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6.11.4 | 1078호 | 구독하기 | 지난호

미국 주식 하시는 분들, 지난주는 물론 어제도 속이 쓰리셨을 것 같아요.


믿었던 빅테크 기업들이 주가가 우수수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의문이 듭니다. 성적표는 너무 좋았거든요.


실적은 좋은데 주가는 자꾸 떨어지는 이 아이러니. "실적은 좋지만 매출 증가폭이 줄었다, 실적은 좋지만 알짜 사업 성장률이 줄었다, 실적은 좋지만 전망이 어둡다."


주식이 어려운 이유는 알고 있지만 시장의 움직임을 보면서 해석을 듣고 있자니 "그때그때 달라요"라는 추억의 개그가 떠오르기도 합니다(너무 늙었나 봅니다😅).


그동안 AI 산업에서는 누가 더 많은 돈을 쓰느냐가 경쟁력이었습니다. 데이터센터를 짓고, 엔비디아 반도체를 많이 확보하면 박수를 받았습니다.


올해 초부터 조금씩 바뀌던 월가의 분위기. 요즘 월가는 빅테크 기업들에게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 벌어서 갚을래?"


마치 신용카드를 신나게 긁다가 결제 명세서를 받아 든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요. 물론 당장 돈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미래의 성장을 믿고 기꺼이 돈을 내주던 투자자들이 이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한 것 같은데요.


오늘 레터에서는 빅테크 기업에 날아든 청구서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AI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믿음과 AI 기업들이 모두 돈을 벌 것이라는 믿음은 전혀 다른 길이라는 게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머타임이 해제돼 빨리 일 시작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별로인 상태로 쓰는 수요일의 미라클레터🤣, 빠르게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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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VEX FRONTIER 2026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오늘의 요약

1.앤트로픽은 향후 19년간 약 1200조원(8954억달러)의 인프라 지출을 약속했고, 매출이 급증했음에도 치솟는 컴퓨팅 비용과 모델 가격 인하 경쟁 탓에 적자로 돌아서며 상장 몸값 인하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2.구글·아마존·메타는 역대급 실적을 내고도 막대한 데이터센터 설비투자로 인해 나란히 잉여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했고, 자금을 메우기 위해 앞다퉈 채권과 주식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3.월가의 관심은 이제 '누가 더 많이 투자해 성장을 만드느냐'에서 '누가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하며 실제 현금 수익으로 회수하느냐'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앤트로픽의 올해 실적. 전분기 대비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인프라 비용은 늘고 있고요. [표=챗GPT]
앤트로픽
믿었던 너마저...

8954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1200조원입니다. 숫자가 너무 커서 감이 잘 오지 않으실 텐데요. '클로드'를 만드는 앤트로픽이 앞으로 지출하기로 약속한 금액입니다. 2045년, 즉 향후 19년 동안 내야 하는 돈인데요.


단순 계산으로 나누면 1년에 63조원씩 내야 합니다. 지금의 삼성이나 SK하이닉스라면 "훗"이라는 감탄사와 함께 낼 수 있을 만한 수준이겠지만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과연 이러한 돈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이달 상장을 앞둔 앤트로픽이 2일(현지시간) 증권신고서를 수정해 제출하면서 드러난 내용인데요. 청구서의 대부분은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등 컴퓨팅 인프라 비용입니다. 2030년 말까지 지출할 금액만 4475억달러, 2045년까지는 총 8954억달러에 달합니다. 이 중 상당수는 계약을 쉽게 취소할 수도 없다고 해요. 돈을 받을 기업들의 이름도 화려합니다. 구글이 1213억달러, 스페이스X가 1205억달러, 아마존이 1100억달러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449억달러를 받을 예정이고요.


구글과 아마존은 앤트로픽의 투자자입니다. 투자한 기업이 자기 돈을 받아 컴퓨터를 사고, 그 대금이 다시 투자한 기업으로 돌아갑니다. 돈이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구조, 언론에서 많이 보셨을 '순환투자'입니다.


