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newsletter no.194 | 2025. 4. 3
벗은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봤어? 2호😎는 보면서 어찌나 많이 울었는지, 크리넥스 한 통을 다 썼다니까. 남동생이 있는 장녀라 그런지 캐릭터 금명이한테 푹 감정이입이 됐어.

드라마 속 유채꽃밭과 바다는 어찌나 예쁜지. 당장 비행기 타고 제주로 가고 싶더라니까. 실제 드라마 방영 후 제주가 들썩이고 있대. 마침 제주의 봄이 시작되기도 했고.

근데 반짝이던 아름다운 풍경이 대량 학살터인 거 알고 있어? 육지사람이 노란 유채꽃을 떠올리는 4월 제주의 봄이, 도민에겐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건? 마침 오늘이 국가폭력으로 도민 3만명이 숨진 비극, 제주4·3이 일어난 지 77주년되는 날이야. 조금 전까지도 제주에선 유가족의 통곡 속에 4·3추념식이 진행됐고.

이번 주 휘클리는 봄과 함께 애도가 일렁이는 제주로 가려고 해. 77년 전 제주에선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숨진 걸까? 왜 제주도민은 12·3 내란사태 때 4·3을 떠올렸지?

4·3 전문기자이자 연구자로, 오늘 평산책방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4·3 북토크도 하는 요원을 데려왔으니 기대해도 좋아. 내일 헌법재판소가 제주도민과 모든 시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없길 바라며, 함께 역사 공부해보자.📝
📂 오늘의 휘클리
  1. 한 번 알아봤다: 4·3이 머우꽈?
  2. 한 번 물어봤다: 12·3과 4·3의 공통점
  3. 모르고리즘: 알고리즘 프리! 문화 뉴스픽
  4. 휘클리심화반: 한밭 가득 피어날 민주주의🌹
  5. 휘클러 say!: 낚싯대와 맛집을 위하여 + 이벤트 알림
제주4·3평화재단
📂4·3이 머우꽈?

7년간 3만명이 스러졌다
    • 제주4·3은 77년 전 제주도에서 무장대💡와 토벌대💡 충돌로 제주도민이 학살된 사건을 말해. 4·3으로 7년7개월 동안 모두 3만명이 숨졌는데, 당시 도민 10명 중 1명꼴이었어. 한국전쟁(6·25) 다음으로 인명 피해가 커. 
    • 1947년 3월1일, 제주서 열린 3·1절 기념행사가 4·3의 시작이야. 해방 후 제주를 통치하던 미군정💡은 친일 세력을 경찰로 쓰고, 도민 생활고는 해결하지 못하면서 불만을 샀어. 3·1절을 맞아 도민들은 자주독립을 외치려 모였는데, 그 자리에서 미군정 경찰이 탄 말에 아이가 치어. 경찰은 항의하는 도민에 총을 쐈고, 6명이 숨졌지. 며칠 뒤, 4만명의 도민은 총파업에 나섰고, 미군정은 제주를 ‘붉은 섬’으로 지목해.

    계엄 후 중산간 초토화
    • 본격적인 항쟁은 1948년 4월3일 새벽에 일어나. 5월10일 남한 단독 국회의원 선거에 반대하는 남조선노동당(남로당)💡 무장대가 경찰서를 습격해. 분단과 전쟁을 막기 위해서. 경찰은 이걸 폭동으로 보고, 무차별적으로 진압했어. 결국 제주는 투표율 미달로 선거가 무산돼. 남한에서 유일하게. 미군정은 난리가 났지.
    •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임시 정부가 들어선 후 도민에 대한 탄압은 거세졌어. 제주 해안선에서 5㎞ 이상 지역을 다니는 자를 폭도로 여기고 학살했어. 중산간지역💡을 초토화하란 계엄도 선포됐고. 비극은 6년이 지난 1954년 9월21일, 한라산 금족구역💡이 풀리면서 끝났어.

