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부주의 #작품훼손 #안전한관람
[Vol. 1] 2023/03/06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Oh, I'm sorry 작품은 없어요, 지불은 저쪽

  뮤지엄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고 귀중한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에요. 값을 매길 수 없는 걸작에서부터 설치 미술에 이르기까지, 뮤지엄은 예술품을 보존하고 대중과 공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다른 공공장소와 마찬가지로, 항상 사고나 손상의 위험에 노출되어있고 때에 따라 관람객의 부주의로 작품이 훼손되어 예술 작품의 손실과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기도 하죠.

최소 100조각 이상으로 깨져버린 제프 쿤스의 <풍선개> ©Bel-Air Fine Art-Contemporary Art Galleries

*이미지를 클릭하면 사건 발생 후 현장 영상을 볼 수 있어요

  지난 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트 윈우드(Art Wynwood)’ 아트페어 VIP프리뷰 행사에서도 한 관람객 때문에 제프 쿤스(Jeff Koons)의 <풍선개(Balloon Dog)>가 와장창! 깨지는 일이 발생했어요. 이 관람객은 작품이 진짜 풍선인지 두드려보다 깨뜨린 거라고 하는데요, 관람자의 호기심 하나로 약 5천만 원 가치에 달하는 작품이 한순간에 산산조각나다니😱 이 사건을 보고 난 님은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오늘 레터에서는 제프 쿤스 사례와 같이 관람객의 부주의함으로 뮤지엄 작품이 훼손된 사건・사고들을 이야기해볼까 해요.

🚨어린이 보호구역

박대성 화백의 작품 <김생 임서>에 올라가 뒹구는 어린이 관람객 ©경주엑스포대공원 솔거미술관

*이미지를 클릭하면 사건 당시 영상을 볼 수 있어요

  2021년 3월, 박대성 화백의 특별기획전 ≪서화, 조응하다≫가 열리고 있던 경주 솔거미술관에 한 어린이 관람객이 들어왔는데요, 이 어린이 관람객이 박 화백 작품에 신발을 신은 채 올라가 걸어 다니기도, 눕고 뒹굴고 무릎으로 문지르며 다니는 일이 벌어졌어요. 이로인해 1억 원에 달하는 작품 <김생 임서>의 일부 글자가 뭉개지고 훼손되었는데요, 함께 온 아버지는 이를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아이의 모습을 사진 찍어 주었어요. 작품이 훼손된 사실을 알게 된 미술관 측은 CCTV를 통해 이 부모를 찾아 항의했고, 아버지는 “작품을 만지면 안 되는지 몰랐다. 죄송하다.”고 여러 차례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해요.

훼손된 박대성 화백 작품 ©경주엑스포대공원 솔거미술관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박 화백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아이가 악의 없이 한 행동인 만큼 선처해달라며 “아무 문제도 삼지 말라”고 했어요. 박 화백은 어린 시절 친척 집 제사에 갔다가 비장 쓰려고 오려놓은 종이에 병풍 그림을 흉내 내 그린 적이 있는데, 이를 본 친척 어른은 아무런 타박도 안 하고 ‘그림에 소질이 있다’고만 했다고 해요. 그 말 한마디가 본인을 화가로 이끌었다는 일화를 이야기하며, “애들이 뭘 압니까, 어른이 조심해야지. (문제로 삼으면) 아이도 위축될 테고 아이가 미술관에서 가져가는 기억이 그래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비쳤어요. 박 화백은 훼손된 작품 또한 복원하지 않고 그대로 전시하기를 원했어요. 이렇게 생긴 작품의 훼손 자국조차 하나의 역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아이가 넘어지면서 찢은 파올로 포르포라 <꽃> ©TST Art of Discovery Co

  아이들의 부주의로 작품이 훼손되는 사건은 해외에도 많이 있어요. 대만에서는 작품을 더 가까이 보고 싶다며 다가갔다가 발을 헛디뎌 파올로 포르포라(Paolo Porpora)의 <꽃(Flowers)>을 손으로 짚어 그림에 큰 구멍을 낸 일화도 있어요. 다행히도 작품 수리비는 보험으로 처리가 되었고 아이는 처벌 대신 하루 동안 뮤지엄 봉사를 했다고 해요. 하지만 아이의 실수란 이유로 용서가 된다고 관람 예절을 무시해서는 안 돼요. 사고를 예방하고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뮤지엄은 어린 관람객에 대해 보다 더 세심한 감독이 필요하고, 부모 또한 아이들을 관리하고 그들에게 작품을 감상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해요.

