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해양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앨프리드 세이어 머핸) 한 주간 안녕하셨나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말을 전후해, 또 다시 “미국은 그린란드”가 필요하다고 외쳤는데요. 트럼프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 회담에서도 “미국이 그린란드를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발언은 지난주 그린란드 총선 직후 나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린란드 민주당은 30%를 얻어 최대 정당이 됐는데요. 새 정부는 덴마크로부터 점진적 독립을 준비할 예정입니다. 다만, 당대표인 옌스프레데릭 닐센은 “우리는 독립을 원할 뿐”이라고 트럼프의 제안을 일축했습니다. 하지만 그린란드 국민은 심정이 복잡합니다.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84%가 덴마크로부터 독립 (이 가운데 45%는 경제적 준비가 됐을 때만 독립), 6%가 미국 주로 편입을 선택했습니다. 트럼프는 임기를 시작하면서, 줄곧 한 반향 정책만 추진하고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GA)”입니다.
그리고 그 대표 정책 수단으로 관세 부과(캐나다 멕시코 중국)와 영토권 주장(캐나다 그린란드), 경제 제재 (쿠바, 파나마)를 하는 중입니다. 서서히 드러나는 트럼프의 MAGA 정책. 그리고 이런 큰 그림은 ‘북극해’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줄, 트럼프의 ‘빅피처’를 탐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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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닮고 싶은 대통령
- 북극길이 열린다
- 뉴 그레이트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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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매킨리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미국 제25대 대통령 초상화 (AI로 해상도 복원), 해외 확장을 주도한 제국주의적 인물임을 알려주는 정치적 만평
MAGA의 아버지
매킨리 A to Z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들 중에서도 특히 25대 대통령인 윌리엄 매킨리에 대한 애정을 공개적으로 자주 드러냈습니다. 그는 매킨리를 "관세를 통해 미국을 부유하게 만든 대통령"으로 평가하며,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았는데요. 트럼프의 MAGA 정책을 이해하려면, 매킨리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트럼프 첫 행정명령은 매킨리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한 ‘행정명령’에 서명합니다. 바로 알래스카주에 있는 6,190미터의 북미 최고봉, 데날리 산의 명칭을 ‘매킨리’로 바꾸는 명령에 서명한 것인데요. 데날리는 현지 원주민 언어로 “높다. 위대하다”라는 뜻입니다. 1917년부터 미국은 데날리 산을 ‘매킨리’로 불렸는데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산의 이름을 ‘매킨리’에서 ‘데날리’로 바꿨습니다. “원주민이 부른 이름으로 되돌리자!” 하지만, 다시 트럼프가 ‘데날리’를 ‘매킨리’로 돌려 놓은 것입니다. 트럼프는 매킨리에 대한 무한한 존경을 종종 엿보였습니다.
- “1890년대는 높은 관세 제도 덕분에 미국 역사상 가장 부유했다.” (2024년 9월 27일 미시간주 워렌에서 연설)
- “위대하지만 매우 과소평가 된 대통령인 윌리엄 매킨리의 말을 빌리자면, 공화당의 보호무역주의 관세 정책은 우리 국민의 삶을 더 윤택하고 밝게 만들었다.” (2024년 9월 5일 뉴욕경제클럽 연설)
보호무역과 정치적 성장
윌리엄 매킨리는 1843년 오하이오주 닐스에서 태어난 정치인입니다. 철강 사업을 하던 아버지 덕분에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장티푸스에 걸려 앨러게니대를 중퇴해야 했습니다. 이후 우체국 직원과 공립학교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는데요. 그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눈을 뜬 계기는 1861년 남북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세 나이로 민병대에 입대해 앤티텀 전투(2만3천명이 사상한 최대 전투)에서 공을 세워 소위로 승진합니다.
이후 러더퍼드 헤이스(훗날 19대 대통령) 대령의 부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정치적 토대를 다비니다. 23세에 무려 소령까지 승진! 전쟁 후에는 뉴욕 올버니의 로스쿨을 다니며 법학을 공부했고, 1867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오하이오주 변호사 이력을 발판으로 공화당에 입당하게 됩니다. 1876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이후 12년간 6선 의원으로 활동!