    죽고 성폭행당한 여성들
      • 토벌대가 마을에 불을 질러 300곳이 넘는 마을이 사라졌어. 한 장소에서 50명 넘게 희생된 집단 학살만 26곳. 하루 300명 이상 숨진 조천읍 북촌리는 젊은 남성이 많이 희생돼, 무남촌이라 불렸지. 산과 굴로 숨어든 도민들도 토벌대가 기어이 찾아내 죽였고.
      • 희생자의 30%는 여성, 아이, 노인이었어. 여성은 성폭력도 당했어. 아이 앞에서 경찰이 임산부를 발가벗겨 나무에 매달고 대검으로 찔러 죽인 일도 있었어. 엄마 앞에서 젖먹이를 칼로 찔러 들어 올렸단 경찰 증언도 나왔고.
      •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진 뒤엔 예비검속💡을 한다며 입산자💡 가족 같은 무고한 도민을 죽였어. 아들이 안 보이면 어머니를 대신 죽이는 ‘대살’을 하기도. 폭도💡로 몰려 전국 교도소로 흩어진 4·3 재소자 2만5000명은 전쟁 이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행방불명됐어. 
      • 4·3은 끝나도 끝난 게 아녔어. 연좌제💡가 오랫동안 유족을 괴롭혔거든. ‘빨갱이’로 낙인찍혀 감시당하는 건 물론 공공기관 입사, 여행 출입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지. 4·3 희생자 유족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차별과 낙인을 경험했대.
          💡  Hi-light
        무장대: 남로당을 주축으로 남한 단독선거 반대·친일 청산을 외치며 무장 항쟁에 나선 집단
        토벌대: 당시 정부가 4·3을 진압하려고 보낸 군인과 경찰
        미군정: 해방 후 한반도를 통치한 미국 군사정부 
        남로당: 해방 후 급진적 사회 개혁을 추구했던 좌익 정당
        중산간 지역: 해안과 한라산 사이. 4·3 당시 초토화 작전으로 학살이 집중된 지역
        금족구역: 4·3 기간 한라산 일대를 출입 금지한 구역. 들어가면 폭도로 간주
        예비검속: 범죄 가능성이 있단 이유로 사전에 구금하는 것 
        입산자: 토벌대 학살을 피해 산으로 들어간 제주도민들
        폭도: 국가가 실제 행위와 무관하게 전복세력으로 낙인찍은 이들
        연좌제: 범죄자의 죄를 가족이나 친족에게도 함께 묻는 제도. 1980년 공식 폐지 
        청와대사진기자단
        김대중이 진상조사, 노무현이 사과 
          • 독재정권은 4·3을 ‘폭도 진압’이라며 그냥 덮었어. 보복이 두려운 제주는 침묵해야 했고. 1987년 6월 항쟁이 시작돼서야 4·3 역사가 세상으로 처음 드러났지.
          •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4·3사건법💡(특별법)이 만들어졌고, 진상보고서가 나왔어. 4·3은 국가폭력이 가한 민간인 인권유린이란 게 결론. 
          •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4·3 유족에게 사과하고 처음 국가 잘못을 인정했어. 2014년 박근혜 정부가 4·3을 국가기념일로 정해 추모하기 시작했지. 하지만 지금까지 대통령 신분으로 4·3 추념식에 참석한 건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뿐.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에 한 번 가고는 취임 후 2년 연속 불참.  
          • 2000년 제정된 특별법이 진실 규명에 집중했다면, 2021년 개정된 특별법은 희생자💡 피해보상을 신경 썼어. 또, 과거 불법 군사재판에서 억울하게 유죄 판결  받은 수형자는 재심💡을 받을 수 있게 했고. 이후 재심으로 1756명이 무죄를 선고 받았어. 2022년부턴 희생자 보상금 지급 중이고. 올해 2월까지 5828명의 희생자와 그 가족 6만2686명에게 4557억원이 보상됐어. 

