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전체가 일종의 지뢰밭이라는 모비딕. 침대 머리맡에 두고 서너 장쯤 읽다가 문장 하나를 곱씹으며 잠드는, 아주 느린 독서 중이랍니다. 그 옆에 선원들이 물처럼 마신다는 럼도 한 병 마련해 뒀어요. 또 다른 바다 괴물로부터 영감을 얻어 탄생한 크라켄 블랙 스파이스드로요. 카리브 해 인근 버진 아일랜드에서 재배한 사탕수수 원액에 향신료를 더해 만든대요. 그리고 안쪽을 불에 구운 오크통에서 숙성하면 먹물처럼 검은색을 띠는 다크 럼이 됩니다. 머그잔 바닥에 두텁게 깐 니트로, 또는 얼음과 콜라를 섞어 럼콕으로 즐겨보세요. 데일리샷 4만 원대

한강의 소설 흰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태어난 지 2시간 만에 죽은 아기, 그 아이가 죽지 않았더라면 태어나지 않았을 사람, 내 삶이지만 내 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는 삶. 작가는 글을 통해 자신의 삶을 빌려주어 죽은 언니를 살려내고 상실을 위로해요. 매우 일차원적이지만 맥락에 충실하게 뽀얀 막걸리를 마시며 읽고 싶은데요, 만약 작가가 애주가였더라면, 이 책에 흰 쌀로 만든 하얀 술에 대한 감상도 썼을까요? 부드럽고 고소한 곡물의 맛, 산뜻한 과실향과 산미, 청량한 탄산의 조화가 좋은 복순도가 막걸리를 마시며 생각해 봅시다. 복순도가 12,000원

우리는 거의 매일 같은 장소에서 43%의 일상 행동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대요. 정신없이 무의식 속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모여 제 삶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에 만나게 된 책, 습관의 말들입니다. 어떻게 하라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침서는 아니고, 스스로의 일상을 고민해 보기 좋은 책이랍니다. 나에 대해 집중해야 하는 책이니 쭉쭉 들이킬 수 있는 데일리 로제 와인과 함께하면 좋겠더라구요. 가성비가 좋은 샤또 라그루제 보르도 로제를 함께 마시는 것을 추천할게요. 향긋하고 푸르티하며 잔당감이 없어 기분을 금방 좋게 해준답니다. 상큼함을 이어줄 당근라페 샌드위치랑 잘 어울려요. 주류 전문샵 2만 원대

블랙과 실버 컬러의 모던한 인테리어와 차분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광교의 콜드프레임이에요. 탁 트인 넓은 통창으로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도 있죠. 광교 카페 거리의 다른 카페들에 비해 테이블 간격이 넓고 조용한 편이라 혼자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 분들이 많아요. 소금 커피와 디저트가 맛있기로 유명한데 진토닉과 하이볼 같은 알코올 메뉴도 있어 퇴근 후 가볍게 한잔하기에도 좋은 곳이에요. 📍경기 수원시

눈에 밟히는 것이 너무 많아 집에서는 도저히 무언가에 집중할 수 없을 때 음주가의 책방으로 향합니다. 입장 인원과 실내에서의 대화 제한, 노트북 사용 시 무소음 마우스를 권장하는 등의 규칙이 있어요. 덕분에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거든요. 어둑한 조도와 낮은 음악 소리는 마치 언젠가 꼭 꾸미리라 다짐했던 서재의 모습이에요. 근데 이제 맛있는 술을 파는! 레드·화이트 와인을 비롯해 이 계절에 특히 어울리는 포트, 마데이라를 잔으로 마실 수 있어요. 📍서울 관악구

용산 바노츠의 두 번째 공간, 낮 12시부터 운영되는 매거진 노츠입니다. 오후 3시쯤 방문했었는데, 대부분 1-2인의 손님들이 찾아오는 공간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적당히 조용해서 책 읽기 딱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후의 가을 햇살을 받으며 독서를 즐겨보시길 바라요. 커피, 위스키, 칵테일 등 음료 메뉴가 꽤 많고 베이글이나 치즈 플레이트 같은 간단한 음식도 판매해요. 📍서울 용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