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100 #디즈니 #'안'오리지널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에디터 구운김입니다.


오늘은 놓치지 말아야 할 2월 미디어 뉴스를 소개합니다. 넷플릭스의 신상 오리지널 ⟪피지컬: 100⟫부터 디즈니의 따끈따끈 실적 발표, OTT의 오리지널 전략까지, 콘텐츠와 플랫폼 플레이어들의 주요 소식을 중심으로 이야기할게요.

출처: Unsplash

👋 오늘의 에디터 : 구운김
본디에서 옷 갈아입는 재미로 살고 있는 콘텐츠 마케터입니다.
오늘의 이야기
1. 방송사 소식 💪 ⟪피지컬: 100⟫ 제작, 그 뒷이야기
2. 스튜디오 발표 🎡 2023년, 디즈니 매직 기대해 볼까
3. OTT 업데이트 ❌ 오리지널이~아니었습니다~

방송사 소식 💪 ⟪피지컬: 100⟫ 제작, 그 뒷이야기

출처: Netflix

2월, 저를 가장 경악하게 만든 콘텐츠의 스틸컷입니다. 동시에 이번 달 들어 가장 재밌게 본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바로 오늘 마지막 에피소드가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 100인데요. 아직 보지 않은 분들이 계시다면… 한 번에 몰아볼 수 있는 여러분이 승자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전 최근 일주일 중 6일은 다음 에피소드만 기다리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피지컬: 100⟫은 뛰어난 피지컬을 가진 100인을 모아 두고 ‘최고의 몸‘을 찾는 서바이벌 예능입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프로 선수, 보디빌더와 헬스 유튜버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소위 몸 잘 쓴다는 사람들이 참여하여 신체의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게임을 진행합니다. 누가 누구를 어떻게 이기는지 보는 재미는 말할 것도 없고, ‘어떤 몸은 이럴 것이다’라는 편견을 깰 수 있어서 매 에피소드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평소에 잘 들어보지 못했던 생소한 종목도 처음 알게 되었고요.

이런 분이 나오는... 서바이벌 예능입니다 (출처: YouTube '아이언빈 윤성빈' 채널)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 100⟫은 매주 2개 회차만 공개되어 단기간 내 큰 파급력을 기대할 수 없었지만, 공개 약 2주 만에 한국 예능 최초 38개국에서 1위를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더 많이 회자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이점은 ‘제작사’입니다. 넷플릭스만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예능은 지상파방송사 MBC의 현역 PD(장호기 PD)가 제작, MBC가 넷플릭스에 공급한 오리지널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간담회에서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장호기 PD (출처: Netflix)

관련 기사에 따르면, ⟪피지컬: 100⟫ 기획안은 MBC 내부 공모전에서 처음 소개되었으나 담당 PD가 속한 시사교양 부문에 어울리지 않아 정규 편성이 좌절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내부 승인을 얻어 21년 말 넷플릭스에 제안했고, 2주 만에 투자가 결정되어 제작에 돌입하게 된 것이라 하고요. 5년 전까지만 해도 지상파 방송사가 회원으로 있는 한국방송협회에서는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제휴가 국내 미디어산업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태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말이에요.


⟪피지컬: 100⟫ 기자 간담회에서 장호기 PD는 “잘 만든 프로그램을 갖고 시청자들에게 ‘이리 와서 보세요’라고 하는 것보다, 시청자들이 이미 많이 계신 곳에 가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방송사와 넷플릭스는 제작/방영 환경이 다르다 보니) “넷플릭스는 제작 기간이 길고, 비주얼적 퀄리티나 화질, 음질에 대한 요구치가 기본적으로 굉장히 높아서, 제작자로서 큰 기회”라는 점도 강조했고요.


시장의 대세가 OTT로 확 기울었다가, 요즘은 산업 내 다양한 플레이어와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시도가 눈에 들어옵니다. 지난 레터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제작사에서 IP 확보를 위해 넷플릭스에 방영권을 제한적으로 판매하거나 드라마 하나를 실시간 채널과 몇 개의 OTT에서 동시에 방영하기도 하고요.