          처벌받은 가해자 0명
            • 도민은 4·3의 완전한 해결을 요구해. 먼저, 진상규명. 4·3 당시 도민에게 발포를 명령한 사람, 학살이 이뤄진 과정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거든. 주요 책임자에 대한 처벌도 없고. 4·3에 개입한 미국에도 책임을 물어야 해. 
            • 희생자 찾기도 여전히 진행 중. 오랫동안 사건이 은폐되다 보니, 어디 묻혔는지 알 수 없는 희생자가 많고, 유해를 찾더라도 신원을 파악에 시간이 걸리거든. 현재 행방불명 희생자는 4030명인데, 이들을 추모하는 표석이 제주4·3평화공원에 있어. 수습된 유해는 유가족 DNA 검사로 신원확인 중이고. 
            • 희생자를 찾아도 보상은 더뎌. 보상금 지급대상 10명 중 2명보상을 청구하지 않았고, 심사 지연으로 보상금 지급도 늦어지고 있대. 불법 구금됐거나 고문에 시달린 사람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고.
            • 4·3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도 도민을 아프게 해. 12·3 비상계엄 관련 문건엔 4·3이 ‘제주 폭동’으로 적혔어. 극우 세력은 여전히 ‘북한이 4·3을 일으켰다’, ‘희생자는 빨갱이’라고 비방하고. 4·3 상장인 동백 배지를 공산당 배지라고 조롱하기도. 

            4·3을 기억하는 법
              • 또 다시 특별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어. 4·3을 소요사태💡라고 명시한 정의를 바로잡고, 4·3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를 처벌하는 조항을 만드는 게 핵심. 민간인 학살에 관여한 군인·경찰 중 정부 훈장·포상을 받은 사람은 공로를 취소하고.
              • 4·3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올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야. 제주도가 등재를 신청한 기록물은 1만4673건.민이 쓴 피해신고서도 포함돼 있어. 이번 달에 등재될지 말지 결정될 예정.
              • 당장 할 수 있는 건? 오늘 ‘#제주4·3’, ‘#기억하겠습니다’ 같은 추모 챌린지에 참여하는 것. 온라인 추모도 가능하고. 4·3 진상규명과 피해자 보상을 위해 노력하는 제주4·3평화재단💡이나 4·3 유족회에 후원으로 마음을 보낼 수도 있겠지.
                💡  Hi-light
              4·3사건법: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희생자: 4·3으로 숨지거나 행방불명된 사람, 장애가 남은 사람, 희생자로 결정된 수형인 
              재심: 확정된 판결에 중대한 오류가 있을 때 다시 재판을 청구하는 절차
              수형기록: 누가 어떤 죄로 언제, 어디서 감옥에 갇혀 있었는지 기록한 자료
              소요사태: 다수의 군중이 모여 질서를 어지럽히는 폭력적 집단행동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인류가 꼭 기억해야 할 중요한 기록물을 지정하는 제도
              제주4·3평화재단: 특별법에 따라 4·3 진상규명과 교육, 추모 등을 맡는 공식 기관
              제주4·3평화공원 행방불명인 표석

              🎙️️지금이라도 4·3 희생자를 추모하고 싶은데, 어딜 가면 돼?

              💬가장 추천하는 건 올레길 1코스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으로 가는 길목의 터진목은 1코스가 끝나는 지점인데, 광치기 해변으로 이어져. 제주 최고 절경으로 꼽히는 곳이지만, 4·3의 집단 학살터기도 하거든. 터진목 한켠엔 학살터 표지석이 마련돼 있으니 추모하기 좋아. 


              🎙️️또?

              💬함덕해수욕장에서 서우봉을 올라 북촌리로 가는 길을 걸어봐. 서우봉에 오르다 돌아보면 정말 예쁘잖아. 코발트빛 바다며, 한라산이며, 그 앞에 펼쳐진 오름들 하며. 그런데 4.3 땐 너무나 비극적인 곳이기도 해. 특히 여성의 수난은 말할 수 없을 정도야. 북촌리 들어서면 너븐숭이 4.3기념관도 만날 수 있어. 두 곳을 걸어보길 추천해.

               

              🎙️️북촌리면, 무남촌이라고 불린 그 마을? 

              💬응. 1949년 1월17일 북촌초등학교에 모인 주민들이 군인들에게 인근 밭으로 끌려가 하루에만 300여명이 학살됐어.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삼촌’의 무대가 됐던 마을이기도 하고. 무남촌은 더 있어. 


