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일이 흔히 산고의 고통이나 돌봄 노동에 비유되기는 해도, 농업국가로서의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농사일에 비유되는 예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올해 만들 책 목록 정리하다가 모종 만들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밭에 바로 심기는 아무래도 걱정스러우니, 어떤 씨앗은 따뜻한 물에 담가 발아시키고, 어떤 씨앗은 폭신한 기름기 흐르는 흙에 얕게 묻어 수시로 살피며 새싹이 오르길 기다리는 중이지요. 새싹이 누렇게 떨어지고 본잎을 틔워 봄바람과 보슬비에는 버틸 만한 힘이 생겨야 밭으로 옮겨 심습니다. 막 저자의 손에서 탈고한 원고는 씨앗 같아서 저마다 기질도, 필요한 빛과 바람의 종류와 양도 다릅니다. 편집자는 씨앗의 본래 성질을 잘 읽어내 어느 시기에 어떤 땅에 어떻게 심을지 고민합니다. 그래야 건강하게 자라 많은 이들에게 오래오래 각양각색의 영양소를 줄 테니까요.
편집자는 농사꾼과 비슷하구나, 싶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아니에요, 완전히 달라요. 우리에겐 농한기가 없어요.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그리운 농한기. 출판사도 일 년에 한 달 정도는 농한기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뜨끈한 아랫목에서 밤 궈 먹고 흰떡 궈 먹으면서 어떤 농사꾼이 되어야 하나 고민하고 연구하는 시간. 마티 농사꾼들이 고민해봐야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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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마티에서 나올 (예정인) 책들
(순서는 출간 순서와 관계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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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니 샤피로,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
출퇴근이 강요되는 일도 아닌데 어딘가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지치지 않고 계속하려면 어떤 작전이 필요할까요? 『계속 쓰기』는 미국의 베스트셀러 소설가이자 최근 아버지에 대한 회고록으로 전미를 휩쓴 작가 대니 샤피로가 차분하게(그러나 유머를 빼먹지 않고) 글 쓰는 생활과 생계에 대해 쓴 책입니다. 글을 쓰는 시간을 빼앗는 모든 자질구레한 일에 “인생의 벼룩”이란 이름을 붙인 그는 아마 오늘도 빈티지숍에서 구매한 장의자에 앉아 글을 쓰고 있을 거예요. 온몸을 간질이는 벼룩--설거지하기, 빨래 널기, 샴푸 사기, 동파 방지 열선 감기 등--을 애써 무시하면서요. 무언가를 쓰는 모든 분과 함께 읽고 싶어요.
➥ 조금 아래에 출간 전 연재 2회가 실려 있어요. 2월 출간 예정.
• 박인석, 『건축과 생산의 사회사』(가제)
작년에 벽돌책으로 『한국주택 유전자』가 있었다면, 올해는 이 책입니다. 명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이자 현재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인 박인석 선생님이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서양 건축의 역사를 양식이 아니라 구조와 생산이라는 관점에서 서술했습니다.
• 장정일, 『신악서총람』(가제)
소설가 장정일의 독서일기 중에서 음악책에 관한 글만 추렸습니다. 2015년에 나온 ‘악서총람’ 이후에 쓴 음악책 독서일기만 모아도 엄청난 분량!
• 정지돈, 『스페이스 (논)픽션』(가제)
정지돈 작가가 지난해 『SPACE』에 기고한 동명의 연재 글과 건축 및 공간에 관한 글을 함께 엮을 예정입니다. 데뷔 때부터 건축과 장소, 공간에 예민한 촉수를 뻗어온 작가 정지돈의 첫 관련 에세이 모음집 .
• 이인규, 『둔촌주공아파트의 생애사』(가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생겨나고 재건축 되어 없어질 때까지의 아파트의 생애를 여러 측면에서 기록하고 추적했습니다. 아파트 기록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낸 이인규가 둔촌주공의 모든 것을 이야기합니다.