물론 앤트로픽은 그 과정에서 실제 컴퓨팅 서비스를 공급받습니다. 하지만 투자와 매출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합니다. 만약 AI 매출이 늘지 않아 이 순환고리에 균열이 생기면 큰일이거든요.


흥미로운 건 앤트로픽의 실적입니다. 현재 앤트로픽은 상당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 매출은 170억달러(약 23조원)로 1년 전보다 12배나 늘었거든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실적 늘었지만, 줄어든 성장세

그런데 시장을 두렵게 하는 것은 앞서도 잠시 언급했던 증가율의 감소입니다. 매출 증가율은 2분기 144%에서 3분기 47%로 둔화했습니다. 반면 컴퓨팅과 인프라 비용은 같은 기간 56억달러에서 99억달러로 77% 증가했고요. 매출은 여전히 빠르게 늘지만 컴퓨터를 빌리는 비용은 그보다 더 빠르게 늘어난 겁니다. 결국 2분기 9억7400만달러 흑자였던 영업손익은 3분기 5억67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우려가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앤트로픽의 설명을 들으면 수긍이 갑니다. 클로드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컴퓨팅 자원이 부족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단기계약으로 50억달러어치 컴퓨팅 자원을 확보했다고 해요.


단기 계약이 장기 계약보다 비싼 만큼 이 과정에서 적자가 났다는 설명입니다. 여행객이 몰려든 호텔이 급하게 근처에 있는 다른 호텔의 방을 성수기 가격에 빌려 손님에게 준 거죠. 예약도 늘고 매출도 늘어났지만 객실 대여료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요.


문제는 하나 더 발견됩니다. 앤트로픽은 모델 할인으로 6억달러를 '덜' 청구했다고 하는데요. 오픈AI를 비롯해 중국 AI 기업들이 저렴한 모델을 시장에 풀기 시작하니 앤트로픽도 어쩔 수 없이 가격 인하에 나선 겁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새 호텔을 짓는다 하더라도 수익률이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앤트로픽의 금고가 당장 비어 있는 건 아닙니다. 9월 말 기준 유동성 자산이 1466억달러(194조원)입니다. 최근 630억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 약정도 확보했고, 상장을 통해 추가 자금도 마련하게 됩니다. 하지만 앤트로픽이 내야 할 돈 9000억달러에는 미치지 못해요. 그래서 상장 신고서에 "생각보다 빨리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는 문구를 남겼고요.


그래서 최근 앤트로픽의 IPO에 참여하려는 기관투자자들이 기업가치를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때 2조달러 가까이 거론됐던 기업가치를 1조5000억~1조6000억달러 수준으로 낮추라는 겁니다. 이유는 간단한데요. 앞으로 막대한 돈을 벌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그 돈을 벌기까지 감당해야 할 비용과 위험도 만만치 않다는 거죠. 따라서 주식을 조금 더 싸게 사야겠다는 겁니다. 앤트로픽의 몸값 줄다리기, 지금 월가가 AI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엔터프라이즈 AI부터 Physical AI까지

AI의 현재와 미래를 한자리에서 만나보세요!


아이벡스(AIVEX)와 매경미디어가 첫 번째 연례 포럼인 'AIVEX FRONTIER 2026'을 공동 주관합니다. 


데니스홍 교수, 노범준 LG 전자 상무, 민세훈 팔란티어 APAC 커머셜 부분 대표 등 국내외 리더들과 연구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글로벌 AI 기술의 흐름부터, 실제 산업 현장의 변화, Physical AI, AI Robotics, 그리고 기업 운영 전반의 AI Transformation까지, AI 실제 도입의 현실과 다음 단계를 이야기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AI 기술과 산업의 변화,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능성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신 분들은 하단의 버튼을 통해 신청해 주세요!


