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을 정복하기 위한 원정대

로버트 팔콧 스콧 (Robert Palcon Scott)은 영국 해국 지휘관 출신의 흔들림 없는 의지력을 지닌 인물이었습니다. 스콧은 20세기 초, 당시까지 인류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던 남극을 정복하기 위해 테라노바 원정대를 이끌게 됩니다. 몇 달에 걸쳐 남극 대륙의 바닷가에 도착한 스콧의 원정대는 베이스 캠프를 치고 남극 정복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노르웨이 출신의 아문센도 남극을 정복하기 위해 남극점에서 더 가까운 곳에 베이스 캠프를 쳤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역사는 최초의 이름만이 기억되는 법이죠. 스콧은 어떻게든 가장 먼저 남극에 도달해서 조국인 영국에 위대한 소식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다섯 명의 최후의 진격대

1911년 11월 1일, 서른 명의 스콧의 원정대는 남극점을 향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중간 보급소들을 만들어 가면서 원정대의 인원은 줄어들었고 스무 명, 그 다음에는 열 명 그리고 마지막엔 스콧을 비롯한 다섯 명만이 최후의 진격을 준비하게 됩니다. 마지막 남은 다섯 명의 원정대는 남극점을 행해 고독하고 힘겨운 발걸음을 이어갑니다. 지극히 단조로운 움직임. 그저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내딛는 것 이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최초로 남극을 정복하리라는 희망만이 유일하게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었습니다. 150킬로, 94킬로, 70킬로... 이렇게 조금씩 목적지에 다가가면서, 그들은 마지막 남은 인내력과 의지로 버티어 냈습니다.

남극점에 도착하다. 그런데

1912년 1월 18일. 남극점을 향한 도전을 시작한 지 80일만에 드디어 남극에 도착하게 됩니다. 목숨을 건 도전이 드디어 성공하게 된거죠. 하지만 그토록 힘겹게 도착한 남극점에서 스콧 일행은 인간의 흔적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들보다 한 달 정도 앞서 노르웨이의 아문센 일행이 남극점에 도착했고 거기에 자신들의 기념을 남겨 놓았던 겁니다.

돌아갈 수 있을까? 

되돌아오는 길은 더욱 험난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자신들이 걸어온 흔적을 따라가면서 만들어 놓은 중간 배급소들을 찾아 내지 못하면 이 냉혹한 남극의 대륙에서 살아서 돌아가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극도의 피로함과 실망감 그리고 계속되는 최악의 날씨 속에서 그들의 강철 같은 의지는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대원 중 한 사람이었던 에반스가 끔찍한 고통으로 미쳐 버리면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공포와 불안감으로 지친 그들이 중간 보급소를 찾아내긴 했지만 보급품 중 기름이 너무 적었습니다. 이 살인적인 추위에 맞서 땔감을 절약해야만 한다는 절박함은 그들에게 더욱 큰 좌절감을 주었습니다. 오우츠 대원은 자신이 상태가 동료들에게 짐이 될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됩니다.

오우츠가 말했다. "잠시 밖에 나갔다 오겠습니다. 조금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는 가엾은 오우츠가 우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죽음을 향해 걷고 있음을 알았다. 우리는 그것이 용감한 자의, 영국 신사의 행동 이라는 것을 알았다. 
<스콧의 일기> 중에서

마지막 일기

나머지 세 사람은 지치고 약해졌고 사그러져 가는 희망을 희미하게나마 붙잡기가 점점 어려워 졌습니다. 3월 21일 그들은 천막을 떠날 엄두가 나지 않았고, 다음 보급소까지 불과 20킬로 떨어진 곳이었지만 한 발자국도 더는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식량과 땔감은 떨어졌고, 영하 40도가 넘는 강추위 속에서 세 사람은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을 예상합니다. 그 누구도 그들을 도와줄 수 없음을 잘 알았고, 죽음이 바로 코 앞까지 온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처참한 상황 속에서도 스콧은 일기를 써내려 가기 시작합니다. 훗날 자기 시체 곁에서 자신과 자신의 동료들이 겪었던 슬픔과 고통 그리고 용기를 담은 그의 일기가 발견되리라는 믿음과 함께. 그리고 그들 셋은 작은 천막 안에서 서서히 죽음을 맞이합니다.

"위대한 모순이지만, 영웅적인 죽음으로부터 삶이 솟아 나오고, 몰락으로부터 무한한 상승 의지가 솟아 나오는 법이다."
<광기와 우연의 역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