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근무환경이 바뀌어서 회사로 출근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지하철 출근 시간을 아끼고 집에서 바로 일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다 일주일에 두어 번은 새로 문을 연 카페에 방문하여 일을 하고는 합니다. 스피커에서는 낯선 음악이 흘러나오고 비치된 디퓨저에서는 색다른 향기가 뿜어져 나오죠. 가지각색 매력을 가진 오브제를 보고 있노라면 평소에 가지고 있지 않던 생각들, 영감들이 슬며시 피어오릅니다.

글로 마음을 전하는 직업이라 그런지, 저에게는 이런 짤막한 영감들이 한없이 기쁨입니다. 고이고이 모아 휴대폰 메모장에 정리해두면 도움이 될 때가 참 많아요. 이들을 정돈된 형태로 다듬을 때면 완성된 글에도 여유로움과 넉넉함이 싹틉니다. 마우스 커서가 껌뻑거리는 빈 원고지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시간도 줄어들죠.

오늘 EGOZINE에서는 에디터가 얼마 전 방문해서 원고 한 편을 뚝딱 완성한, 삼각지 역의 세 가지 감각적인 공간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이 공간들이 건네는 이야기를 읽는 동안은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을 거예요. 창조적인 일을 하는, 혹은 새로운 영감이 필요한 그 모든 이들을 위하여.

삼각지 역 5번 출구로 나와서 우측으로 돌면 발견할 수 있는 이곳. 바로 카페 ‘카키문’입니다. 바 테이블, 벤치형 좌석, 창가 좌석으로 총 좌석은 몇 개 없지만 더할나위 없이 깔끔한 구조를 자랑하죠. 투명한 통창으로 개방감이 있으며, 특히 하얀색 빛으로 뒤덮인 한 쪽 포인트 벽면은 저녁 땅거미가 내리 앉으면 아늑한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스웨덴 산 투명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노래와 커피 내리는 소리, 이따금 들리는 지하철 소리로 인해 이곳에 방문한 자들은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평하죠.

‘고어플랜트 서울’, 굉장히 독특한 공간입니다. 이곳은 평소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선인장, 아프리카 식물, 유포르비아 등 희귀식물을 판매하는 플랜트 스토어에요. 상품이 올라올 때마다 품절되면 온라인 스토어 뿐만아니라, 삼각지 역 4번 출구에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요. 워낙 신기한 식물들이 많아서인지 평소에 가드닝에 관심 없는 분들도 삼각지 역에 방문하면 여기는 꼭 들러본다고 합니다.

유럽에서나 볼 법한 화려한 외관의 이곳의 이름은 바로 ‘타파코파’. 스페인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입니다. 스페인을 그대로 가져다 놓으려는 듯한 인테리어가 포인트인 공간이에요. 마치 테라스처럼 탁 트인 유리창, 하몽을 카빙하는 주방장의 모습을 그대로 눈에 담을 수 있는 U자형 바, 한쪽 벽 전체를 장식한 타일, 그리고 초와 꽃으로 장식한 원형 테이블까지. 독특한 컨셉과 맛있는 음식 덕에 예약 손님들로 거의 매일 만석인 곳이죠.

매 여름날 ‘cash cash의 How to love’를 듣는 에디터. 그만한 청량감을 가진 노래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던 어느 날, 이 노래를 발견했습니다. ‘뎁트 (Dept)의 Summertime’. 솔로 가수 뎁트는 처음 들어보신 분들이 많을 텐데요. 뎁트는 빚을 뜻하는 Debt와 조직의 한 부서를 뜻하는 Department의 합성어로 과거 존경받은 아티스트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진” 음악의 빚을 팀원들과 함께 갚아나가겠다는 의미와 포부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 데뷔하여 R&B, POP 등 범위를 넓히며 다양한 음악을 만들고 있어요.

뎁트는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 줄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 그걸 넘어서 대중과  꾸준한 소통을 목표 삼는 가수예요. 오늘 소개해 드리는 노래 ‘Summertime’역시 작은 메시지가 있는 곡입니다. 거리 두기를 해 온 긴 시간 동안 지친 사람들에게 아무런 생각도, 걱정도 없이 온몸을 감싸는 푸른 여유를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하죠. 그래서인지 푸른 바다가 떠오를 만큼 리드미컬하면서도 몽글한 팝 사운드가 이 곡의 특징입니다. 가사의 대부분이 영어인 것과 발매한 모든 앨범 자켓을 전부 유화로 작업한 것도 뎁트 음악이 가진 재미있는 점. 여유가 되신다면 뎁스 앨범 리스트를 찬찬히 구경해 보는 것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