• 알렉상드르 코제브, 『헤겔 철학 강의』(가제)
라캉, 데리다, 푸코 등이 들었다는 전설적인 헤겔 강의를 드디어 한국어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제 『정신현상학』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요? 올해의 두 번째 벽돌책 확정.
• 마일스 데이비스, 『마일스 데이비스 자서전』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자서전. 마일스의 거친 입담을 음성지원하는 번역으로 준비 중입니다. f**k이 이렇게 자주 나오는 책이 있을까요. 올해의 세 번째 벽돌책으로 될 수 있도록.ᐟ
• 알렉스 로스, 『바그너주의』
19세기말 20세기초 바그너에게 영향을 받지 않은 문학가, 예술가, 정치가는 거의 없다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알렉스 로스가 이 엄청난 영향력을 샅샅이 구석구석 찾아 엮었습니다. 바그너 음반을 주야장천 사 모으는 번역자가 한창 작업 중입니다. 올해의 네 번째 벽돌책으로는 힘들지도.
• 니시자와 야스히코, 『식민지 건축』(가제)
서울, 타이완, 장춘, 심양 등 일본이 제국주의 시절 남긴 건축물을 두루 살핍니다. 관광 명소이자 기억을 둘러싼 전쟁터인 건축물을 통해 식민지 시대의 역사를 다시 돌아봅니다.
• 김서울, 『박물관 소풍』(가제)
유럽 여행을 나가면 반드시 가는 곳이 있죠? 박물관과 미술관. 한국 지방 곳곳에도 박물관이 꽤 많습니다. 유물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면 쾌적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해야 하니 사계 내내 이보다 소풍 가기 좋은 곳이 또 있을까요? 유물과 박물관, 궁궐 애호가인 김서울 님이 전국 곳곳의 박물관을 소개합니다. 규모가 크고 볼거리가 많은 박물관에서 잠시 쉬어가기 딱 좋은 구석자리부터 지나치지 말고 반드시 유심히 봐야 할 유물까지.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에 만나요.
• 도서관여행자, 『도서관은 살아 있다』(가제)
전직 미국 공립도서관 사서였던 ‘도서관 여행자’(트위터 @kpark_librarian) 님의 도서관 이야기. 사서는 책만큼 사람을 좋아해야 즐길 수 있는 일이라는 도서관여행자 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400매 남짓 들어온 원고를 훑어보고 있습니다. 도서관이 이용자와 지역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하는지, 반대로 이용자는 어떻게 자기도 모르는 새에 도서관에 생기를 전하고 수명을 늘리는지 볼 수 있어요.
• 유지원, 『미술 사는 이야기』(가제)
유지원 미술 평론가가 2010년대 미술계를 돌아봅니다. 여느 미술관이나 갤러리와 완전히 다른 독특한 에너지를 품고 있던 '신생공간'과 미술 소비가 시작된 '굿-즈' 아트페어부터 '젊은' 미술 마켓까지, 그때 그 현장들과 코로나 이후 미술 계를 살펴봅니다. 직접 미술 '산' 경험까지 풀어내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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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개는 좀 어때?
🧼 퐁퐁
『젊고 아픈 여자들』의 저자 미셸은 서점에서 열린 낭독회에 갔다가 지금의 파트너 사이먼을 만나요. 그와 데이트를 앞두고 고민을 합니다. 나의 건강 문제를 어디까지 밝힐 것인가? 당시 갑상샘암 진단을 받고 방사능 치료를 앞두고 있었거든요. 식단 관리도 엄격하게 해야 했고요. 데이트 상대에게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를 하자니 주저되고, 굳이 털어놓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거죠. 그러다 오래전 건강 문제를 말하지 않았다가 데이트도 망치고, 건강 문제도 악화되었던 경험을 떠올립니다. 내 몸 상태에 대해 말하지 않아서 건강한 사람으로 '패싱'되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또 다른 압박이 되었던 경험을요. 결국 그는 자신의 몸 상태를 털어놓습니다. 그러자 사이먼이 말합니다.