MBC도 그 정체성을 방송사로 제한하지 않고, 콘텐츠사업자처럼 OTT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먹보와 털보⟫를 제작한 이력이 있지만, 글로벌 규모의 성공을 거둔 ⟪피지컬: 100⟫ 이후 그 움직임에 대한 확신에 좀 더 힘을 싣게 되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스튜디오 발표 🎡 2023년, 디즈니 매직 기대해 볼까

출처: Disney

두 번째 뉴스는 2월 초 진행된 디즈니의 2023년 1분기 실적 발표(어닝 콜, earnings call)입니다. 디즈니에서 ⟪겨울 왕국⟫, ⟪토이 스토리⟫, ⟪주토피아⟫의 후속편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통해 접한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언급된 애니메이션 모두 최근 공개된 시리즈 기준(⟪겨울 왕국 2⟫, ⟪토이 스토리 4⟫, ⟪주토피아⟫) 편당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는데요. 인기 IP의 컴백 소식은 마치 밝은 미래에 대한 트레일러인 것처럼 디즈니의 2023년에 대한 기대감을 고취시켰습니다.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5~9%까지 주가 상승도 있었을 만큼 말이죠. 정확히 무엇이 어떻게 발표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우선, 지난 분기 실적이 월가의 예상을 웃돌며 주목받았습니다. 매출과 주당순이익 모두 전망치 대비 높았고, 디즈니+ 구독자는 전 분기 대비 약 240만 명 줄었지만 우려보다 크지 않은 규모였습니다. 디즈니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가 이용 중인,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유한 미디어 그룹입니다. 또한, 회사 인력의 약 3.6~5%에 해당되는 인원을 상대로 구조조정을 단행하여 55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같은 일개미로서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적어도 디즈니+로 생긴 영업 손실을 완화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크루즈, 테마파크 등을 포괄하는 부문의 매출 역시 전년 대비 21% 증가해 앞으로의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습니다.

출처: Disney

발표 도중 밥 아이거 CEO는 ‘창의성을 회사의 중심으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밥 샤펙 전 CEO가 디즈니+를 사업의 구심점으로 두기 위해 처음 조직했던 디즈니 미디어 & 엔터테인먼트 유통(Disney Media and Entertainment Distribution; DMED) 그룹을 해산했죠. 그리고 디즈니를 i) Disney Entertainment, ii) ESPN, iii) Disney Parks, Experiences, and Products 3개의 조직으로 재편했습니다. DMED 그룹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콘텐츠를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제작과 유통을 분리한 조직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스토리텔링과 창의성이 디즈니를 이끌 수 있게, Disney Entertainment에서 제작과 유통에 대한 모든 의사결정과 책임을 통합적으로 맡게 할 것이라고 해요. 큰 변화인가 생각했지만, 사실 15년간 디즈니를 이끌어왔던 아이거 CEO의 체제로 돌아가는 것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our new structure is aimed at returning greater authority to our creative leaders and making them accountable for how their content performs financially. …… our creative teams will determine what content we're making, how it is distributed and monetized, and how it gets marketed.”

...새로운 (조직) 구조는 창작을 맡는 리더들에게 권한을 돌려주고 콘텐츠의 재무적인 성과에 책임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중략)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어떻게 유통 및 수익화하고, 마케팅할지를 크리에이티브팀에서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 23년 1Q 디즈니 어닝콜

참고하기 위해 할리우드의 다른 메이저 스튜디오 파라마운트실적도 함께 살펴보았는데요. 모두의 예상대로 파라마운트+를 비롯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가입자는 늘었지만 광고 실적 감소분과 콘텐츠 투자비용을 보전하는 수준의 상승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10월 개봉한 공포 영화 ⟪스마일⟫의 극장 흥행과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 내 ⟪탑건: 매버릭⟫의 선전으로 영화 사업 쪽에서의 성장이 있었다고 해요.


디즈니의 2023년 첫 번째 실적 발표와 앞으로의 변화를 위한 개편, 그리고 파라마운트의 부진 요소까지. 수많은 오리지널을 공개해 스트리밍을 성장시키겠다는 공언보다 비용 절감을 통한 내실 확보가 더 중요해진 환경에서, 스튜디오 중심의 기업들은 이제는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습니다. D2C 플랫폼 성장을 위해 독점 콘텐츠 아카이브를 과감히 쌓아 나가기 어려운, 원래 잘 하던 것부터 다시 잘 해야 하는 세상이 돌아왔어요.

OTT 업데이트 ❌ 오리지널이~아니었습니다~
해외 OTT 관련 뉴스를 구경하는 재미 중 하나는, 국내에 서비스되지 않는 스트리밍 서비스 유저들의 목소리를 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중 HBO MAX ‘콘텐츠 편성 중단하기’ 분야에서 유난히 자주 언급되는 편입니다. 때문에 레딧과 트위터에는 보려던 콘텐츠를 불시에 보지 못하게 된 HBO MAX 유저들의 화난 후기나 ‘2월에 HBO MAX에서 사라지는 콘텐츠’ 같은 기사가 꾸준히 발견됩니다. 독점 또는 오리지널로 불리던 콘텐츠까지 하룻밤에 사라지는 일도 있었다고 하죠.

