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어느 날 출근했는데 회사 시스템이 하나도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보죠. 처음엔 해킹이나 장애를 의심하겠지만, 알고 보니 해외 업체가 서비스를 끊은 거라면요?
이번 달 취재 현장에서는 유독 '주권'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얀 르쿤 AMI랩스 회장 등 글로벌 AI 리더들이 모인 간담회에서도, 이어 만난 앤서니 아눈지아타 AI얼라이언스 공동의장과의 인터뷰에서도 화두는 같았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AI 판에서 남의 기술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겁니다. 주요 메시지는 레터 본론에서 다루기로 하고, 아눈지아타 의장은 "AI 무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 단연 미국과 중국"이라며 "사실 한국은 일본과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짚었습니다. AI 3강을 꿈꾸는 우리에겐 뼈아픈 진단이었는데요.
그렇다면 우리 개인은 어떨까요? 주권이라는 게 국가와 기업만이 고민해야 할 주제일까요?
이번 레터에서는 국가와 기업, 그리고 나에게 ‘AI 주권'(소버린 AI)이 어떤 의미인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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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연방 민간기관에서 중국 AI 딥시크를 퇴출하고, 오픈AI 임원 회의실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한 혐의로 전직 엔지니어가 체포되는 사건까지 불거졌습니다. 이제 AI는 국가 안보 자산이 됐고, 한국 정부도 4조7000억원 규모의 '프런티어 AI' 사업으로 소버린 AI 전략의 판을 키우고 있습니다.
- 국내 기업 상당수가 데이터 주권 전략이 없는 상황에서 '서버만 국내에 두면 안전하다'는 착각을 경계하고, 데이터의 열쇠는 직접 쥐되 AI 모델은 독자 개발과 글로벌 공동 개발을 함께 가져가는 선택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 한편 생각까지 AI에 맡기는 시대, 개인이 지켜야 할 마지막 주권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일지 모릅니다. AI를 멀리하기보다 방향을 정하고 결과를 판단하는 '매니저'로 남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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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딥시크 퇴출 명령 등 대중국 기술 제재 조치를 직관적으로 표현한 그림입니다. <제미나이>
미국의 中 딥시크 지우기 AI가 '안보 무기'가 된 순간
딥시크, 다들 기억하시나요? 중국 항저우에 본사를 둔 AI 스타트업이죠. 지난해 1월 오픈AI 모델에 맞먹는 성능의 추론 모델 ‘R1'을 훨씬 적은 비용으로 만들었다고 공개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바로 그 회사입니다. 이른바 '딥시크 쇼크'로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5890억달러(약 840조원) 증발하기도 했고요. 모델을 누구나 내려받아 고쳐 쓸 수 있게 공개한 덕분에 전 세계 개발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습니다.
사실 미국의 딥시크 견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지난해 초부터 미 해군과 상무부가 직원들의 딥시크 사용을 막았고, 텍사스를 시작으로 버지니아·뉴욕 등 여러 주정부도 정부 기기에서 딥시크를 차단해 왔죠. 이번엔 아예 연방 차원의 퇴출에 나선 겁니다. 범위도 넓습니다. 딥시크 앱뿐 아니라 딥시크 모델을 가져다 만든 외부 서비스까지 대상에 넣었거든요.
근거는 2018년 제정된 '연방조달 공급망보안법'입니다. 국토안보부는 딥시크 모델에 '여러 위협 경로'가 있어, 정부 직원이나 계약업체가 쓰면 민감한 데이터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 모델 자체에 악성코드나 취약점이 숨어 있을 가능성까지 거론했고요. 중국 AI가 미국 정부의 정보가 새어 나가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같은 날 눈길을 끈 장면이 또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서 오픈AI 녹음기 사건이 다뤄졌는데요. 오픈AI 임원 회의실에 몰래 녹음장치를 설치한 혐의로 체포된 전직 엔지니어 압둘라흐만 알포잔의 보석 신청이 기각됐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오픈AI 회의실 TV 뒤 USB 포트에 녹음기를 꽂아뒀습니다. 이 곳은 당시 오픈AI 경영진이 정부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던 곳이었다고 해요.