              🎙️️어디? 

              💬한강 작가의 책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이 문장 기억나? “P읍에 있는 국민학교에 한 달간 수용돼 있다가, 지금 해수욕장이 된 백사장에서 12월에 모두 총살됐어.” 어디일까? 나는 토산리 사건을 생각하게 돼.


              🎙️️정말 그런 일이 있었던 거야?

              💬응. (토벌대가) 이런 방식으로 서귀포시 표선읍 토산리에서도 18~40살 남자를 모았어. 군인을 뽑는다면서. 그다음 표선 백사장으로 데려가서 전부 학살했지. 그때 학살된 사람이 150명이 넘어. 그래서 표선리가 무남촌이 돼.


              🎙️️근데 말야. 4.3은 어떻게 불러야 해? 사건? 항쟁? 

              💬4·3 명칭은 여러 가지로 불려. 40여년 동안 권위주의 정권 체제에서는 ‘폭동’, ‘반란’이었거든? 1980년대 후반 민주화운동 이후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운동이 불붙었지. 그런 연구들을 통해 ‘항쟁’이라 불러야 한다고 주장해. 4·3의 발발 원인이 폭압에 맞서 일어섰다고 보이는데, 그렇게 보면 항쟁이거든. 그렇다고 특별법에 명시된 ‘사건’이나 그냥 ‘4.3’으로 부른다고 그 의미가 퇴색할까? 그건 아니라고 보여.


              🎙️️하나로 정하면 안 돼? 헷갈리지 않게. 

              💬4·3을 어떻게 부를지 결정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 2018년 4·3 70주년 때부터 정명(올바른 이름)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거든. 4·3은 반세기 가량 침묵했던 역사가 있잖아. 군사정권으로 이어지면서, 왜곡된 역사를 깨트리는 과정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실제 4·3을 폭동으로 부르는 사람이 여전히 있으니까. 


              🎙️️4·3 희생자에 대한 보상은 다 됐어?

              💬2022년 6월부터 보상 신청과 지급이 처음 시작됐어. 올해 2월까지 5828명의 희생자와 그들의 가족, 상속권자 6만2686명에게 4557억원이 보상됐어. 이 중엔 해외에 거주하는 상속권자 1194명도 포함돼 있어. 재일동포라 불리는 재일제주인이 1013명으로 대부분인데, 78억의 보상금이 지급됐다고 해. 


              🎙️️70년이나 지나서 시작됐구나. 신청하면 바로 나와?

              💬희생자나 상속권자가 피해 보상을 신청하면, 제주도에 접수된 순서대로 보상금을 지급해. 1년마다 관련 예산이 정해지는데, 그거에 맞춰서 지급되고. 그래서 해마다 보상금으로 지급되는 금액이 달라. 


              🎙️️숨진 희생자 보상금이 나오면, 누가 갖는 거야? 

              💬희생자가 숨지거나 행방불명된 경우 1명당 9000만원으로 정해져 있어. 근데 그걸 한 사람이 다 갖는 게 아냐. 보상금이 나오면 그 희생자의 자녀, 손주, 증손주까지 민법상 상속 순위에 따라 9000만원을 나눠서 주는 방식이거든.


              🎙️️증손자까지? 다 나누면 얼마 안 되겠네?

              💬응. 예를 들어, 아버지가 4·3 희생자인데 배우자도 죽고 자녀만 2명 살아있다면 4500만원씩 나눠 갖는 거야. 만약 자녀 2명 중, 1명이 숨졌다면 숨진 자녀의 손주가 4500만원을 나눠서 갖는 거지. 손주가 3명이면 1500만원씩. 자식이나 손주가 많을수록 가족 한 명당 돌아가는 보상금이 적어지는 구조야.


              🎙️️너무 적네. 진상조사라도 확실하게 된 거야? 

              💬아직. 정부가 추가 진상조사를 하고 있는데, 올해 마무리될 것 같아. 2021년 특별법이 개정되면서 시작됐어. 원래 조사 기간이 2년이었는데 6개월이 연장되면서 그 기한이 올해까지거든.