매킨리 관세법과 보호무역
매킨리가 미국 정가에서 주목받은 해는 1890년입니다. 그는 산업을 보호하려면 관세 인상이 필수적이라고 믿었습니다.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을 50%까지 끌어올려, 외국 상품의 경쟁력을 낮추고, 미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목적! 해당 법은 통과됐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물가 상승과 경제 불황을 초래했습니다. 오히려 소비자와 농민들의 반발이 커졌고, 그 후폭풍에 189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대패합니다. 매킨리 역시 1892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낙선했습니다. (1900년 연방 지출에서 관세는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현재는 그 비중이 1.9%에 불과합니다. 즉, 트럼프 관세 정책 효과 얼마나 있을지는…)
하지만 그는 지역 유권자의 마음을 다시 사로 잡고 오하이오 주지사에 도전해 당선! 이후 두 차례 연임한 뒤 대선에 뛰어듭니다. 1896년 대선은 공화당의 매킨리와 민주당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간 대결로 치뤄집니다. 1893년 대공황 직후인데요. 당시에는 보호무역이냐 자유무역이냐가 가장 큰 선거 쟁점이었습니다.
1896년 대선과 경제 정책
매킨리는 보호무역과 금본위제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반대로 제닝스는 “금본위제는 월가 금융가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습니다. (당시 은행들은 엄청난 금 자산을 보유했고, 노동자와 농민은 대출이 손쉬운 은본위제를 선호했습니다.) 제닝스의 부유층 공격에 J.P. 모건, 앤드루 카네기, 존 록펠러 같은 자이언트 자본가들이 매킨리 편에 섰고, 그 결과 매킨리는 선거인단 271 대 176으로 압승을 거두고 대통령에 당선!
당선 이후 매킨리는 높은 관세 장벽을 구축하며 보호무역을 강화하면서도, 상호주의 원칙을 강조해 영국·프랑스·아르헨티나 등과 상호관세도 맺습니다.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란 무역을 하는 국가끼리 서로 같거나 비슷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입니다.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4월2일부터 부과 하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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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배타적 경제수역(EEZ)은 연안국이 자국 해안으로부터 200해리(370.4 km)까지 해양 자원을 개발, 보존, 관리할 수 있는 권리가 미치는 수역이다.
“메인호를 기억하라!”
매킨리가 남긴 말이 있습니다. "미국 국기는 단순히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도주의적 목적을 위해 휘날린다." 그렇습니다. 그는 정의(?)를 주장한 제국주의자였습니다. 당시 미국 동남부 밖에 있는 쿠바는 독립전쟁이 한창이었습니다. 미국은 중립 정책을 표방했지만, 서서히 쿠바 독립을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립니다.
그러던 1898년 2월 15일, 미국 전함 메인호(U.S.S. Maine) 폭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미국이 자국민 보호를 명목으로 전함 메인호를 쿠바 아바나항구에 정박시켰는데, 갑작스러운 폭발로 승무원 261명이 사망한 것입니다. 스페인은 부랴부랴 “함께 조사하자”고 제시했지만, 미국은 빠른 속도로 나 홀로 조사를 벌이고 그 결과를 공표합니다. “외부 공격(기뢰 폭발)이 원인이다!” 곧 바로 이런 구호가 쏟아졌습니다.
- "Remember the Maine! To Hell with Spain! (메인호를 기억하라! 스페인을 박살내자!)
소풍 같은 전쟁
1898년 4월 25일 미국은 공식적으로 스페인과 전쟁을 선포! 양국은 전면전에 돌입합니다. 너무나 쉽게 이겼다고 해서 ‘소풍 전쟁’이라는 별칭마저 붙었습니다. 전쟁은 두 곳에서 벌어졌고 그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카리브해 전선 (쿠바·푸에르토리코)
- 관타나모만 점령 (6월 6일): 미 해군이 관타나모만에 상륙, 요새를 점령
- 산티아고 전투 (7월 1일): 미 육군이 쿠바 산티아고 데 쿠바 인근에서 승리
- 푸에르토리코 상륙 (7월 25일): 푸에르토리코의 과니카에 상륙 섬을 점령
태평양 전선 (필리핀·괌)
- 마닐라만 해전 (5월 1일): 미국 동양 함대가 필리핀 마닐라만에서 스페인 함대 격파
- 괌 점령 (6월 20일): 미해군이 괌에 상륙, 저항 없이 섬을 점령
미국의 부흥과 매킨리의 죽음
1898년 12월 10일 스페인은 파리 조약(Treaty of Paris)에 서명하고 미국에 필리핀, 괌, 푸에르토리코를 할양했습니다. 쿠바는 공식적으로 독립했지만, 사실상 미국의 보호국에 편입됩니다. 급진적 팽창 정책은 내부에서도 반발을 불러 일으킵니다. 매킨리는 1901년 9월 뉴욕 버팔로에서 열린 범미국산업박람회에 참석했다가 폴란드계 미국인 아나키스트 리언 촐고시의 총을 맞고 사망합니다. 암살 이후 부통령이었던 테오도어 루스벨트가 대통령직을 승계했는데, 미국이 본격적인 세계 강국으로 도약한 것은 이 무렵입니다.
