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월간 독립출판
'월간 독립출판' 스물여덟 번째 편지
독립서점 '새벽감성1집'과 객원 에디터 10인이 함께 만드는 이메일 뉴스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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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년 동안의 농작물을 거두어 감사의 의미를 나누는 시기에 이런 독립출판물은 어때요?

'수확'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한 해 동안 어떤 성과를 이루었는지, 그 성과를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 나의 시간을 돌아봅니다. 그러한 시간에 함께 할 수 있는 읽기 좋은 책을 소개합니다!

세 권의 독립출판 에세이

우리는 도전, 실패, (어쩌면) 성공이 함께 담겨 있는 세 권의 독립출판 에세이에 주목했습니다.

세 권 모두 드러내어 도전을 하는 책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드려다 보며 알게 모르게 씨앗을 뿌리고, 그렇게 자기 결정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 새 수확을 맺었어요. 그 수확을 단적인 성공 혹은 실패라고 여기진 않아요. 수확 자체로 나의 단단함을 확인합니다. 수확을 맺고 곧 겨울을 준비해 봅니다. 수확을 거두고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 새로운 시작입니다.

우리는 왜 이 세 권의 책을 다시 보고 나누고 싶었을까요? 우리의 이야기를 11월 월간 독립출판에 담았습니다.

11월의 객원 에디터

이하늘 : 『드로잉 썸머』  『제주는 맑음』  『날것의 기분』 을 썼습니다. 독립출판저자에서 북디자이너로 책 가까이에 있습니다. 계속해서 책 매만지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차혜선 : 『너희 묘생에 참견을 해보려 해』 『어쩌면 묻지 못한 내 친구에게』를 출간했고 『별무리의 이야기』 등 몇 권의 공저에 참여했습니다. 잔잔한 연민과 유연한 다정함을 담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ㄱㄴㄷ순)
이달의 독립출판을 소개합니다!

어떤 엔딩, 어떤 마음.

이하늘 에디터

수확의 계절입니다. 여러분은 한 해 동안 무엇을 심고 무엇을 거두셨나요? 혹시 어떤 열매가 없더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 올해가 두어 달 남았으니까요! 추천해 드리는 <해피엔딩을 쓰는 마음>을 읽으며 올해를 어떤 엔딩으로 만들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삶은 드라마가 아니므로 끝은 언제인지 또 얼마나 많은 엔딩을 마주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낼지는 오롯한 나의 결정이다. 이 책은 중학교 국어 교사인 작가가 교실에서는 중학생들을 관찰하고 집에서는 중학생 아들을 보며 그들의 해피엔딩을 바라며 ‘쓰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목차 구성이 재밌다. 소설, 시, 문법으로 구성된 수업 시간, 쉬는 시간, 점심시간, 청소 시간으로 학교 수업 시간표처럼 에피소드를 나열했다.


관찰자의 시선은 단편적이고 제한적일 수 있다며 작가의 걱정 어린 마음이 오히려 따듯하게 느껴졌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성장하는 그들을 바라보는 눈은 그들에게 든든한 지원자의 눈길이었을 것이다.


책에서 작가가 말하는 ‘쓰는 마음’은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내는 마음’이었다. 나는 어떤 마음으로 올해를 살아냈는지 떠올려봤다. 고군분투하며 자유롭게 살아냈던, 마음을 지켜낸 지난날이 문득 소중하다. 모두 각자의 엔딩을 기쁘게 마주할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내길 응원한다.

해피엔딩을 쓰는 마음

박주희 에세이

날것의 시기는 그저 불안하고 미숙한 시기였을까?

차혜선 에디터

'수확'이라는 주제로 작가님의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20대를 마치고 서른을 맞는 시점에서 좋은 것이든 그렇지 않든, 각자 자신만의 결과가 있을 텐데요. 자신의 20대를 보내며 기록한 단상집, <날것의 기분>의 이하늘 작가를 만났습니다.


Q: '날것'이란 모습에는 수확을 위해 도전했으나 실패의 경험이 느껴집니다. 20대에 가장 기억되는 미숙하게 씨앗을 뿌렸던 '실패의 경험'은 어떤 것이었나요?