"말해줘서 고마워요." "놀라지 않았어요? 내가 방사능이 될 거라고요!" "'방사성 미셸'(Radioactive Michele)이라니, 슈퍼히어로 이름 같은걸요.”
사귄 지 일 년 반쯤 지난 어느 날, 미셸은 또 다른 건강 문제인 '노인성 속 쓰림'에 대해 말합니다. 소화관에 있는 덮개에 문제가 생겨 속 쓰림이 발생하는 거라고, 하마터면 건강 문제가 '더' 있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할 뻔했다고 하자 사이먼이 말해요. "몸이 아픈 걸 당신이 왜 사과를 해?" 그리고 다음날 이렇게 물어봅니다. "덮개는 좀 어때?"
감동받은 미셸은 이 질문을 잘 간직하기로 하고 적어둡니다. "덮개는 좀 어때?"
저도 원고 교정을 볼 때 연필로 살포시 밑줄을 그었어요. "덮개는 좀 어때?"
누군가 자신의 몸 상태, 건강 문제에 대해 말했을 때 건넬 수 있는 말들로 사이먼이 꽤 괜찮은 예시를 보여준 것 같아요. 다정하고 사려 깊은 질문, 애정이 담긴 농담, 따뜻한 위로의 말. 물론, 사람마다 다 다를 거예요. 걱정의 말들이 부담스럽고 사람들이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대하는 게 불편한 이들도 있을 테고요. 그냥 내 이야기를 들어주길, 아프지 않은 사람보다 몇 분만 더 오래 이야기하게 해주길 바라는 이도 있을 겁니다. 반대로, 마음을 쓰는 누군가가 건강 문제를 겪고 있을 때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꾸 괜찮냐고 물어봐도 될까? 걱정의 말이 불편하진 않을까? 너무 뻔한 말 아닐까?
적당한 선이 있을까요?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 앞에서 고민이 깊어집니다.
우선, 쉽게 판단하지 않기, 귀 기울이기, 더 많이 읽고 접촉하고 논쟁하고 고민하기. 지금 할 수 있는 것들 먼저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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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 ❞ 출간 전 연재
대니 샤피로 지음, 한유주 옮김
하루에 세 쪽, 일주일에 닷새. 작가로 살아오는 동안 책을 쓸 때 이 패턴을 지켜왔다. 아침나절 대부분을 세 쪽을 쓰면서 보내고, 오후에 다시 살펴본다. 여백에는 고칠 부분이나 단어 선택에 대한 생각을 적어둔다. 가끔은 자기 전 다시 읽어본다. 문단을 덜어내고, 문장들을 재배치한다. 다음 날 햇빛이 비칠 때 해결되기를 바라는 질문들을 적어놓는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이 페이지들에서 시작하는데, 써둔 메모들이 진입로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원고의 내부로 들어갔다는 걸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변화를 실행하는 것으로 시작한다면, 이미 작업하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나를 종종 기다리는 함정이나 산만한 요소들을 피한 셈이다.
어떤 작가들은 단어를 센다. 또 어떤 작가들은 정해둔 쪽수를 채우고, 손으로 쓰고, 책상 앞에서 일정한 시간을 보낸다. 목표를 계속 유지한다면 스스로를 닦달하는 방식이 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작업 틀을 설정하는 것, 즉 리듬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이게 규칙이 아니라 리듬이라고 생각한다. 규칙은 채찍이라도 휘두를 것 같은 감독관을 연상시키는 단어다. 규칙에서는 처벌의 냄새가 나고, 적어도 아들 제이콥이 숙제할 때(크게 한숨 쉬고, “다 했다”)처럼 목록에서 하나씩 소거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반면 리듬은 다정한 정렬이고, 우리가 일상에서 이상적으로 작업을 준비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위안이 되는 패턴이다.
