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벌써 입추라고 하네요. 저는 지금 강원도 속초에 와서 여러분께 메일을 보내고 있는데요. 여기는 조금 흐리고 바람이 제법 쌀쌀하게 불어요. 곧 태풍이 온다고 하던데, 모쪼록 피해가 없길 바랍니다.
낯선 곳에서 편지를 쓰고 있자니 새로운 기분이 들어요. 새로운 곳에 가면 생각나는 사람에게 (망설이지 말고) 편지를 써보는 건 어떨까요? 여기 오늘 (망설이지 않고) 편지를 주고받은 두 사람이 또 있습니다. 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제가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인사말을 쓰고 있는 재미있는 장소도 소개해드릴게요!
*'편집자의 서신' 부분에서 『문화과학』 잡지 호수가 잘못 표기되어(103호 -> 110호) 정정 메일을 보내드립니다.
이것은, 정확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
✉️ 편집자 X 저자의 서신 교환

나뭇결이 새겨진 연한 베이지톤의 책상 위에 『망설이는 사랑』 책 2권이 놓여 있습니다. 아래에 있는 책은 앞표지가 보이게 덮여져 있고, 그 위에 포개진 또 다른 책은 2부 ‘매혹과 윤리’의 빨간색 부 표지가 보이도록 펼쳐져 있네요. 두 책의 왼쪽 옆에는 펜 두 자루가 놓여 있고, 왼쪽 위편으로는 나무로 만든 세모난 새집 모양의 서랍이 놓여 있어요. 서랍은 살짝 열려 있는데, 열린 틈새에 노란색 편지 쪽지가 끼워져 있죠. 
사진 설명에서 눈치채셨나요? 오늘자 레터에서는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편독자가 『망설이는 사랑』 저자 안희제 선생님과 주고받은 서신을 공개합니다. 이 책의 흥미진진한 논점과 비하인드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독자분들을 대신해 제가 편지를 써봤더랬습니다. 안희제 선생님께 어떤 답신이 도착해 있을지, 같이 확인해볼까요? 📮

선생님, 안녕하세요.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되는 힘겨운 여름날입니다. 여름감기에 걸려버린 저는 약을 먹고 조금은 나른해진 기운으로 편지를 쓰고 있어요. 하지만 이 나른함이 꼭 싫지만은 않네요.

작년 6월께부터 함께 재미나게 작업한 『망설이는 사랑』을 선보인 요즘, 저는 아주 즐겁고 산뜻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책을 만들다보면 가끔 그럴 때가 있어요. 고정된 지면 안에 반듯하게 배열된 텍스트들이 꼭 생동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요. 온라인 공론장, 논란, 케이팝, 아이돌, 팬덤 등 그 자체로는 그렇게 특별하지 않아 보이는(물론 충분히 흥미롭지만) 소재나 주제를 자신만의 독특한 매듭으로 엮어내는 이 원고를 읽을 때 그런 리듬감을 느꼈죠.

한 가지 재미있는 건, 무사히 출간된 책을 볼 때마다 원고의 옛 제목이 생각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불순한 공론장』이요! 사실 작업 초기 단계에서는 지금의 1부가 이 책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다시피 했잖아요. 관심이 곧 돈이 되는 관심경제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온라인 공론장 분석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뼈대였죠. 어떤 면에서 이 책의 시작과 맞닿아 있는 선생님의 글 영원한 수수께끼라는 공론장의 가능성: 케이팝 세계관 콘텐츠를 중심으로(『문화과학』 110호)와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도, 유튜브의 사이버렉카와 그들이 세운 ‘아이돌 처형대’(특정 아이돌 아티스트를 비난하도록 ‘판을 깔아주는’ 영상)를 퍼뜨리는 알고리즘 등 소셜미디어 세계의 인간/비인간 행위자들에 대한 논의가 추가되며 한층 더 정교화되고 심화된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작년 9월 19일을 기점으로 선생님과 제가 주고받는 메일의 제목이 바뀌었어요. ‘불순한 공론장’에서 ‘망설이는 사랑’으로 도배되기 시작한 거죠! 제가 기억하기로, 아마도 이건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수진/서수진 팬들에 대한 분석을 추가하고 파편적으로만 배치되어 있던 인터뷰의 맥락을 좀 더 과감하고 풍부하게 살린 선생님의 수정 이후에 발생한 급격한 변화였던 것 같아요.

