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배송된 맏물 초당옥수수를 들고 캠핑을 떠났다는 이야기
안녕하세요, 캠핑하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33도가 넘어가는 지난 주말에 캠핑을 다녀온 사람으로서 발언하겠습니다. 지금은 한여름입니다! 초여름이 조금 늦네? 라고 생각한 것이 지난주였던 것 같은데 그냥 다 건너뛰고 한여름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더위를 아주아주 많이 타는 뱀파이어 아이스크림입니다.) 내일이면 비가 오고 더위가 한풀 꺾일 것이라고 하니 다시 초여름을 되찾을 수 있기만을… 기대해봅니다…
모두 시원한 그늘 아래서 캠차레터를 읽고 계시길 바라며, 오늘의 레터를 시작하겠습니다!
CAMPFIRE SWEETCORN
숯불과 초당옥수수
일단, 저는 옥수수를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음식이야 워낙 많기는 하지만, 옥수수처럼 ‘두근거리는 음식’에 분류되면 일단 마음 속에서 한 등급이 올라갑니다. 옥수수라는 범주 안에서 어느 정도 극호와 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절대 불호는 없는 음식이라는 이야기죠. 그러니까 저는 아무리 좋아하지 않는 종류의 옥수수라도 남들보다 두 배는 먹을 수 있는 정도로 옥수수를 좋아한다는 겁니다. 

굳이 그 안에서 극호와 호를 가른다면 (불호는 없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옥수수는 미국의 스위트콘 종류입니다. 수확한지 얼마 안 된 스위트콘을 폭폭 삶아서 버터를 발라 내놓으면 진짜 고소하고 달콤한 향이 엄청 강렬하게 퍼져요. 그리고 어릴 적부터 찰옥수수를 한 줄씩 뇸뇸 뜯어가며 깔끔하게 먹어 치우는 것이 특기였던 사람도 절대 깔끔하게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습니다. 알알이 뜯어지지 않아요! 이가 닿는 순간 뭉개지듯이 달콤한 과육만 입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이건 미국에 갔을 때의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아있을 뿐, 제가 어린 시절에 먹던 옥수수는 거의 찰옥수수와 노란옥수수였습니다. 물론 찰옥수수도 맛있죠. 하지만 녹색 거인이 그려진 스위트콘 통조림이 단연 달콤하고 맛있듯이 아메리칸 스위트콘의 당도는 뇌리에 박힐 정도로 ‘넘사벽’이었거든요.

그러니 초당옥수수가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 저를 얼마나 행복하게 했는지 말할 필요도 없겠죠. 아주 미세하게 따지자면 초당옥수수보다는 깔끔하게 먹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드럽고 촉촉한 스위트콘이 취향 저격이기는 하지만, 어째서인지 과일처럼 아삭아삭하고 달콤한 초당옥수수는 초여름을 기다리게 만드는 노란 행복 같은 존재입니다. 더위에 약해서 기온이 올라가면 금방 기분이 가라앉는데, 그때 곧 초당옥수수 예약이 시작되겠구나!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렇게 올해 첫 배송된 맏물 초당옥수수를 들고 캠핑을 떠났다는 이야기입니다. 초당옥수수는 물에 삶으면 단맛이 떨어진다고 하잖아요. 저는 물을 끓이는 걸 귀찮아해서 집에서는 거의 전자레인지에 돌려 익히거든요. 하지만 캠핑을 시작한 이후로 내내 생각했습니다. 숯불을 피우는 것도 물 끓이는 것만큼 귀찮지만, 옥수수가 온다면 숯불을 피울 거야! 초당옥수수로 군옥수수를 만들고야 말겠어. 

그리고 그날이 왔습니다. 하필 수은주가 33도까지 올라가던 날이었죠. 저는 릴랙스캠핑체어에 길게 누워서 더위사냥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더위가 사냥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어요. 하늘도 무심하시지, 숯불을 피우다가 내가 구워지겠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3시가 지나니 어쩐지 더위가 절정을 지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차콜 스타터에 숯을 붓고 토치로 지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날 꼭 만들고 싶었던 요리는 엘요트elotes입니다. 멕시코의 길거리 음식으로, 몇 년 전부터 바비큐 시즌만 되면 각종 SNS의 타임라인을 장식하곤 해요. 통옥수수를 그릴에 노릇노릇 거뭇거뭇하게 익힌 다음 새콤짭짤한 치즈 소스를 바르고 칠리 파우더와 라임 조각을 곁들여 먹는 음식입니다. 더운 나라의 매력적인 음식이 주로 그렇듯이 새콤! 짭짤! 매콤! 달콤!하게 미각을 쾅쾅 두드리는 풍미 조합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캠핑이 신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런 다양한 이국적인 음식을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요리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엘요트를 지금까지 굳이 해먹지 않은 것은, 프라이팬에 지지거나 오븐에 굽는 식으로는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이 가장 커요. 물론 그렇게 해드셔도 됩니다! 하지만 저는 옥수수를 정도 이상으로 좋아하잖아요. ‘이거다’ 싶은 방식으로 요리하지 않을 거면 그냥 쪄먹어도 충분히 신나게 맛있게 먹는 것이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제 숯불이 있으니까요! 오늘 저녁은 밥 대신 엘요트인 겁니다. 