              🎙️️2003년 이후 두 번째 조사지?

              💬맞아. 2019년에 제주4·3평화재단이 추가 진상조사를 해서 ‘추가 진상보고서1’을 낸 적 있긴 한데, 그건 재단에서 자체적으로 한 거지, 정부가 한 조사는 아냐. 정부 차원의 조사는 2003년 이후 22년 만에 올해 추가 보고서가 나오는 거야.


              🎙️️지금까지 밝혀진 진실 중 가장 뜻깊은 건?

              💬가해 책임을 밝혔단 게 중요해. 무엇보다 진상보고서 결론에서 제주도민 진압의 최종 명령자이자 책임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라고 밝혔거든. 중요한 부분이라고 봐. 보고서에는 미군정과 주한미군사고문단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어. 


              🎙️️미군정 책임은 어떤 부분이 인정된 거야?

              💬4·3은 미군정이 한반도를 통치한 시기(1945년 9월~1948년 8월)에 발생했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이후에도 한국군의 작전 통제권이 미군에 있었으니까. 도민 대학살을 묵인하고,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단 증거가 여러 문서에 나와 있고. 미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공권력에 의한 학살을 인정했으니, 처벌도 했겠지? 

              💬아니. 가해자 처벌까진 아니더라도, (가해자의) 이름이라도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쉽지 않아. 80년 가까이 시간이 흘러서 가해자가 정확히 누군지 문서 상 확인할 수 없거든. 군인들이 도민을 죽인 건 알지만, 지휘관과 총살자가 누군지는 알 수 없는 거지.


              🎙️️희생자와 가족은 너무 억울하겠는데?

              💬보통 과거사 해결 모델을 보면, ‘진상조사→명예회복→가해자 처벌’ 단계로 나아가잖아.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은 그럭저럭 진행되고 있는데, 가해자 처벌은 할 수 없는 거지. 과거 갈등과 대립을 끊고 화해와 상생으로 나아가려면, 가해자가 사과하고 피해자가 용서해야 하잖아. 피해자만 용서해야 하는 셈이 돼 버린 거지. 

              제주 다랑쉬굴에 있는 4·3 희생자 유해들

              🎙️️희생자와 가족이 요구하는 완전한 해결은 뭐야?

              💬방금 말한 가해자 조사가 크지. 당시 학살에 가담한 사람을 찾아내더라도 대부분 숨졌으니 당사자 처벌은 어려운 게 사실이잖아. 그래도 역사 기록을 위해 가해자 이름이라도 남겨야 하지 않냐는 거지. 또 하나는 미국. 


              🎙️️미국의 사과? 

              💬그동안 미국이 4·3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거나 입장을 밝힌 적이 한 번도 없어. 내가 개인적으로 지난해 이맘때쯤 미국 국무부에 메일을 보냈거든. ‘제주 4·3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무엇이냐’고 물었어. 


              🎙️️정말? 답장이 왔어? 

              💬응. “1948년의 제주사건은 참혹한 비극(terrible tragedy)이었다. 우리는 엄청난 인명 손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은 민주적 가치와 인권 증진에 헌신하는 가까운 동맹국으로서, 앞으로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한국의 결의를 공유한다.”


              🎙️️그게 끝이야? 남 일처럼 말하네.

              💬유감스럽지만 이게 다야. 사실 4·3 추념식에 주한미국 대사가 한 번 참석할 법도 한데 말야. 지난해 참석할 움직임이 있었단 말은 있었지만, 아직 한 번도 온 적은 없어. 최소한 미국 대사라도 추념식에 와 유감을 표명해야 하지 않나 싶어. 미국 정부도 사과해야 하고.


              🎙️학살로 돌아가신 분 말고, 다른 피해자들도 보상해줘야 한단 말이 있지?
              💬응. 당시 유죄를 받아서 유치장에 갇혔거나 고문을 당했지만, 수형기록이 없어서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도 보상금 지급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단 건데 말야. 이 문제 해결은 쉽지는 않을 거야.