A: 책을 관통하는 주제인 ‘날것’은 미숙한 도전이겠지만 실패라고 부르고 싶진 않아요. 20대는 씨앗을 뿌리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저도 반드시 수확을 위해 도전한 것만은 아니었거든요. 호기심과 모험으로 가득 찬 시간이었어요. 그중에서 어설프지만, 의미 있던 경험은 처음으로 혼자 책을 만들어보겠다고 발품 팔며 도전했던 모습 같네요(웃음).


Q: '서른은 마치 이십 대를 뒤집어 계단의 뒷면을 다시 밟아보는 느낌이다.'라는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때의 20대가 있어서 서른이 시작될 수 있었군요. 작가님께서 20대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무엇인가요?


A: 언급하신 문장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여럿 있었어요. 맞아요, 그때의 경험이 있었기에 서른을 꽤 즐겁게 시작한 것 같아요. 그 끝에서 얻은 수확이라면 나는 무엇이든 도전하고 해내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이 아닐까 해요.


Q: 저는 20대는 아니지만 책을 읽고 공감이 가는 게 많았어요. 아마도 인간 자체가 불안을 느끼기도 하고, 계속해서 자아 성찰이 필요한 존재라서가 아닐까요? 작가님에게 날것을 드러내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A: 말씀해 주신 것처럼 ‘불안’은 20대에만 한정된 고민은 아닌 것 같아요. 어느 책에서 “불안이 상수인 삶(•••)”이라는 문장을 본 적이 있는데, 그제야 비로소 인간의 본질이 깨달아지더라고요. 그래서 불안을 내 안에 꼭꼭 숨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드러냈을 때 주변의 반응들이 저를 안심시켜 주었어요. 덕분에 혼자서 끌어안지 않고 함께 살아내는 힘을 배웠어요.

일본에는 “와비사비(わびさび)”라는 개념이 있어요. 완벽과 단순의 본질인 ‘와비’와 오래되고 낡은 것을 의미하는 ‘사비’가 만나서 생겨난 개념이에요. 불완전에서 충만한 아름다움을 찾는 거죠. 이 개념에 비추어볼 때 날것은 불완전하지만, 나의 본질이자 나만의 아름다움 같아요.


Q: 작가님의 말씀을 들으니 ‘날것’이란 단어가 정말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수확은 '끝'인 동시에 다음 수확을 위한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작가님이 바라는 자신의 30대에 대해 나누어 주시겠어요?


A: 여전히 저의 계절을 따라 서른을 지나고 있는 지금, 제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실수를 용납하는 너그러움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저도 날것의 부족함이 많은 사람인데 타인을 대할 때 나도 모르게 나름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더라고요. 판단의 기준을 내려놓고 나도, 타인도 용납하는 마음으로 30대를 보내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날것의 기분'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실까요?


A: 본인만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날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요. 각자 수확의 계절이 찾아왔을 때, 날것의 나를 어여쁘게 돌아본다면 참 좋겠어요, 고맙습니다.

날것의 기분

이하늘 에세이

포기할 수 있는 것은 포기하고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차혜선 에디터

풍요의 계절 11월이지만, '수확'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요. 저의 휴대전화에 메모해 둔 독립 출판물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포기가 되었든 완료가 되었든 그걸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시작을 만들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길 원했다." 이 구절의 주인공, 오선영 작가를 만났습니다.


Q: ‘수확’ 혹은 ‘추수’의 시기와 연결해 본다면, 작가님이 이번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무엇인가요?


A: 제가 이번 작업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오선영'으로 살아갈 기회를 얻었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내가 가진 긍정 파워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어요. 어떤 방법이 좋을까 고민하던 끝에 일단 북토크를 먼저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필명을 지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오늘도 선한 영향력으로 쓰임 받는 사람이고 싶습니다>라는 의미를 담아 '오선영'이 되었지요. 그때까지만 해도 구체적인 출간 계획을 두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 아이러니였지만요.

결론적으로 출간한 지 이제 막 1년이 지난 시점이 되었고, 그동안 다양한 워크샵을 진행하며 '오선영'이라는 이름으로 독자들을 만날 기회를 얻었습니다. 첫 농사인데 이 정도면 감히 풍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답니다.


