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호 - 🕯 [특집] 타루스킨을 기억하며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 C♯레터 제20호

🕯 [특집] 타루스킨을 기억하며

📗 BOOK - Text and Act: Essays on Music and Performance
📗 BOOK - The Danger of Music and Other Anti-Utopian Essays
📗 BOOK - Cursed Questions: On Music and Its Social Practices
📗 BOOK - Oxford History of Western Music
💿 RECORD - Aulos Ensemble

🎹 건반 위의 클래식 음악 여행~🎹✈️

🕯 [특집] 타루스킨을 기억하며

지난호에서 간단히 소개했듯이 이번 제20호는 지난 7월 1일 타계한 음악학자 리처드 타루스킨(Richard Taruskin)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기존 C♯레터에서 최신 연구 동향을 소개하던 것에서 살-짝 방향을 틀어 이번 '[특집] 타루스킨을 기억하며'에서는 음악학자 및 음악가로서 타루스킨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는데요🔍. 그 과정에서 C♯레터 구독자들과 함께 읽고 싶은 그의 저술들과 비평글, 또 음반 활동까지 다양하게 담아봤어요. 이번 호에 소개된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전문연구진들의 글이 모두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바, 그야말로 '촌철살인'이라는 수식어가 이렇게나 찰떡인 음악학자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 어느 때보다 알차고 유익한 이야기가 담겼어요. 벌써부터 타루스킨을 그리워하는 동시대 음악학자들의 마음도요🌻.

🍋 음악학자는 음악에 관한 통념에 도전하는 사람

C♯'s PICK

📌 BOOK 📗 -Text and Act: Essays on Music and Performance Oxford University Press, 1995

📌 BOOK 📗 -The Danger of Music and Other Anti-Utopian Essays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09

📌 BOOK 📗 - Cursed Questions: On Music and Its Social Practices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20

음악학자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타루스킨은 음악학자가 음악에 관한 다양한 통념에 도전하는 사람contrarian이라고 말합니다. 음악이 문화적 현상이라는 데 동의할 수 있다면 음악학자는 인간에 관한 통념에 도전하는 사람이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모든 통념은 사회적으로 구성됩니다. 음악가들과 학자들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음악에 관한 통념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음악을 전문적으로 다루지 않는 사회 구성원과의 소통도 필요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타루스킨은 이를 실천한 몇 안 되는 음악학자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제가 아는 한 일반 독자를 위한 대중 매체에 타루스킨보다 많은 글을 기고한 음악학자는 없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뉴욕 타임스』에서 그의 비평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죠. 국내 일간지에서 보편적인 200자 원고지 10매 이하의 단상도 아닙니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압도적인 분량은 차치하고, 정신 바짝 차리고 읽지 않으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밀도 높은 글🧐. 음악계와 학계, 심지어 애호가를 향해 거침없이 내뱉는 냉소(때로는 분노) 가득한 글이 불편한 독자들도 있겠지만 덕분에 음악(그리고 인간)에 관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갖습니다. 예컨대 이른바 '원전 연주'가 유행하던 시기, 정작 '원전' 운운하는 연주와 음반들이 얼마나 현대적 관점으로 과거의 음악을 오독하고 있는지 지적한 "Text and Act"(1994), 음악과 윤리, 검열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 "The Danger of Music and the Case for Control"(2001) 모두 『뉴욕 타임스』에 게재된 글입니다. 비평을 따로 모아 출간한 책만 세 권이 있으니 많이 쓰기도 했지만 그만큼 글을 쓸 때 진심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워낙 말도 많고 강성이라 타루스킨의 글을 읽다 보면 '어휴~ 꼰대~'라는 말이 절로 나올 때도 있지만🤭 그 독서의 끝이 음악과 인간에 관한 통념을 의심하는 기회가 될 때면 진짜 '꼰대'가 누구였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음악학계의 '어른'을 잃은 것 같아 조금 두렵기도 합니다. 타루스킨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던 음악학자였는지 궁금한 독자에게 그의 비평이 담긴 위 세 권의 책을 권합니다. 여기에 담긴 그의 말이 '진실'이라서가 아니라 음악에 관해 독자 여러분 각자 갖고 있는 '믿음'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테니까요💁.

