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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9 | 390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안녕하세요!
혹시 '안 본 눈 삽니다'라는 표현을 아시나요? 인터넷 커뮤니티나 댓글 등에서 널리 쓰이는 표현 중 하나인데요. 비슷한 단어로 '안 본 뇌 삽니다' 등이 있어요. 처음에는 '못 볼 것을 봤다'라는 부정적 의미만 있었는데 지금은 '경험하지 않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의미가 더해졌어요. 어떤 것을 보거나 경험하지 않은 과거로 돌아가 '첫 경험'의 기쁨을 다시 느끼고 싶다는 의미에요. 오늘 미라클레터는 이 표현에서 시작해 '미경험(未經驗)의 가치'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힘을 빼고 정말 '편지'처럼 써보겠습니다! 
오늘의 에디션

  1. 모든 경험을 분석해드립니다 
  2. 우리가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 몰랐던 것
  3. 모르는 것보다 나쁜 것은 잘 못 아는 것
  4. '안 본 눈'을 살 수 있는 용기

    #오미크론변이공포 #테슬라독일공장생산시작  
    16조 가치로 상장한 퀄트릭스
    모든 경험을 분석해 드립니다

    라이언 스미스 퀄트릭스 창업자는 지난해 NBA농구단 유타재즈를 인수했어요.<nba.com>
    퀄트릭스 뭐하는 회사?
    올해 1월에 나스닥에 상장한 퀄트릭스(Qualtrics)라는 회사는 여러가지로 재미있는 회사에요. 2002년 미국에서도 깡촌에 속하는 유타 주에서 스미스 가족에 의해서 만들어졌어요(아빠랑 아들들이 함께 창업했어요!). 서베이 기반의 리서치로 시작한 이 회사는 투자를 전혀 안 받으면서 성장을 하다가 2012년 7000만 달러의 첫 벤처투자를 받았어요. 그것도 실리콘밸리의 터줏대감인 세콰이어 캐피탈과 엑셀 파트너스, 인사이트벤처스로부터 동시에 투자를 받은 것! 

    SAP 자회사로 나스닥 상장
    2018년 상장을 앞두고 있던 이 회사는 갑자기 독일 시총 1위기업인 SAP 의 러브콜을 받고 80억 달러에 팔려가요. SAP가 퀄트릭스가 자신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어마어마한 돈으로 스타트업을 산거죠. 그런데 갑자기 2020년 SAP는 퀄트릭스를 분사시킨 후에 상장시키겠다고 밝혀요. 그것도 80% 이상 대주주 지분을 유지하면서요. 퀄트릭스는 올해 1월 140억 달러 가치로 상장에 성공하면서 SAP에게도 큰 수익을 돌려줬죠.

    경험관리(XM) 분야의 개척자
    퀄트릭스는 경험관리(Experience Management:XM)라는 분야를 개척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어요. 고객이나 직원의 경험 데이터를 모아서 이걸 분석하는 거죠. 퀄트릭스에 따르면 데이터는 운영 데이터(O-data)와 사람이 개입된 경험 데이터(X-data)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경험데이터를 수집하고, 운영 데이터와 결합해 분석하는 것이 퀄트릭스라는 회사가 하는 일이에요. 

    X-데이터 측정해 고객에게 제공
    매출, 월간활성이용자(MAU), 제조 리드타임 같은 것이 운영 데이터라면, 소비자와 직원의 피드백, 댓글 같은 것이 경험 데이터라는 거죠. 고객들의 경험 데이터를 얻기 위해 서베이를 많이 하다 보니 경험관리 회사들은 서베이에서부터 시작한 경우가 많은데요. 이걸 전체 경험 측정과 분석까지 확대한 것이 '경험관리’ 에요. 우리에게는 서베이 회사로 알려져있는 서베이몽키도 얼마 전 모멘티브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경험관리 분야에 집중하고 있어요. 

