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와 민주진영에 필요한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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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가 드러낸 것은 승패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정치적 균열이 얼마나 단단하게 굳어지고 있는가입니다.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은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통과했음에도 범보수와 범진보의 지지 비율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후보는 바뀌었지만 정치적 구도는 대선과 거의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세대별 투표 경향입니다. 20대 남성의 보수 지지는 선거마다 심화되고 있고, 젊은 세대는 이제 민주주의를 쟁취의 대상이 아닌 출발점으로 여깁니다.

조 전 교육감은 이 현상을 '민주화 성공의 그늘'로 진단합니다. 독재라는 명백한 악이 존재했던 시대에 민주진보 세력은 도덕적 우위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세대는 권력의 역사성보다 현재성에 민감합니다. 누가 권력을 행사하는가보다 어떻게 권력을 행사하는가를 중요하게 봅니다. 민주화 세대의 미덕이 민주화 이후 세대에게는 권력의 과잉 행사로 읽힐 수 있고, 이것이 '내로남불' 논란과 맞닿아 있습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응도 이 맥락에서 읽어야 합니다.

조 전 교육감이 제안하는 것은 '햇볕정치'입니다. 상대를 악마화하는 방식만으로는 사회를 통합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서 출발해, 상대가 품고 있는 불안과 분노를 이해하려는 노력입니다. 원칙을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정의를 실현하는 방식을 변화된 현실에 맞게 성찰하자는 것입니다. 고착된 경계를 녹이는 것, 그것이 한국 민주주의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시대적 과제입니다.

"경계가 고착될수록 작은 실수 하나가 거대한 정치적 반작용을 낳는다." (본문에서)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  View |  사회를 보는 날카로운 시선

국가가 처벌하겠다고 나선 폭력 뒤에, 국가가 설계한 제도가 허용하는 더 광범위한 폭력이 있습니다. 장주영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도 화성의 이주노동자 장기 손상 사건을 개인 범죄로만 볼 수 없다고 말합니다. 2025년 외국인 임금체불액은 1,601억 원으로 전년보다 44% 늘었고,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률은 같은 연령대 한국인의 2.3배에 달합니다. 경기도 외국인 가구의 13.3%는 컨테이너·비닐하우스 같은 곳에 삽니다. 가혹행위와 산재 사망이 가해자와 사업장을 바꿔가며 되풀이된다면,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가 그 일탈을 떠받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인권의 범위가 국적으로 갈린다는 것입니다. 비전문취업 비자는 사업장 변경이 엄격히 제한되고, 사회보장기본법은 외국인을 사실상 기본적 생활 보장에서 배제합니다. 외국인 건강보험은 2024년 9,439억 원 흑자를 냈지만, 이는 아파도 병원에 가기 어렵고 건강을 잃으면 한국에 머물 수 없는 구조와 떼어 읽기 어렵습니다. 권리 보장이 미뤄질 때마다 '사회적 합의 부족'이 거론되지만, 세금을 내는 외국인에 대한 보편적 사회보장에 약 75%가 동의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문제는 합의가 아니라 제도입니다.

장 연구위원은 이주민을 '노동력'이 아니라 '인구'로 보는 관점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사업장 변경의 자유 확대, 교육·건강·주거를 통합의 전제로 재설계, 실제로 도달 가능한 정주 경로 확보가 필요합니다. 주요 출신국들의 출산율이 이미 1명대로 낮아진 지금, 필요할 때마다 인력을 수혈한다는 가정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처벌하는 폭력 못지않게 허용하는 폭력을 직시하는 것, '노동력'이 아니라 '인구'로서의 이주민을 전제한 사회권 기반 인구정책으로의 전환이 그 출발점이다." (본문에서)
장주영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소코 픽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AI, 주가, 무한 성장이라는 세 개의 바벨탑이 동시에 올라가고 있습니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레오 14세 교황이 초지능을 향한 AI 경쟁을 고대 바벨탑 건설자들의 오만에 비유한 것이 적절하다고 말합니다. 올해에만 한국 경제 규모보다 큰 2조 5천억 달러가 AI에 투입될 예정이고, 지난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소비한 전력은 사하라 남쪽 13억 인구가 2년 반 사용한 양과 맞먹습니다. 2030년 AI 전력 소비량은 그 두 배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아직 초지능의 조짐도 없지만 자본과 자원의 투입은 멈추지 않습니다.

AI 바벨탑 위에 주가의 바벨탑이 나란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AI 메모리 수요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을 급증시키고 주가를 밀어 올렸지만, 이 슈퍼사이클은 AI 바벨탑이 계속 올라갈 때만 유지됩니다. 코스피 상승 기여의 88%를 AI 메모리가 차지하는 동안 대부분의 실물경제는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K자 양극화가 진행 중이지만 주가 고공행진에 취한 눈에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김 소장은 이 모두를 자양분 삼아 쌓이는 무한 성장이라는 세 번째 바벨탑을 가장 위험하게 봅니다. 세계기상기구는 2030년까지 평균기온이 1850~1900년보다 1.5도 이상 높을 가능성이 75%라고 전망합니다. 그런데도 전국 단체장 당선자들이 데이터센터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 만큼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건축가는 어떻게 건축할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면서 더 정의롭고 안전한 미래를 위해 AI라는 바벨탑 놀이를 멈추라고 말하는 레오 14세 교황의 충고는 언제가 되어야 우리의 귀에 들어올 것인가." (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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