🍋 비키세요~ 팩트 폭격기 나갑니다 🥊

C♯'s PICK

📌 "The Musical Mystique: Defending Classical Music against Its Devotees"

In The Danger of Music and Other Anti-Utopian Essays

제가 소개드릴 글은 "The New Republic"이라고 불리우는 정치, 사회, 문화 전반의 문제를 다루는 계간지에 실린 글입니다. 음악전문지가 아닌,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지입니다. 타루스킨은 이 계간지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했습니다🖋. 2007년에 출판된 이 글은 2002년에서 2007년 사이 출판된 오늘날의 클래식 음악을 다루는 세 권의 책에 대한 리뷰 에세이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요. 여러분도 들어보셨을 법한 줄리안 존슨, 조슈아 파인버그, 로렌스 크레이머의 책이 타루스킨의 '무서운 도마' 위에 올랐어요🤫. 이 세 권의 책들은 모두 오늘날 클래식 음악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책들입니다. 세 저자가 제기하는 질문들은 분명 과거 엘리트 계급의 문화적 취향을 드러내던 클래식 음악이 이제는 그 존재의 의미를 스스로 '변호'해야 하는 시대라는 점을 보여주죠. 이 세 권의 책의 핵심을 파고드는 타루스킨의 분석, 그리고 클래식 음악이 처한 시대적 상황에 대한 타루스킨의 인식은 날카롭습니다⚡️. 동료 학자들에 대한 비난은 깜짝 놀랄 정도로 과격하고 저돌적이고요☄️(그래서 읽는 재미가 있기도 하죠🤨). 비단 현란한 수사가 아니더라도, 해박한 역사적 지식, 현 시대의 정치, 사회, 그리고 드라마를 위시한 대중 문화까지 불러들이는 그의 글쓰기는 손흥민의 현란한 플레이 못지 않습니다⚽️. 클래식 음악은 오늘날 상류층을 위한 틈새 상품에 불과한가요? 이에 대한 타루스킨의 생각이 궁금하신 분들께 이 글을 권해드립니다.

🍋 이야기의 힘, 혹은 음악사 쓰기의 아름다움

C♯'s PICK

📌 The Oxford History of Western Music

Oxford University Press, 2009

네, 압니다. 저 두꺼운 다섯 권짜리(초판은 '색인' 부분을 따로 출판해서 여섯 권이었습니다) The Oxford History of Western Music을 다 읽기는커녕 간신히 반 조금 넘게 읽어본 주제에 이 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 한다는 것이 얼마나 입 가벼운 일인지 말이죠🤫. 하지만 오랫동안 제 음악사 수업의 든든한 참고서가 되었던 이 책의 저자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마음이 먹먹해 한 마디 보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타루스킨의 이 책은 정말 놀랍습니다😲. 네, 저도 압니다. 이 책에 대해 또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는 것 말이죠.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옥스퍼드 출판사에서는 정말 '새로운' 음악사 책이 나왔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한 대부분의 이러쿵저러쿵은 바로 그 '새로운'이라는 형용사를 향했고요. 많은 학자들이 도대체 뭐가 새롭다는 거냐, 이 책에 우리가 이야기하지 않던 작곡가나 작품이 나오냐 아니면 나름대로 이전과는 다른 '정전' 리스트를 만들기라도 했냐 새로운 시대 구분이라도 한거냐 라고, 그 '새로움'을 비판했죠🤷.

