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가치, 보편적 갈애

2022년 1월 31일 Vol.330

인류 보편적 가치

인류 보편적 갈애

가족, 친구, 연인, 사랑, 영원, 행복__ 우리가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는 대부분 아름다움, 평온함, 따스한 온기를 담고 있는 것들의 연장선에 있다. 퇴근 후 돌아가는 ‘집’이라든지, 그곳에서 나를 반겨주는 ‘가족’이라든지. 그들과 함께하는 저녁의 된장찌개에서 풀풀 솟아오른 촉촉한 열기라든지. 그러나 이 속에서 영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때가 되어 따스한 온기가 하나둘 식어갈 때마다 우리는 괴로움을 느낀다. 그런 상황에 있어 보편적 가치는 잘못이 없다. 애초에 조건 지어진 것은 무상하고 부서지기 마련인 것이었으니까. 수행자에게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보편적 가치를 대하는 자신의 갈애를 버리는 것에 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으로 스스로에게는 괴로움의 소멸을, 타인에게는 바른길에 대한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바깥의 따스한 기억은 잊을 수 없어도,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반조일기_09

내가 여전히 아끼는 것들

글 | 월정

친구 같은

형

형은 나와 가장 오래 같이 지낸 사람이다. 유치원, 초·중·고등학교를 같은 곳에 다니고 이후 입대로 잠시 떨어져 있다가 서로의 전역 후에 다시 재회했다. 너무 오래 봐서 표정에서 감정을 다 읽을 수는 있지만 ‘왜 이런 상황에서 저렇게 행동할까?’ 하는, 행위의 조건에 대해서는 이해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 형을 생각하면 보고 싶지만 막상 함께 지내면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아마 내가 가진 기억을 기반으로 형을 조립해서 생각하기 때문에 괴리가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잘 숙성된

펜텔샤프

이 샤프는 2015년도에 구매를 하고 꾸준히 쓰고 있는 필기구다. 만약 필기구를 단 하나만 택하라면 이 낡은 샤프를 택할 것 같다. 창고에 보관 중인 것을 제외하고 사용 중인 물건으로는 나와 가장 오래 함께한 물건이다. 이 샤프를 쓸 때면 외관에 pentle이라고 쓰인 프린팅이 지워지지 않게 하려고 강박적으로 그 방향으로는 잡지 않는다. 또 펜슬 촉은 손 기름으로 인해 황동색으로 멋지게 녹슬었다. 이미 감가상각이 끝나 자산적 가치를 다 한 물건을 대하는 내 모습 속에서 강한 애착을 본다. 오랫동안 아끼며 사용하고 있지만, 이것은 절약과는 다른 이야기다.

대나무 스탠드와

드러내고 싶은 생각들

led 바를 대나무 사이에 끼워 만든 스탠드 조명이다. 대나무를 잘 씻어 말리고 기름을 먹여 만들었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만 해도 원가 12,000원의 조명이었는데 스케치를 하고 투박한 손질을 거치는 동안 많은 애착이 생겨버렸다. 원래는 언제든지 놓아버릴 수 있는, 집착하지 않기 위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불편함 정도를 해소하려는 의도로 제작했으나 내용은 그렇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다행인 것은 원재료를 구하기 쉬워서 물건 자체에 대한 애착은 지나치지 않다. 실은 남들이 보이지 않는 마음속에 내 것이라고 믿는 아이디어의 취착이 더 큰 물건이다

소소함에서 찾는

탐욕의 특성

내가 가진 물건들, 나와 관련된 사람들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별것 아니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는 것들도 있었고 여전히 내려놓기에는 어려운 것들도 많았다. 그러나 별것 아니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는 것들이라 할지라도 내가 부여해 둔 의미 때문에 실은 별것 아닌 게 아니게 되어버렸다. 이런 것쯤이야 언제든지 내려둘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툭 하고 놓아버리지 못하는 그런 마음, 남에게 주려면 손에 진땀이 나는 그런 마음, 빼앗기기 싫은 마음들, 소소함 속에는 특별함을 부여하고 내 옆에 끼고 살아가고 싶은 탐욕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하나쯤은 변하지 않는 것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어리석은 마음이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것이 조건이 다 해 사라지는 것들 속에서 지나치게 아파하던 이유였다. 그것이 ‘넌 그런 거로 힘들어하냐’는 타인의 말에 발끈하고 성질냈던 이유였다. 내가 상실감에 울고있는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 이유였기도 했다.

방향에 대한

현실적 고찰

이전에는 바른기억과 그릇된 기억을 구분할 줄 몰랐고 나에게 있어 기억은 미화된 추억과 같은 의미였다. 그러다 보니 해가 갈수록 사견이 발전되어왔다. 삶의 경향성을 한 번에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바꾸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근본적인 원인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다. 그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점진적으로 근본적인 원인과 함께 조사하고 줄여나가기로 한다. 할 수 있는 일은 수행 시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것, 그래서 마음이 대상의 변화를 수용하도록 바른기억을 유지할 수 있게 노력하는 것. 또 일상에서는 사소한 선택에서도 바른견해를 잊지 않는 것. 왜 그렇게 선택하고 행동했는지 조사해 보기로 다짐한다.

💬 담마 크래커

담마크래커는(Dhamma cracker) 담마로 괴로움을 💥깨뜨리는(crack) 코너입니다.

구독자님들과 함께 담마크래커 해 봅니다!

💟 지난 329호 설문

최근에 집착하고 있는 그릇된 생각(사견)이 있나요?

*구독자님 들이 보내주신 답변을 함께 나누어 봅니다 *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답변을 보내 주셨는데 몇 개를 뽑아 보았어요.

조아요 조아요~~ ^^)~

💌 미래에 대해 상상하고 즐깁니다. 미래를 만들고 통제하고 싶은 생각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지금의 괴로운 현실을 생각으로 도피하는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현실의 괴로움을 감각적욕망으로 도피하고 통제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 허전해 하고 외로워 하는 것, 더 중심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로 더 성장하지 못하는 것,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는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되어 간다는 생각 자주 듭니다.

💌 자녀가 성인이(대학생) 되었지만 부모로서 사소한 것이라도 항상 챙겨주고 보살펴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대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지 대인관계에는 어려움은 없는지 자주 걱정하게 됩니다. 아이의 표정이 조금만 어두워보여도 제 마음이 금방 불안해지고 뭔가 해줄 것이 없는지 궁리하면서 집착하고 있는 제 모습을 알면서도, 이렇게 마음을 쓰지 않으면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 많은 일들을 여러가지 소화해야만 하루를 알차게 보낸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중요하고 어려운 일은 회피하면서 겉으로 드러난 결과에만 집착한 결과 같습니다. 😨 (담마크래커! 좋은 네이밍이네요^^ 사두사두사두👍)

💌 명상 중 자꾸 망상으로 빠지는 습관으로 명상의 진전 아닌 퇴보를 느끼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저 사람이 나보다 더 잘해. 저 사람보다 나는 부족한 거 같아.

💌 나는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

💥 담마크래커 💥

지난 329호 설문에 대한 담마크래커는

<M20 사유를 가라앉힘 경>의 내용을 직접 실험해 보는 것입니다.

직접 하나 씩 실험해 보세요!

* 나쁘고 해로운 사유를 가라앉히는 방법 5 *

1. 어떤 표상에 마음을 기울일 때 해로운 사유가 일어난다면

그것과 다른 유익한 표상에 마음을 기울인다.

2. 해로운 사유들의 위험을 면밀히 관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