🔎크게보기
네 그렇습니다.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ke America Great Again)'는 슬로건을 자세히 뜯어보면, 그가 얼마나 매킨리의 정책을 표방하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1️⃣보호무역주의
트럼프 역시 캐나다·멕시코·중국 등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라는 같은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전쟁, USMCA(NAFTA 대체 협정) 흔들기, 철강·알루미늄 관세 등. 유사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2️⃣미국 노동자 보호
매킨리는 미국내 일자리 창출과 산업 보호를 강조했는데요. 트럼프 역시 "미국 노동자를 위한 경제 정책(American Worker First)"을 내세운 상태입니다. 해외 시장 보다는 국내 제조업, 국내 노동자 우선 보호를 천명했습니다.
3️⃣강대한 미국
매킨리는 1898년 미국 스페인 전쟁으로 미국을 일약 강대국 반열에 올려 놓았는데요. 현재 미국은 초강대국인데, 또 무슨… 하지만 트럼프가 간절히 원하는 지역은 따로 있습니다. (유럽은 NATO가 알아서 하게 하고, 동북아는 중국의 확장을 막는 것만 미국이 하고, 지역 안보는 한국과 일본이 알아서 하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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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좌초: 2021년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된 '에버기븐(Ever Given)'호. 해당 사고로 글로벌 해상 물류가 일시적으로 마비됐다. (아래) 전략적 해협: 전 세계 컨테이너 무역량의 5% 통과를 담당하는 파나마운하, 12%를 담당하는 수에즈 운하, 글로벌 석유 수송의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 아시아 무역의 30%가 통과하는 말라카해협
북극의 바닷길
2030년 열린다
트럼프가 영토 야욕을 보인 국가는 몇개 있습니다. 우선 그린란드입니다. 트럼프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획득할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주장했습니다. 때때로 덴마크한테 그린란드를 구매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이 뿐아닙니다.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몇몇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무역 협상 전술의 일환이 아닐까?” 하지만 그의 생각은 매킨리와 일치하지 않을까 합니다.
북극에 여름이 오고있다
오늘날 북극은 심각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1971년부터 2019년까지 북극 지역의 평균 기온은 3°C 이상 상승했는데요. 같은 기간 세계 평균 기온 상승 폭의 약 3배입니다. 다른 지역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온이 상승하는 현상을 가리켜 '북극 증폭(Arctic amplification)’이라고 합니다. 얼음이 녹는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태양열을 반사하는 영역이 사라진다는 뜻인데요. 여기에 더해 얼음 속 산업 폐기물까지 드러나면서 그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는 것이 바로 북극 증폭입니다.
국제 전문 칼럼니스트인 팀 마샬이 저술한 ‘지리의 힘(사이)’에 따르면, 얼음이 녹고 툰드라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두 가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먼저 해수면의 상승입니다. 2050년까지 전망을 살펴보면, 현재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지속될 경우, 그린란드 빙상(땅위 얼음)과 다른 빙하(민물 얼음)가 융해되면서 해수면이 약 0.3~0.6미터 상승할 전망입니다. 물론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뜻해진 툰드라 지역에서는 농작물 생산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희망봉과 수에즈의 대안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관심은 북극 항로에 쏠려 있습니다. 북극 항로를 활용할 경우 유럽에서 동북아시아로 오갈 때 걸리는 시간이 적어도 일주일은 단축될 전망입니다. 몇몇 실험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캐나다 벌크선사 페드나브가 시도한 누나빅호(Nunavik)호입니다. 2014년 쇄빙선 호위를 받지 않은 화물선이 처음으로 단독 운항에 성공한 것인데요. 당시 2만3천 톤의 니켈을 싣고 캐나다에서 중국으로 갔는데, 무려 40%의 운항 시간 단축에 성공했습니다.