              🎙️왜? 엄청난 고통을 받은 건데.
              💬지금 가해자도 정확한 기록을 찾기 어렵잖아. 근데, 수형기록이 없는 사람들 정보까지 어떻게 다 찾아내겠어. 보상보단 제주에서 4·3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희생자 가족이나 생존자가 아픔을 더 증언해야 한단 거야? 

              💬희생자나 가족 말고, 지금 제주에 사는 현세대들 말야. 4·3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이 많거든. 적극적으로 알려고 하지 않기도 하고. 4·3 때문에 도민들이 억울하게 많이 죽었어. 그 정도로 머물러선 안 된단 거지. 


              🎙️️어떻게 적극적으로 4·3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일단 4·3 역사에 대해 제대로 배워야 하지. 강우일 주교(전 천주교 제주교구장)도 제주에서 4·3을 기억해야 한다고 많이 얘기하는 이유기도 하고. 잊어선 안 되니까. 그래야 지난해 12월3일 일어난 윤석열 대통령의 말도 안 되는 계엄에 분노할 수 있고. 


              🎙️️12·3 내란 사태와 4·3이 연결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서 ‘친북 좌파 세력을 일거에 소탕하겠다’고 했잖아. 4·3 때도 제주도 사람들을 빨갱이, 공산주의자로 몰았고 (도민을) 척결, 소탕하겠다며 대규모 학살을 했단 점에서 아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 제주의 90대 할머니는 내란 사태 때 ‘금칠락’했단 표현을 하더라고.


              🎙️️금칠락? 

              💬마음에 금이 가서 쫙 갈라진다는 의미의 제주어야. ‘어머나’의 가장 최고 높은 수준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면 돼. 마음이 주저앉았단 거지. 


              🎙️️4·3 때도 계엄이 선포됐으니, 그럴 만도 하셨겠다.

              💬맞아. 4·3 땐 계엄법도 없었거든. 그럼에도 당시 계엄은 학살의 합법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국가 폭력이었지. 그래서 제주도민들이 내란 사태를 더 무겁게 받아들인 것 같아.


              🎙️️극우 세력이 아직도 제주도민을 힘들게 하지? 

              💬그렇지. 최근에 있던 동백 배지 논란이 대표적이야. 극우 세력이 우원식 국회의장이 찬 동백 배지를 공산당 배지라고 왜곡한 일 말야. 동백 배지가 어떻게 4·3의 상징이 됐는지, 그 유래를 제대로 알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할 수 없어. 


              🎙️️동백 배지엔 어떤 의미가 담겼는데? 

              💬동백꽃이 4·3의 상징이 된 건 1990년대 초 강요배 화백이 ‘동백꽃 지다’란 이름으로 4.3 민중항쟁전을 열었을 때부터야. 동백꽃이 툭 떨어지는 모습을 형상화해서 그린 작품이거든. 고 오성찬 소설가의 ‘한라의 통곡소리’의 한 구절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해. 


              🎙️️어떤 구절인데?

              💬“붉게 핀 동백꽃을 바라보거나 멀리 한라산 꼭대기에 쌓인 흰 눈을 쳐다보노라면 아름답고 평화로운 그 모습 속에 숨겨진 ‘피의 역사'가 떠오르곤 한다. 흰 눈 위에 동백꽃보다 더 붉게 뿌려졌던 수많은 사람의 죽음. 이제는 잊어야 한다고, 아니 벌써 잊었다고 생각했던 무자년(1948년)의 4월은 내 인생과 우리 집안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실제 4·3 희생자가 한 말이야?

              💬4·3 때 남편과 자식 셋을 잃은 김인생할머니의 증언이야. 제주도민이 가장 많이 학살됐던 1948년~1949년 봄 사이에 눈이 정말 많이 내렸거든. 한라산 중산간에서도 눈이 쌓여 무릎이 빠질 정도였어.  


              🎙️️하필이면, 눈까지 많이 왔구나. 더 고달프게.  

              💬그때 대학살로 스러진 사람들의 핏빛이 눈 위에 떨어진 모습이 마치 동백꽃이 툭툭 떨어진 것 같다고 해서 그런 표현을 쓴 거야. 그때부터 동백꽃이 4·3의 상징이 됐지. 2008년 박경훈 판화가가 재능 기부로 배지를 디자인했고. 


