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3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당대표 출마 선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한동훈 전 위원장은 자신의 출마 선언에서 서울대 공대 신임 학장 인터뷰를 인용했습니다. “과학기술 정책이 정쟁화하는 것도 문제다. 에너지 분야를 예로 들면 원전, 신재생 에너지, 영일만 유전까지 정쟁화 이슈가 많아지고 그 폭도 넓어지는 것 같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원전, 신재생 에너지 등에 대한 의견과 해법은 과학인 동시에, 우리가 어디에 더 자원을 쓸지 결정해야 할 정치적 문제가 아닐까요. 특히 정쟁화해선 안 될 대상으로 ‘영일만 유전’을 언급한 대목이 다소 마음에 걸렸습니다. 최근 국민의힘도 더불어민주당이 영일만 유전을 비판하는 것을 두고 “과학의 영역까지 정치화한다”라고 논평한 바 있지요. 정치화해선 안 될 과학의 영역이란 게 존재하고, 영일만 유전이 그 대표 사례라는 논리입니다.

영일만 유전 의혹을 연이어 보도한 게 바로 님이 후원 중이신 저희 <시사IN>의 주하은 기자입니다. ‘[단독] 호주 최대 석유개발회사, 영일만 ‘가망 없다’ 결론 내렸다’ ‘[단독] 액트지오, 4년간 ‘법인 자격 박탈’ 상태였다’. 두 기사는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영일만 유전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제공했습니다. 6월10일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영일만 인근 석유·가스 매장량 분석을 담당한 미국 기업 액트지오가 세금을 체납한 상태인 것을 한국석유공사가 인지하지 못했다며 “석유공사에서 그 부분까지 놓친 것에 대해서는 아주 완벽하게 잘하지 못했다라는 점에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습니다.

주하은 기자는 산업통상자원부 출입기자가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깜짝 발표 이후 ‘좀 알아보라’는 변진경 편집국장의 지시를 받고 ‘합리적 의심’이 들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캐나가다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한 것입니다. 물론 사실관계를 무리하게 왜곡·과장하거나 자원 개발의 불확실성 자체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되겠지요. 그러나 정부가 잘 알지 못했거나, 알았더라도 숨기고 싶어 했을 어떤 사실을 드러냄으로써 유권자들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기자들의 일이며, 이렇게 드러난 사실들을 바탕으로 야당이 질문을 던짐으로써 정부 여당을 견제하는 과정은 과학 못지않게 존중받아야 할 정치의 영역일 것입니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전직 언론인이 구속되고, 대통령이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결과를 받고 격노했는지 묻는 청문회 질문에 전직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이 “안보상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답변드릴 수 없다”라고 말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파업에 대해, 노란봉투법에 대해, 익명의 재계 관계자를 인용해 밑도 끝도 없이 흠집 내는 보도 관행도 여전합니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라는 노래 가사(브로콜리 너마저, ‘졸업’)가 자주 생각나는 시절입니다. 이런 때에 <시사IN>을 후원해주시는 님이 계셔서 저희 기자들이 다른 걱정 없이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데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고물가에, 소비할 것도 즐길 것도 많은 세상에 변함없이 저희 <시사IN>의 든든한 뒷배로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계속 나아가겠습니다. <시사IN>의 ‘IN’이 무엇보다 ‘인디펜던트(Independent·독립적인)’의 약자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동료의 특종 말고 제 특종(!)을 자랑할 수 있도록 애써보겠습니다. 더운 날씨에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