행사 일시: 2026.11.11 (수) 13:30 ~ 18:00 (등록 및 입장 13:30부터)

행사 장소: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 아틀라스홀 LL층 

참가비: 무료 (약 300석 한정)


믿었던 구글, 검색 시장의 최강자 구글... [표=챗GPT]

돈 벌고 성장해도
혼난 구글

국어 90점, 영어 90점, 수학 90점을 맞은 학생이 있습니다. 성적은 과목별로 모두 최고였습니다. 지난 시험과 비교하면 점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께 혼났습니다.

수학 점수가 처음에 40점에서 50점, 50점에서 70점이 됐는데, 이번에 100점이 안 나왔다는 거죠. 부모님이 걱정을 합니다. "너한테 들인 수학 학원비가 얼만데 아직도 100점을 못 맞으면 어떡해! 게다가 원래 잘하던 국어 점수는 왜 주춤하니!" 학생은 억울합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이런 상황입니다(개인적 견해입니다). 지난달 29일 알파벳 주가는 무려 12.6%나 폭락했습니다. 하루 만에 날아간 시가총액이 약 500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700조원입니다. 2004년 상장 이후 가장 참담한 하루였다고 하는데요.

성적표를 보면 이해가 가질 않아요. 3분기 매출은 1276억달러로 1년 전보다 25% 증가했습니다. 구글 클라우드 매출, 즉 AI 산업은 307억달러로 두 배 넘게 뛰었고요. 클라우드 영업이익은 111억달러로 약 3배나 늘었습니다. 고객들이 앞으로 사용하겠다고 약속한 서비스의 수주잔고는 무려 5610억달러에 달하고요. AI에 투자를 했더니 AI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면서 실적 또한 좋아지고 있습니다. AI 붕괴? 성장하는데 붕괴라뇨.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알파벳이 3분기 데이터센터와 장비 등에 투자한 돈은 514억달러입니다. 1년 전의 두 배가 넘습니다. 같은 기간 실제 사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423억달러에 그쳤습니다. 벌어들인 현금보다 투자에 쓴 돈이 더 많았다는 얘기입니다.

그 결과 투자 비용 등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 이른바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91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2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적자에 적자 폭도 확대됐습니다. 이익은 늘어나는데 통장 잔액은 줄어드는 성적표에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금치 못했습니다(더 기다려주면 되지 않을까 하는데 말입니다😒).

검색 성장세도 주춤... 원인은 AI 모드
올해 알파벳이 계획한 자본지출만 최대 2050억달러입니다. 내년에는 더 늘어날 전망이고요. 월가에서는 3000억달러 안팎까지 예상하고 있습니다. 돈은 어디서 마련할까요. 

알파벳은 3분기에만 주식을 발행해 124억달러, 채권을 발행해 287억달러를 조달했습니다. 지난해까지 적극적으로 진행하던 자사주 매입은 올해 9월 말까지 한 건도 없었고요. 과거에는 벌어들인 돈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주주에게 돌려줬습니다. 이제는 반대로 주주에게 새 주식을 팔아 돈을 마련하는 상황인거죠.

걱정스러운 숫자가 하나 있습니다. 구글 검색 매출인데요. 구글의 본업이자 가장 든든한 현금 창고인 검색 사업의 매출 증가율이 2분기 17%에서 3분기 12%로 둔화했습니다. 성장하고 있지만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AI였습니다. 

구글은 검색으로 벌어들인 돈을 AI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검색에 'AI 모드' 'AI 오버뷰'를 도입했고요. 그런데 AI 챗봇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이 검색창 대신 AI에 질문을 합니다. 결국 기존 구글 검색 광고는 줄어들고요. AI를 키우려고 돈을 쓰는데 그 AI가 돈을 벌어오는 기존 사업을 위협하고 있는 거죠.

돈을 빌리는 조건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알파벳은 2일 60억유로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이 중 2045년 만기 채권 금리는 연 5.25%로 지난 5월 발행한 비슷한 만기의 채권보다 높아졌습니다. 물론 그 차이를 모두 AI 투자 위험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변화는 있습니다.

