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17, 2022
LETTER
#26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편지_<일기시대>

안녕하세요 여러분, 잘 지내고 계시죠???
오늘은 조금 색다른 편지를 준비했어요.
문보영 작가님의 <일기시대>를 읽었더니, 일기가 쓰고 싶어져서.. 한 편 써봤거든요.
보여달라고 한 적도 없는 개인적인 글을 이렇게 보내는 게 조금 두렵지만,😅

일기는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선한 면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일기를 읽으면 그 사람을 완전히 미워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말이다.

라는 작가님 말처럼 오늘 이후엔 저를 미워할 수 없을 테니 용기를 내봤어요.😎
참고로 작가님은 일기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는 일기 장인이시거든요?
어때요 장인의 일기?? 훔쳐보고 싶죠??
<일기시대>> 속 흥미진진한 일기를 보고 나면 여러분도 저처럼 뭐든 쓰고 싶어지실 거예요.

일기는 뭐든지 될 수 있대요. 소설이 될 수도 있고 시가 될 수도 있고, 
물론 그냥 일기로 남아도 좋구요.📓
오늘 밤 잠들기 전에 짧은 글 하나 남겨보는 거 어떠세요??
그 글이 나중에 뭐가 될지 모르잖아요~!!

그럼 저는 이만 무책임하게 일기 한편 남겨두고 사라질게요.
바이바이~!


2022.03.10

새해 소원을 잘 못 빈 것 같다.
설날에 곡성역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올해 행복하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실수였다.
'행복하게'가 아니라, '엄청나게 행복하게'로 빌어야 했다.
평범한 행복은 딱 하루하루를 살아 낼 기운만 준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더 행복해지려고 몇 가지 일들을 했다

1. 침구 바꾸기 2. 식물 새로 들이기

돈을 썼다는 이야기다.
그동안의 여러 시행착오 덕분에 소비로 오는 만족은 잠시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으나,
잠시이기 때문에 더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도 알아채 버린걸.
나는야 자본주의를 벗어날 수 없는 근로자~

그래서 새 침구의 바스락거림을 느끼기 위해 침대에 최대한 오래 머물러 있는 중이며
새 친구 오렌지 자스민을 아침저녁으로 특별 관리 중이다.
새 이불은 헌 이불이 되고, 자스민도 다른 식물과 별 다를 게 없을 날이 오겠지만.
덧없이 사라진다고 해도 완벽하게 근사한 순간들은 분명히 있다.

쓰고 나니 정말 멋진 문장이다.
덧없이 사라진다고 해도 완벽하게 근사한 순간들은 분명히 있다.
내가 쓴 거면 좋겠지만, 당연히 내 것은 아니다.
정세랑 작가님이 쓴 글에서 가져왔다.

경이를 경이로 인식할 수만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것들이 특별해질 것이다. 
덧없이 사라진다 해도 완벽하게 근사한 순간들은 분명히 있다.
이게 원본.

며칠 전에 본 친구 인스타 글 때문에 생각이 난 구절이다.
거실 창문으로 들어온 햇빛과 그걸 쬐고 있는 식물들, 
내가 선물한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수 없어> 속 위 문장이 담긴 페이지.
두 사진과 함께 
내가 북다트로 표시해준 저 문장 덕분에 집의 완벽한 근사한 순간을 더 경이롭게 느낀다는 글을 남겼다.
내가 그 글을 본 순간도 근사한 순간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행복하게 해주세요'는 너무 광범위한 소원이다.
잘못 빈 게 맞다.
‘엄청나게’는 소원을 더 모호하게 만드니 탈락이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 소원을 말할 거야. 창의력 점수도 빵점이다.
내가 신이어도 안 들어 줄 것 같다.

소원을 바꿔야겠다. 
'올 한해 근사한 순간을 많이 만나게 해달라'로.
경이를 경이로 느낄 수 있게, 늘 준비하고 있을 테니 조금만 도와달라고 빌어야지.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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