              🎙️️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되는 건 왜 중요해? 

              💬4·3은 침묵과 금기의 역사가 길었잖아. 그 시기를 넘어 4·3을 세계 기록으로 남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 또, 4·3이 단순히 한반도의 한 섬의 역사가 아니라, 세계 냉전과 분단의 역사로 자리 잡는다는 점도 뜻깊고. 세계적으로 4·3의 역사를 알리는 계기도 되겠지. 


              🎙️️언제 결정돼?

              💬지난 2일부터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 심사가 시작됐거든. 4·3 기록물은 집행이사회 등재 심사대상 74건 중 57번째 목록에 올라와 있어. 오는 17일까지 열리는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최종 등재 여부가 결정돼.


              🎙️️오늘 저녁에 문재인 전 대통령과 4·3 책으로 북토크 하지? 독자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어?  

              💬뻔한 얘기일 수 있지만, 역사에서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 그러기 위해선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하고. 앞에서 말했지만, 12·3 사태와 4·3이 닮은 점이 많잖아.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선, 4·3 역사를 통해 잘못됐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줄 필요가 있지. 그 교훈을 미래 세대에게 전승해야 하고. 


              🎙️️4·3을 더 알고 싶은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나 영화가 있다면?

              💬제주 4·3연구소 전 소장이자 시인인 허영선씨의 책,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를 추천해. 4·3을 쉽게 쓴 책이라서 4·3에 입문하기 좋을 거야. 또 오늘부터 ‘목소리들’이란 다큐멘터리 영화가 전국 141개 극장에서 동시 상영되거든. 여성의 시선으로 4·3을 담은 첫 영화란 점에서 의미가 있어. 

                🖐️  Hi-five
              1. 제주4·3은 남한 단독 선거를 반대한 도민 3만명을 학살한 국가폭력이야.
              2. 2003년 진상조사 보고서는 이승만, 미군정에 학살 책임이 있다고 결론.
              3. 77년 동안 가해자는 한 명도 처벌되지 않았고 역사 왜곡과 비방은 계속돼.
              4. ‘계엄’으로 국가폭력을 휘두르고, 희생자를 ‘빨갱이’이라 비방했단 점에서 4·3과 12·3은 닮았어.
              5. 공권력에 의한 희생이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4·3을 공부하고 알리자.
              지난번에 휘클러가 바라는 세상 설문조사했던 거 기억하지?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을 가장 많이들 원한다고 했잖아. 2위는 ‘일하고 싶은 일터, 살 만한 집’이었고. 그런 날을 앞당기려면 일단 정치가 달라져야 하잖아. 만약, 내일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 6월 초엔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는 것이고!

              그래서 휘클리 심화반이 준비했어. 여야 국회의원과 함께 어떤 대통령을 뽑으면 좋을지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말야. 생생한 내란 극복 뒷이야기는 덤이고. 이번 심화반은 한겨레 37돌 생일잔치를 겸해서 열리거든? 한반도의 중심(!) 대전에서 모일 거니까, 전국에 있는 휘클러들 많이 찾아와줘!

              휘클리 심화반_14강 

              🏘️1교시: 담을 넘은 사람들의 대화(70분)
              • 주제: 김상욱·박범계 의원의 내란 극복기

              🗞️2교시: 단전·단수 위기 앞 5월의 정신(40분)
              • 주제: 내란을 마주한 한겨레 뉴스룸국장의 다짐

              *이번엔 온라인 생중계는 없어. 질문 있으면 휘클리 인스타로 DM 보내줘!
              지난주 토요일 팀휘클리가 한겨레21과 함께 준비한 지구반상회에 참석해 준 휘클러들 여기 기억나지? 첫 코너였던 무해한 마켓이야. 여기서 업어간 물건 잘 쓰고 있어? 강연 때 했던 ‘필요 없는 물건 사지 말고, 선물도 받지 말자’는 줄리안의 제안을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산뜻한 봄 느낌으로 함께하고 싶었는데 얼마 전의 큰 산불로 마음이 무거웠잖아. 아닌 봄날에 눈도 내려 다들 중무장을 하고 오기도 했고. 생각해 보면 이런 일도 다 환경문제를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아 생긴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해. 팀휘클리도 휘클러들이 시끄럽게 환경을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

              🙂휘클리 참석이 처음이었는데 기사 너머 시민의 역할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저도 제 자리로 돌아가 계속 고민하고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매번 다양한 영역, 다양한 주제로 준비해 주시는 휘클리 심화반 주시하면서 앞으로도 또 좋은 기회 있으면 얼른 신청하겠습니다.