시장이 AI 기업의 실적 발표에서 매출 증가율만 보는 게 아니라는 거죠. 구글은 AI 모델도 만들고, 반도체도 설계하고, 데이터센터도 운영합니다. AI 시대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그런 구글조차 현금흐름과 투자 비용 때문에 시장의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AI를 이용하면 이처럼 레터에 쓸 표와 이미지를 손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표를 만들려면 PPT나 엑셀을 이용해서 만들고 캡처를 했습니다. 이미지도 마찬가지에요. 포토샵을 할 수 있지만 이런 그림을 그리는 데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챗GPT와 클로드를 유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쓰는 돈만큼, 제 성과는 늘어나고 있을까요. 그만큼 월급은 늘어나고 있는 걸까요. 

지난 분기와 다른 아마존
주식 파는 메타

앤트로픽과 알파벳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AI에 돈을 쏟아붓던 빅테크 기업들이 하나둘 같은 고민에 빠지고 있습니다. 아마존과 메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존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발표한 실적을 보면 클라우드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매출이 39%나 늘었습니다. 최근 5년 사이 가장 빠른 성장세라고 하는데요. 구글과 마찬가지로 "AI에 투자했더니 돈이 벌리네!"라는 반응이 나올 법합니다. 하지만 아마존 주가는 실적 발표 뒤 시간 외 거래에서 약 7% 급락했습니다.

이유는 역시 투자 비용입니다. 아마존은 3분기에만 설비투자로 약 773억달러를 썼습니다. 1년 전의 2.2배인데요. 최근 12개월 동안 영업활동으로 1683억달러의 현금을 벌어들였지만 설비투자 등을 빼고 나니 424억달러가 부족했습니다. 구글과 마찬가지로 현금 흐름은 2분기 연속 적자에, 그 폭은 확대됐습니다.

저는 이게 가장 이상했는데요. 석 달 전만 해도 시장은 아마존의 막대한 AI 투자를 반겼거든요. 당시에도 최근 12개월 잉여현금흐름이 76억달러 적자였지만 AWS 매출이 37%나 늘자 투자자들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약 9% 뛰었고요.

이번에는 반대였습니다. AWS 매출 증가율은 39%로 높아졌습니다. 5년 만에 가장 빠른 성장세였지만 시장 예상인 38%를 조금 웃도는 데 그쳤다는게 먼저 발목을 잡습니다. 반면 3분기 설비투자는 773억달러로 1년 전의 2.2배에 달했고 최근 12개월 잉여현금흐름 적자는 424억달러로 석 달 사이 5.6배 불어났습니다. 매출은 기대보다 조금 더 늘었는데 투자에 들어가는 돈은 훨씬 빠르게 불어났습니다(그래도 기다려주면 안되나요😮‍💨).

결국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던졌습니다. 석 달 전에는 AI 투자가 얼마나 많은 매출을 만들어 내는지에 주목했다면, 이제는 그 매출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써야 하는지 따지기 시작한 겁니다.

메타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달 21일 발표한 3분기 매출은 646억달러로 1년 전보다 26% 늘었습니다. 시장 예상도 웃돌았고요. 그런데 실적 발표 다음 날 주가는 7% 넘게 급락했습니다. 이유는 역시 AI 투자였습니다. 3분기 잉여현금흐름이 21억달러 적자로 돌아섰고 올해 설비투자 전망도 1350억~1450억달러에 달했기 때문인데요.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메타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팔기로 합니다. 최대 975억달러 규모의 주식 조달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물론 주식은 빚처럼 원금을 갚을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어요. AI 데이터센터를 더 짓기 위해 회사의 지분을 새로운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 셈입니다.

메타만 돈을 구하는 건 아닙니다. 오라클은 주식과 채권으로 200억달러를 조달하겠다고 발표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25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자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겁니다.