그런 맥락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니, 팬덤의 지배적 담론에 흡수되지 않는 일부 팬‘들’의 치열한 고민과 윤리적 분투가 무척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공론장 파트에서 정교한 분석을 읽는 쾌감을 맛봤다면, ‘망설이는 팬들’의 육성을 접할 땐 한없이 저릿하고 뭉클했어요.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반응하게 되는 글이었거든요. 그리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 글이 지닌 결들이 너무 좋아서요. 저로선 완전히 처음 접하는 형태의 글이었는데 아주 독특하게 좋았죠. 분량이 길어져서 곤란하다고 말씀드렸지만, 사실 이미 완전히 설득돼버렸어요 이 파트에.


팬들의 마음을 다루는 그 대목들은, 그 망설임과 헤맴이 수동성/무지함의 결과가 아니라 아이돌 산업과 관심경제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각종 착취와 폭력을 섬세하면서도 강력한 방식으로 문제제기하는 급진적인 태도일 수 있음을 생생히 보여줬죠. 망설임이 하나의 역량이자 가능성일 수 있음을 보여준 것(태도로서의 망설임), 저는 이 책의 급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이 책의 정체성은 전혀 다른 두 주제 및 방법론, 그러니까 온라인 공론장에 대한 비평과 비주류 팬들의 인터뷰를 통해 ‘마음의 탐구’에 다가서는 문화인류학적 접근을 절묘하게 연결시킨 데 있는 것 같아요. 둘 중 무엇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요. 책을 접한 많은 분들께서도 이 지점에 주목해주시더군요.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단히 흥미롭지만, 주제적으로나 방법론적으로나 이질적인 두 줄기를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런 연결고리를 마련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셨는지, 또 어떻게 이런 독특한 발상을 하게 되신 건지 선생님의 내밀한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어요. 

마음의 여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편집자 드림

네 선생님, 이제 선풍기나 에어컨 없이 살 수 없게 된 안희제입니다.

저는 오늘 인터뷰이 중 ‘홍대’를 만나고 직접 책을 전달하며 이야기를 나눈 뒤 신촌의 한 카페에 혼자 앉아서 답장을 쓰고 있어요. 본문에서 처음 등장하는 인터뷰이이기도 하고, 책의 방향성을 정하는 데 특히 큰 영향을 준 인터뷰이 중 한 명이기도 해서 뜻깊은 날이에요. 홍대 님이 이 책을 어떻게 읽어주실지 떨리고 설레네요.

책을 쓰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제 걱정이 가득 담겨서 A4로 10쪽을 넘겼던 첫 서문을 기억하시죠? 연구해서 쓰는 첫 책이라서도 그랬지만, 지난 일을 괜히 들쑤시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을까봐, 실제로 누군가가 힘든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힘들어질까봐 걱정되는 것도 컸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떤 면에서는 걱정이 조금 과했던 것 같기도 해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이 원고의 시작이 된 리포트 “좋아하기 위해서 치열해진다”: 아이돌 ‘논란’ 속 망설임에 담긴 윤리들의 충돌과 확장의 경우 2부가 훨씬 큰 지금의 형태와 달리 절반 이상이 지금의 1부에 해당하는 내용이었죠. 실제로 해당 리포트를 위한 프로포절의 제목은 기다리는 관심의 공론장: 캔슬 컬처와 아이돌 ‘논란’을 중심으로였으니까요.

온라인 공론장과 비주류 팬들의 이야기를 연결하게 된 계기는 사실 지극히 개인적이기도 했어요. 적지 않은 (인류학적) 탐구가 자신의 삶에서 출발하듯, 저 또한 논란을 겪은 팬이기도 해요. 아주 커다란 논란은 아니었고, 기본적으로는 돌판 안에서 터진 인성 논란의 한 변주였죠. 그런데 저는 덕질도 처음이고, 논란도 처음이었거든요. 너무 힘들었어요. 정말 한 이틀 정도는 잠도 설치고, 머릿속이 오직 그 논란으로 바글바글했던 것 같아요. 결국 그 논란에 대한 제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서야 조금 진정이 되었죠. 물론 인터넷에서도 다행히 곧 잠잠해졌고요.