검찰은 그가 사우디아라비아 왕실 인사와 수시로 연락하며 사우디 AI 사업 합류를 권유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우디에는 미국보다 당신이 더 필요하다"는 메시지까지 오갔다고 하죠. 그는 체포 사흘 뒤 출발하는 리야드행 편도 항공권을 끊어둔 상태였고, 아내와 아들은 체포 이튿날 미국을 떠났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우디 정부가 보석금을 대신 내겠다고 나섰는데, 판사는 오히려 도주 우려가 크다고 봤습니다. 물론 아직은 검찰의 주장일 뿐이고, 사실관계는 재판에서 가려질 일이죠.
그렇다면 두 사건이 말해주는 건 뭘까요? 결은 다르지만 메시지는 같습니다. AI가 이제 국가 안보 자산이 됐다는 겁니다. 어느 나라 AI를 쓰느냐가 정보 유출의 문제가 되고, AI 기업의 회의실은 첩보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AI의 어디까지를 직접 쥐고 있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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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주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해당 콘텐츠를 클릭해 단독 인터뷰를 확인해 보세요. <매경DB>
서버만 한국에 두면 끝? 기업이 쥐어야 할 AI 주권의 '열쇠'
첫 단추는 데이터입니다. 제가 최근 단독으로 받아본 에버퓨어(옛 퓨어스토리지)의 ‘2026 글로벌 데이터 주권 보고서'에는 꽤 뼈아픈 숫자가 담겨 있었습니다. 국내 기업 10곳 중 7곳(70%)이 공식적인 데이터 주권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8개국 2100개 조직을 조사한 글로벌 평균(64%)보다 높습니다.
데이터 주권이 이렇게 급한 과제가 된 건 불과 1년 사이의 일이라고 해요. 공급업체를 고를 때 데이터 주권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는 조직은 32%였는데, 12개월 전에는 그랬다는 응답이 2%에 불과했다는 게 보고서 결과였습니다. 매튜 우스트빈 에버퓨어 아태 CTO는 "데이터의 중요성이나 분산 구조는 1년 전과 크게 변한 게 없다"며 "달라진 것은 지정학으로, 세계 각국이 해외 서비스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기조가 강해졌다"고 설명했죠.
짐은 옮겼는데, 열쇠는 누가?
흥미로운 건 한국 기업이 행동은 오히려 빠르다는 점입니다. 데이터의 대부분 또는 전부를 국내·주권형 인프라로 옮긴 국내 기업은 36%로 글로벌(28%)보다 많았습니다. 우스트빈 CTO는 그 배경으로 탄탄한 국내 대안을 꼽았습니다. 그는 "한국에는 네이버, KT, NHN 등 해외 서비스 못지않은 기능을 갖춘 국내 사업자들이 이미 여럿 있다"며 "그래서 한국 기업은 데이터를 주권형 환경으로 옮길 때 해외 기업보다 리스크가 적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인데요. 관련 역량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국내 기업도 46%로 글로벌(38%)보다 많았어요. 짐은 먼저 옮겼는데, 집을 어떻게 지킬지는 정하지 못한 셈이죠. 우스트빈 CTO는 "한국에선 데이터 주권을 공식 전략 없이 IT팀이 따로 떼어 처리할 수 있는 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실제로 이사회가 데이터 전략을 주도한다는 응답은 글로벌 기준 19%에 그쳤고요. 그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며 법무·컴플라이언스·인사, 그리고 이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보여주기 주권'의 함정
더 큰 함정은 '서버만 국내에 있으면 안전하다'는 생각입니다. 우스트빈 CTO는 해외 사업자의 서비스를 쓴다면 데이터센터가 한국에 있어도 해외 법원의 명령이 앞설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데이터를 맡긴 기업에 알리지도 않고 집행되는 '비공개 법원 명령'이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죠. 그런데도 글로벌 응답자의 56%는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데이터 반출이나 서비스 중단에 대비한 전략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가트너도 최근 보고서에서 비슷한 경고를 내놨습니다. 