하루 세 장. 일주일에 닷새. 산수를 해보자. 나도 언제나 계산한다. 일주일이면 열다섯 장. 한 달이면 60장! 잠깐, 근데 나는 반년 만에 장편소설 한 권 분량의 원고를 쓴 적이 없다. 사실 2년도 빠르고, 대개는 3년 정도 걸리거나 그 이상 걸릴 때도 있다. 그렇다면 잘 만들어진 리듬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무슨 일인지 말해주겠다. 실패하는 것이다. 실패하고, 방해를 받는다. 언젠가 윌리엄 스타이런(William Styron)은 이처럼 곤란한 상황을 “인생의 벼룩들”이라고 표현하면서, 이렇게 말을 이었다. “작가들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 언제고 문제가 생기는데, 가장 큰 문제는 인생이라는 한 단어로 좁혀진다.” 개를 동물병원에 데려가기로 예약이 되어 있고, 정오에 학교에서 연극이 시작되고, 독감이 유행하는 계절이 찾아오고, 눈이 온다. 긴 주말이 그렇게 많으리라고 누가 알았겠는가? 지붕에서 물이 샌다. 이웃집이 공사 중이다. 위기를 겪는 친구가 전화를 해 온다. 인생은 귀중한 글쓰기 시간을 가지라며 멈추는 법이 없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삶은 멈추지 않고, 우리는 협상한다. 안정되거나, 보통이거나, 고정된 날 같은 건 없다. 방법을 찾으려고 시도할 뿐. 리듬을 찾는다고 해서 마법의 약을 가진 건 아니다. 당연하게도 우리는 리듬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때로는 절망에 빠지고, 생산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원고 매수를 세건, 시간이나 단어를 헤아리건, 하나의 작업 방식이 있다면 우리는 결국 그것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돌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원고는 우리에게 무심하다. 아니, 더 나쁘다. 원고는 상처받은 연인처럼 등을 돌린다. 우리는 이를 견뎌야 하고, 숨은 걸 잘 구슬려서 나오게 해야 한다. 다음에 더 잘하겠다고 약속하자. 무시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그렇게 우리는 익히 아는 패턴에 정착한다. 세 쪽. 두 시간. 천 단어. 우리는 방랑했고, 이제 돌아왔다. 낯익음이 안겨주는 위안이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자. 한 번 더, 늘 해왔던 것처럼.
각주* 37호에 3회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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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스바 조니 미첼의 「blue」와 「river」를 좋아해서 종종 들었어요. 음반커버 구경하는데 알고 보니 자화상이더라고요. 사실 조니는 예술학교에서 미술 전공이었어요. 종합예술인이었던 그녀의 삶이 궁금해져 책을 구매해버렸습니다! 허나 막상 받아보니 728쪽의 위엄에 조금 겁이 나네요.
하틀랜드
🦻 팔랑
요새 애들은 먹을 게 넘쳐나서, 부모가 다 해줘버릇해서, 뭐든 쉽게 살 수 있어서, 라는 한탄을 무시로 들으니 한국에서 자라는 가난한 아이는 그 경험마저 내몰려집니다. 분명 가난한데 타파할 방도는커녕 말할 수도 들어줄 이도 없는 것이지요. 편집자에게 숙제를 내준 책 가운데 한 권입니다.
