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신에게 보내는 반짝거리는 문장들

들어가면서
여성의 날 특집이었던 51호를 준비하다보니, 어떤 할머니가 되고싶은지, 에 대한 문장도 많았습니다. 손주가 있어야 할머니인게 아니라 노년의 여성으로서 어떤 모습일지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첫 번째 문장
주변에 베풀 수 있다면
나이가 들면 귀여운 인상의 할머니가 되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가 얼굴에 보이지 않나. 주변한테 잘 베풀고 마음을 좋게 쓰는 거다. 혼자만 잘 살겠다고 욕심내지 않고. 그렇게 늙는 게 아무래도 멋있는 거 같다.
-NC소프트 블로그, The Originality:Marketing 김희주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죽임당하지 않고 죽이지도 않고서. 굶어 죽지도 굶기지도 않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나이를 먹는 건 두렵지 않아. 상냥함을 잃어가는 것이 두려울 뿐. 모두가 다 그렇게 살고 있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싶지는 않아.
위 문장은 사내 블로그에서 인터뷰에서 나온 문장이에요. 제가 이분 지인도 아니고 게임업계와 먼 곳에 있는데 어떻게 봤는지 기억나지 않네요. 다만 "주변에 베푸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말이 인상깊어서 적어두었나봅니다.
아래 문장은 장혜영 의원이 연출했던 다큐멘터리인 어른이 되면(2018)에 나오는 노랫가사입니다(쉼표나 물음표는 제가 붙여둔겁니다). 함께 읽은 칼럼에서는 해당 다큐멘터리에 대한 감상문을 실어두었어요. 저도 상냥함을 잃지 않을 수 있는 할머니가 될지 고민하게 됩니다.
두 번째 문장
계속 배울 수 있다면
단어 하나라도 배운다는 것이 소중해요. 그날의 보람이고.(..) 공부를 하고 나서 나도 뭔가 할 수 있는 존재가 된 것 같아요.
배운다는 것은 투자고, 발전이니깐. 이렇게 공부를 하는 건 내가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에요. 늙어서 공부할 수 있는 건강과 기억력을 허락받았을 뿐이죠.

나이가 많으니 세상에 무뎌졌을 거라는 내 생각은 틀렸다. 손끝은 무뎌졌을지 몰라도 할머니의 감각은 초롱초롱 빛났다. 모든 것에 반응하고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했다.(...) 할머니 덕에 나도 ‘처음‘이 주는 설렘을 다시 느끼고 있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세상은 언제나 초면이 된다
-김유라,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제가 "재밌지 않아요?"라고 할 때의 재미는 'fun'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경험을 말하는 거죠. 새로운 경험을 저는 굉장히 좋아해요. 유튜브도 재미있어서 하고 있어요. 다 새로운 경험이잖아요.
-밀라논나 현상 - 우리의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52년생 장명숙(SBS 뉴스)
위 문장은 컨셉진에서 가져왔습니다. 85세 만학도 할머니의 인터뷰에서 적어두었던 구절이었습니다. 배움의 에너지 덕에 살아간다고 했던 구절이 인상깊어서 메모했나봅니다. 할머니의 성함을 기억하지 못했는데, 인터뷰 후기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가운데 문장은 박막례 할머니의 정확히는 손녀가 공저한 부분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경험에 "오메오메"하며 몰두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는데, 이를 지켜본 손녀가 덧붙인 말입니다. 
아래 문장은 유튜버 밀라논나의 인터뷰에서 가져왔습니다. 새로운 경험에서 재미를 찾는다는 문장이 인상깊었습니다.
세 번째 문장
나이가 들어서도 기여할 수 있다면
80세 할머니가 되었을 때도 나에게 일을 맡겨준다면 기꺼이 카메라를 잡을 것이다.
-김선령 감독이 말하는 한국에서 여성 촬영 감독으로 산다는 것(하퍼스바자)