안전하다는 착각만 키우는 '나쁜 가속'으로 세 가지를 꼽았는데요. 해외 소프트웨어는 그대로 둔 채 데이터센터만 서둘러 국내로 옮기는 '무분별한 자국 회귀', 해외 기업이 간판만 바꿔 단 현지 법인에 기대는 것, 위기가 닥치면 해외 법에 밀려 무력해지는 계약서에만 공을 들이는 '보여주기식 규정 준수'입니다. 데이터가 어디에 있느냐만큼, 누가 운영하고 어느 나라 법을 따르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걸 국산으로 바꿔야 할까요? 가트너는 이렇게 경고합니다. "치료가 병보다 더 비싸고 파괴적이어선 안 된다." 무조건 다 국내에 두면 비용이 불어나고 혁신이 느려진다는 겁니다.
우스트빈 CTO의 답도 같았어요. 그는 "기업들이 AI 모델을 5~6개까지 쓰면서 질의의 복잡도와 민감도에 따라 나눠 보내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며 "주권과 경제성, 응답 속도, 성능이 모두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민감한 건 안에, 나머지는 밖에. 지킬 곳을 고르라는 겁니다. 그가 제시한 '최소 존속 기업' 개념도 같은 맥락입니다. 사업을 이어가는 데 꼭 필요한 디지털 서비스를 미리 파악하고, 해외 사업자가 공급한다면 대체 공급자를 확보해 두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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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한한 얀 르쿤 AMI랩스 회장(창업자)이 AI의 다음 기술 패러다임과 개방형 AI 생태계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는 모습입니다. 자세한 현장 내용은 사진을 클릭해주세요. <매경DB>
때론 모델은 함께, 차별화는 각자
이 논리는 AI 모델로 올라가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최근 서울에서 만난 얀 르쿤 AMI랩스 회장은 "AI는 필수 인프라가 되고 있고, 역사적으로 인프라는 언제나 개방돼 왔다"며 기반 모델은 결국 오픈소스·오픈웨이트로 공개되고, 산업은 그 위에 독자 시스템을 얹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르쿤 회장과 함께 글로벌 AI 공동개발 프로젝트 '태피스트리'를 이끄는 앤서니 아눈지아타 AI얼라이언스 공동의장의 생각도 같았습니다. IBM과 메타 주도로 출범한 AI얼라이언스에는 29개국 200여 개 기업·연구기관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그는 "독자적인 프런티어 모델을 개발하는 건 훌륭한 선택이지만, 공동 개발로도 AI 주권을 지키면서 최고 수준의 성능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핵심은 데이터를 넘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는 태피스트리 프로젝트에 대해 "데이터를 넘기는 게 아니라 그 데이터로 학습할 수 있는 권한만 보태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기반 모델은 함께 만들어 부담을 나누고, 이를 가져가 각자 고쳐 쓴 결과물은 각자 소유하는 구조라는 얘기입니다. 그는 "한국은 데이터와 전문성, 컴퓨팅을 충분히 보태 프로젝트 운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죠. 실제로 인도는 독자 역량을 쌓으면서 파트너와의 협력을 병행하고 있고, 자금이 넉넉한 자체 AI 프로젝트를 벌이는 일본도 협력을 함께 가져갈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에 힘을 써야 할까요? 아눈지아타 의장은 "(AI 모델 역량) 3위가 아니라 이미 세계 1위인 산업 분야에서 독자적으로 개발을 이끌라"고 조언했습니다. 르쿤 회장도 "다음 혁명은 피지컬 AI·로보틱스와 관련돼 있고, 한국은 이 분야에 오래 기여해 온 전통이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기회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같은 자리에 있던 지미 리 ASI 파운드리 회장은 한국을 아예 '데이터 유전'에 빗댔는데요. 인터넷에서 긁어모은 데이터가 아니라 공장 현장에서 나오는 고품질 데이터가 한국의 무기라는 겁니다. 그는 "지금은 망설임의 대가가 과감한 행동의 대가보다 훨씬 큰 시기"라고 강조했죠.
