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이 진짜 봄이 되면 좋겠습니다. 뉴스레터 24호를 발행합니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기자가 10년여에 걸친 현장취재 글 ‘로힝야 제노사이드, 끝나지 않았다’를 보내주셨습니다. 리영희재단 취재지원 대상자이기도 했던 기자는 이번에 발간된 그의 책 <로힝야 제노사이드>에서 우리의 5.18민주항쟁 경험으로 미얀마 사회를 단순등치시켜 이해하는 것은 그 사회를 제대로 배워야 할 기회와 이유를 묻어 버릴 위험이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합니다. 제노사이드는 한 번의 사건이 아니다,

차별과 배제는 제노사이드의 인프라를 준비하는 과정이다라는 말이 가슴에 남습니다.

 

리영희는 89년 어느 날, 6개월간의 감옥생활에서 나와 잠시 쉬고자 여행 중 들어간 대중목욕탕에서 자신을 알아보고 뜨겁게 반가워하는 때 밀어 주는 사람을 만납니다. 그날을 떠올리면서 “나는 ‘신’이나 ‘하나님의 정의’ 또는 ‘역사의 심판’이 하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 같은 사람들, 즉 때밀이 지게꾼 노동자 농민 노점상...처럼 땅 위에 짓눌려진 인간들에게서 올 것을 확신하면서 글을 쓴다.”고 말합니다. 한편, 그렇기 때문에 더욱, 군대에서 보내온 자식의 편지 앞에서 리영희는 한 치도 저항할 수 없음을 느낍니다. 자전적 에세이 <역정> 후편이 있었다면 그 초록에 해당 할 (60살 까지) ‘30년 집필생활의 회상’과 ‘어느 인텔리의 수기’를 가지고 최진호 선생이 글을 써주셨습니다. 이 시기는 리영희가 어느 대담에서 말한 “때로 자기가 걸어온 궤적에 대해서 분명히 성격 규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요. (1989년).” 그런 시기인거 같습니다.

 

지난 2월에 있었던 심층토론회 “무너진 남북관계와 위기의 한반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2부 영상을 올립니다. 객석과 사회자의 질문이 있었고 그에 대한 토론자의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등 역대 성명에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을 정도로 답은 다 나와 있다, 실천할 평화세력의 집권이 문제다” 라는 견해와 “민족논리로 해결 할 공간이 별로 없다, 할 수 있다고 말을 많이 할게 아니라 마디마디 좀더 면밀히 고민해야한다”는 견해, “지난 정부에서 할 수 없는 건 한다고 말하고 할수 있는건 오히려 안했다”는 발언들이 있었습니다. 각각의 의견을 좀더 밀고나가 부족한 점들을 메워가는 이후 토론을 기대해 봅니다.

재단 소식

심층 좌담회 <무너진 남북관계와 위기의 한반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2편

재단은 지난 2월 16일 공간 리영희에서 '무너진 남북관계와 위기의 한반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주관했습니다. 좌담회의 사회를 맡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과 함께,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과 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고, 현장에는 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열 명 남짓한 청중들이 참석해 토론회를 방청했습니다. 지난달 업로드 된 1편 영상에 이어 2편 영상을 공유합니다.

"우발적 충돌이 벌어지는 게 별 문제가 없지는 않습니다. 아주 제한된 공간 내에서 제한된 충돌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중대한 일이고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민족 공조 논리로 남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졌습니다. 여전히 당위론이 있고 당연히 그런 사명감을 가질 수가 있지만, 조금 더 이해도를 높이고 좀 더 심층적인 공감대를 좀 마련해야지 우리가 더 큰 꿈을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은 비핵화 모델에서 군축 모델로 전환한다라는 담론이 결코 지혜롭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비핵화 모델이라는 것도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방식이라고 했을 때,
최종 목표로서의 비핵화라는 것을 삭제하는 거하고 살려놓는 거하고 정책 효과는 굉장히 다릅니다. 아주 장기적인 목표로서 비핵화의 최종 목표를 굳이 닫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연철 전 장관


"남북 관계가 좋았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많은 이익을 포기하고, 악화된 남북관계가 개선없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오는 기회 비용의 손실이 어마어마 합니다."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등 여러 정상 합의에도 이미 남북관계 개선
문제에 대한 답이 들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실천'입니다. 제대로 된 평화 세력이
집권해서 제대로 된 정책을 집행해 나가는 것이 현 시점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문장렬 전 교수
재단과 함께하는 사람들

로힝야 제노사이드, 끝나지 않았다


이유경 / 국제분쟁전문기자, <로힝야 제노사이드> 저자
2012년 사태를 기점으로 로힝야 이슈에 눈을 뜬 나는 2013년 리영희재단의
취재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어 로힝야 이슈를 밀도있게 본격적으로 취재할 수 있었다. 2013~14년 미얀마 라까인 주는 물론 반무슬림 폭동의 현장이었던 미얀마 중북부 멕띨라,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태국 등 로힝야들의 흔적이 있는 곳은 어디든
찾아다녔다. 그리고 2017년 대학살 이후로 난민사태로 이어지던 2019년 인도의
로힝야 난민들의 삶까지 취재하고 기록했다. 세상이 몰랐을 뿐 수십년 고통받았을 로힝야들이 직면한 제노사이드 현실은 내게 쓰나미처럼 다가왔다. 특정 커뮤니티를 겨냥한 혐오와 증오는 어디까지 인간성을 파괴할 수 있는지 그 추악한 얼굴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동안 종족과 종교를 매개로 갈등하는 현장을 여럿 보아왔지만 나는 로힝야처럼 이렇게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박탈된 커뮤니티를 본 적이 없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재단과 함께하는 사람들

리영희와 시작하는 앎


최진호/ 읽기의집,점필재연구소 연구원
<상상된 루쉰과 현대중국>(소명 2019) 저자
리영희에 앞서 노동자의 길에 들어섰던 친구 J는 육체노동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노동으로 사는 고생과 고통을 가지고 인텔리로서 충실하게” 살 것을 권유했지만 리영희의 결심은 확고했다. “노동으로 살자!” 그러나 양계장 운영계획도, 택시 운전 결심도 모두 실패한다. 인텔리가 되는 것이 고도의 훈련과정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노동자 역시 고도의 숙련을 요한다. 인텔리이기를 그만두고 (언제든) 노동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인텔리의 허약한 관념일 따름이다. 계속된 좌절 앞에 리영희는 ‘밖으로만 향해 있던 눈을 처음으로 자신의 안으로’ 돌리게 되었다.

발행인: 김효순(리영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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