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인생을 산 예술가들의 영화

Mar. 2025  l  Vol. 20

와인을 마시며 그림을 볼 수 있다면🖼️
한때 예술가를 꿈꿨던 꿈 많던 미대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손재주가 밥 벌어먹을 정도로 뛰어나지 않아 결국 전공과는 전혀 다른 길로 방향을 바꿨는데요. 지금 생각해봐도 손재주가 남다르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완성도 높은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건 타고난 재능뿐만이 아니었거든요. 그놈의 ‘쩐(돈)’이 필요했습니다. (여러분, 예술하는 사람이 배고프다는 건 다 옛말입니다.) 각종 재료비 앞에서 금전적인 여유가 없으면 몸으로 때워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현타가 온 걸 보면 저는 재능만 없었던 게 아니라 예술에 대한 의지도, 열정도, 게다가 돈도 없는 총체적 난국의 학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그냥 먹고 사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도 예술에 대한 사랑과 의지에 항상성을 띄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모든 영감은 극악의 고통에서 나오는 걸까요? 원스 어폰 어 와인, 현실의 고통을 창작의 즐거움으로 승화한 예술가의 삶을 다룬 영화를 전시회 다녀오듯 돌아봤습니다.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산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묵직하고 진지한 와인이 필요하더군요. 

원래 인생은 고통이야, 몰랐어?

<프리다 칼로> X  트라피체 오크 캐스트 말벡

얼마 전 넷플릭스에 영화 <프리다>가 떴습니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 프리다 칼로의 파란만장했던 일생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인데요. 저는 대학시절 처음 이 영화를 보고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보러 멕시코에 가고 싶다는 버킷 리스트까지 만들 정도로 그에게 완전히 반했습니다. 고통의 연속이었던 삶 속에서도 불꽃 같았던 그의 인생에는 희망과 용기, 굳은 의지와 같은 뜨겁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했거든요. 원래 인생은 고통이라지만 어떻게 저런 일을 다 겪고도 포기하지 않았을까, 이 영화를 처음 접했던 당시 꽤 불우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던 저는 그로부터 많은 용기를 얻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오랜만에 나타난 프리다(살마 하예크)의 얼굴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겠어요. 저는 열정적이면서도 맵싸한 그의 인생 스토리에 어울릴 만한 트라피체 오크 캐스트 말벡 한 병을 준비해 1N년 만에 다시 프리다를 만났습니다.   
영화 <프리다 칼로> 스틸컷. 부서진 몸을 견디게 해준 것, 그림을 그리는 시간

프리다 인생에는 불운의 사건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열 여덟살 겪은 교통사고인데요. 그가 탄 전차와 버스가 부딪히면서 강철봉이 그의 옆구리를 뚫고 척추와 골반을 관통했습니다. 6살에 소아마비를 겪으며 가뜩이나 불편했던 오른쪽 발은 부서져버렸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사고였죠. 요추부터 쇄골, 갈비뼈, 골반, 다리까지 어느 곳 하나 성한 데 없이 조각 났지만 삶에 대한 그의 의지와 기적이 더해져 그는 여러 차례의 큰 수술을 모두 견뎌냈습니다. 물론 생리 불순에 수술로 인한 각종 후유증으로 장애를 안았고, 남들은 모르는 고통이 평생 그를 따라다녔지만요. 그보다 더 나빴던 사고는 바로 디에고를 만난 것입니다. 디에고는 당시 멕시코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인정 받았던 화가인데요. 그의 예술적 능력과 사상은 존경받아 마땅했고 화려한 언변으로 이성적인 매력도 높았지만 남편으로서는 빵점짜리 남자였죠. 프리다는 결혼을 하고도 다른 이성과의 섹스를 아무 의미 없는 악수와 같은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최악의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했습니다. 결국 디에고는 결혼 생활 내내 이성 문제로 속을 썩였는데 프리다는 자신의 친동생(너도 나쁜 년)과도 몸을 섞은 디에고에게 크게 상처를 받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굵직한 사고일뿐입니다. 프리다가 평생 받은 수술만 35번에 달했는데, 나는 고통에 익숙하다는 말을 웃으며 담담하게 내뱉기까지 몸과 마음이 얼마나 너덜너덜했을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작품을 남기고 끝까지 ‘살아낸’ 그를, 저는 정말 존경하지 않을 수 없고요. 

