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탐닉 와중엔 늘 그래왔듯 그 장르에서 저명한 여성 아티스트를 찾고 싶어지게 마련인 저입니다. Bill Evans, Chet Baker, Keith Jarrett, Eddie Higgins, Ahmad Jamal 등 유명한 연주자들의 앨범을 밤낮으로 들으면서도 여성 재즈 플레이어를 알고 싶어 부족한 재즈 지식으로 찾아 헤맨 끝에, 오늘의 영상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더없이 행복한 순간이었고, 계획에 없던 보람이었죠.
이 값진 라이브 영상 하나를 만나게 되기 위해 뜬금없는 이사 계획부터 개연성 없는 포스터 초이스까지 이루어진 것만 같다고 하면, 제가 너무 운명론자인 걸까요? 하지만 진짜 마음에도 없는 소리나 행동은 무심결에도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삶은 때로 터무니없이 튀어나온 선언들에 의해, 뱉어진 순간 방향성을 잡은 것마냥 끌려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새해를 앞두고 긴 편지를 써보았습니다. 흑백 화질을 뚫고 전해지는 토시코 여사님의 생동감 넘치는 연주로 새해 인사를 대신하며, 보잘것없어 보이는 흔해빠진 다짐이라도 노트 귀퉁이에 감히 선언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2022년을 이끌고 갈 작은 단서가 될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저도 적어봅니다. 내년엔 더 감각을 곤두세우고 예측 불가능한 플레이리스트를 꾸려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무엇보다 함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