🌱 죽순
사무실로 온 책 택배가 반가우면서 무섭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읽어야 할 책이 많기 때문이죠. 힐튼호텔 철거가 이슈화되면서 힐튼호텔을 설계한 건축가 김종성의 작업과 건축 철학을 만날 수 있는 『김종성 구술집』(마티, 2018)이 슬금슬금 팔리더니 결국 품절되고 말았는데요, 저는 『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에 마음을 쏟아보려 합니다. 힐튼호텔은 어디 있는지 아는데, '양동'이 어디인지는 모르는 것을 조금 자책하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어가고 있어요. |
🔊 모베
뒤적인 책 가운데 끝까지 다 읽은 첫 책은 윌리엄 윌리스의 『미켈란젤로, 생의 마지막 도전』입니다. 저자는 미켈란젤로가 70세가 된 1545년부터 세상을 떠난 1564년까지 18년에 집중합니다. 이 시기 가장 큰 프로젝트는 단연 로마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이었습니다. 이미 수십 년 동안 지지부진한 공사였고 미켈란젤로 역시 끝내지 못했지만, 성 베드로 성당이 미켈란젤로의 작업으로 여겨지는 이유에서, 건축가의 일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들려줍니다. 학문적 성취와 유려한 글솜씨가 잘 버무려진 드문 책이었어요.
🧼 퐁퐁
"자신의 몸에 대한 자율성을 가지는 사람은 사실 우리 중 아무도 없다. 젊을 때는 가진다고들 생각하기 쉬울 따름이다." 『젊고 아픈 여자들』에 이런 문장이 나와요. 연말에 마감한 뒤, 몸과 건강 통제권에 대한 환상, 질병과 장애 문제를 좀 더 들여다보려고 장바구니에 담아만 두었던 책을 구입했어요. 그간 '건강'을 위한다는 덕담 같은 말들을 너무 남용해온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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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 사무실에 차가 잔뜩 생겼습니다. 🦈조스바가 더 웰빙 그룹의 차 선물 세트를 들고 온 후, 워크룸프레스의 박활성 대표님께서 방문하시며 테일러스 오브 헤로게이트와 타조의 차를 선물로 주셨어요. 원인 모를 손가락 통증으로 글루텐프리와 카페인프리를 실천 중인 🌱죽순은 친구의 선물로 알게 된 차에 흠뻑 빠져 주문을 했고요. 그리하여 차 전성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나저나 이 모든 차가 '선물'이라서 더 따뜻하게 느껴지나 봅니다.
🫖 TWG 6종 차 세트: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 1837 블랙 티, 프렌치 얼그레이, 그랜드 웨딩 티, 이터널 서머 티, 캐모마일이 들어 있었는데, 그랜드 웨딩 티가 제일 먼저 사라졌어요. 홍차에 해바라기 꽃과 열대과일을 블렌딩한 차여서 홍차 특유의 쌉싸름함보단 약간 달콤함이 먼저 느껴지는 차였답니다. 정말로 결혼을 축하하는 콘셉트의 차라고 해요. (TWG가 The Wellbeing Group의 약자라고 해서 많이 놀랐던 기억이…)
🫖 테일러스 오브 헤로게이트 / 얼그레이: 얼그레이는 홍찻잎에 상큼한 향이 팡팡 터지는 베르가모트의 오일을 입혀서 만드는 차인데요, 밀크티에 딱 맞는 걸로 봐도 알 수 있듯 얼그레이는 향이 꽤 진한 편이에요. 근데 테일러스 오브 헤로게이트의 얼그레이는 소박하다? 침착하다? 같은 느낌이에요. 차에 데일리가 있겠냐마는, 있다면 테일러스 얼그레이 추천합니다.
🫖 타조 / 스칼렛 시트러스 루이보스: 루이보스의 은은한 단맛에 히비스커스와 시트러스 향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이 차는 아직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 에디션덴마크 / 루이보스 바닐라: 에디션덴마크는 덴마크 왕실에서 마시는 차를 만드는 곳이래요. 루이보스 바닐라는 바닐라 크림의 향을 입힌 건데, 묘하게 크라운산도 크림맛이 나서 글루텐프리러에겐 요상한 만족감을 줍니다. 에디션덴마크에서 만든 쿨허벌과 씨브리즈도 맛있더라고요. 쿨허벌은 냉침해서 마시면 더 맛있다는 소문. 이 3종은 카페인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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