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와 동물권 관련 최신 NEWS입니다.

크루원 크루원님 안녕하세요, 길고양이와 공생하는 도시를 꿈 꾸는 뉴스레터 <캣챠>입니다.


그동안 주로 ‘길고양이 & 동물권 뉴스레터’라는 말로 소개하며 첫인사를 드렸는데요. 오늘은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조금 더 풀어 써봤습니다. 지난 5월, 캣챠를 다룬 미디어오늘 기사↗의 제목이기도 했죠.

네, 저희는 길고양이가 타자화되지 않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이해받고 인정받으며, 인간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 꾸며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은 종(種)들이 서로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고 공존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에요.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인간과 길고양이 중, 더 많이 양보하는 쪽은 어디일까요? 참는 것도, 해결책을 생각해내는 것도 인간의 몫으로 여겨지곤 하지만 더 많이 빼앗기고 있는 쪽은 언제나 동물일 거라고 생각해요.


💁🏻최근 유튜브 '새덕후' 채널에, 인간이나 고양이가 아닌 ‘새’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영상이 올라왔어요.(해당 영상은 폭력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썸네일과 내용을 고려하여 링크를 걸지 않습니다.) 크루원님들 중에도 이미 보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문제를 진단하고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영상이었지만, 길고양이 이슈에 오랜 시간 관심과 애정을 쏟아온 입장에서는 동의할 수 없는 지점들이 많았죠.


팀 캣챠는 '새덕후' 영상 속에 녹아 있는 길고양이를 향한 오해를 바로잡으면서, 그간 짚고 넘어가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어느 종의 입장에도 치우치지 않은 건강한 환경관을 함께 키워나가는 데에 오늘의 캣챠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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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집밖에다 누가 풀었죠? 유기한 사람들이죠."

🐈길고양이는 버려진 동물이 아닙니다 

'길고양이는 유기묘다'. 길고양이를 향한 가장 흔한 오해죠. 나쁜 사람들이 키우다 버린 고양이가 길고양이가 되고, 이렇게 갑자기 생겨난 '침입종'이 도심 속 야생 동물 생태계를 어지럽힌다는 주장이요.

그러나 캣챠에서도 여러 차례 전해드렸듯, 길고양이는 한반도에 오랜 시간 뿌리를 내리고 살아 온 자생종입니다. 우리나라에 고양이가 처음 들어온 것은 삼국시대였던 6세기 전후로 추정됩니다. 대구 달성 지역에서 출토된 가야 시대 토기↗에서, 쥐를 잡는 고양이의 모습을 볼 수 있죠. 9세기 통일신라 유적으로 추정되는 왕궁 주변 우물 속에서는 고양이 뼈가 발견↗됐고요. 이 땅에서 1500년 이상 명맥을 이어 온 '한국 고양이'를 침입종 취급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길고양이는 인간에게 버려져 자연으로 내몰린 존재가 아닙니다. 이 고양이들의 터전이 야생에서 시골 마을로, 개발된 도심으로 변화해왔을 뿐입니다. 도시는 고양이가 살기에 이상적인 곳은 아니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터전이기도 합니다. 이 터전을 빼앗을 권리는 인간에겐 없습니다. 도와야 할 의무는 있겠지만요.

↑ 대구 달성 지역에서 출토된 집모양 토기. 지붕 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고 이를 모르는 쥐들이 위로 올라가려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출처=국립중앙박물관 링크


🦆"고양이는 숲이나 길거리가 아닌 집 안에 있어야 하는 반려동물입니다."
🐈'집냥이'는 디폴트 값이 아닙니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입니다. 좁더라도 익숙한 자기 영역 안에서 가장 편안해하죠. 이런 습성을 오해해서일까요? '고양이는 길에 사는 동물이 아니'라는 주장도 들립니다. 집 안에 있어야 마땅한 '반려동물'이라서 밖에 풀어두면 안된다는 거죠. 길 위의 모든 고양이를 입양하는 것을 근본적인 해결책처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그렇게 좋으면 집에 데려가서 키워!") 그런데 이 세상에, 태초부터 '반려동물'인 동물이 있을까요?

고양이의 역사를 살펴봅시다. 인류 문명이 발달하면서 곡식을 창고에 저장하자 쥐가 들끓었고, 인간은 쥐를 사냥하는 고양이의 본능을 이용하기 위해 가까이 두었습니다. 그러나 고양이는 태생적으로 길들여지는 동물이 아니기에, 자생적으로 번식하고 생존하며 마을 단위와 공존하는 독특한 동물이 되었습니다. 때로는 '도둑고양이' 또는 '불길함의 상징'이라는 오명을 쓰면서 말이죠. 인류 사회에 '반려동물' 문화가 자리잡은 건 18~19세기 경이고, 강아지가 아닌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바라보는 시선은 20세기 들어서야 생겨나기 시작했는 걸요.

다시 말해, '고양이는 원래 집에 있어야 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입니다. 오히려, 인간과 함께한 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야생성을 잃지 않는 동물이 고양이죠. 길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고 개개묘의 삶의 질을 높일 해결책 중 하나가 입양이긴 합니다. 하지만 정부 추산 30만 마리, 동물단체 추산 100만 마리에 달하는 길고양이를 전부 입양하기란 불가능한 일입니다. 길 위에서 '자기 영역'을 꾸려가며 살아가는 집밖의 고양이들도 그 자체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토종 야생동물들을 해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고양이의 사냥 본능에는 잘못이 없습니다 

맞아요, 고양이는 사냥을 합니다. 배가 고플 때도 하고, 때론 그저 유희 목적으로도 해요. 강아지들이 산책하며 자연의 냄새를 맡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듯, 고양이는 움직이는 작은 물체를 관찰하고 쫓고 낚아채는 시간이 필요한 동물이에요. 고양이가 그저 고양이로서 살아가는 과정에서, 도심이나 야생의 여러 소동물들이 희생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 중엔 안타깝게도,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이 있기도 하고요.

