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역 1번 출구 근처에 다소 재미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좁은 건물, 으스스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A4용지에 자그맣게 쓰여진 글귀(‘손끝이 그대 몸짓에 스쳐 춤을 춘다.’)를 마주할 수 있는데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대형 오브제들이 중앙홀 천장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독특한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왠지 모르게 춤을 춰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에요. 그 이름하여 커피와 와인을 즐기는 공간, 을지로의 ‘춤’입니다.

꽤나 널찍한 사이즈의 공간에는 빈티지한 소품과 현대적인 가구들이 오묘하게 널브러져 있습니다. 찾기 힘들 정도로 숨어있는 카운터, 테이블마다 올려져 있는 다른 색깔의 수정구슬, 그리고 왠지 모르게 4차원적인 메뉴 구성과 이름 등. 색다른 컨셉을 경험하는 풍성한 재미가 있는 곳이에요. 시그니처 메뉴는 잘 구운 크루아상 위에 쫀독한 젤라또와 치즈가 올라간 디저트 ‘염탕반’, 그리고 새콤달콤한 과일과 민트, 푸른 솔을 닮은 고수가 올라간 냉차 ‘낙원’.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곳이 맛집이죠. 에디터가 방문했을 때도 복작복작했습니다. ‘필동면옥’은 2018년부터 올해까지 줄곧 미쉐린가이드 맛집으로 선정된 평양냉면 레스토랑입니다.내로라하는 평양냉면 전문점 사이에서도 필동면옥은 오랜 세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왔죠. 색다르면서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원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에요.

이곳에 방문하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은 냉면, 만두, 그리고 수육. 평양냉면은 자칫 특징 없이 밍밍하다고 느낄 수 있을 만큼 깔끔한 맛을 자랑하지만, 은근하게 풍기는 섬세한 육 향과 은은한 감칠맛에 중독되어 단골이 된 손님들도 많습니다. 평양식 만두는 먹음직스러운 크기에 꽉찬 만두 속맛이 제격이고, 두툼하면서도 부드러운 돼지 수육은 독특한 새우젓 양념에 살짝 찍어 먹는 것이 일품. 맛이 기억나니 글을 쓰는 지금도 입에 침이 고이네요. 아, 그리고 회전율이 높은 편이니 웨이팅하더라도 오래 기다리진 않을 겁니다.

충무로 대한극장 옆 골목에 위치한 이곳. 병풍과 자개상 그리고 하몬드 오르간 (Hammond Organ)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바, ‘콩코드 서울’입니다. 오르간, 키보드 연주로 다양한 음악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뮤지션 림지훈이 운영하는 하몬드 오르간 바에요. 적당히 좋은 술, 꽤 괜찮은 안주, 그리고 몹시 좋은 음악들로 버무려 편하게 머무는 곳이 되고자 한다고.

“시원한 마룻 바닥, 겨울에 따끈한 온돌, 마시다 눕고, 자다 기어 다닐 수 있는 하몬드 오르간 바.”

다종다양한 위스키, 안주뿐만 아니라 이곳을 방문해야 할 이유는 따로 있으니. 바로 트리오 ‘퐁퐁’으로서의 림지훈의 오르간 연주. 모든 것이 전자 음악으로 옮겨지는 시대지만, 아직도 진짜 오르간 소리를 만날 수는 있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소중한 사람과 평생토록 회상할 추억 만들기 딱이죠. 공연 일정은 매번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공지되고 있으니 방문 시 참조할 것!

'콩코드 서울' 바의 뮤지션 ‘림지훈’ 님은 지금 소개해 드리는 이 음악의 원작자인데요. 바로 아소토 유니온(Asoto Union)의 명곡이라고 불리는 'Think About' Chu’입니다. 아소토 유니온은 2001년 12월에 결성됐던 인디밴드입니다. 드러머 겸 보컬 김반장, 키보드 임지훈, 베이스 김문희 그리고 기타리스트 윤갑열로 구성되어 있고, 홍대와 이태원 등지에서 게릴라성 거리 공연을 진행한 게 화제가 된 사람들이죠.

'Think About' Chu’는 정말 세련된 곡입니다. 발매 당시 발라드와 소울에만 심취한 대중음악계에서 그 취향의 골조에 맞아떨어지면서도 다른 R&B 곡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펑크, 재즈함이 실려있던 곡이었어요. 심플한 사운드를 지녔지만, 그 속에는 사랑의 감정을 절제된 마음으로 표현하는 세심함이 녹아져 있습니다. 그러니 19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여러 가수들이 커버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겠죠. 전설의 밴드라고 불리는 아소토 유니온, 꼭 한번 음악으로 경험해 보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