영화 <프리다 칼로> 스틸컷. 프리다 인생에서 가장 불운했던 사건
프리다는 자신이 겪은 고통과 상처를 캔버스에 그린 화가입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쨍한 원색 속 날카롭고 거칠며 어둡고 잔인한 구석이 많습니다. 피와 눈물도 자주 보이고요. 저는 영화 <프리다>를 두고 왜 말벡을 떠올렸을까요? 아마 단단하고 묵직한 바디에 매콤 스파이시하면서도 부드러운 타닌이 구조를 이루는 말벡 특유의 모습이 거센 현실 속 강인하게 살아간 프리다와 닮아서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트라피체 오크 캐스트 말벡은 담뱃잎과 가죽과 같은 향에 짭조름한 미네랄까지 풍성한 것이, 담배와 술, 눈물 없이는 살 수 없었을 프리다의 기구한 삶을 한 병에 담아놓은 듯했고요. 저는 마치 도슨트를 들으며 프리다 칼로의 전시회를 다녀온 듯한 영화와 와인의 조합이 예상보다 너무 좋아, 어제 똑같은 영화를 똑같은 와인과 함께 한 번 더 돌려봤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 오래 전 버킷 리스트를 상기시켜 봅니다. 언젠가 꼭 멕시코에 가서 그의 작품을 두 눈으로 감상하겠다고요. 단, 그땐 말벡 대신 데킬라를 시원하게 때려 마실 생각입니다.   

프리다(Frida)

개봉ㅣ2002, 미국

장르 | 드라마 

감독 | 줄리 테이머

출연ㅣ셀마 헤이엑(프리다), 알프레드 몰리나(디에고) 등

한줄평ㅣ이 영화의 숨은 메시지,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포스터 이미지 출처ㅣ미라맥스 필름

트라피체 오크 캐스트 말벡

(Trapiche Oak Cast Malbec)

산지ㅣ아르헨티나, 멘도사

품종ㅣ말벡

도수ㅣ14%

특징ㅣ체리, 자두와 같은 붉은 과일에 후추 팡팡 스파이시, 가죽, 담뱃잎 그리고 미네랄

가격ㅣ1만원대

한줄평ㅣ아르헨티나 말벡의 표본, 근본

WRITTEN BY  여니고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경험주의자. 안타깝게도, 다행히도, 한두번 경험으로도 쉽게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살면서 가장 끈기 있게 해온 것은 한 회사에서 10년째 글을 쓰고 있는 것.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랫동안 와인을 좋아했습니다. 퇴근 후에는 집에서 혼술로 충전하는 시간을 (거의 매일) 갖습니다. 맛있는 와인을 발견하면 한때 직장 동료였던 감자가 자주 떠오릅니다.


아픔이 예술의 재료일 수밖에 없다면

<빅 아이즈> X 테너시티 올드바인 쉬라즈

이렇게 종종 끄적이는 저로서도, 누군가 나의 글이나 그림을 갖다가 본인의 것이라 떠벌리며 다니는 상상을 하자면 가슴 속 한쪽이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집니다. 아니 그런 XX는 도대체 어떻게 잡아 족쳐야 좋을까요(이미 화남). 그러니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고구마라는 표현으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답답함이 몰려왔다고, 초반부터 토로하며 운의 띄워봅니다. 장장 십여 년간 자신이 그린 그림을 당당하게 자신의 것이라 말하지 못했던 비운의 여성 화가 ‘마가렛 킨(Margaret Keane)’의 삶을 직관하면서요. 영화 <빅 아이즈>, 그리고 묵직하고도 스모키한 ‘테너시티 쉬라즈’를 땄습니다. 

  영화 <빅 아이즈> 스틸컷. 내 그림을 내 그림이라 말할 수 없는 이유

때는 1950년대 미국.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어린 딸을 데리고 나온 마가렛은 여기저기 생활비를 벌고자 전전하면서도 그림 그리기를 놓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늘 프랑스 유학파 화가라며 스스로를 소개하며 호감을 표시하는 월터라는 남자와 재혼을 하죠. 마가렛의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어보자던 월터는 작은 바에서 조촐하게 그림을 소개하다, 점점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되자 얼떨결에 그 그림이 자신이 그린 거라는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눈은 영혼의 창’이라고 말하던 마가렛의 말을 인용하며 그림 속 큰 눈의 아이들을 본인이 창조한 것마냥 홍보하고, 이렇게 한 번 시작된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죠. 대체 왜 그랬냐는 마가렛의 원망 섞인 물음에 그는 ‘여성 화가가 그린 그림은 잘 팔리지 않는다’며, 가정의 행복과 미래를 위해 그는 마가렛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합니다. 그렇게 마가렛은 점점 유명세를 얻어가는 그녀의 그림과 월터의 뒤에 숨어, 마치 노예처럼 방 안에서 수많은 작품을 그려야만 했죠.


