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혁입니다. 솔직한 마음을 보냅니다.



아 부끄러워요.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요. 진작 보낸다고 했는데 이제야 솔직한 마음을 보냅니다. 지난 글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뒤돌아 읽어보고 싶은데 읽다 보면 지금 쓸 솔직한 마음의 색이 옅어질까 두려워 읽지 않고 보냅니다. 이것은 정말 날 것의 글입니다.


지난 메일에 대한 답장이 생각보다 많아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저도 모르는 제 모습을 글로 담아주시고 응원의 문장을 보내주셔서 마음이 따듯했습니다. 가끔 책을 만들고 글을 쓰는 제 일이 결국 그런 문장들을 받고 싶어서 쓰는 것 같아요. 쓰는 것도 재밌지만 제 글을 통해 다시 저에게 오는 어떤 글들이 가장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답장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짧아도 좋습니다.


지난해 끝에서 메일을 보내고 새로운 해가 시작되고 보름이 지났습니다. 새해의 결심들은 여전히 유효한가요? 사실 저는 어떤 결심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요즘은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거든요. 막 우울하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냥 여전합니다. 나아지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결심은 기억나지 않아도 계획은 조금 있긴 합니다. 계획을 천천히 채워가는 걸로 올해를 채워보겠습니다.


근황을 전해드리자면 지난 연말에 ‘장애인활동지원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어머니의 권유였습니다. 어머니는 10년 넘게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일만 하시는 것은 아니고요. 여러 일을 하면서 하시고 있습니다. 풀타임으로 일을 하려는 것은 아니고 출판을 하며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자격증을 따게 되었습니다. 일주일 교육을 받았는데 함께 교육을 받으신 분들은 대부분 어르신들이었습니다. 가족을 위해 자격증을 따러 오신 분도 있고 저처럼 취업을 위해 그 자격증을 따신 분도 계셨습니다. 내가 아는 세계가 여전히 작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교정교열 편집 외주를 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도 도움이 되는 시간들입니다. 또 하나 의미 있는 일은 서울 강동구에서 발행하는 ‘강동구 소식지’ 편집위원으로 위촉되었습니다. 매달 발행되는 신문을 먼저 읽고 실무자들에게 의견을 드리며 다양한 제안을 할 것 같습니다. 기대됩니다. 5년 동안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 수업 가장 첫 시간에는 자기소개 글을 씁니다. 저의 짧은 제 소개 글을 보여 드리고 참고하여 쓰는 시간을 드립니다. 저의 가장 첫 문장은 ‘서울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에서 태어나 자라고 있습니다.’입니다. 저는 강동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자라고 있습니다. 여전히 부족해서 자라고 있다고 쓰고 있습니다. 아버지 세탁소에서 지내다 아주 어린 시절 옆 건물로 이사를 했고 결혼해 신혼집을 구할 때까지 한 집에 살았습니다. 심지어 군 생활도 강동경찰서에서 먹고 자며 의무경찰 생활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동네 구석구석을 걷고 뛰고 사랑하고 놀면서 지냈습니다. 그래서 더 의미 있었습니다. 가끔 서울이 고향이라는 것이 너무 낭만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 고향에 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소속감이 들지 않았달까요. 그런데 강동구를 생각하면 엄마 아빠가 생각납니다. 지금의 나보다 젊은 청년들이 대구에서 올라오고 이천에서 올라온 청년들이 서울에서 서로 만나 서울의 작은 변두리에 자리 잡은 우리 동네가 생각납니다. 그래서 너무 소중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이곳에 평생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내 집을 구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계속 이곳에 살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계속 살고 싶습니다.