오늘날 동북아의 해상 무역 길은 크게 두개입니다.
- 🚢 희망봉 경로: 동북아 → 남중국해 → 말라카 해협 → 인도양 →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 대서양 → 유럽 (약 2만4천km, 45~55일 소요)
- 🚢 수에즈 운하 경로(SCR): 동북아 → 남중국해 → 말라카 해협 → 인도양 → 홍해 → 수에즈 운하 → 지중해 → 유럽 (약 2만km, 30~40일 소요)
수에즈 운하가 가장 빠르지만 싣는 배의 크기가 제한됩니다. 수심(약 24m)과 폭(최대 205m)에 맞춰야 합니다. 또 통행료도 내야합니다. 이집트는 통행료로 연 10조원에 가까운 수입을 올립니다. 희망봉을 돌면 되지만, 연료비는 더욱 늘어납니다. 하지만, 북극항로가 개척되면 물류 혁명이 가능합니다. 북극 항로는 운송시간을 40% 단축 시켜줄 뿐 아니라 수심이 깊어 초대형 선박마저 이용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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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주요 해상 운송 루트 지도: 캐나다 북극 군도를 통과하는 북서항로(녹색선), 아시아북미유럽을 연결하는 북방항로(빨간선), 북극해 중심부를 통과하는 가장 짧은 경로인 극지방 항로(파란선) [출처 Arctic Journal]
세가지 북극 항로가 열린다
전문가들은 이런 바닷길이 이르면 2030년 열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참고로 두꺼운 얼음을 깨면서 운항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배를 빙해선박 Ice-class ship이라고 하고, 그렇지 않은 일반 선박을 비빙해선박이라고 합니다. 3m 이상 두꺼운 얼음을 부수며 항로 개척을 하는 선박은 쇄빙선 Icebreaker 이라고 합니다.) 이런 북극항로에도 길이 있습니다.
1️⃣❄️북방 항로 (NSR: Northern Sea Route)
러시아 시베리아 연안을 따라 이어지는 해상 경로인데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최단 거리 항로입니다. 북극해 연안의 해빙이 가장 빠르게 감소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기대감이 큽니다. 현재 중국 국영 해운사 COSCO나 머스크(Maersk) 등이 실험적으로 운항 시도에 나선 상태입니다.
- 2023년: 빙해선박 5~6개월간 활용 가능
- 2030년: 비빙해선박도 여름철 운항 가능
- 2040년: 빙해선박 연중 운항 가능성
2️⃣❄️북서 항로 (NWP: Northwest Passage)
캐나다 북극 군도를 통과하는 항로입니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경로인데요. 캐나다 군도의 해빙 감소 속도가 러시아 북극해보다 느려서 개방 예상 시점이 훨씬 뒤일 것으로 보입니다.
- 2023년: 빙해선박 여름철 극히 제한적 운항
- 2050년: 일반 선박 3~5개월 정도 운항 가능
- 2070년: 운항 기간 연중 5개월 이상으로 확대
3️⃣❄️극지방 항로 (Transpolar Sea Route)
극지항로는 북극해 중심부를 통과하는 가장 직선적인 경로입니다. 북극점을 지나가야한다는 점에서 최단 루트로 불립니다. (뒤집어 말하면 북극의 얼음이 거의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 2023년: 개방 불가능
- 2030년: 일부 빙해선박만 제한적 운항 가능
- 2050년: 일정 기간 항해 가능 전망
- 2070년: 매년 3개월 이상 개방 가능성
자원의 보고 북극
북극 중심부는 여전히 두꺼운 얼음이 있고, 항구, 연료 보급지, 구난 지원 시설이 없어 사고시 큰 위험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에는 연구용 쇄빙선이나 군사용 탐사선이 주로 활동할 것으로 보이는 지역입니다. 얼음이 녹아내린 북극은 주요 에너지 자원의 보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지질조사국은 북극 지방에 천연가스는 약 1669조 입방피트, 천연 액화가스는 440억 배럴, 원유는 900억 배럴이 매장돼 있을 걸로 평가했습니다.