🎬인생샷 찍다 머그샷 찍을 뻔한 썰 푼다

©BTS(방탄소년단) 'Butter' Official MV

  혹시 먼뮤 콘텐츠에서 ‘A Museum is 인생 사진관’ 이야기를 다뤘었던 거 기억나시나요? 휴대전화의 발전과 SNS 활성화는 뮤지엄이 사색과 감상의 ‘관람 중심’에서 SNS에 뮤지엄에서 찍은 인생샷 또는 인증샷을 남겨야 하는 ‘기록 중심’의 분위기로의 변화를 가져왔어요. 작품을 단순히 눈에만 담는 것이 아닌, 카메라에 담고,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서 사진도 찍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 때문에 뮤지엄에서 빈번히 사고가 나곤 해요. 도대체 어떻게 사진을 찍길래 사고가 나는 걸까요?

쿠사마 야요이 <호박에 대한 나의 영원한 사랑> ©Tyrone Turner for The New York Times

  여러분 위 사진의 작가를 안다! 손🙌🏻️ 바로 최근 루이비통과 협업하며 더욱 모르는 사람이 없어진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죠. 2017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허쉬혼 뮤지엄(Hirshhorn Museum)에서 열린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 거울(Infinity Mirrors)≫ 전시 중 <호박에 대한 나의 영원한 사랑(All the Eternal Love I Have for the Pumpkins)> 작품 하나가 깨져버렸어요. 한 관람객이 작품 가까이에서 셀카를 찍으려다 넘어져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요. 결국 전시회는 바로 중단되었고 쿠사마 야요이 측에서 깨진 호박을 대체할 다른 호박을 뮤지엄에 보낼 때까지 3일간 전시관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어요.

  뮤지엄 관계자에 따르면 관람객(한 번에 1~4명 권장)은 이 방에서 30초 동안 머물 수 있는데요, 문을 닫고 들어가기 때문에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었고 별다른 보안도 없어 예방할 수 없었다고 해요. 하지만 이후에 유사한 사고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경비를 강화할 것이라 했어요.

  사건 이전에 전시된 작품과 비슷한 호박 컬렉션이 약 9억 원에 팔렸는데요, 같은 작품도 아니고 부서진 작품을 돈으로 가치를 매기기는 어렵지만 인생에 남을 인증샷 찍다 약 9억 원의 가치를 가진 작품을 우리 모두가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거죠.

사진찍기 위해 <비너스로 분장한 파올리나 보르게세> 조각상에 앉아 포즈를 취하는 관람객 ©Museo Gypsotheca Antonio Canova

*이미지를 클릭하면 사건 당시 영상을 볼 수 있어요

  2020년 7월, 이탈리아 안토니오 카노바 뮤지엄(Museo Gypsotheca Antonio Canova)에서 <비너스로 분장한 파올리나 보르게세(Paolina Borghese Bonaparte as Venus Victrix)> 조각상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는데요, 오스트리아 관광객 50대 남성은 사진을 찍기 위해 이 조각상에 앉아 자세를 취하다 발가락 부분을 파손시켰어요.

발가락 부분이 손상된 <비너스로 분장한 파올리나 보르게세> 조각상 ©ANSA Italy

  이 남성은 본인이 작품을 파손한 사실을 알아챘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오히려 떨어져 나간 발가락을 제자리로 옮기는 모습이 CCTV에 그대로 담겼어요. 나중에 사건을 인지한 뮤지엄은 경찰에 신고했고, 방역 지침에 따라 모든 관람객의 방문 기록을 남긴 덕분에 신원이 금방 확인되었다고 해요. 뮤지엄 측은 문화재 파괴 행위를 철저히 규명하길 바란다며 범인이 처벌받지 않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게 허용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경찰과 사법당국에 요청했는데요, 이탈리아 경찰의 연락을 받은 남성의 아내는 울음을 터뜨렸고, 문제의 남성 역시 사죄의 서한을 보냈다고 해요. 결국 뮤지엄은 용서할 의사를 비쳤지만, 복구 비용은 지불할 것을 제안했고 남성 또한 책임 의사를 표했어요.