글쓰기 수업 이야기를 더 해보겠습니다. 첫 글쓰기 수업은 2021년 9월로 기억합니다. 강남에 있던 스토리지북앤필름 강남점에서 첫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때 처음 만났던 수강생들이 기억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모든 얼굴이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억하고 안부를 나누는 얼굴들이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때 얻은 마음들로 여전히 글쓰기를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서점에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도서관에서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 글쓰기 모임은 2022년 3월입니다. 인천에 있는 도서관 수업이었고 당시 코로나바이러스가 심해서 줌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때부터 저의 도서관 수업 생활이 시작됩니다. 도서관 수업은 다양한 연령이 함께합니다. 10대부터 80대까지 함께한 것 같습니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정말 많은 얼굴이 떠오릅니다. 육아에 힘든 엄마들이 쉼을 찾으러 글쓰기 수업에 온 분들도 있었습니다. 헬기 조종사도 있었고 집에서 개인 사업을 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학업이 힘든 대학생들도 있었고 공항 근처 무역회사에서 일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패션 회사에서 일하는 분도 계시고 말할 수 없이 다양했습니다. 다양한 그들의 인생을 글쓰기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4주로 수업을 진행한 적도 있고 8주로 진행한 적도 그 이상 진행한 적도 있었습니다. 수업들을 진행하며 이 분들이 이 수업이 끝나 내가 없어도 글쓰기를 계속 이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나의 사건이 제 마음을 더 단단하게 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글쓰기를 계속 할 수 있도록 저는 강사가 없는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 드리곤 했습니다. 저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 가끔 확인하는 정도였습니다. 2022년 10월 어느 모임 날 한 분이 참여하지 않으셨고 이틀 후 그분의 언니에게 그분이 그날 이태원에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다음 날 빈소에 찾아가 마지막 인사를 드렸습니다. 빈소에서 그분의 언니가 저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동생이 글쓰기를 해서 동생이 남긴 글을 통해 동생의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었다고. 저는 제가 진행하는 글쓰기 수업에 커다란 책임을 느꼈습니다. 누군가 남기는 글이 누군가에게 커다란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초심자의 글인 경우 더욱 다른 이에게 커다란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잘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동안 만난 사람들 얼굴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저와 만났던, 한 공간에서 인사를 나누고 글을 나누고 마음을 나눴던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진심으로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도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아버지가 갑자기 아프셔서 응급실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생각하기 어려운 감정이었습니다. 사랑, 죽음, 이별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습니다. 건강하세요, 여러분.


저는 계속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글쓰기로, 출판으로만 먹고살고 싶습니다. 아직 그 정도가 아니라 일을 찾고 가끔 일을 하고 그러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의미 있는 무언가를 위해 작은 사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잘 되고 싶습니다.


요즘 제 마음은 바다 한가운데 덩그러니 떠 있는 나무로 만든 돛단배 같습니다. 바람이 부는 대로 갑니다. 파도가 치면 쓰러집니다. 가끔 침몰할 것도 같습니다. 쓰러지지 않게 방향키를 꽉 잡습니다. 하지만 방향키는 바닷물에, 폭풍에 젖어 눅눅합니다. 제대로 고정되지 않고 흔들거립니다. 뭐 그런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위태롭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 하늘처럼 뿌연 마음입니다. 뭐 맨날 투정만 부리는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건 저의 솔직한 마음입니다. 거짓말하기 싫습니다. 이런 제가 꼴 보기 싫어도, 너무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응원을 보내주세요. 맡겨 놓은 것도 아닌데 염치없이 응원을 보내달라고 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냥 하는 말 아니고 진심입니다. 저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 다 하시기를 바랍니다. 마음이 어렵지 않기를 바랍니다. 가족들이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누군가 당신을 괴롭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원하는 것 다 이루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먹는 음식이 다 맛있기를 바라고 푹 잠들어서 아침에 상쾌하기를 바랍니다. 진심입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힘내 봅시다.


그리고 늦은 인사를 보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우리.


추신, 오늘도 좋아하는 노래 한 곡 보냅니다. 제목이 어지러운 봄이라는 것이 퍽 마음에 들어요.


새소년 - 난춘

오늘은 살아내고 우리 내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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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혁   |   forestwave.officia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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