놀랍게도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 오랜 세월을 어떻게 참고 살았을까, 그 시대 여성들의 비운과 인생의 온 구간이 사포처럼 까끌거렸던 마가렛의 삶을 떠올리면 가볍게 나풀대거나 달콤하기만 한 와인은 아무래도 도통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무겁게 가라앉은 풀바디에 적당히 탄닌과 후추향이 올라오는 이날의 쉬라즈는 그런 점에서 꽤 합격점이었죠. 처음부터 끝까지 뻔뻔하기만 한 월터에게 치밀어오르는 화는 스모키함에 살짝 가려졌던 부드러운 바닐라향이 살살 달랬주었고요. 마침내 용기를 낸 마가렛이 세상에 진실을 알린 후 재판을 통해 그녀가 정말로 그림의 주인임이 증명됐지만, 월터는 그럼에도 자신의 거짓말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후에 안정을 찾은 마가렛의 후기 작품들 속 아이들의 눈엔 미소와 희망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 <빅 아이즈> 스틸컷. 눈은 영혼의 창

 그런데 묘한 게, 한결 편안해 보이는 그 그림들보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서글프기도, 때로는 체념한 듯 공허한 눈을 가진 아이들의 그림들에 자꾸만 더 눈길이 갑니다. 막 이별한 작곡가에게서 희대의 명곡이 나오고, 가장 비참한 시절을 겪은 화가에게서 걸작이 나오는 것처럼 예술가에게 고통이 재료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비극적 수순일까요? 영화가 끝난 후, 마가렛 킨의 어두운 젊은 시절이 고스란히 투영된 듯한 그림들을 한 점 한 점 찾아 감상하며 남은 와인을 천천히 비워냈습니다. 극심한 고통 없인 위대한 예술이 탄생할 수 없다는 공식 하에 그저 행복하고 싶은 저는 아무래도 이번 생에 예술가가 되긴 글른 것 같습니다만, 최소한 작품에 담긴 감정을 귀히 여기고 살필 줄 아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예민하게 느끼고 진심으로 공감하며 가끔은 좋은 와인을 곁들여도 볼 줄 아는. 그런 공감의 측면에서, 오늘 술이 참 술술 잘도 들어갑니다.

 

빅 아이즈

개봉ㅣ2015, 미국

감독 | 팀 버튼

출연ㅣ에이미 아담스(마가렛), 크리스토프 왈츠(월터)

장르ㅣ드라마

한줄평ㅣ마가렛과 프리다를 보며 얻은 교훈, 아무쪼록 남편을 잘 두자

포스터 이미지 출처ㅣ네이버 영화

테너시티 올드바인 쉬라즈 (Tenacity Old Vine Shiraz)

산지ㅣ호주, 바로사 밸리

품종ㅣ쉬라즈

도수ㅣ14.5%

특징ㅣ풀바디에 부담스럽지 않은 탄닌, 후추향의 스모키함과 바닐라향의 옳은 조화, 녹진하게 말린 자두 

가격ㅣ2만원대

한줄평 | 저렴한 가격대에 살짝쿵 경험해볼 수 있는 올드바인 쉬라즈, 여러 모로 훌륭한 밸런스 

WRITTEN BY  감자

2말3초를 여행매거진 에디터로 살았고, 지금은 어쩌다 IT 업계에 발 담그고 있습니다. 일단 좋아하면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계속 반복으로 보는 습성이 있는데,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죠. 거북이, 돌고래, 초록 정원에 차려진 와인상이 인스타그램 피드를 점령 중입니다.


최근 본 콘텐츠, 마신 와인, 그외 발견한 것들

감자


퇴근길, 한잔 하고 싶은데 집 와인 냉장고 안에 화이트 와인이 동났다는 사실이 번뜩 떠올랐습니다. 와인숍까지 가, 말아? 고민 끝에 급한대로 지하철역 편의점(이마트24)엘 들어갔죠. 레드와 화이트가 마구 섞여 'SALE' 라벨이 붙여진 상자 안에서 비비노 금지, 검색 금지, 순전히 저의 감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집어온 아이가 '다렌버그 스텀프 점프 소비뇽 블랑'이라는 호주 와인입니다. 첫 모금에 복숭아의 상큼함이 느껴졌고 레몬과 풋사과의 쨍한 산도가 두드러졌으며 (거의 물처럼) 한없이 가벼워 꿀꺽꿀꺽 마시기에 제격이었습니다. 솔직히 평소 좋아하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에 비해 조금 아쉬운 포인트가 있긴 했지만 1만원대의 가격대를 생각하면 꽤 괜찮았다는 개인적인 평을 남깁니다. 혹시, 퇴근길 답답한 맘에 급히 편의점에 들르실 일이 있다면 말이죠. 

