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마음
이성혁
2026. 3. 27.
꽃잎이 하나씩 피어납니다. 이제 정말 봄인 것 같습니다. 기다렸던 봄인데 마냥 웃음이 나진 않습니다. 그래도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편지마다 답장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짧은 답장도 긴 답장도 모두 감사합니다. 저에게 가장 힘이 되는 것은 제가 쓴 글에 다시 글로 주는 마음인 것 같아요. 제가 쓴 문장을 읽고 인터넷에 후기를 남기거나 답변을 보내주실 때 저는 정말 살아있음을 느껴요. 그래서 그 감정으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2020년 겨울에 첫 책이 나왔을 때 생소한 제목으로 생각보다 많은 분이 책을 찾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누군가 내 책을 읽을 거라는 상상을 한 적이 있어요.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일찍 그 감정을 느껴보니 그 감정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았습니다. 그 감정이 좋아서 계속 쓰고 만들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여러 권의 책을 만들었습니다. 공저로 다른 책에 글을 실은 적도 여러 번입니다. 작년에는 글이 너무 좋아서 꼭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글을 직접 편집하고 발행했습니다. 올해는 질문을 기반으로 한 에세이 앤솔러지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끔 어떤 일부가 전부가 되기도 합니다. 삶의 전부가 된 것마냥 이것들을 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 2021년부터는 한 도서관 섭외를 시작으로 글쓰기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이후로 여러 문화재단, 책방, 도서관, 고등학교 또 여러 기관에서 글쓰기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제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잘하는 것은 쓸 수 있게 용기를 주는 일은 잘합니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책을 만들고 여러 기관에서 수업을 하고 또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서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만난 분 모두 기록하다 셀 수가 없어서 멈췄습니다. 책 만들기 전 만난 사람들보다 책을 만들고 만난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모두가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몇 명은 영원히 보지 않고 싶기도 하고 저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도 있습니다. 관계란 원래 가끔 소원해지기도 하는 것 아닐까 합니다. 물론 소원해진 관계와 서운한 감정들이 매우 아쉽고 속상합니다. 아무튼 저는 이렇게 지내오고 있습니다.

지난 면접에 떨어지고 다시 원서를 넣었습니다. 동일 파트에 넣었습니다. 또 동일한 회사 다른 근무처에 원서를 넣었습니다. 이번에는 꼭 합격하고 싶습니다. 아니 합격하는 것보다 떨어지기 싫습니다. 합격하다와 떨어지지 않는다는 같지만 또 다른 말 같습니다.

오늘은 북촌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중간에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는 중에 경찰 기관의 차를 봤습니다. 순찰차는 아니고 검정 밴이었습니다. 차는 신호를 무시하고 어느 버스 앞에 섰습니다. 경찰 오토바이 2대도 그 밴을 따라갔습니다. 무질서한 교통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걸어서 버스 앞을 보니 한 시민 단체의 기습 시위가 있었습니다. 경찰들은 신고되지 않은 집회를 알리며 다른 경찰들에게 지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경찰관 기동대 직원 20명 정도 집회 관리를 위해 뛰어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갑자기 마음 정중앙이 저릿했습니다. 저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았습니다. ‘아쉬움’입니다. 아쉬움이 남습니다. 나는 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듭니다.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저 제복을 입은 이들 중 하나라면 나는 여기서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살면서 저는 이 아쉬움을 얼마나 마주해야 할까요? 놓아버린 것들이 많아져서 이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린다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정말 바빠져서 바쁜 그 일 말고는 아무 생각하지 못하고 싶습니다.

시를 배우고 싶어졌습니다. 원하던 수업의 수강료는 18만 원입니다. 배우고 싶은 마음보다 돈을 아끼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결제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시를 배우는 일은 돈을 낭비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 마음을 글로 잘 표현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입니다. 시를 배워서 마음을 다른 이에게 더 보여주고 싶습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좋은 글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오늘은 한 작사가가 오픈하는 워크숍에 갑니다. 제 마음이 노랫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제 솔직한 마음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답신을 보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답신의 길이보단 보내주신 마음이 제게 더 길게 남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정말 봄이었습니다. 읽어주신 분들 모두 행복한 봄 보내세요.

봄의 중간에서
오늘은 한 시간 일찍
성혁


추신, 제가 사랑하는 영상과 좋아하는 가사를 보내드려요. 

말하지 못할 고민거리 깊게 상처 난 자리
늘 같은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이
언제나 그랬듯이 씻어내줄 테니
흐르듯 살아도 그냥 괜찮아 괜찮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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