Q: 작가님의 삶에서 ‘백 번의 고민’ 끝에 얻은 ‘한 번의 결실’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형태였나요?


A: 사실 저는 가능성이 떨어지는 고민거리를 오래 붙잡고 있기보다 빨리 결정하는 편이에요. '백 번의 고민'보다는 '한 번의 어려운 결정'이 제 삶의 방향을 바꾼 경우가 더 많았거든요. 제 인생에 가장 큰 변수가 되었던 계기는 바로 '대학 진학 포기' 였습니다. 가정 형편으로 인해 대입을 포기하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대입에 대한 의욕이 단번에 꺾일 만큼 힘든 상황이었어요. 결과적으로 이 포기 덕분에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게 되었고, 몇 번의 이직을 통해 만족할 만한 직장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직장동료의 소개로 지금의 배우자를 만나서 세 딸의 엄마가 되었고요.

이 모든 과정이 한 권의 책으로 엮여 작가라는 결실을 보았습니다.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결정과 포기했던 순간들조차 지금의 저를 위해 준비된 '빌드업'인 셈이지요.


Q: 한때 저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성취한 것이 없다는 공허함을 느끼던 시기가 있었어요. 작가님 책에 "그래서 묘수를 생각했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시도하기. 불안하다면 쉬었다 가기. 완전히 내려놓을 것이 아니라면 쉬었다 가도 재도전해 보기."란 구절이 기억납니다. 새로 시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지 '스타트 헬퍼'로서 조언을 부탁드려요.


A: 성취감에 대한 공허함은 대개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상실감의 반증이라고 봅니다. 이 경우에는 비교 자체를 피하면 해결되는 문제지요. 만약 "어떻게 비교를 안 하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반대로 "괴로울 걸 알면서 왜 비교하고 계시냐"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취의 기준을 타인이 아닌 나의 역량에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힘차게 달려가는 사람들이 부럽더라도, 그들에게도 헐떡이던 초보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그리고 '해도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이 있다면, 잠시 멈춰 서서 다른 길을 찾아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달리기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Q: 작가님의 책을 통해 독자들이 어떤 ‘열매’를 얻길 바라시나요? 어떤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할 수 있을까요?


A: '일단 시작할 용기'라는 열매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불안과 의심 속에 크고 작은 선택의 갈림길에 섭니다. 정도가 다를 뿐 누구나 선택 앞에서 망설이고, 잘못될지 두려운 것은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지요. 풍년을 꿈꾸며 동기 부여를 받지만, 정작 씨앗을 뿌리기도 전에 닥치지도 않은 불안을 가져와 그 앞에 멈춰 서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1년 농사가 갑작스러운 기상 이변으로 흉작이 될 수도 있겠죠. 물론 결과까지 좋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저는 실패 역시 배움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과정을 즐기고, 현재에 집중하며, 저만의 길을 찾는 여정을 허심탄회하게 담았습니다. 포기할 수 있는 것은 과감히 내려두고,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도전하길, 그럼에도 붙잡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이어가자고 말하고 있어요. 저처럼 결과에 상관없이 '나아가는 과정'의 가치를 즐기고 싶은 분, 다양한 삶이 존재함에 위안받고 싶은 분, 좋아하는 것에 진심이길 바라는 분, 해보지 못한 일에 후회가 남아있는 분이라면 간결하고 명료한 문체의 제 책이 색다른 위안을 줄 거라 기대해 봅니다.

백번을 고민해도 그 한번이 어려워서

오선영 에세이

2025년 '월간 독립출판'은 객원 에디터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꾸려 나가려고 합니다. 새벽감성1집 독립서점에서 발행하지만, 새벽감성1집에 없는 책도 소개합니다. 이미 절판인 도서와 신간 도서를 섞어 소개할 예정입니다. 때로는 여러 독립서점 이야기도 전해드립니다. 에디터님들과 함께 만들어질 '월간 독립출판'을 기대해 주세요!
 
다음번엔 당신의 취향을 소개할 거예요!
월간 독립출판은 다음 달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월간 독립출판'에 소개되고 싶은 작가나 도서가 있나요?
책방이라면 소개되면 좋을 행사가 있나요?
독립출판에 관련된 이야기라면 어떤 것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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