그때 문득 생각이 들더라고요. 논란이 이렇게 많은데, 그리고 이렇게 힘든데, 팬들은 이걸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하고요. 그러다가 ‘관심경제’라는 개념을 수업에서 접한 거예요. 그때 저의 고민들이 갑자기 연결되기 시작했어요. ‘아, 조회수나 좋아요 개수와 같은 숫자 이면에 마음이 있다’ ‘관심경제 안에서 만들어지고 아파하는 마음이 있다’. 논란 있는 아이돌로부터 관심을 회수하는 탈덕은 물론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탈덕하지 못하는 데에도 제각기 이유와 감정들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어요. 어쩌면 제가 겪은 감정을 어떻게든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고 싶었을지도요.


사실 저에게 온라인 공론장에 대한 비평과 비주류 팬들의 인터뷰를 엮어내는 것은 당연하기도 했어요. 요즘의 덕질이란 게 기본적으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데다가, 돌판은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이잖아요. 그런데 팬덤의 주류적인 의견은 온라인으로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어요. 기존의 연구들도 그런 방식으로 진행된 것들이 꽤 있고요. 하지만 팬들을 직접 만나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또 다르거든요. 저는 그 마음을 좀 더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러한 마음들이 갖고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어요.

책에 서문에도 썼지만, 책의 제목이 될 뻔한 『불순한 공론장』은 공론장이 논리와 이성으로만 구성되지 않고, 오히려 마음과 더욱 깊이 관련된다는 의미였잖아요. 관심경제는 논란을 만들고, 논란은 공론장을 만들며, 그 안에서 어떤 팬들의 이야기는 가슴에 파묻혀 세상에 나오지 못합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고요. 그래서 제게 온라인 공론장과 비주류 팬들의 이야기 사이의 연결은 자연스럽기도 했어요.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저는 공론장이 먼저 있고, 그곳에 논란이 들어온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순서가 거꾸로입니다. 논란이 생기면 그때마다 특정한 공론장이 일시적으로 만들어지는 거죠. 그래서 특히 온라인 공론장은 기본적으로 조각보patchwork의 형태로 존재해요. 일관된 하나의 논리나 세계관이 있다기보다, 사건마다 다른 논리와 감정으로 모여드는 사람들과 댓글들과 계정들이 있는 거죠. 그것들이 서로 얼기설기 꿰매어져 있는 게 온라인 공론장이라는 거대한 공간이고요. 그래서 공론장이란 사실 언제나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수많은 행위가 지금도 세상을 만들어나가고 있고, 저는 우리가 그런 생성에 얽혀 있다는 점에서 언제나 세계에 대한 책임을 공유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수많은 사람이 말을 얹는 논란과 같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고요. 그래서 저는 다른 마음을 통해 논란에 임하는 다른 태도를 발견하는 것이 다른 형태의 공론장을 생성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공론장을 개선하거나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돌판은 정말 역동적인 네트워크예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건 새로운 공론장이 계속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도 왜 계속 비슷한 종류의 일이, 비슷한 형태로 처리되고 있는 걸까? 저는 이 지점이 신기했어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종류의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이렇게나 비슷하다는 건, 무언가를 비슷하게 만드는 작동이 있다는 의미로 보였거든요. 그래서 어떤 네트워크가 돌판에서 공론장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알아야 했어요.

이런 고민은 이론적인 배경에서 오기도 했어요. 사실 편지에서는 이론 이야기를 안 하려고 했는데, 구성 자체와 이론이 많이 관련되어서 어쩔 수 없이 잠깐 얘기해볼게요. 『망설이는 사랑』 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학자의 이름은 주로 셋이죠. 브뤼노 라투르, 가브리엘 타르드, 그리고 사라 아메드요. 여기서 구성과 가장 깊이 관련된 건 라투르예요.

라투르는 행위자-네트워크-이론을 탄생시킨 이들 중 하나인데, 이 이론에서 핵심적인 전제 중 하나는 인간이든 아니든 모든 존재는 계속해서 변화의 과정 안에 있다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변화 자체가 특별한 현상은 아니에요. 오히려 무언가가 변하지 않는 게 신기한 거죠. 논란이 신기한 건 바로 그 지점이에요. 모든 논란이 서로 다른데, 어떻게 처리되는 방식은 이렇게나 비슷한 걸까. 무엇이 이 천차만별의 논란들을 다 비슷하게 만드는가. 이게 1부의 주된 내용이기도 하죠.