🇦🇺 호주, 멕라렌 배일 🍇 소비뇽 블랑 💲 1만원대


바롤로를 참 좋아하는데, 늘 가격대가 걸립니다. 10만원이 우습게 곧잘 넘어버리는 바롤로 세상에서 갈팡질팡하다 에잇, 하며 애써 눈을 돌려버리기 일쑤인데요. 이제 봄인가 싶던 어느 주말, 저는 이날도 몹시 바롤로가 마시고 싶었지만 이래저래 나갈 카드값을 생각하니 또 망설여지는 겁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맘에, 자주 가는 와인숍 사장님께 아주 소심하게 "혹시 5만원대에 구할 수 있는 바롤로가 있을까요...?"라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죠. 다행히도 저를 위한 선택지가 하나 있었으니, '라 카치아토라 바롤로'입니다. 붉은 과실향에 약간의 초콜릿향, 가죽향까지 꽤 다양한 풍미를 발산한 덕에 저는 이날 스테이크에 야무지게 곁들여 아주 맛있게 비웠죠. 네비올로 특유의 힘찬 기세가 느껴지진 않아 좀 아쉽기는 했지만, 가격대를 생각하면 엄지 척을 올릴 수밖에요. 다음에 또 (궁핍한 제가) 바롤로가 마시고 싶다면 주저 없이 재구매할 생각입니다.  

🇮🇹 이탈리아, 바롤로 🍇 네비올로 💲 5만원대


여니고니


트라피체 브로켈 말벡은 한때 참 좋아했던 아르헨티나 말벡 와인 중 하나입니다. 제 입맛이 묵직한 것보다는 부드럽고 여리여리한 와인으로 바뀌면서 말벡에 한동안 소홀했던 게 사실인데요. 영화 <프리다>에 트라피체 오크 캐스트 말벡을 너무 맛있게 먹고는(그것도 두 번이나) 내친김에 브로켈 말벡까지 집에 들여 말벡 주간을 완성했습니다. 브로켈 말벡은 체리, 자두와 같은 상큼한 레드 과일에 코코아, 커피, 초콜릿향이 여운으로 남는 묵직한 레드 와인입니다. 오크 캐스트 말벡보다 좀 더 거친 타닌을 가지고 있고요. 오크 캐스트 말벡의 상위 버전이라는데 제 취향에는 오크 캐스트 말벡이 좀 더 가까웠네요. 그리고 저는 오랜만에 말벡 주간을 보내며 한때 브로켈 말벡을 함께 좋아했던 전 남친을 아주 잠깐 떠올려봤습니다. 
🇦🇷 아르헨티나, 멘도사 🍇 말벡 💲1만원대

🥃 커티 삭 프로히비션(Cutty Sark Prohibition)
영화 <그린 북>을 보며 맛있게 마신 위스키 커티 삭의 상위 버전입니다. 일반 커티 삭은 알코올 도수가 40도인데, 프로히비션은 무려 50도에 달하죠. 한때 폭 빠져 지갑을 털린 싱글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오크 캐스트에서 숙성한 위스키인데요, 와, 저는 이거 첫 모금에 깜짝 놀랐지 뭐예요. 3만원대에서 이렇게 풍성하고 깊이 있는 위스키라니. 달달하게 말린 건포도와 무화과, 부드러운 바닐라에 고소한 견과류를 씹은듯한데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혀를 감싸는 그 순간, 이거 3만원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운 위스키였습니다. 2만원대 일반 커티 삭은 은은한 바닐라향이 지배적이었다면, 프로히비션은 확실히 더 묵직한 느낌입니다. 하이볼로 마셔도 맛있지만, 이렇게 깊고 여운이 긴 위스키라면 조금씩 니트로 음미해보시길 권합니다. 커티 삭은 하루키가 사랑한 위스키이기도 한데 그의 취향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기분이 좋습니다. 

🏴󠁧󠁢󠁳󠁣󠁴󠁿 스코틀랜드 🍇 블렌디드 위스키 💲3만원대

원스 어폰 어 와인 Once Upon a Wine
once_upon_a_wine@drinkinglett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