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하 시사평론가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 저자

작년 7월에 마무리 한 책이다. 출판사의 사정으로 올해 1월에 출간되어 이번 대선을 겨냥한 책처럼 되었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정치노선을 진보, 보수로 나누지 않나. 그런데 같은 진보 안에서도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합의가 되지 않는 지점이 매우 많다. 그렇다면 진보라는 이름으로 모여있는 사람들의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바로 보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보수도 마찬가지다. 지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등 예비후보들이 각기 상징했던 노선이 전부 다르다. 이른바 태극기 부대부터 합리적 보수로 분류되는 분들까지 다 보수라는 이름 하나로 묶여있지 않나. 이들도 어떤 공통점이 있다기보다는 진보가 아니어서 보수인 것에 가깝다. 이렇게 된 원인을 고민하다 보니, 민주주의의 시작부터 이렇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를 쓰게 되었다.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100명이 모여 한가지 사안에 대해 합의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데 100명 중 99명이 1명을 지목해 소외시키는 것은 굉장히 쉽다. 이렇다 보니 긍정적인 방식으로 논의하고, 합의를 도출해 내는 식의 이상적인 민주주의를 현실에서 구현해 보고자 해도 그렇게 작동이 되지 않는다. 부정적인 공통분모를 찾아내 그것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이루는 것이 오히려 민주주의처럼 보이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예로 들 수 있다. 이것을 극우 포퓰리즘이라고 분석하는데, 저쪽의 주장과 반대가 되는 어떤 것을 내세워서 우리 편을 조직하는 방식이다. 유럽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많이 일어났고 동북아시아에서도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나 중국의 시진핑 주석 등 이른바 스트롱맨들이 집권하는 일련의 현상들이 있었다. 나라마다 역사적 경험이 다르고 정치 체제도 조금씩 다른데 비슷한 모습이 관찰된다. 그렇다면 이유는 우리가 비슷한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특히 내가 반대하고자 하는 쪽이 과거에 집권 경험이 있다면 특히 더 쉽다. 이번 선거에서 정권 교체를 원하는 쪽은 이번 정권의 최저임금 인상 문제나 탈원전 정책, 방역 문제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정권 연장을 원하는 쪽은 국정농단 사태나 다스 관련 의혹, bbk 주가 조작 등을 이야기하면서 ‘저쪽은 뽑을 수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유권자가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상황을 강요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이번 책을 썼다. 많은 사람이 원하는 바를 실질적으로 체제에 반영시키는 것, 즉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구현해야 한다면 지금의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는 질문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의 경우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보수 진영이 주저앉았고 자력으로 대선에서 승부를 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변화를 강요당한 것이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유권자의 지지가 검찰총장 시절부터 윤석열 후보의 정치적 동력과 자산이 되었고, 그 결과 보수 정치의 적자가 아닌 인물이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다. 이준석이라는 젊은 당 대표의 탄생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 후보를 민주당이 선택한 것도 맥락은 비슷하다. 모든 정권은 집권 말기로 갈수록 높은 교체 여론에 부딪히게 된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원칙주의자의 이미지가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는 다른 색깔을 가진 리더십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가 바로 이재명 후보라고 할 수 있다.

안철수라는 인물에 대해 더 이상 새롭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다만 거대 양당의 두 후보에 대한 불만이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때와 이번 대선의 구도가 유사하다. 기성 정치에 실망한 사람들이 안철수라는 사람에게서 자신들이 원하는 캐릭터를 발견하면서 지지도가 올라가는 식이다. 예를 들어, 안 후보가 두 자릿수 지지율을 확보했던 배경에는 윤석열 후보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양당 후보가 아니기 때문에 안철수라는 식의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진보가 유권자에 소구하는 논리가 크게 두 가지다. 약자를 위한 정치와 깨끗하고 능력 있는 정치가 그것이다. 그런데 약자를 위한 정치를 정의당이 결과로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또, 유능하고 깨끗한 정치에 대한 수요는 안철수 후보가 가져갔다. 또, 문재인 정권이 진보의 가치를 대변했지만, 나의 생활을 개선하거나 이익이 되지는 않았다고 느낀 유권자들이 이번 대선에서는 자신의 미래에 보탬이 되는 정치가를 뽑고자 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가치에 관해 이야기하는 진보 정치에 대해서는 굉장히 냉담해진 것이다.

글 신아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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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 혐오의 메시지가 난무합니다. 엄마는 식당에 아이를 데려왔다고 ‘맘충’이 되고, 노인들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틀딱충’이라 불립니다. 사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대신, 차이를 문제로 규정하고 배제하는 혐오의 논리가 먼저 작동한합니다. 저자는 차별과 혐오라는 현상 뒤에 불안이라는 근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매일의 삶을 생존 경쟁처럼 여기고, 내가 속한 사회에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불안을 안고 삽니다. 이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관계에서 우열을 가리고, 내가 상대보다 낫다는 얄팍한 우위에 기대어 살아갑니다. 살아남기 위해 혐오하고 차별하는 사회, 생존 불안이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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