이 이론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인간 아닌 존재를 모두 ‘행위자’라고 지칭하면서, 이들이 모두 행위를 한다고 해요. 소셜미디어 플랫폼, 알고리즘, 스마트폰 등을 댓글보다 더 깊이 분석한 건 그런 이유였어요. 그런데 이렇게 방대한 네트워크를 쫓아가다보면 종종 놓칠 수 있는 게 사람의 표정, 거기에 담긴 감정이에요(물론 하는 사람의 역량에 달려 있는 것이겠지만요).

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팬들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무엇보다도 논란의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행위자들 중에서 팬들의 마음에 깊이 들어가고 싶었고요. 2부가 길어진 건 그 때문이었어요. 인터뷰를 다시 들여다볼수록, 팬들의 일상적인 실천들 하나하나에 담긴 마음과 그것이 만들어낼 수 있는 공론장이 중요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렇게 2부를 쓰다보니 결국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사랑에 관한 것이었고, 무엇보다도 비판적 힘으로서의 사랑에 관한 것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람들은 자꾸 사안에서 거리를 두자고 하고 멀어지자고 하는데, 외부로부터의 비판만이 적절한 비판이며 객관적인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과연 그런가요? 문제를 정말 해결하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온 사람들은 사안에서 거리를 두는 사람들이었나요, 아니면 사안에서 도무지 자신을 분리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었나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없다면 객관성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사랑이 무비판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저는 무언가를 사랑할 때만 가장 정확히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정말 정확한 비판을 하기 위해 드는 품을 감당하려면 사랑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그걸 내부로부터의 객관성이든, 비판적 근접성이든, 뭐라고 부르든 간에, 사랑만이 가진 비판적 힘이 있어요. 어떤 철학자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사랑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한 글자도 쓰지 말라고. 아마 그 철학자는 사랑할 때만 비로소 갖게 될 수 있는 정확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 맥락에서 『불순한 공론장』 이 『망설이는 사랑』 이 될 수밖에 없었던 건, 어떤 마음이, 어떤 사랑이, 더 정확한 공론장을 만들어내는지 보고 싶기 때문이었겠지요.


온라인 공론장이 곧 팬들을 행위하게 하는 하나의 ‘현장’이라는 점에서, 그 비평은 곧 현장에 대한 설명이기도 했어요. 다소 거칠게 나누자면, 1부는 현장 소개, 2부는 그 현장 속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팬들의 마음이 온라인 공론장에서 만들어지기도 하고, 팬들의 마음이 온라인 공론장을 만들어내기도 하기에, 온라인 공론장에 대한 비평과 팬들에 대한 구술 작업은 한 덩어리일 수밖에 없었어요.

글을 수십 번은 족히 고치면서 원고를 지긋지긋하게 본 이후인 지금조차도 저는 어떤 인터뷰이들의 말을 다시 읽으면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날 것 같은 때가 있어요. 저는 더 많은 분들이 이런 마음들을 들여다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음을 들여다보는 건 그 마음을 통해 새로운 공론장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선생님께서 읽어주신 것처럼, 저도 망설임과 헤맴이 그 자체로 관심경제에 반하는 급진적 문제 제기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몸이 아파서 느릿느릿해서 그런지, 저는 좀 더 느린 공론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좀 더 충분히 각 사안을 이해하고 들여다보며 그 안의 마음들을 접할 수 있는 공론장이요. 『망설이는 사랑』 이 그런 공론장을 만드는 데 조금은 기여할 수 있을까요? 정말 큰 꿈이겠지만, 제 책이 누군가가 삶의 어느 순간에 잠시나마 멈칫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아요.


공론장에 대한 이야기는 정확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여야 해요. 그때 비로소 우리가 서로를 잃지 않는 세상에 조금씩 가까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편집자님이 저 자신보다도 제 원고를 더 아껴주신 것 같아서, 그리고 인터뷰이들의 마음에 감응해주셔서, 작업하는 내내 정말 감사했어요. 작업하는 중에도 몇 번 말씀드린 것 같지만,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려요.

