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을 비방하는 벽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폭력과 야만의 벽화, '강 건너 불구경'도 나쁩니다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을 비방하는 벽화 앞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아들 병역 비리를 주장하는 이가 몰고 온 트럭이 주차해 있다. 김경록 중앙일보 기자
 나자르 모함마드 카샤라는 아프가니스탄 코미디언이 탈레반에 의해 살해됐다는 소식이 어제 외신으로 전 세계에 퍼졌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칸다하르 지역에 살고 있던 카샤는 집에서 무장 탈레반 조직에 의해 강제로 차에 태워져 끌려간 뒤 여러 발의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SNS에 누군가가 올린 살해되기 직전의 카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면 납치범은 그가 웃으며 말하자 거세게 뺨을 연거푸 때립니다. 뺨을 맞은 카샤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집니다. 무도한 폭력 앞에서 한 인격이 어떻게 허물어지는지가 생생히 드러납니다. 카샤가 폭행당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은 유튜브에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점령 지역에서는 최근 ‘부역자’ 색출 작업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0여 명이 집단 살해되기도 했습니다. 2001년에 북부동맹 세력에게 정권을 빼앗긴 뒤 곳곳에 숨어 게릴라전을 벌이던 탈레반은 자신들이 다시 점령한 지역에서 미군을 도왔거나 아프가니스탄 정부 쪽에서 일한 '적폐'를 처단하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도 카샤가 타깃이 된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유명 코미디언이라는 게 이유였을 수 있습니다. 탈레반은 ‘오락’은 사람의 정신을 타락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카샤가 경찰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그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는 없습니다. 이런 사적 처형은 반인도적 범죄입니다. 교조적 이데올로기로 변질된 이슬람 근본주의가 증오를 부추겨 광적인 폭력 사태를 야기합니다. 미군 철수로 탈레반이 활개를 치는 아프가니스탄은 지금 야만의 시간을 맞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어제 끔찍한 폭력의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씨 비방 벽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내용을 옮길 생각은 없습니다. 대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말을 전합니다.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것은 저질 비방이자 정치 폭력이며,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인격 살인이다.”

 여권에서도 비판이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깊은 우려를 표한다. 누구를 지지하느냐, 아니냐를 떠나 이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명백한 인권침해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벽화를 설치한 분들께 성숙한 민주주의, 품격 있는 정치문화 조성을 위해 해당 그림을 자진 철거해 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여당 의원은 최 전 감사원장이 이 문제를 언급한 것에 대해 “(윤 전 총장에 대한) 돌려차기 꼼수”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늘 그런 계산을 하면서 산다는 것이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라는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유력 여권 대선 주자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합니다. 이낙연 전 총리는 한 방송 진행자가 의견을 묻자 "조금 민망하고 말씀드리기 거북하네요"라는 말로 대답을 끝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캠프 측은 "금도를 넘은 표현"이라고 점잖게 한 마디 했습니다. 

 정치적 계산이 앞서 이런 폭력과 야만을 방관하는 것인가요? 국가 지도자 자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정치이기 전에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의 기본 원칙이 달린 문제입니다.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지, 어떤 나라를 꿈꾸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이 벽화를 주문한 건물 주인이 "문제가 된 문구를 삭제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고 하는데요, '문구 삭제'로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막장 폭력극의 전개 과정을 전하는 기사를 보시죠.
더 모닝's Pick
1. 다시 오지 않을 '사무실 출근'
 재택 근무를 하는 직장인이 많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예전처럼 사무실로 일제히 출근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직방'은 아예 사무실을 없애고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가상 오피스를 만들었습니다. 😮 '뉴노멀' 업무 환경에 대한 기업들의 연구가 필요한 때입니다. 
2. 백신 접종률 90%로 높여야
  델타 변이의 전파력이 매우 높다는 조사 결과가 속속 나옵니다. 바이러스 검출량이 일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1200배가 넘는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자 확산을 막으려면 전체 인구의 90%가량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합니다. 결국 백신이네요. 😞
3. MBC의 야구 4:2 패 황당 자막
 어제 도쿄 올림픽 야구 경기를 중계하던 MBC가 6회에 이스라엘팀이 2점짜리 홈런을 치자 4:2로 경기가 종료됐다는 내용의 자막을 실었습니다. 경기는 연장전 끝에 한국팀이 승리했습니다. 이쯤되면 MBC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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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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