나, 현재 인기 중인 프랜차이즈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최근 넷플릭스가 구매한 ‘나이브즈 아웃’과 비교하면, 세월이 야속하고 무상하다고 할 정도의 구작입니다.

물론 아마존 오리지널을 위한 포석은 맞습니다. 매력적인 007 세계관 속 많은 캐릭터를 활용해 드라마를 만들고, 스핀오프 영화를 만든다면 어떨까요? 많은 팬분들이 환영할 겁니다. 

FAST의 대표 주자, 로쿠의 광고 매출 예상 (출처 : eMarketer)
하지만 전 더 큰 그림은 IMDB TV 등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는 최근 성장하고 있는 FAST 시장 때문이기도 합니다. IMDB TV는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인데요, FAST는 쉽게 말해, 광고 기반 무료 OTT입니다. 콘텐츠 시청 중간중간 혹은 시청 전에 나오는 광고를 통해 운영되는 OTT입니다. 넷플릭스가 소비자에게 직접 돈을 받는 대신 광고가 하나도 없다면, 훌루와 플루토 tv 등은 무료로 운영하되 광고가 존재합니다. 현재 로쿠의 사용자는 약 4300만 명, 플루토 tv의 사용자는 약 2700만 명입니다.

이 FAST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모두가 유료 OTT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스탠더드가 13.99달러, 프리미엄이 17.99달러인데, 이는 더 이상 싼 가격이 아닙니다. 미국에서 OTT는 케이블 TV 등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데에 장점이 있었는데, 이젠 더 이상 저렴한 서비스가 아니라는 거죠. 특히 넷플릭스, HBO MAX, 디즈니 플러스 등 주요 서비스가 모두 유료 OTT로 운영되면서 소비자들에겐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이 부담 있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서비스가 FAST입니다. 가장 핫한 신작은 아니더라도 적당히 볼 만한 콘텐츠가 있어서 틀어두기 좋은 TV의 본질에 가까운 서비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로쿠는 빠르게 망해버린 서비스 퀴비의 콘텐츠를 사면서 FAST임에도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는 등 전체 서비스 품질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나 미국의 신흥 세력으로 대변되는 히스패닉 등은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 많아서 이들은 포섭하기 위해선 FAST가 더 적합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아마존이 MGM 스튜디오가 보유한 다양한 콘텐츠를 IMDB TV에 풀어놓는다면, 치고 올라가는 FAST 시장에서 점유율을 획득할 수도 있고 궁극적으로 광고 매출과 데이터로 귀결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아마존은 시장 점유율을 위해서라면 출혈을 마다하지 않는 광인의 투자 전략을 선보였기에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장 큰돈이 되지 않는 무료 OTT 시장에 거대한 돈을 들여서 점유율을 먹는다면, 아마존은 유료와 무료 OTT 시장을 동시에 재패하는 최고 사업자가 될 수도 있겠죠. 실제로, 의지도 있어 보이고요. 

트위치 Watch Party 기능 예시
여기서 한 가지 더. 아마존이 보유하고 있는 영상 서비스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트위치입니다. 트위치는 미국의 아프리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다양한 게이머들이 자신의 개인 방송을 송출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페이커’가 소속되어 있는 T1이 전속 계약을 맺고 방송을 하고 있죠. 

그런데 이 트위치는 ‘워치 파티’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아마존 프라임에 들어가 있는 영상을 시청자와 함께 볼 수 있는 기능입니다. 아직 한국에선 구현되지 않았는데요, 2019년에 론칭되어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허접한 콘텐츠가 아니라 아마존 스튜디오 오리지널인 헌터스, 잭 라이언, 스타트렉 시리즈, 포켓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시청자와 함께 볼 수 있게끔 스트리머에게 풀어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기능은 작년 9월 전 세계로 확대됐고, 한국에선 최근 ‘애니메 위크’로 많은 사용자들에게 각인되었습니다. 제작된 지 20년이 넘은 애니메이션이 2021년에 스트리머들 덕분에 다시금 인기를 얻고 입소문을 타는 풍경이죠.