천연가스는 전 세계 미개발 천연가스의 약 30%에 해당하는 규모 이고요. 원유는 사우디아라비아 전체 원유 매장량(약 2670억 배럴)의 30~35%에 해당합니다. 또 희귀금속 매장량은 파악조차 안되고 있습니다. 금은 알래스카, 캐나다 유콘 준주,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확인이 됐고요.
캐나다와 그린란드 일부 지역에서는 아연과 구리 매장이 확인된 상태입니다. 또 이미 러시아 노릴스크 광은 세계 최대 니켈·팔라듐 생산지 중 하나입니다. 러시아는 티타늄, 우라늄, 희토류 채굴을 위한 탐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 원자재는 정보기술(IT) 제품이나 전기차를 위해 필수적인 원자재이기 때문에, 각국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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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북극 과학 협력 협정 지도: 미국 국무부가 2019년 제작. 붉은 선은 협정에서 정의된 과학 연구 협력 지역의 경계, 파란 점선은 북극권(약 66.5°N).
뉴 그레이트 게임
대륙에서 해양으로
북극항로가 열리려고 하자, 많은 국가들이 배타적 경제수역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점유율을 놓고보면, 러시아가 약 40.6%로 가장 넓은 해역을 차지하고 있고, 그다음으로 캐나다(27.4%), 덴마크(그린란드 포함, 18.9%), 미국(알래스카, 10.4%), 노르웨이(2.8%) 순입니다. 연안국이 자국 해안으로부터 200해리(370.4 km)까지의 해양 자원을 개발, 보존, 관리할 수 있는 권리가 미치는 수역이 배타적 경제수역입니다. 북극은 크게 두개의 이해관계 그룹이 있습니다.
북극이사회 VS 연안5개국
-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캐나다, 미국, 러시아가 포함된 8개국 다자간 협의체.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개발을 중심으로 북극 관련 정책을 논의합니다.
- ❄️북극연안 5개국(Arctic Five): 북극해에 직접 해안선을 접한 5개국인 캐나다, 미국, 덴마크(그린란드), 노르웨이, 러시아가 해양 관할권과 자원 개발을 중심으로 협력하며, 배타적 경제수역(EEZ) 문제를 다룹니다.
북극이사회에는 보다 많은 국가들이 옵저버로 뛰어들었습니다. 북극항로와 에너지 개발 협력에 관심 많은 한국, 북극에 대한 과학적 탐사를 지원하는 일본과 인도, 현대식 쇄빙선을 보유하고 노르웨이 섬에 과학기지를 설치한 중국이 뛰어든 상태입니다. 옵저버 국가만 13개국입니다.
러시아는 이에 더욱 영토 욕심을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러시아는 2007년 2인조 잠수정을 북극 해저 4,261미터 아래까지 내려보냈는데요. 티타늄으로 제작한 러시아 국기를 해저 밑바닥에 꽂았습니다. 또 북극해 이름을 러시아해로 바꿨습니다. (마치 트럼프가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바꿨듯 말이죠.)
북극해에 관심이 없었다
미국의 관심은 그동안 온통 중국과 태평양에 쏠려 있었습니다. 북극 빙하가 녹지도 않은데다, 중국이 부상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반면 부동항이 부족한 러시아는 일찌감치 이 곳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쇄빙선 숫자만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쇄빙선은 북극과 남극 같은 극한 환경에서 얼음을 깨며 항로를 개척하는 특수 선박인데요. 일반 선박보다 강판이 2~3배 두껍고 영하 40~50°C에서도 안정적인 운항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1척당 건조 비용이 10억달러 이상 들어갑니다. 러시아는 총 쇄빙선 41대로 이루어진 세계 최대의 쇄빙 함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이가운데 6척은 핵추진 쇄빙선입니다. 반면 미국은 고작 3척에 불과합니다.