장 원장님을 보면서, 나도 80대까지 건강하게 살게 된다면, 그렇게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이를 핑계로 흐트러지지 않고, 늙었다고 게으름 피우지 않는 노년이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끝까지 수행하는 그 성실함을 닮고 싶었다.
위 문장은 51호에 소개한 하퍼스바자 인터뷰 시리즈의 또다른 글입니다. 이 구절도 기억에 남았는데 이번 호를 위해 빼두었지요.
아래 문장은 작년 연말 별세한 장청순 원장님의 환자였던 이정주 작가가 쓴 칼럼을 가져왔습니다. 저자는 오래된 단골 환자가 많았던 동네 병원을 지키는 것이 "장청순답게 노년을 즐기는 방식"이라고 회고합니다.
독자 후기
이전호 피드백 중 게재를 허락해주신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후기를 남기고 싶으면 피드백에 남겨주세요.
"오늘도 진료실에서 보이지 않는 여성의 노동을 마주한다. 사회에 보이지 않는 손은 보이지 않는 여성의 돌봄노동, 가사노동에 기반해 있음을 여성들의 입으로 확인한다. 그들의 말과 목소리가 안에서 맴돌며 자신을 탓하지 않기를. 밖으로 나와 외쳐질 있기를." 이걸 읽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지난 2 동안 육아휴직을 끝내고 이번달에 복직한 아내는 요즘 늦게까지 노트북을 열고 일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합니다. 그러면서도 아기와 시간을 못보냈다면 주말에도 아이와 시간을 보내려고 애를 씁니다. 최선을 다해서 가사노동을 육아를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되면 장미도 사야겠네요. 문장 주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주워갈게요.
제가 주운 문장이 독자님께 가닿았다니 기쁩니다. 혹시 퇴근길에 장미는 사가셨는지요? 아이를 양육하는 분들을 볼때마다 사람을 키워내느라 고생하십니다, 라고 속으로 인삿말을 하고 있어요. 아내분이 복직 후 2인분의 삶을 살아내고 계시단 생각이 드네요. 독자님이 이 마음을 헤아리고 계시니, 이를 알아주시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시리라 믿습니다. 
소얀님, 따뜻한 위로 감사해요. 지난 주에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누가 내 얘기만 듣기라도 해주면 숨을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그 때 문장술사라는 대나무 숲이 눈에 확대되어 보였나봅니다. 51회차 문장줍기를 받자마자 이 안에는 내 이야기가 들어있다고 확신했어요. (중략) 소얀님께 그냥 풀어냈었는데, 들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조언까지 곁들여주셔서 감사해요. 더이상 '몰입'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제 시야를 돌리고 있어요. 멈춰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 중심은 일부 잡히는 것 같더라구요. 어느날 제가 이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안부를 꼭 전할게요.
공유해도 된다고에 체크한 이유는 소얀님이 진실한 사람이란 걸 독자들이 알아줬으면 해서였어요 ㅎㅎ
힘겨운 요즘 문장줍기라는 느슨한 연대가 큰 지지대가 되었습니다.
소얀님께 좋은 날들이 이어지길 바랄게요.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51호 문장술사 사연자분이시군요. 사실 제가 짐작에만 의존했던 사연인지라 도움이 될지 걱정했는데 잘 읽어주셔서 기뻤습니다. 사연자님의 또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이후 소식도 들려주기로 약속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실 중간에 고민하는 바를 상세히 말씀해주셨는데 이건 저만 읽는게 좋을것 같아 중략해두었습니다. 저를 믿고 털어놔 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계속해서 좋은 문장 전달해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더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어요.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좋겠어요.. 직업을 가진 세 자녀를 키우는 엄마로서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과, 김경오 선생님의 유서가 제 마음에 와닿았어요. 제가 키우는 세 아이가 모두 딸이라는 점에서 더 공감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제 아이들이 저와 같은 삶을 살아갈 생각에 마음이 먹먹하기도 하거든요.. 남녀를 막론하고 삶을 살아낸다는건 어려운 과정이지만.. 아무쪼록 공감하고 위로받고 힘을 얻고 갑니다. 문장줍기 화이팅이에요. 감사합니다.
지금 당장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지금 직업인이자, 세 아이의 어머니가 제 문장을 읽고 계신다는 걸 아는것만으로도 소중한 일입니다. 제 편지를 읽어주시는 분이 고등학생부터 어머님까지, 의외로 제 독자님들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서 놀랐습니다.
저는 사실 독자님이 하실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이야기가 피어오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거에요. 지금은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가시니 말이죠. 독자님이 자기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속히 찾아오길 기원해봅니다.
마감 후기
  • 원래 문장술사 사연이 있었는데 이번 호에서는 쉬어갑니다. 스마트폰 덜보기에 대한 사연인데 저도 이론만 알고 실천을 못했네요. 한 주만 기다려주세요.
  • 이번주 고수리 작가의 신간을 읽었습니다. 여기도 할머니 이야기가 나옵니다.  정확히는 가족이었던 "외할머니"이야기죠. 이걸 보다보니, 외할머니 이야기를 써야겠다 생각했어요. 만일 글을 쓰게되면, 그때 같이 보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우선 미리 추천할게요. 제 눈물버튼이었습니다.
  • 미세먼지가 심한 한주였네요. 다들 목감기 조심하세요.
이번 문장줍기는 어떠셨나요?
함께 읽고 싶은 문장이 있으신가요?
필요한 문장을 추천받고 싶으신가요?
SENTENCE PICKER
sentencepic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