인간은 자신들이 '보호종'으로 지정한 동물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어합니다.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고양이는 쥐를 잡는 능력, 즉 사냥 본능 때문에 인간과 가까워졌는데 이젠 그 사냥 본능 때문에 "살처분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습니다. 화살은 곧잘 사람에게도 향합니다. 몇 차례 논리적 비약을 거쳐,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어 개체 수를 늘려 놓은' 레인저가 모든 문제를 야기한 죄인이 되곤 하죠.

묻고 싶습니다. 레인저들이 고양이 밥을 주지만 않았다면, 정말 더 많은 새들이 살아 있을까요? 고양이가 쥐를 잡는 건 괜찮지만 '특정 동물'을 해하는 게 문제가 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특정 동물'은 왜 특별해졌을까요? 과연 지구상의 어떤 종이, 그 동물들을 보호 대상으로 만들었을까요? 고양이의 사냥 본능과 인간의 이기심 중 어느 쪽이 이제까지 더 많은 새들을 죽음으로 몰았을까요? 새덕후의 영상은, 생태를 파괴한 도시화에 대한 근본적인 비난은 회피하면서 너무도 쉽게 살처분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TNR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예산낭비"
🐈중성화(TNR)가 완전한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현재 TNR은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을 위해 행정적으로 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조치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TNR의 효과에 대해 여러 관점이 존재한다는 정도는 크루원님들도 알고 계실 거예요. 일각에서는 "길고양이의 자연 번식 속도를 TNR로는 억제할 수 없다"며 "의미가 없다"고 말하죠. 

"아니다! TNR만 꾸준히 하면 다 해결된다!"고 우기고 싶진 않아요. 다만 인간과 길고양이가 이만큼 공존하는 데에 TNR의 공이 전혀 없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TNR은 숫자로 남길 수 없는 많은 효과를 이끌어냅니다. 발정기에 고양이가 내는 소음을 줄여주고, 한 개체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여 삶의 질을 높이기도 하죠. 짝을 찾아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 줄어들어, 지역마다 적정 수의 개체가 유지되는 데에도 도움을 줍니다.

TNR이 정답은 아닐 수 있어요. 그러나 ‘TNR 무용론’을 주장하며 아예 손을 놓아버리는 것은 명백한 오답일 겁니다. TNR의 효용을 높이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어떤 다른 방법을 병행할 것인지는 인간이 계속 고민할 문제이겠지요.


🦆"고양이만 소중한 전국의 캣맘 대디 동물보호단체분들에게"
🐈레인저는 '고양이우월주의자'가 아닙니다 

영상의 제목이 된 바로 이 관점. '레인저들은 다른 동물은 배척하며 고양이만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이 관점이, 길고양이 이슈를 관통하는 가장 뿌리 깊은 오해일 것 같아요.

레인저에게 길고양이는, 세상을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바라보게 하는 렌즈와 같습니다. 길고양이 한 마리를 통해 주변의 열 마리를 보고, 그 다음엔 고양이라는 종 자체를 보고, 동물권에 관심을 갖고, 더 나아가 환경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행동에 나서기도 합니다. 이 모든 사고와 행동의 흐름은 연결되어 있어요. 모든 레인저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진 않더라도, 길 위의 생명 하나를 보듬는 마음은 생각보다 많은 것의 시작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행동이 '고양이 밥 챙겨주기'라고 해서, '고양이만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보는 건 너무 납작한 사고잖아요. 규칙적인 레인저 활동을 이어가는 분들이야말로, 누구보다 환경과 생태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죠. 동물관련 단체 활동 및 지자체나 입법부와의 협업 등을 조금만 찾아보아도 알 수 있어요.
고양이 한 마리를 생각하는 마음이 자라나 모든 생명과 지구를 위하고자 할 때, 그 안에는 레인저를 아니꼽게 바라보는 누군가 역시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자, 이제 정리해볼까요?
길고양이에 대한 팩트는 사실 간단합니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이죠.

🐈 길고양이는 삼국시대부터 한반도에 존재했던 토착종입니다.
🌏 길고양이는 우리가 보호해야 할 환경・생태의 일부입니다.
🙌 지금 우리가 해야할 것은 편가르기가 아니라, 환경 회복 및 보호를 위한 연대입니다.

저희 팀 캣챠는 사실 새덕후 채널의 영상을 종종 공유하며 함께 봐왔습니다. 환경과 동물을 생각하는 진심이 느껴진다고 생각했고,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올 정도로 영향력 있는 환경·동물 유튜버가 있다는 점이 위안이 되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번 영상은, 영상 초반에 달아둔 단서("고양이 혐오범죄 조장을 위한 영상이 아닙니다")가 무색하게도, 길고양이 학대·혐오를 공모하고 실제 범죄를 저질러 전시하던 커뮤니티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길고양이 퇴치'의 근거를 마련해주었다며 후원금까지 보내고 있죠.

생태계를 생각하는 진심으로 만들었다는 이 영상의 후폭풍을, 10년차 고양이 집사이자 구독자 42만 유튜버인 새덕후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자신이 시작한 공론화에 어디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줄지 저희 캣챠도 지켜보겠습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캣챠


"고양이는 죽어도 싸다"는 사람들에게

👉 https://stib.ee/8hH5


한국 길고양이에 관한 흔한 오해와 역사적 사실

👉 https://stib.ee/krV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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