현재 트위치의 미래는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광고 매출이 아직까지 기대치를 못 미친다는 기사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라이브를 하고 있기에 대체 불가한 넘버원 플랫폼이 되진 못했습니다. 

만약 MGM 콘텐츠가 트위치 생태계에 풀어진다면 어떨까요? 풍월량과 함께 007도 보고, 따효니랑 같이 록키도 보면서요. 즉, 트위치 생태계를 더욱 키울 수 있는 일종의 발판으로 MGM의 콘텐츠가 기능할 수도 있습니다. 워치 파티는 트위치가 주로 내세우는 기능이며, 이 생태계에는 함께 볼만한 새로운 IP가 필요하니까요

OTT가 됐든, FAST가 됐든,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이 됐든 글로벌 콘텐츠 & 플랫폼 시장은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한 쩐의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리얼 부’라고 불릴 만한 아마존과 애플이 돈을 쓰기 시작했으며, 억만금을 줘도 살 수 없는 IP가 있는 디즈니도 용틀임을 하고 있죠. 돈이 있다면 돈을 쓰고, 돈이 없다면 더더욱 IP 기획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도 저도 아닌 사업자들에겐 문자 그대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둠스데이가 오고 있는 게 아닐까 싶네요. 

🙈 넷플릭스도 장사하자!
얼마 전 넷플릭스가 넷플릭스 샵이라고 불리는 온라인 샵을 내놓았습니다. 그 안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과 관련된 후드, 모자, 소품들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루팡의 사이드 테이블과 야스케의 시계 등을 팔기도 하죠.

하지만, 사실 넷플릭스의 이 넷플릭스 샵은 아직까지 굿즈 사업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커머스는 규모의 경제가 구축이 가능하고, 대량 생산이 되며, 이를 통해 충분한 숫자가 나오는 영역을 의미합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특정 팬덤이 아닌 대중을 겨냥하죠.

반면 굿즈는 원 콘텐츠의 팬덤만을 겨냥합니다. 아이돌마다 갖고 있는 응원봉과 같은 개념이죠. 규모의 경제 구축이 어려워서 상대적으로 소량 생산에 제품도 비쌉니다. 이 관점으로 보면, 넷플릭스의 현재 샵은 굿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설령, 해당 샵에서 매출이 나온다고 해도 타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한 제품들보다 매출이 적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왜 이런 행보를 보이는 걸까요?

넷플릭스는 꾸준히 오리지널 IP를 확보하고, 이를 프랜차이즈화하고, 팬덤 비즈니스 하는 것을 꿈꿔왔습니다. 무려 5089억 원에 나이브즈 아웃의 판권을 구매하고, 창업 이후 첫 인수 대상으로 만화책 출판사인 밀러우드를 고른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시원찮습니다. 인기 있는 콘텐츠는 있었으나, 시리즈화에는 실패하고 있습니다. 기묘한 이야기는 1~2년마다 한 시즌이 나올 뿐이며, 위쳐 등 인기를 끈 콘텐츠도 결국 외부 회사의 IP입니다. 아직까지 IP를 인수하고, 자생적으로 키워서 성공시킨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어쩌면 지금 넷플릭스가 하는 모든 시도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연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넷플릭스 IP의 팬덤을 향한 구애이자, 우리 성공하면 이것을 더 키울 거란 미래에 대한 자기실현적 예언이죠.

대박 콘텐츠는 만들었으나, 대박 IP는 아직까지 찾지 못한 넷플릭스. 어쩌면 최근 아마존이 MGM을 인수했듯, 영화 스튜디오를 인수하거나 각국에 있는 만화책 출판사를 인수하고 영상화하거나 게임사를 인수하여 IP를 키우고 굿즈 사업도 더욱 확대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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