일단 하얗게 불꽃을 품기 시작한 숯을 그릴에 쏟아붓고서 옥수수를 손질했습니다. 그, 반대로 하셔야 해요. 저는 더위에 약간 맛이 갔었습니다. 아무튼 엘요트도 그렇고 군옥수수를 만들 때는 옥수수 껍질을 전부 제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냥 제일 겉껍질만 한 장 떼어낸 다음 한 겹씩 아래쪽으로 차곡차곡 매끈하게 접어주세요. 그리고 포니테일을 묶을 때처럼 머리채를 정리해서 아까 떼어낸 겉껍질로 단단하게 묶어줍니다. 그러면 집게 없이도 껍질 부분을 잡고 옥수수를 돌려가며 구울 수 있고, 먹을 때도 이 부분을 잡고 먹을 수 있습니다. 
숯불이 완성됐고 옥수수 손질이 끝났으면 버터를 바르고 그릴에 얹어서 돌려가며 10~15분 정도 구워주세요. 그리고 그 사이에 엘요트 소스를 만듭니다. 엘요트 소스의 포인트는 새콤 + 짭짤 + 크림 + 치즈입니다. 그러니까 사워크림에 마요네즈를 섞어서 새콤한 크림 베이스를 만들고, 여기에 페타 치즈를 잘게 부숴서 섞어 짭짤한 포인트를 더하고, 다진 마늘과 다진 고수로 향미를 첨가하는 거예요. 칠리 파우더나 레드 페퍼 플레이크를 뿌려서 매콤한 맛을 넣어도 좋습니다. 이 소스 자체가 바비큐에 굉장히 잘 어울려요. 구운 고기나 생선에도 잘 맞습니다. 

그래서, 소스가 완성되고 옥수수가 다 익었다면? 꺼내서 엘요트 소스를 쭉쭉 발라줍니다. 숟가락 뒷면으로 퍼서 슥슥 펴 바르면 끝이예요. 여기에 라임 조각을 곁들여서 뿌리면 톡 쏘는 꽃 향기와 새콤한 맛이! 쓰면서 침이 고이네요. 

초당옥수수 특유의 단맛과 아삭한 식감에 노릇노릇 지져지며 입힌 숯불 향이 더해져서 고소한 풍미가 터져나옵니다. 여기에 그냥 버터를 조금 더 바르고 소금만 솔솔 뿌려도 정말 맛있어요! 찌거나 전자레인지에서 익힌 것보다 농축된 단맛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여기에 새콤짭짤한 크림 소스를 더한 거예요. 같이 살짝 거뭇하게 익은 껍질을 단단하게 잡고 한 입 베어물면 입 안에서 달콤한 옥수수 낟알과 함께 짠맛, 신맛, 매운맛, 감칠맛이 한데 어우러집니다. 
와 정말, 여름에 맥주와 함께 먹기에 너무나 딱이었어요. I MEAN IT. 

여름을 초당옥수수 예약과 함께 시작하는 분이라면 초당옥수수 엘요트 숯불구이를 강력 추천합니다. 여름 캠핑을 떠난 보람을 느끼게 해줄 거예요. 맥주도 잊지 마시고요!
NOT MY STYLE
콘립 – 옥수수 갈비
틱톡에서 인기였던 콘립corn rib, 그러니까 옥수수 갈비 레시피를 알고 계신가요? 옥수수를 세로로 4~8등분해서 튀기거나 구우면 살짝 동그랗게 말리면서 뼈째 뜯어먹는 갈비 같은 모양이 됩니다. 보기에는 참 귀엽고 먹기 편하게 보여요. 그래서 초당옥수수를 하나 따로 빼놓고 옥수수 갈비를 만들어보려고 빵칼로 고군분투를 해봤거든요. 

제가 이때 손을 베이지 않은 것은 하늘이 도운 것입니다. 저는 요리하면서 잘 다치거든요. 지금도 제 오른손 약지 세 번째 마디는 뜨거운 기름이 튀어서 거뭇한 먹구름처럼 변한 가벼운(?) 화상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5일 됐어요. 그리고 옥수수 심지 녀석은 알고 있었지만 진짜 딱딱하더라고요. 모양보다 안전을 위해 일단 반을 자르고 아주 튼튼한 테이블 위에서 빵칼로 힘조절을 해가면서 썰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결론을 내렸습니다. 옥수수는 이미 충분히 맛있으니 캠핑장에 119 구조대를 부를 위험을 무릅쓰고 갈비를 만들어 뜯어야 할 필요는 없다! 이 레시피는 봉인합니다. 어떻게들 성공하시는 거죠? 저에게는 불가능이다… 저는 제 주의력을 믿지 않는다… 슬프지만 안녕이다… 
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서문을 쓸 때까지만 해도 더웠는데 지금은 어느새 빗방울이 조금 떨어지고 숨을 쉴 수 있을 만한 기온이 되었네요! 하지만 저는 어제까지 3일간의 기억을 잊지 않고 여름 캠핑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과연 캠차네는 몇 월까지 야외에서 요리를 할 수 있을까요? 나름의 관전 포인트로 삼아주시길 바라면서, 이번 주도 행복하고 맛있는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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