충격을 받은 트럼프
그런 트럼프가 북극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기 재임 시절때 입니다. 북극 문제는 미국 정부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었으나, 국가안보회의(NSC)의 더그 피어스 제독이 “북극에서 러시아·중국의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2019년 "그린란드를 사겠다"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며 북극 전략을 공식화했고, 그후 미국은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 영사관을 열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까요. 푸틴이 북방항로를 개척하는 중이라면, 트럼프는 향후 북서항로를 손에 쥐려고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마치 19세기 영국과 러시아의 패권 경쟁인 그레이트 게임(The Great Game)을 닮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영국과 러시아는 19세기 들어 중앙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지구적 경쟁을 벌였습니다.
그레이트 게임
영국은 당시 인도를 식민지로 지배하고 있었는데 러시아가 중앙아시아로 세력을 확장해 오자 인도까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러시아 남하를 막는 정책을 펼친 것이 바로 그레이트 게임입니다.
- 1839~1842년 (제1차 아프가니스탄 전쟁): 영국이 러시아의 남하를 견제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으나, 참패를 당하고 철수.
- 1865년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정복):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등 중앙아시아 지역을 점령하며 세력을 확장.
- 1878~1880년 (제2차 아프가니스탄 전쟁): 영국이 다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 영국의 보호국으로 편입 (1887년 영국 거문도 점령)
- 1902년 (영일동맹): 일본은 조선, 영국은 중국에서 이익을 서로 인정한 동맹
- 1904~1905년 (러일전쟁): 동맹을 믿은 일본이 러시아와 전쟁. 영국 역시 일본에 막대한 차관을 저리로 지원
- 1907년 영국-러시아 협정: 독일이 유럽에서 급부상하면서 영국과 러시아가 대립을 멈추고 협력. 페르시아를 영국과 러시아가 각각 분할 통치. '그레이트 게임' 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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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코텔니섬 북부 군사 기지에서 특수 군용 트럭과 함께 있는 러시아 장교와 병사 (게티이미지) (아래) 북극해 연안에 선 트럼프 (AI로 그린 상상도)
가장 발 빠른 러시아
현재 북극해에 가장 깊숙이 발을 들여다 놓은 곳은 러시아입니다. 러시아는 2007년 북극 전략을 선언한 이래, 옛 소련 시절 폐쇄한 50개의 군사기지를 다시 복원시켰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북극해 항로(NSR)에 대한 영유권입니다. 러시아는 NSR 관리 권한을 국영 원자력 기업인 로사톰에 이양, 외국 군함이 NSR을 통과할 경우 45일 전에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습니다.
군사력도 압도적입니다. 13개 공군기지, 10개 레이더 기지, 20개 국경 초소, 10개 긴급 구조 기지를 신설하거나 보강했습니다. 특히 북방함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일부 쇄빙선에는 최대사거리 2500km에 달하는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과 전자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북극해 연안을 따라 10만명의 러시아군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만6000개 섬을 가진 캐나다
캐나다 동북부에는 방대한 섬이 있습니다. 3만6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뤄져, 북극 군도라고 하는데요. 캐나다는 6척의 북극 연안 순찰선, MQ-9B 드론, P-8A 항공기, F-35A 전투기 등을 도입할 예정이고, 최대 12척의 재래식 잠수함을 구매할 계획입니다. 아직 러시아군에 비해 열세입니다. 때문에 군사작전에 종종 NATO군을 초대하고 있습니다.
알래스카를 두고 있는 미국 역시 북극 전략을 서둘러 재편하고 있습니다. 2013년 북극 지역 국가 전략을 수립했고, 2024년에는 국방부가 북극 전략(DoD Arctic Strategy)을 설정했습니다. 알래스카와 북극 지역에서 군사 작전 수행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감시나 정찰 능력, 혹한 지역에서 작전을 펼칠수 있도록 훈련을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알래스카 개발, 영유권 주장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알래스카 개발을 서두르고, 캐나다와는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 그린란드에 대해서는 끝없이 협박과 구애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미국과 캐나다는 줄곧 캐나다 북부에 있는 북서항로를 두고 ‘캐나다의 내해’냐 아니면 ‘국제해협’이냐를 놓고 씨름을 벌였습니다. 1988년 미국과 캐나다는 북극 협력을 맺고, 미국의 연구용 얼음 파쇄선이 북서항로를 통과할 때 캐나다 정부의 동의를 얻는데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북극 바다의 정체를 놓고는 해석이 다릅니다. 앞서 마이크 폼페오 전 미국 국무장관은 캐나다의 북서항로 주권 발언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몬트리올 행정대의 스테판 루셀 정치학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극 주권 문제를 다시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캐나다를 '내 땅'이라고 한 이유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소셜미디어에서 “캐나다가 우리의 소중한 51번째 주가 되는 것이 유일하게 말이 되는 해법”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모든 관세와 기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한 것 역시 미치광이식 발언이 아닙니다. 그는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면 세금이 크게 줄어들고 군사적 측면에서도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앞으로도 통행권을 보장하지 않는한 캐나다 흔들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더 노골적인 욕심, 그린란드
뉴욕에서 북동부로 약 3,018km 떨어진 그린란드에 대해선 더 노골적일 수 있습니다. 지난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과 한 대화를 복기하면 이렇습니다.