종합해보면, 이들 인사의 메시지는 독자 모델을 포기하라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크리스토퍼 응우옌 에이토매틱 CEO는 "둘 다 하라는 것"이라며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최고의 독립은 상호의존이다."라고요.
결국 기업의 AI 주권은 모든 걸 혼자 갖는 게 아니라, 무엇을 반드시 쥐고 무엇을 함께할지 고르는 일에 가깝다는 메시지였죠. 데이터의 열쇠는 내 손에 두되, 모델과 인프라는 따져서 고르고 손잡는 것. 취재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건넨 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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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에게 부여하는 K-AI 앰블럼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토스 쇼크'에 과녁 옮겼다 4.7조 건 한국형 소버린 AI
정부는 그동안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사업으로 한국형 AI를 키워왔습니다. 여러 기업 컨소시엄에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나눠주고, 단계별 평가로 팀 수를 줄여가는 일종의 '서바이벌' 방식이죠. 최종 2개 팀이 내년 말까지 글로벌 최고 모델 성능의 95%에 도달하는 게 목표였고요.
물론 성과도 있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글로벌 AI 평가기관 아티피셜 어낼리시스는 독파모 2차 평가 이후 한국 모델을 미국·중국 밖에서 개발된 모델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평가했습니다. 지금까지 80여 곳의 기업·대학, 130명가량의 AI 인재가 참여했고요.
그런데 문제는 속도였습니다. 지난 4월 앤트로픽의 '미토스 프리뷰'가 등장한 뒤, 글로벌 최고 모델의 성능이 정부 예상보다 훨씬 가파르게 올라간 겁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이 지점에 대해 "팀당 (GPU) 1000장 수준으로는 미토스급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털어놨습니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정책의 미세조정이 아니라 과녁을 통째로 들어 올려야 하는 정도의 충격"이라고 표현했고요.
안보 문제도 걸려 있었는데요. 류 차관은 최상위 AI 모델 접근이 예고 없이 막히는 상황을 겪으며 AI가 국가 전략·안보 자산이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미국 기업이 유료로, 제한적으로 열어주는 모델에만 기대거나, 중국 공개 모델을 바탕으로 우리 모델을 만들 수는 없다는 겁니다. 레터 서두의 ‘MS 서비스 차단', 미국의 '딥시크 퇴출'과 같은 고민이죠. 해외 기업이 국내 시장을 선점하면 AI 성능을 끌어올리는 핵심 재료인 국민 사용 데이터까지 해외로 쏠린다는 우려도 깔려 있었고요.
독파모는 '현장'으로, 세계 최고급은 '프런티어'로
그래서 정부는 두 갈래로 판을 다시 짰는데요. 일단 기존 독파모는 중단 없이 이어진다고 해요. SK텔레콤·업스테이지·LG AI연구원 3개 팀이 경쟁 중인 3단계는 내년 1월 말까지 진행되고, 내년 2월께 최종 2개 팀을 가립니다. 달라지는 건 그다음인데요. 류 차관은 "독파모를 벤치마크 성능 중심에서 산업 현장 활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시키겠다"고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모델 개발은 '프런티어 AI' 사업이 새로 맡는 구조가 됩니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4조7000억원을 반영했는데요. 엔비디아 차세대 GPU '베라 루빈' 1만장 구매에 3조9000억원, AI 학습용 데이터 구매에 8000억원, 해외 최고급 연구자 20명 유치에 250억원을 쓸 계획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고요. 정부가 직접 지원금을 주는 대신 출자 방식으로 설계해 민간 투자를 끌어들인다는 구상입니다. 여기에 기존 독파모 최종 2개 팀은 프런티어 AI에 도전할지, 현장 보급 사업에 남을지 골라야 하고요.
