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4·3 희생자를 추모하고 싶은데, 어딜 가면 돼?
💬가장 추천하는 건 올레길 1코스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으로 가는 길목의 터진목은 1코스가 끝나는 지점인데, 광치기 해변으로 이어져. 제주 최고 절경으로 꼽히는 곳이지만, 4·3의 집단 학살터기도 하거든. 터진목 한켠엔 학살터 표지석이 마련돼 있으니 추모하기 좋아.
🎙️️또?
💬함덕해수욕장에서 서우봉을 올라 북촌리로 가는 길을 걸어봐. 서우봉에 오르다 돌아보면 정말 예쁘잖아. 코발트빛 바다며, 한라산이며, 그 앞에 펼쳐진 오름들 하며. 그런데 4.3 땐 너무나 비극적인 곳이기도 해. 특히 여성의 수난은 말할 수 없을 정도야. 북촌리 들어서면 너븐숭이 4.3기념관도 만날 수 있어. 두 곳을 걸어보길 추천해.
🎙️️북촌리면, 무남촌이라고 불린 그 마을?
💬응. 1949년 1월17일 북촌초등학교에 모인 주민들이 군인들에게 인근 밭으로 끌려가 하루에만 300여명이 학살됐어.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삼촌’의 무대가 됐던 마을이기도 하고. 무남촌은 더 있어.
🎙️️어디?
💬한강 작가의 책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이 문장 기억나? “P읍에 있는 국민학교에 한 달간 수용돼 있다가, 지금 해수욕장이 된 백사장에서 12월에 모두 총살됐어.” 어디일까? 나는 토산리 사건을 생각하게 돼.
🎙️️정말 그런 일이 있었던 거야?
💬응. (토벌대가) 이런 방식으로 서귀포시 표선읍 토산리에서도 18~40살 남자를 모았어. 군인을 뽑는다면서. 그다음 표선 백사장으로 데려가서 전부 학살했지. 그때 학살된 사람이 150명이 넘어. 그래서 표선리가 무남촌이 돼.
🎙️️근데 말야. 4.3은 어떻게 불러야 해? 사건? 항쟁?
💬4·3 명칭은 여러 가지로 불려. 40여년 동안 권위주의 정권 체제에서는 ‘폭동’, ‘반란’이었거든? 1980년대 후반 민주화운동 이후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운동이 불붙었지. 그런 연구들을 통해 ‘항쟁’이라 불러야 한다고 주장해. 4·3의 발발 원인이 폭압에 맞서 일어섰다고 보이는데, 그렇게 보면 항쟁이거든. 그렇다고 특별법에 명시된 ‘사건’이나 그냥 ‘4.3’으로 부른다고 그 의미가 퇴색할까? 그건 아니라고 보여.
🎙️️하나로 정하면 안 돼? 헷갈리지 않게.
💬4·3을 어떻게 부를지 결정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 2018년 4·3 70주년 때부터 정명(올바른 이름)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거든. 4·3은 반세기 가량 침묵했던 역사가 있잖아. 군사정권으로 이어지면서, 왜곡된 역사를 깨트리는 과정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실제 4·3을 폭동으로 부르는 사람이 여전히 있으니까.
🎙️️4·3 희생자에 대한 보상은 다 됐어?
💬2022년 6월부터 보상 신청과 지급이 처음 시작됐어. 올해 2월까지 5828명의 희생자와 그들의 가족, 상속권자 6만2686명에게 4557억원이 보상됐어. 이 중엔 해외에 거주하는 상속권자 1194명도 포함돼 있어. 재일동포라 불리는 재일제주인이 1013명으로 대부분인데, 78억의 보상금이 지급됐다고 해.
🎙️️70년이나 지나서 시작됐구나. 신청하면 바로 나와?
💬희생자나 상속권자가 피해 보상을 신청하면, 제주도에 접수된 순서대로 보상금을 지급해. 1년마다 관련 예산이 정해지는데, 그거에 맞춰서 지급되고. 그래서 해마다 보상금으로 지급되는 금액이 달라.
🎙️️숨진 희생자 보상금이 나오면, 누가 갖는 거야?
💬희생자가 숨지거나 행방불명된 경우 1명당 9000만원으로 정해져 있어. 근데 그걸 한 사람이 다 갖는 게 아냐. 보상금이 나오면 그 희생자의 자녀, 손주, 증손주까지 민법상 상속 순위에 따라 9000만원을 나눠서 주는 방식이거든.
🎙️️증손자까지? 다 나누면 얼마 안 되겠네?
💬응. 예를 들어, 아버지가 4·3 희생자인데 배우자도 죽고 자녀만 2명 살아있다면 4500만원씩 나눠 갖는 거야. 만약 자녀 2명 중, 1명이 숨졌다면 숨진 자녀의 손주가 4500만원을 나눠서 갖는 거지. 손주가 3명이면 1500만원씩. 자식이나 손주가 많을수록 가족 한 명당 돌아가는 보상금이 적어지는 구조야.
🎙️️너무 적네. 진상조사라도 확실하게 된 거야?
💬아직. 정부가 추가 진상조사를 하고 있는데, 올해 마무리될 것 같아. 2021년 특별법이 개정되면서 시작됐어. 원래 조사 기간이 2년이었는데 6개월이 연장되면서 그 기한이 올해까지거든.
🎙️️2003년 이후 두 번째 조사지?
💬맞아. 2019년에 제주4·3평화재단이 추가 진상조사를 해서 ‘추가 진상보고서1’을 낸 적 있긴 한데, 그건 재단에서 자체적으로 한 거지, 정부가 한 조사는 아냐. 정부 차원의 조사는 2003년 이후 22년 만에 올해 추가 보고서가 나오는 거야.
🎙️️지금까지 밝혀진 진실 중 가장 뜻깊은 건?
💬가해 책임을 밝혔단 게 중요해. 무엇보다 진상보고서 결론에서 제주도민 진압의 최종 명령자이자 책임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라고 밝혔거든. 중요한 부분이라고 봐. 보고서에는 미군정과 주한미군사고문단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어.
🎙️️미군정 책임은 어떤 부분이 인정된 거야?
💬4·3은 미군정이 한반도를 통치한 시기(1945년 9월~1948년 8월)에 발생했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이후에도 한국군의 작전 통제권이 미군에 있었으니까. 도민 대학살을 묵인하고,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단 증거가 여러 문서에 나와 있고. 미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공권력에 의한 학살을 인정했으니, 처벌도 했겠지?
💬아니. 가해자 처벌까진 아니더라도, (가해자의) 이름이라도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쉽지 않아. 80년 가까이 시간이 흘러서 가해자가 정확히 누군지 문서 상 확인할 수 없거든. 군인들이 도민을 죽인 건 알지만, 지휘관과 총살자가 누군지는 알 수 없는 거지.
🎙️️희생자와 가족은 너무 억울하겠는데?
💬보통 과거사 해결 모델을 보면, ‘진상조사→명예회복→가해자 처벌’ 단계로 나아가잖아.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은 그럭저럭 진행되고 있는데, 가해자 처벌은 할 수 없는 거지. 과거 갈등과 대립을 끊고 화해와 상생으로 나아가려면, 가해자가 사과하고 피해자가 용서해야 하잖아. 피해자만 용서해야 하는 셈이 돼 버린 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