네, 맞습니다. 어쩌면 별로 새로울 건 없을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이전과 같은 작곡가, 같은 작품을 다루고 있고, 전통적 시대구분을 아주 충실히 따르고 있으니까 말이죠. 그러나 말이죠, 이 책은 다릅니다🙅. 타루스킨은 진짜 이야기꾼입니다. 이 사람이 일단 말을 시작하면, 이미 알던 이야기도 금방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새로운 이야기가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몇 분쯤 말하고 끝날 이야기도 이 사람은 몇 시간이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하나도 지겹지 않아요🤩. 게다가 아까 전에 살짝 지나가듯 꺼냈던 말들도 절대 잊어버리는 법이 없어서 결국 그 이야기가 어느새 결론에 다시 등장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사용하는 단어, 문장, 비유가 기가 막혀서 읽다 보면,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인 것 같은데도 그 알던 일의 또 다른 면모를 보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쓴 타루스킨은 진짜 역사가입니다. 만일 역사가가 사실을 그저 시대순으로 나열하는 연대기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을 바탕으로 그 틈을 논리와 역사적 상상력으로 메워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말입니다.

사적 견해를 되도록 자제하고, 이 책의 장점을 두 가지만 꼽자면 이렇습니다. ☝️ 첫째로는 이 책을 읽으면 적어도 2005년(이 책의 초판이 나온 해)까지, 서양음악사 연구 성과의 흐름을 대강 짐작할 수 있습니다👣. 타루스킨이 다 읽고 정리해 주었으니 말이죠. 설마 모든 음악사 연구를 다 읽기야 했겠습니까만, 꼭 읽어야할 중요한 음악사책, 주요한 음악학 논쟁들을 거의 다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책만 읽어도, 적어도 수십 권 책들의 핵심 내용을 읽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 둘째로 이 책을 읽으면, 그제서야 알게 됩니다. 음악사의 일이 화석처럼 굳어져 버린 과거의 일을 딱딱하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다양한 해석과 관점에 의해서 늘 되살아나는 말랑말랑한 현재의 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과거에 있었던 음악의 일을 알게 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일을 바라보는 현재의 시선을 이해하게 되고 그것을 또 다르게 이해할 미래를 가늠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읽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음악사 쓰기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말이죠. 이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이 책은 제게 너무나 소중합니다. 더이상 타루스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먹먹하네요.

🍋 삐딱한 시선, 남다른 통찰력 🤨

C♯'s PICK

📌 The Oxford History of Western Music

Music in the Early Twentieth Century, Vol. 4

Music in the Late Twentieth Century, Vol. 5

음악사 연구에서 새로운 시각을 얻고 싶다면 타루스킨의 The Oxford History of Western Music을 읽어보라고 권하곤 해요💁. 타루스킨의 음악사 서술에서 종종 마주하는 신선한 질문들과 설득력 있는 해석은 어쩌면 그의 지칠 줄 모르는 학문적 열정,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폭넓은 지식, 논쟁적 성향, 남다른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나 싶어요✨. 20세기 초반과 후반의 음악사도 그렇습니다. 20세기의 주요 음악적 사건을 서술하되 그에 대한 논쟁적 이슈를 던지며 흥미로운 시각을 열어주거든요👀. 예컨대 20세기의 진정한 시작은 전통적 스타일과 어법을 거부한 세기말이 아니라 19세기의 오랜 미적 가치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 전쟁 이후 1920년대부터라는 주장이라든가 1960년대와 1970년대 록이나 재즈, 미니멀리즘, 예술음악과 대중음악 등의 스타일이나 장르, 시대의 경계가 흐려지며 뒤섞이는 현상이 당시의 사회적 불안으로부터 자라난 추세였으며, 또 그것이 포스트모던의 출발과 결부되어 있다는 주장 등이 그렇죠. 20세기 음악의 도전적 이슈들이 타루스킨의 통찰을 거쳐 때로는 따스한 휴머니즘으로 재탄생하거나 때로는 무릎을 탁! 치는 깨달음의 순간을 맛보게 하기도 하는데요🧐. 한때 클래식 음악사의 관습을 뒤집었다 묘사되며 논쟁을 불러오던 그의 업적이 이제는 가장 중요한 음악 역사 서술로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 음악가, 타루스킨 🎻

C♯'s PICK

📌 RECORD 💿 - Aulos Ensemble: G. F. Handel, Trio, Sonatas & Concerti for Diverse Instruments Musical Heritage Society, 1982