물론 AI 서비스의 수요가 꺾였다는 뜻은 아닙니다. 매출은 여전히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그 투자를 얼마나 오래 감당하고, 얼마나 빨리 수익으로 돌려놓을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 되는 시점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이제 시장의 질문은 '누가 미래를 만드느냐'에서 '누가 그 비용을 끝까지 버텨내느냐'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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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은 웃었지만 전망에 울었다

애플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4% 하락했습니다. 아이폰18 프로의 판매 호조와 가격 인상 덕분에 매출은 1144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는데요. 문제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입니다. 애플은 10~12월 매출총이익률이 직전 분기 47.9%에서 45~46%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고수익 사업인 서비스 부문의 성장세도 둔화하고 있습니다. 


팔란티어, 정부보다 기업이 더 큰손 됐다

미국 정부의 데이터 분석 기업으로 성장한 팔란티어가 AI 사업 확대에 힘입어 민간시장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3분기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증가한 23억1000만달러로 처음 20억달러를 넘어섰는데요. 특히 미국 민간기업 매출이 148% 급증한 9억84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정부 매출(9억5300만달러)을 처음 추월했습니다. 기업들의 AI 도입이 늘면서 최근 2년간 미국 민간기업 매출은 5배 이상 커졌습니다. 

 

SNS 중독 책임 묻자 줄줄이 합의

스냅이 소셜미디어(SNS) 중독으로 정신건강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한 청소년 2명과 소송에 합의했습니다. 두 원고는 메타·틱톡·유튜브와도 비공개 합의를 마쳤는데요. 이번 소송은 미국 전역에서 제기된 수천 건의 유사 소송에 영향을 미칠 대표 사건이어서 관심이 컸습니다. 앞서 다른 소송에서는 배심원단이 메타와 구글의 플랫폼 설계에 과실이 있다며 600만달러 배상을 평결하기도 했습니다. 스냅이 2029년까지 관련 소송으로 부담할 금액이 최대 3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인사말

1840년대 영국에는 철도 광풍이 불었습니다. 너도나도 철도회사 주식을 샀고, 의회는 새 노선 법안을 쏟아냈습니다.


거품은 꺼졌고 많은 투자자가 돈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철도는 남았습니다. 그때 깔린 선로 위로 이후 영국의 산업과 물류가 달렸습니다.


기술의 성공과 투자의 성공은 다른 시험입니다. 철도는 합격했지만 철도주를 산 사람은 낙제할 수 있었거든요.


AI도 마찬가지일지 모릅니다. 데이터센터가 쓸모 있어도, 그 값을 비싸게 치른 사람은 손해를 볼 수 있으니까요. 물론 지금의 걱정이 기우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저도 그러길 바랍니다). 아직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국도 이 장부 밖에 있지 않습니다. 앤트로픽이 낸 컴퓨팅 비용은 구글과 아마존을 거쳐 칩값이 되고, 칩값의 일부는 메모리값이 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청구서의 맨 끝에서 돈을 받는 쪽이고요.


지금까지는 더없이 좋은 자리였습니다. 청구서는 끝이 아니라 확인 절차입니다. 먹은 만큼 나왔는지 따져보는 시간이죠. 시장은 지금 영수증을 들고 항목을 하나씩 짚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점심, 회전 초밥 어떠세요. 접시는 돌고 돌아 다시 내 앞으로 옵니다. 순환 투자가 떠오릅니다.


하나씩 집을 때는 모르지만 계산할 때 쌓인 접시를 세어보면 정신이 번쩍 듭니다. 기업들이 받은 AI 청구서처럼 말이에요. 


회전초밥 드시면서 AI 시대 어떤 기업이 생존할지, 앤트로픽은 개미들에게 기대주가 될지 이야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흥미롭게도 앤트로픽의 티커는 'ANT', 개미입니다. 


빠르게 사라지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적어가겠습니다
원호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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