              😋환경과 옷소비 습관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고 맛있는 간식으로 배도 채워 갑니다.

              📺배우의 감상평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오애순을 연기한 아이유도 촬영내내 엄마 생각 많이 했대. 가장 많이 울었던 장면은 춘옥 할머니 돌아가실 때 장면.


              📺덤덤한 아이유 아이유 말야. 작년 12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팬들에게 음료와 빵을 선결제했잖아. 그 뒤 극우 세력한테 조롱당한 마음, 이랬대.


              📺붕괴 이전으로 돌아가요 영화인 1025명이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장면에 영화 대사 넣은 1분짜리 영상 성명서야.

              통영국제음악재단

              📺가장 위대한 작품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얼마 전 경남 통영 독주회에서 연주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화제야. 기적과도 같았다는 78분20초를 느껴봐.


              📺잘 가요, 아이스맨 영화 탑건에 ‘아이스맨’으로 등장해 ‘도어즈’의 짐 모리슨, ‘배트맨 포에버’의 배트맨으로 변신한 배우 발 킬머가 세상을 떠났어. 나이 65살.

              엊그제 같이 점심 먹은 동료가 달리기를 시작해볼까 한대. 우선 운동화부터 샀대. 부러웠어. 새로운 취미 시작하면서 장비 들일 때 그 흐뭇한 마음 겪어 본 사람은 다 알 거야. 그는 얼마 전 장난감 로봇에도 50만원을 질렀대. 근데 예약 구매라 내년에 받을 수 있다나? 그 열정이 정말 부러웠어. 내가 사고 싶은 걸 뭘까?

              생각났어. 낚싯대를 살 거야. 조용한 강가에서 낚시할 때 가장 평온하고 즐거웠어. 벌써 낚시 안 간 지 2년 됐구나. 그런데 낚시는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 환경 오염도 조금 신경 쓰이고. 아무래도 천천히 사야겠어.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그때 사지 뭐.

              요즘은 그냥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좋아. 지지난 주 인천 강화도에서 가족과 먹은 밴댕이회는 정말 달았어. 제철이거든. 회사 동료들과 만리시장에서 가끔 먹는 명태조림은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아. 흰밥에 매콤한 명태 한 점, 양념 안 한 콩나물 한 젓가락 올려서 김에 싸먹는 맛이 기가 막혀. 봄이니까 회사 앞 미나리전 바삭하게 잘하는 집도 한 번 가야겠구나.

              내일 상쾌하게 파면 소식 듣고 나면 하고 싶었던 것, 놀고 싶었던 것이 마구 떠오를 것 같아. 좋아하는 일에 시간과 돈 마음껏 쓰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먹으러 돌아다녀 보자. 곧 그럴 수 있을 거야. 얼마 안 남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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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벗 어때? 4·3과 조금 가까워진 것 같아? 사실 이번 호는 허호준 요원의 책, ‘4·3, 19470301-19540921 기나긴 침묵 밖으로’를 많이 참고해 썼어. 오늘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북토크를 나눈 책이기도 하고. 4·3에 대해 더 알고 싶은 휘클러 3명에게 선물할게. 의견 많이 남겨줘.

              ✔️마감은 다음 주 화요일(4월8일) 낮 12시까지야 ✔️휴대전화 연락처 ✔️레터를 받는 메일주소도 함께 보내줘!
              팀 휘클리는 늘 답장을 기다리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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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레터는 팀 휘클리 서보미(4호) | 김선식(살몬) | 권지담(2호) 기자가 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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