    경험 데이터에 담긴 가치
    이런 경험 관리 회사가 140억 달러 가치가 된 것을 보면 그것이 고객이든 직원이든 경험을 분석하는 것의 가치가 인정받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아요. 실제로 퀄트릭스의 고객들은 대부분 글로벌 대기업들이 많아요. 큰 돈을 들여서라도 고객과 직원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거기서 어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지 기업들이 고민하고 있는 거죠. 
    '안 본 눈'의 가치
    우리가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 몰랐던 것

     픽사는 원래 컴퓨터 회사에서 시작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됐죠.
    우리 제품 아직 안 써본 사람?
    최근 저는 한 교육 스타트업 대표님을 만난 적이 있는데 이 회사는 신입직원이 들어오면 아이가 있는지를 여쭤본다고 해요. 그리고 자사의 제품을 그 아이에게 써보도록 시킨다고 하죠. 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자사의 제품을 경험해보지 못한 그 아이는 훌륭한 리서치 패널이에요. 회사 내부 사람이 아닌 외부인, 그것도 자사의 제품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고객의 반응을 얻어 볼 수 있는거죠. 만약 이 회사가 비용을 들여서 패널을 구축하려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돈을 내야했을 거에요. '안 본 눈'을 사는데 드는 비용이에요.

    고객의 시선에서 내부를 볼 수 있다면
    여기서 '안 본 눈'이란 고객의 시각이죠. 고객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인사이더)가 아니라 회사 밖에 있는 아웃사이더의 시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여기서 고객을 찾는다면 '한 번도 경험을 하지 않은 아웃사이더'의 시각이 필요해요. 신입직원의 경우 '아웃사이더'였지만 우리 직원(인사이더)이 막 되었기 때문에 '아웃사이더'의 시각을 가진 채 '인사이더'의 열정을 갖고 제품을 평가해주겠죠? 이런 측면에서 경험이 없는 사람을 굳이 직원으로 채용해야하는 이유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웃사이더의 눈으로 인사이더를 바꾸다
    '아웃사이더'의 시각을 가진 채 '인사이더'의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수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그런 사람들이에요. 너무 많은 사례가 있어서 뭘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가장 유명한 사람을 소개해드릴게요. 바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에요.

    스티브 잡스는 평생 아웃사이더였다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 강연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전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교를 나온 줄 알았어요. 😜 알고 보니 그는 포틀랜드에 있는 리드 칼리지라는 사립대학교를 중퇴했어요. 컴퓨터 공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철학을 전공했죠. 1976년 애플을 창업했을 때도 그는 당시 기준으로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가이'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아웃사이더의 시각을 갖고 애플 컴퓨터로 PC 의 시대를 열었어요. 픽사를 창업했을 때도 그는 애니메이션 업계의 '아웃사이더'였죠. 그가 아이폰을 만들 때도 애플은 휴대전화 시장의 '아웃사이더'였어요. 하지만 그는 어디서든 엄청난 혁신를 만들어냈어요! 
    Latte is Horse.. 
    모르는 것보다 나쁜 것은 잘 못 아는 것

      저는 유당불내증이 있어서 라떼 안 마십니다.
    경험편향
    '미경험'의 가치는 경험이 가질 수 있는 오류 때문에 더 높아져요. 인간은 경험을 통해서 뭐든지 판단을 하게 되는데 자신이 경험한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것을 경험 편향(experience bias)이라고 한대요. '나 때는 말이야'가 대표적인 경험 편향이 아닐까요? 내가 먼저 경험해 봤고 넌 안해봤지? 그러니까 내가 맞아!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빠르게 변하는 요즘같은 세상에서 경험이 많으면 오히려 변화가 느려지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막는다고 주장해요. 

    마크 트웨인이 남긴 말
    미국 문학의 아버지인 마크 트웨인은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어요. (참고로 마크 트웨인은 사무엘 랭그혼 클레멘스가 신문에 글을 쓸 때 필명이었답니다 😙). 