비슷한 일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달 HBO MAX에서 사라지는 콘텐츠 리스트는 제법 놀랍습니다. HBO MAX를 대표하는 워너브라더스의 유명 프랜차이즈 영화들과 HBO 인기 방영작들까지 포함되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워너의 대표 프랜차이즈 해리 포터 시리즈가 또 다시 NBC의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으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2022년 8월 피콕으로 이동했던 ⟪해리 포터⟫ 시리즈는 같은 해 11월 HBO MAX로 돌아왔다가, 이번에 다시 피콕으로 이동했습니다.

새 시즌 제작 예정이 없는 HBO의 일부 TV 프로그램도 2월 초부터 HBO MAX에서 사라져, 다른 플랫폼에서만 방영되고 있습니다. ⟪웨스트월드⟫ 같은 프로그램이 광고 기반 무료 TV 채널(FAST)과 광고 기반 스트리밍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로쿠(Roku)와 투비(Tubi)에 편성된다고 해요. 예시로 든 ⟪웨스트월드⟫의 경우, 2022년 중순 최근 시즌 방영이 마무리되었는데 타 플랫폼에 풀린다는 게 놀랍더라고요. 이렇게 되면, 당분간 일부 HBO TV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는 HBO MAX가 아니라 다른 플랫폼을 가입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출처: Warner Bros. Discovery

비슷한 흐름은 국내 OTT에서도 발견됩니다. 웨이브는 권상우 주연의 웨이브 오리지널 ⟪위기의 X⟫를 2월 초부터 MBC에서 방영했고, 웹툰 원작 오리지널 콘텐츠 ⟪약한 영웅 Class 1⟫은 2월 17일부터 채널S(SK브로드밴드의 방송채널)에서 편성하고 있습니다. 왓챠도 독점 공개했던 한석규 주연작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2월 초부터 채널A에서 공개하고 있고요.


다른 채널을 통해 방영한다고 웨이브에서 ⟪위기의 X⟫, ⟪약한 영웅 Class 1⟫나 왓챠에서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HBO MAX 사례와 비슷한 의문이 들어요. 원래는 오리지널이었지만, 오리지널이 아닌 게 된다면, 독점 콘텐츠를 제작하고 편성하는 효과가 줄어들 테니까요.

(좌) 출처: Wavve, (우) 출처: Watcha

HBO 드라마를 HBO에서 못 보는 북미 시장, 오리지널이었는데 오리지널이 아니게 된 국내 OTT 환경은 새롭습니다. 언급한 콘텐츠 모두 웰메이드로 평가받은 작품이고, ⟪약한 영웅 Class 1⟫은 2022년 웨이브의 유료 가입자 견인 1위를 기록한 타이틀이기도 하거든요.


이제 극소수의 콘텐츠를 제외하고 오리지널 한 편 한 편의 무게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부 OTT는 서비스 내부에서만 잔뜩 윤을 내어 오리지널을 전시하기 보다 오히려 타 플랫폼에 판매하고 노출의 범위를 높이는 쪽이 유익한 선택지라고 판단한 것 같아요. 손색 없이 뛰어난 콘텐츠는 많은 사람들이 보면 볼수록 콘텐츠 자체, 오리지널 보유 서비스까지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요. '오리지널의 안 오리지널화'가 OTT의 실속을 찾는 새로운 선택지인지도 모르겠어요.

  
 💭  오늘의 콘텐츠 추천

[서치 2] 메인 예고편

에디터 <구운김>의 코멘트
오늘 다룬 세 가지 소식 모두 마냥 좋기만 한 뉴스들이 아니라, 제가 몸담고 있는 이곳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난 왜 여기 있나 하는 생각도 가끔 들고요. 그때마다 유일하게 위로되는 한 가지가 있다면, 단조로운 몇 분, 몇 시간을 갑자기 기억할 만한 순간으로 바꾸는 콘텐츠들입니다.

최근 방문했던 ⟪서치 2⟫ 시사에서는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지만, ⟪서치 2⟫의 장르적 재미는 ⟪서치⟫ 1편을 능가합니다. 1편의 딸을 잃어버린 아빠보다 걸음 수가 적은 것 같은데, 어떻게 저런 속도감이 나는 추적이 가능한건지… 익숙한 얼굴이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더 몰입감 있고 재밌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1편의 초심을 잃지 않은 감독의 두 번째 시리즈 ⟪서치 2⟫, 2월 22일 수요일에 개봉하면 꼭 보러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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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구운김 • 식스틴 • Fr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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