목표는 현실적(?)으로 잡았습니다. 류 차관은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미국 기업과 대등한 수준을 목표로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면서도 "정부와 민간이 함께 투자해 경쟁하면 중국 최상위 모델에 버금가는 수준은 목표로 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2월 국회에서 예산이 확정되는 대로 공모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새 GPU가 들어오기 전엔 이미 확보한 GPU 7000장과 민간 임차분 8000장을 먼저 투입할 예정이고요.
전문가 조언과 맞닿는 지점, 남은 숙제
흥미로운 건 정부의 새 전략이 앞서 소개한 전문가들의 조언과 꽤 맞닿아 있다는 점입니다. 독파모를 '산업 현장 보급'으로 돌린 건, 아눈지아타 의장이 "이미 세계 1위인 산업 분야에서 독자 개발을 이끌라"고 한 것과 같은 방향입니다. '미국과 대등은 비현실적'이라는 목표 설정도 대부분의 정부와 기업이 완전한 기술 독립보다 해외 의존을 줄이고 통제력을 높이는 현실적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전문가 진단과 겹칩니다.
물론 숙제도 남아 있습니다. 프런티어 AI 개발에 정부가 투입하기로 한 4조7000억원이 '마중물'이라면, 결국 민간 투자가 얼마나 따라붙느냐가 관건입니다. 앵커·참여 기업 구성 기준과 해외 자본 허용 여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요. 독자 개발에 힘을 싣는 만큼,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글로벌 공동 개발과는 어떻게 병행할지도 지켜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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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의 AI 사업을 총괄하는 알렉산더 왕 최고AI책임자(CAIO) 인터뷰 영상입니다. 내용이 길지만 한 번쯤 볼만해요! <유튜브 ARBTY 채널>
AI에 맡긴 생각 돌려받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 개인은 무엇을 지켜야 할까요?
레터 서두에서 드린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매일 몇 번이나 AI에게 물어보시나요? 메일 답장 초안을 맡기고, 긴 보고서는 요약을 받아 읽고, 회의 아이디어도 일단 AI에게 던져보는 일이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진짜 편리하죠. 그런데 이 편리함이 쌓이면 어떻게 될까요?
얀 르쿤 회장은 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정보가 점점 AI를 거쳐 전달되는데, 시민의 정보 식단 전체가 미국 서부나 중국의 극소수 기업 AI에 좌우되는 건 민주국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요. 국가 차원의 주권을 강조한 말이었지만, 개인에게 그대로 옮겨 놓아도 무리가 없습니다. 내가 무엇을 읽고, 어떻게 판단하는지까지 AI가 대신 골라준다면, 내 생각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AI에 기댈수록 흐려지는 '생각 근육'실제로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연구 결과인데요. 미국 MIT 미디어랩 연구진은 지난해 6월 참가자 54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에세이를 쓰게 했습니다. 챗GPT를 쓰는 그룹, 검색엔진을 쓰는 그룹, 아무 도구 없이 쓰는 그룹입니다. 뇌파를 측정해 보니 도구 없이 쓴 그룹의 뇌 연결성이 가장 강하고 넓게 나타났고, 챗GPT 그룹이 가장 약했습니다. 특히 챗GPT 그룹은 방금 쓴 자기 글을 제대로 인용하지 못했고, 글에 대한 주인의식도 가장 낮았고요. 연구진은 이를 '인지 부채'라고 불렀습니다. 당장은 편하지만 생각하는 힘을 빌려 쓴 대가가 쌓인다는 뜻입니다.