- 👱♂️트럼프: "나는 그것(그린란드의 미국 소유)이 현실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국제 안보를 위해 우리는 그린란드가 필요하다. 뤼터 사무총장이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
- 👨🦳뤼터 사무총장: “NATO를 이 논쟁에 끌어들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의 북극 개입을 고려할 때, 그린란드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 🧑🦱라스무스 야를로프, 덴마크 국방위원회 위원장: "우리는 NATO 사무총장이 트럼프와 함께 그린란드에 대해 농담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것은 NATO 국가 간 전쟁을 의미할 것이다." (덴마크는 1953년부터 그린란드를 소유)
-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 “이제 충분하다(Enough is enough). 그린란드 주요 정당 지도자들을 소집해 트럼프에 대한 거부 입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하겠다”
에게데 총리는 3월 12일 치러진 그린란드 총선에서 패배하면서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린란드 총선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 👱♂️트럼프: “우리를 위한 좋은 선거였다(A good election for us). 당선자인 민주당의 옌스-프레데릭 닐센은 아주 훌륭한 사람이다”
- 🧑🦳옌스-프레데릭 닐센, 그린란드 민주당 당선자: “그린란드는 매각 대상이 아니다. 트럼프의 발언은 부적절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더욱 단결해야 한다. ” (그린란드 민주당은 경제 성장과 독립을 위한 친기업적 정책 추진하고 있고, 광물 자원 채굴 금지 해제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잃을 것은...???
덴마크와 그린란드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 가능성 언급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향후 미국 덴마크, 미국 그린란드간 긴장감이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경제가 어려운 그린란드 내부의 민심은 동요될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이 잃을 것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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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를 가리켜 아시아 태평양의 시대라고 합니다. 영국 경제경영연구센터(CEBR)는 2024년 세계 GDP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35%지만, 2039년에는 45~50%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초강대국 미국한테도 중요한 변화입니다. 유럽에 대한 이해관계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반해, 아시아에 대한 이해관계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태평양 항로를 대신할 북극항로는 전략적 자산입니다. 북극해 연안국의 점유율만 따져보면 러시아 40%, 캐나다 30%, 그린란드 20%, 미국 10% 순인데요. 트럼프가 캐나다와 그린란드를 흔들어 대는 이유 역시 이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그럴리 없겠지만) 캐나다와 그린란드를 편입하면 60%(미국) VS 40%(러시아)가 됩니다.
우리는 이런 뉴 그레이트 게임의 시대에 어떤 대비를 해야할까요. 미국의 군사 전략에 지대한 영향을 준 해군제독인 앨프레드 세이어 마한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해양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Whoever controls the sea, controls the world.)
21세기의 패권 경쟁은 단순히 전통적인 해양 패권을 넘어, 이제 북극해로 그 무대가 옮겨 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동북아시아와 태평양을 중심으로 움직였던 우리의 시야를, 이제는 보다 북쪽으로 넓혀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사적 변화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그리고 어떻게 준비할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전 다음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모든 독자님의 힘찬 하루를 응원합니다.
진심을 다합니다
이상덕 드림
P.S. 오늘의 참고 문헌
- 지리의 힘(팀 마샬 지음, 사이 펴냄)
- 윌리엄 매킨리(백악관)
- 트럼프 대통령의 오해(KITA)
- Arctic Report(NOAA)
- 러시아 해군의 쇄빙선 함대(KIMS)
- 아이스커튼(CSIS)
- 부상한 긴장과 달라진 전략(Arctic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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