📌 RECORD 💿 - Aulos Ensemble: G.P. Telemann, Essercizii Musici Musical Heritage Society, 1984

우리가 음악학자로 잘 알고 있는 타루스킨은 1970-80년대에 음악가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1969년부터 1971년까지는 콜럼비아 대학교 콜레기움 무지쿰The Collegium Musicum of Columbia University을,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까지는 중창단 카펠라 노바Capell nova를 이끌었어요. 콜럼비아 대학교 콜레기움 무지쿰과는 르네상스 시기 주요 작곡가의 성악음악을 중심으로 한 앨범을 몇 장 냈고요💽. 이외에도 카펠라 노바를 이끌며 르네상스 성악음악을 해석하기도 했죠.

뿐만 아니라 타루스킨은 스스로 악기 연주자이기도 했는데요🎻. 조슈아 리프킨(Joshua Rifkin)의 고음악 연주단체 넌서치 콘소트(The Nonesuch Consort, 1968년 결성)에서 1970년대 초까지 비올라 다 감바를 연주했거든요.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잘 알려진 타루스킨의 연주 활동은 고악기 연주단체 아울로스 앙상블(Aulos Ensemble, 1973년 결성)이죠. 타루스킨은 1980년대 후반까지 이 앙상블에서 텔레만, 헨델, 바흐 등의 바로크 기악음악을 연주했어요. 좀 아쉬운 건, 타루스킨이 참여한 녹음은 그 수가 적지 않은데도 최초 레코드 발매 이후 상당수가 CD로 재발매되지 않거나 유튜브에 업로드 되지 않았다는 점이겠죠😟. 아울로스 앙상블이 연주한 텔레만 Essercizii Musici과 헨델 Trios, Sonatas And Concerti For Diverse Instruments 녹음 정도가 유튜브에 업로드 되어 있는데요. 현재의 고음악 연주단체와 비교하자면 다소간 소박한 모양새입니다. 연주 외에도 타루스킨은 자신이 참여한 앨범은 물론, 몇몇 고음악 음반과 러시아 작곡가 음반의 해설지를 쓰기도 했는데요✍️. 그중 웨이벌린 콘소트(Waverly Consort)의 르네상스 '히트곡' 앨범인 Renaissance Favorites CBS, 1985는 국내에도 소개된 적 있어요.

그러나 타루스킨은 그 후 Text and Act 등의 글을 통해 우리 시대의 고음악이 옛 음악의 소리를 그대로 살리는 것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오늘날 듣고 싶어 하는 소리를 되살리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결국에는 고음악 연주 현장을 떠나게 됩니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건반 위의 클래식 음악 여행~ 🎹 ✈️

갑자기 왠 음악회 소식이냐구요? 자칭 타칭 음악학계 뇌섹남!😎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계희승 공동연구원의 해설과 함께하는 특별한 생방송 라디오 음악회가 열리거든요. 좋은 건 콩 한 조각이라도 나누라고 배웠으니까 우리 C♯레터 구독자 여러분께도 알려드리려고요😉. 이번 2022 KBS 클래식FM 여름음악학교 '건반 위의 클래식'에서는 18세기 초 이탈리아의 악기 제작자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Bartolomeo Cristofori, 1655-1731가 발명한 후 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양고전음악의 역사와 함께한 악기 '피아노'를 집중 조명해 본다고 하는데요🕵️. 하프시코드와 피아노 연주자, 그리고 음악학자와 함께하는 건반 위의 클래식 음악 여행, 같이 떠나볼까요?✈️

👒 일시 | 7.27.(수) - 7.29.(금) 오전 11시

1교시 건반 음악의 선구자들

2교시 뜯는 악기에서 때리는 악기로

3교시 피아노 연주의 변천사

👒 출연

연주 | 조성연 하프시코드•박지형 기타•박은식 피아노

진행 | 김주영 피아니스트

해설 | 계희승 음악학자

👒 기획 | 유강숙 • 연출 | 이동우 • 구성 | 김서림

💿 Amy Dickson - Gabriel Faure, Pav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