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대로 이별하는 법
⟪로건⟫

어영부영 못 만나게 된 친구보다 어릴 때 싸우고 절교한 친구가 기억에 남는 건, 저만 그런게 아니겠죠?


드라마나 영화 시리즈도 그래요. 드라마 시즌이 계속 되면 어느 순간부터 주인공이 감옥을 가도 안 궁금해지고 어느 날 더 이상 안 보게 되죠.


요즘은 끝내야 할때 놓지 못하고 이어지는 시리즈가 많이 보여서 아쉬워요. 그럴수록 제대로 된 이별이 그리운 법이죠.

화려하게 등장해 엉망진창 후속작으로 망가졌지만, 마지막 한 번으로 시리즈 전체를 추억 보정해버린 울버린의 <로건>입니다.
올드맨 로건
우리 기억 속 울버린과 달리, 로건은 나이가 너무 들고 지쳐 버렸어요. 돈을 벌기 위해 리무진 운전기사를 하고 있죠. 치매가 와서 언제 터질지 모를 대량살상무기가 된 프로페서X와 떠나기 위해서요.
하지만 지켜야 할 어린 뮤턴트 로라를 만나고, 계획이 모두 틀어지죠. 이제 로건은 적들을 피해 로라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야 해요.
마지막 피 파티
이 영화는 엑스맨 시리즈와 다르게 청불이에요. 본격적으로 찌르고 썰죠. 하긴 울버린이 그 발톱을 가지고 12세 시청가의 싸움을 할 수 있었던 게 신기하긴 해요. 이 영화는 멕시코의 황량한 사막에서 거침없이 고어한 액션을 펼칩니다.
그냥 잔인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지친 로건의 안간힘과 멕시코 모래 바람, 그리고 낭자한 피가 느와르나 서부 영화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줘요. 그러다보니 나도 몰래 주먹에 힘을 꽉 쥐고 이 여정을 따라가게 되더라고요.
나이가 들고 이별 한다는 것
초반을 볼 때 전 견딜 수 없게 무기력했어요.

로건도 프로페서X도 그냥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 같거든요. 치매 노인을 둔 가정을 묘사한 것 같은 장면도 있고요. 세상 무서울게 없던 <엑스맨> 1편을 생각하게 해서 서글퍼지게 하죠. 마치 노년에 대해 그리는 영화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로라가 나타나면서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져요. 치매 노인 가정의 축 쳐짐은 이제 마치 손녀를 지키려는 이들의 처절한 여정으로 바뀌거든요.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던 로건이 어떻게 바뀌면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지를 같이 지켜보세요.

망작 잔치로 미리 이별해버렸다면,
<로건>으로 다시 울버린과 인사하는건 어떠세요?
 #엑스맨   #히어로   #Circle of life
✷ Running tIme : 2h 17min
✷ Directed by : 제임스 맨골드
Starring  : 휴잭맨/패트릭 스튜어트/다프네 킨
where2play  :   ✅ 디즈니 플러스

✦ 시간이 좀 흘렀지만, 히어로 영화치곤 느와르 느낌 덕에 촌스럽지 않아요.

✦ 흔히 따지는 방대한 설정들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한 편의 새로운 영화에요.

✦ 흑백판이 개봉했었다는데, 볼 방법이 없어서 아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