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가장 바쁜 12월에 후원 요청 편지를 보내놓고 무척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후원 중단 요청이 가장 많은 때도 실은 12월과 1월입니다. 이런 바쁘고 어려운 시기에 긴 편지를 보내놓고 그 답을 기다린다는 것은 하루하루 마음을 태우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편지에서 말씀드린 일들이 이미 새로운 변화로 찾아오기 시작하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분들이 신규 후원과 증액으로 함께해 주시니, 이 모든 일들이 제게는 따뜻한 봄소식과 같았습니다. 이렇게 감사한 일들이 넘치니 저는 이미 봄기운 속에서 충만합니다. 무엇보다 ‘재정 규모에 맞게 사업을 유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사업을 펼치고 믿음을 발휘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이 틀리지 않았음을 좋은교사운동 후원자 분들이 보증해 주시는 것 같아 제 마음이 든든해졌습니다. 하나님께서 틀리지 않았다고 등 뒤에서 말씀해 주시는 것 같아 새로운 용기가 솟아났습니다. 든든한 용기가 되어 주시고,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주셔서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작년 한 해 제게 가장 어려웠던 말씀 한 구절을 나눕니다. 마가복음 6장 35절부터 이어지는 ‘오병이어’의 기적 부분입니다. 제자들은 날은 이미 저물고, 더구나 여기는 빈들이니 사람들을 흩어 제각기 먹을 것을 사 먹게 하자고 말합니다. 이들을 먹일 200 데나리온이 없다 말합니다. 이에 대해 예수님은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하십니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제 목에 걸려서 넘어가질 않았습니다.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로서, 아니 그 이전부터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며 이제껏 사느라고 살았는데 여기서 뭘 더 먹을 것을 주어야 하는 것인지 예수님의 음성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저도 제자들과 똑같이 200 데나리온이 제게는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제자들이 ‘이미’ 저물어 버린 날과 빈들에 집중했듯이 저는 ‘이미’ 했던 헌신에 기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백 명씩, 오십 명씩 떼를 지어 푸른 풀밭에 앉아 물고기와 빵을 먹는 무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 5천의 무리 중에 한 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에서 포도주와 빵으로 피와 살을 빗대어 말씀하셨던 것처럼 지금은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조각으로 성찬을 행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5천 명 중에 한 명으로 주님께서 살과 피를 나누는 현장에 있다는 마음이 찾아왔습니다. ‘그렇지, 내가 기독교사가 되고 이만큼 기독교사로 살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주님께서 내게 살과 피를 나눠 주셨기 때문이지. 오병이어 만찬에 나도 참여했으니 내게 있는 것으로 누군가에게 내 삶도 오병이어가 되어 주어야지.’ 하는 마음이 찾아왔습니다. 이 마음이 드니 비로소 목에 걸렸던 오병이어의 말씀이 쑥 내려갔습니다.
이후 몇 가지를 결심했습니다. 내가 먹여야 할 5천 명의 무리는 기초학력으로 고통받는 학생, 학교폭력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 교실 속 금쪽이 학생들이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초학력 전문교사제를 대선 공약으로 제안하자,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결 목소리를 끝까지 낸다, 교실 속 금쪽이 지도 솔루션을 담은 책을 내고 5천 권을 팔자, 한 권의 책이 한 명의 학생을 살릴 수 있다면 5천 권 책 파는 게 5천 명 먹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교육당국의 금쪽이 지원 정책이 현장과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 밝혀내자,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아직 5천 명을 먹이기에는 멀었지만, 그래도 이 다짐 후로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는 국정과제로 담기고 현재 시도별로 기초학력 전담교사 배치를 대폭 늘리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결도 서울과 인천교육청에서 관계 회복 모델 확대 시행에 나섰습니다. 금쪽이 지도 솔루션 책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1일부터 판매에 들어갔고, 정서행동 위기학생의 지원에 대해 교육당국의 정책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음을 지난 국정감사에서 소상히 밝혔습니다.
저는 이번 후원 요청의 과정과 그 결과를 보며 하나님께서 제 삶에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저처럼 작고 연약한 이를 사용하셔서 그분의 나라를 이뤄 가신다는 것이 제게는 늘 기적입니다. 저는 임기를 마칠 때까지 제게 있는 오병이어를 아낌없이 내놓을 것입니다. 내놓으면 내놓을수록 주님께서 계속 채워주시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제게 맡겨 주신 5천 명치의 사람과 일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제가 이 추운 겨울에 이미 임한 따뜻한 봄기운 느끼게 해 주신 선생님에 대한 책임이라 믿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 선생님과 오늘을 함께 걷고, 내일을 함께 열겠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2026년 2월 4일 함께 걷는 오늘, 함께 여는 내일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한성준 올림
추신) 아래에 1월 25일 기준 신규 후원과 증액에 참여하신 분들의 명단과 금액을 정리해 드리니 혹시 명단과 금액에 잘못이 있으면 알려 주세요. 바로잡겠습니다.
◎신규 후원자 명단 (혹 명단과 금액에 잘못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바로잡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