    "신문을 읽지 않으면 그냥 모르지만(uninformed), 신문을 읽으면 잘 못 알게 된다(misinformed)." 

    '편향'이 '미경험'보다 나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구에요. 이왕 신문 얘기가 나왔으니 저희 언론사 얘기를 잠깐 해드릴게요. 일간지 기자들은 보통 2-3년 마다 부서를 바꿔요. 정치부, 사회부, 경제부 이런식으로요. 이렇게 부서가 바뀌면서 기사를 쓰는 담당분야가 바뀌는데 거의 회사를 옮기는 것만큼 생활에 변화가 커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3~6개월 정도를 적응하다보면 그 이후 부터는 마치 담당 분야를 잘 아는 것처럼(인사이더처럼) 글을 쓸 수 있답니다.

    적응기간 때 기사가 제일 좋았네? 
    그런데 그동안 몇 개 부서를 거치면서 제가 썼던 가장 창의적인 기사는 이 적응 기간이 끝날 때 즈음에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아웃사이더의 시각을 여전히 유지하면서 인사이더가 갖고 있는 배경지식이 더해지니까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는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 신기한데?), 해당 분야의 내부자들에게도 좋게 평가받을 수 있는 기사를 쓸 수 있게 돼요(😏 : 좀 알고쓰네?). 하지만 이 기간이 지나고 1년 정도가 되면 점점 인사이더에 편향적인 기사를 쓰게 돼죠. '이거 다 나왔던 얘기야'라면서 일반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기사를 쓰지 않게 됩니다.

    이미 경험한 것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래서 저는 이 적응시기에 느꼈던 새로운 분야에 대한 신선함과 낯섦을 최대한 잘 기억해서 기사를 써야한다는 생각을 종종해요. 그것을 기억해야 정말 많은 독자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기사를 쓸 수 있을테니까요. 
    이런 '안 본 눈'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에요. 사람이 이미 경험한 것을 경험하지 않은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해요. 오직 경험하지 못한 다른 사람의 눈을 사는 것만이 가능하답니다. 
    당신의 순수함을 사겠습니다
    '안 본 눈'을 살 수 있는 용기

     스티브 잡스(왼쪽)와 마이크 마쿨라. <출처>
    '안 본 눈을 산' 마이크 마쿨라
    경험이 편향을 만들고, 한번 경험한 것은 되돌릴 수 없다니! 경험이 많은 사람(혹은 나이 많은 사람)에게는 너무 비관적인 이야기인가요? 애플의 세번째 직원으로 마이크 마쿨라 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1,2호 직원인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다음으로 직원이 된 사람이에요.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애플에 20만달러의 첫 투자를 해서 애플 지분 3분의 1을 받은 중요한 창업 멤버에요(세콰이어 캐피탈의 돈 발렌타인은 잡스를 먼저 만났지만 투자는 마쿨라 다음에 했다고...) 마쿨라는 20대에 불과했던 두 창업자의 멘토이면서 애플을 키운 중요한 투자자이기도 했죠. 실리콘 밸리의 투자자들이 거부했던 스티브 잡스의 '안 본 눈'을 돈을 주고 산 사람이에요. '안 본 눈'을 가진 사람에게 투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우리가 너무 많은 경험이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요.

    경험 하지 않았다는 것의 가치
    경험이 없다는 것은 사람을 위축되게 만들어요. '미경험자'라는 단어는 왠지 '무능력자'같은 느낌을 주거든요. 막 사회에 나와서 경험이 없을 수도 있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때문에 아무런 경험이 없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미라클러님들은 미경험자라고 해도 위축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아웃사이더'의 시각을 갖고 '인사이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기업들은 고객과 직원들의 '경험'을 사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미경험'은 딱 한번 밖에 살 수 없는 정말 값진 가치거든요! 누군가 미라클러님의 능력이 아니라 경험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면 이렇게 말해 보시면 어떨까요? "미경험의 가치를 알아?" 😁
    '미라클레터 안 본 눈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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