AI를 끊자는 게 아니라, '매니저'가 되자는 것 그렇다고 AI를 멀리하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진도 AI 사용을 줄이라고 권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정보를 찾고 문제를 푸는 기초 역량은 스스로 유지하라고 했죠.
르쿤 회장의 전망이 힌트가 될 것 같습니다. 그는 "머지않아 거의 모든 근로자는 자신을 위해 일하는 AI 시스템 팀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매니저의 역할은 일을 떠넘기는 게 아니라, 방향을 정하고 결과를 판단하는 것이죠. 크리스토퍼 응우옌 에이토매틱 CEO의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책에서 배우는 지식은 AI도 익힐 수 있지만, 현장에서 부딪히며 쌓는 지식이 훨씬 유용하다는 겁니다. 그 몫은 여전히 사람에게 남아 있고요.
앞서 우스트빈 CTO는 기업에 '최소 존속 기업'을 정해두라고 조언했습니다. 사업을 이어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은 남에게 맡기지 말라는 뜻이었죠. 개인에게도 비슷한 목록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AI가 아무리 잘해줘도 내가 직접 해야 하는 일. 중요한 결정의 이유를 스스로 설명하는 것, AI의 답을 한 번 더 의심해 보는 것, 처음 한 줄은 내 손으로 써보는 것 같은 일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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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인공지능(AI) 모델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어 한국의 AI 개발 현장에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이 중국 AI 모델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발하는 가운데 한국 개발자들이 새로 공개한 AI 모델 산출물에서도 중국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중이 3년 새 1%대에서 49%까지 높아졌습니다. 보안 우려로 중국 AI 서비스의 소비자 이용은 저조하지만 개발 현장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편리한 개발 환경을 앞세운 중국 모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면 직장인들의 업무 부담도 줄어들까요? AI 기업 앤트로픽에서 나타난 변화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AI가 코드를 작성하고 문서를 처리하는 동안 직원들의 회의 시간은 오히려 20% 늘어났습니다. AI가 쏟아내는 결과물을 검토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AI가 업무 처리 속도를 높일수록 인간의 판단과 검증이 전체 생산성을 좌우하는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입니다.
카카오가 카카오톡 내 어디서나 불러 쓰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서비스 ‘카나나 스페이스' 출시를 앞두고 AI가 활용할 개인정보 동의를 단계별로 받는 ‘레벨제'를 도입합니다. 메시지 전송부터 일정 관리, 주문·송금까지 이용자를 대신해 AI가 맡게 될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자신의 정보에 AI가 어디까지 접근할지 이용자가 직접 정하게 한 것입니다. 카카오는 카나나 스페이스의 내년 1분기 정식 출시를 목표로 이와 관련된 개인정보 활용·동의 체계 개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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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는 레터라 분량이 꽤 길어졌습니다. AI 시대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인이 생각해봐야 할 '주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주제라 쓸까 말까 고민도 많았고요. 그럼에도 최근 업계를 취재하고 여러 인터뷰를 하면서 미라클러님들과 꼭 함께 고민해보고 싶은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모아봤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번 레터에서 만난 이들의 답은 비슷했어요. 모든 걸 혼자 가질 수는 없지만, 꼭 지켜야 할 것은 내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렇다고 주권을 지키는 일이 AI를 멀리하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AI를 제대로 쓰기 위한 준비에 가깝죠. 주도권을 쥔 사람에게 AI는 위협이 아니라 든든한 파트너가 되니까요.
AI 주권 시대에 개인이 고민해야 할 본질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AI라는 강력한 파트너를 통해 우리 자신의 가능성을 어떻게 키워갈 것인가 말입니다.
그럼 저는 다음 레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 건강 유의하세요!
현장에서
고민서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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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퇴계로 190 매경미디어센터
매경미디어그룹
miraklelab@mk.co.kr 02-2000-2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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