망설이길 망설이지 않는 이들이 만들 세상을 꿈꾸며,

안희제 드림

팟캐스트 좋아하세요?ㅡ두둠칫 스테이션
언젠가부터 음악보다 팟캐스트를 들으며 이동하는 날이 많아졌어요. 최근 가장 즐겨 들었던 팟캐스트는 유유히 출판사 대표 에디터리님과 뉴스레터 콘텐츠 로그〉 발행인 서해인님이 격주 코너를 맡아 진행하시는 두둠칫 스테이션! '본격 편집자 인터뷰 방송'으로 시작하셨다는 에디터리님의 코너 [커피타임]과 서해인님께서 한 권의 책과 함께 들으면 좋을 케이팝을 큐레이션하는 코너 [믹스테이프 (논)픽션]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책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와 어떻게 같고 다른지 궁금하고, 케이팝을 사랑하는 저는 이 팟캐스트를 듣지 않을 이유가 없었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해인님의 계정에서 『인생샷 뒤의 여자들』이 8월 8일 방송 [믹스테이프 논픽션] 코너에 등장한다는 소식을 접했지 뭐예요. 바로 오늘이에요. 『인생샷 뒤의 여자들』은 읽고 나면 다른 사람들과 막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책인데, 이야기 듣는 것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벌써 웃음이 피어나고. 여러분도 같이 들어요! 
페미니즘들』 예스24 펀딩 8월 10일 마감!
예스24 펀딩 '그래제본소'에서 진행 중인 『페미니즘들』 북펀드가 곧 마감됩니다. 페미니즘을 말하는 새로운 방식이 궁금하신 분들은 기대하셔도 좋아요. 이미 물결을 따라 흐름을 알고 계신 분들도 지구사적 관점으로 쓰인 페미니즘의 풍요로운 과거를 만나면 다시금 벅참을 느끼실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쉽게 쓰였으면서도 정보량 또한 풍성하다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이기에 페미니즘 역사를 처음 읽고자 하는 분들께도 적극 권합니다! 이 책을 통해 끈질기게 희망을 발견해내고 움직이는 이들의 모습을 만나며 그 속에서 여러분의 모습도 발견하실 수 있길, 발돋움에 앞서 낙담보다 질긴 연대를 마주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사진 설명] 속초 LP Cafe 소설의 전경. 간판 좌측 상단에는 'LP Cafe' 'Music & Art Fair Since 1990'이라고 적혀 있고, 중앙에는 '소설' 가게 이름이 적혀 있다. 왼쪽에는 드립 커피 그림/ 오른쪽에는 앤디 워홀의 바나나 그림이 그려져 있으며, 우측 하단에는 'From 11:30AM with you' '033.638.5353' 영업 시간과 전화번호가 쓰여 있다. 가게의 대부분은 유리 통창으로 되어 있으며, 유리에 LP 판과 기타가 붙어 있다. 가게 왼쪽에는 스누피 친구 우드 스탁이 커피를 들고 있다. 입구 문에는 '소설'이라는 글자와 기타 사진이 붙어 있고 나뭇가지로 장식되어 있다. 가게 앞쪽에는 두 개의 벤치가 있다.
속초에서 음악을 들으며 책 읽고 싶다면!  

지금은 Ennio Morricone의 「My Name is Nobody(Original Version)」가 흘러나오네요. 여기는 속초의 '소설'이라는 곳이에요. 저는 여행지에 가면 그곳에 오래 자리하고 있는 공간에 가보는 걸 좋아합니다. 사실 이번 여행은 바다 수영이 메인이었는데, 글쎄 바람이 많이 불어서 출입이 금지됐지 뭐예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그럼 다른 좋은 것을 찾아가는 수밖에!
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이곳은 사장님이 직접 LP로 음악을 틀어주시는 곳이에요. 카페 안쪽에는 세월의 흔적이 겹겹이 묻어 있는 물건들이 여기 다 적을 수도 없이 많고요. 스키 플레이트로 만든 책 선반, 만화책, 턴테이블, 와인 냉장고, 커피용품, 고서적, 유럽 할머니 집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빈티지 조명들, 강원도립극단 정기공연 포스터들, 재봉틀, 오래된 전화기…. 곳곳의 사연을 다 파헤치려면 일주일도 모자랄 것 같네요. 가장 좋은 것은 지금 나오는 음악이 끝으로 달려갈수록 다음 음악이 기대된다는 점입니다. 아, 그리고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다는 점도요! 함께 여행 온 저희 집 강아지도 음악 감상하며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답니다. 속초에 계시거나 방문하실 계획이 있다면 책 한 권, 노트 하나 들고 오셔서 시간 보내시는 것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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