  복구 비용만 지불한다면 이 남성의 죄는 없는 걸까요? BEEP❌아니요! 이와는 별개로 문화유산 파손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는 진행되었답니다. 당시 이탈리아 의회에 계류된 ‘문화재 훼손 처벌 강화 법안’이 통과되었다면 이 남성은 최대 8년의 징역형 또는 최대 10만 유로(약 1억 4천만 원)의 벌금형에 처했을 텐데요, 제목 그대로 인증샷 찍다 머그샷까지 찍는 상황을 마주한 것이죠.

✨비하인드 스토리
  결국 이 남성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공식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어요. 그리고 이 조각상은 복원 과정을 거쳐 2년 후인 2022년 5월, 전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복귀 신고식인 걸까요? 돌아오자마자 친구들과 관람하던 우크라이나 소년이 손가락을 잘못 건드려 부러졌다고 해요. 다행히도 그 부분은 이미 1차 세계대전 때 손상되어 복원 과정을 거쳤던 부분이라 나사 시스템으로 되어있어 금방 복원했다고 합니다. 뮤지엄은 이런 사고들은 지금까지의 일로 충분하기 때문에 다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이래요😂

  사실 뮤지엄은 이와 같은 사고들을 막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관람객이 손쉽게 촬영할 수 있는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어 사건의 경우의 수를 다 막을 수 없어요. 뮤지엄에 가면 ‘이 작품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싶어 사진으로 남기고 싶고, 좋아하는 작품 앞에서 사진 찍고 싶고, 관람 인증샷도 남기고 싶은 마음! 다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촬영에 대한 욕구 보단 작품의 안전과 보존을 우선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잊어선 안돼요!

🤨절대적 뮤지엄 룰을 지켜

  님, 혹시 오늘 레터를 읽으면서 우리가 뮤지엄을 방문할 때 가져야 할 책임감 있는 행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진 않았나요? 관람객의 부주의로 인해 뮤지엄 작품이 훼손되는 사례는 관람객과 뮤지엄 모두가 이 귀중하고 가치 있는 작품 보호에 책임을 져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요. 그래야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이 작품들을 다음 세대에도 즐길 수 있도록 해줄 수 있으니까요.

  뮤지엄은 보다 더 명확한 표지판을 세워두기, 손상에 취약하거나 가치 있는 작품 주위에는 특별한 보호장치 설치하기 등과 같은 예방 조치를 시행해야 해요. 또한 관람객에게 뮤지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람 예절과 규칙 교육도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관람객인 우리도 작품 보호에 대한 책임감을 잊지 않고 그 지침에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 잊지 말자고요. 님, 이 레터를 읽은 만큼! (물론 우리 먼뮤 관람객은 절대 그러지 않겠지만) 앞으로 더 안전한 관람 함께 실천해요🙂

REFERENCES
Christine Hauser(2017.02.28.), Kusama Infinity Room Reopens at Hirshhorn Exhibition After Sculpture Damage, The New York Times, https://www.nytimes.com/2017/02/28/arts/design/hirshhorn-museum-sculpture-damaged.html
Ilenia Litturi(2022.05.14.), Treviso, uno scolaro rompe le dita della statua di Paolina Borghese al museo Canova, Corriere Del Veneto, https://corrieredelveneto.corriere.it/treviso/cronaca/22_maggio_14/treviso-scolaro-rompe-dita-statua-paolina-borghese-museo-canova-90d5fac2-d351-11ec-8563-49ee9ff1205e.shtml
La Repubblica(2020.08.01.), Turista danneggia una statua di Canova per un selfie, https://www.repubblica.it/cronaca/2020/08/01/news/turista_danneggia_statua_paolina_borghese_di_canova-263460857/
Robin Levinson King(2015.08.25.), Boy trips at exhibit, tears hole in baroque painting worth $1.5M, Toronto Sta, https://www.thestar.com/news/world/2015/08/25/boy-trips-at-exhibit-tears-hole-in-baroque-painting-worth-15m.html
Teresa Nowakowski(2023.02.21.), Visitor Accidentally Shatters $42,000 Jeff Koons Sculpture at Art Fair, Smithsonian Magazine, https://www.smithsonianmag.com/smart-news/jeff-koons-balloon-dog-shattered-miami-180981671/
이수지(2015.08.26.). 대만 어린이, 발 헛디뎌 18억짜리 이탈리아 명화 훼손, 뉴시스, https://newsis.com/view/?id=NISX20150826_0010249297
조홍복(2021.05.06.). 어린이가 ‘1억 작품’ 훼손… 화백은 “그게 애들이지 뭐”,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national/regional/2021/05/06/VIJ6SZEMGZGDJE7N4MLAALPU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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