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지역노동과 ‘괜찮은 일자리’

 

인구감소는 오늘날 한국사회 전체가 직면한 문제이지만, 지역의 경우 인구의 자연감소와 더불어 인구유출로 인한 지역소멸이 우려된다. 지역의 인구유출 중 특히 심각한 것은 청년유출이다.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원인은 문화 인프라 부족, 가부장제 등 다양하겠으나 가장 우선하는 것은 일자리 부족이다.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떠날 때는 다만 일자리 자체가 아니라 좋은/괜찮은 일자리를 향한 것이다.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는 일자리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청년들은 괜찮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 톺아보기에서는 청년유출로 지역노동의 미래가 우려되는 부산과 경남의 지역노동과 ‘괜찮은 일자리’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괜찮은 일자리’를 통한 지역노동의 대응은 매우 중요하고도 시의적절한 논의가 될 것이다.


‘괜찮은 일자리’

 

‘괜찮은 일자리’는 국제노동기구(ILO)가 1999년 총회에서 처음 제안한 Dcent Work를 번역한 용어다. decent는 번역어로 괜찮은/품위있는/제대로된 등이 있는데, 어떤 용어를 쓸 것인지에 대한 논의부터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는 연구자마다 차이가 있다. 근래 경남지역과 부산지역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주제로 한 연구가 있어 주목이 간다. 두 연구는 Decent Work를 ‘괜찮은 일자리’로 번역하며 ‘괜찮은 일자리’의 조건을 검토하고 지역노동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위한 정책과 방안에 관심한다.

 

“Decent Work를 ‘좋은 일자리’로 번역하는 것은 노동시장 상층만이 아니라 하층까지 포괄하는 Decent Work가 가진 맥락적 의미를 담아내지 못한다. ILO는 Decent Work가 노동시장 전체를 아우르면서 비정규·비공식 노동자까지도 포괄하는 일의 개념이라고 강조한다.”(윤효원·전효주, 2025)

 

“ILO는 자신들이 지향하는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good job)’보다는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로 제시한 건데, 왜 굳이 ‘decent’라는 말을 썼을까요? 이와 관련해서 레아 보스코(Leah Vosko)는 ILO의 괜찮은 일자리 정책은 글로벌 자본과 회원 국가, 노동조합과 NGO 사이의 긴장의 결과로 해석합니다. 그녀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과 글로벌 자본에 의해 주도되었던 ILO에서 노동조합, 여성단체, NGOs 들이 주변부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려고 꾸준히 시도한 결과 ILO에서 ‘괜찮은 일자리’ 전략이 채택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최근에는 적정 고용기회, 노동시간, 고용안정성, 일-가정 양립, 사회보장, 사회적 대화 등 괜찮은 일자리가 갖추어야 할 요건들을 강화하고 있습니다.”(황현일 창원대 사회학과 교수)

 

Decent Work의 맥락적 의미를 살펴 좋은 일자리와 다른 차원을 강조하는 입장과 ILO에서도 ‘괜찮은 일자리’ 요건을 강화하고 있으니 넓은 의미에서 좋은 일자리와 유사하게 보는 입장이 있음이 확인된다. 입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괜찮은 일자리’의 요건과 노동조건의 개선일 것이다. ‘괜찮은 일자리’의 지표에 대해 ILO에서는 2013년 12월 <괜찮은 일자리 지표:통계 및 법제도 기반 지표의 생산자와 이용자를 위한 지침>에서 11가지 영역과 관련 측정 지표(①고용기회 ②적정한 소득과 생산적인 일 ③괜찮은 근로시간 ④일과 생활의 균형-육아휴직 ⑤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노동 ⑥일의 안정성과 보장성-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 ⑦평등한 기회와 처우-성별임금격차 ⑧안전한 근로환경-산업재해현황 ⑨사회적 보호-사회보험가입(한국노동패널조사) ⑩사회적 대화 및 노사대표-노동조합가입율 ⑪경제사회적 맥락)를 발표했다. 통계자료의 한계상 모든 항목을 지표화할 수는 없지만 활용가능한 것을 기초로 ‘괜찮은 일자리’의 현실태를 살펴보는 것도 유효할 것이다.


부산과 경남의 노동

 

‘괜찮은 일자리’조건에 대한 일치된 의견도 없거니와, 조건에 부합하는 정확한 자료 부족 등으로 ‘괜찮은 일자리’ 지표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지만, ILO의 11개 측정 지표와 활용가능한 통계자료를 고려해서, ①고용기회는 고용율, 실업율 ②적정한 소득은 월평균임금 ③괜찮은 근로시간은 36~52시간 ④일과 생활의 균형은 육아휴직 ⑥일의 안정성과 보장성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 ⑦평등한 기회와 처우는 성별임금격차 ⑧안전한 근로환경은 산업재해현황 ⑨사회적 보호는 사회보험가입(한국노동패널조사) 등으로 부산과 경남 노동의 ‘괜찮은 일자리’를 가늠해볼 수도 있다. 아래의 <표>는 2024 지역별 고용조사와 2023년 육아휴직 통계를 통해 부산과 경남의 노동을 전체평균과 비교한다.

 

부산과 경남의 노동을 전국과 비교하고 있는 위의 <표>에서 경남노동과 부산노동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청년유출로 인한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을 우려하는 경남과 부산의 공통점은 첫째, 부산(284만원)과 경남(292만원)은 월평균임금이 전체평균(314만원)에 훨씬 미치치 못하고, 둘째, 초단시간노동 비율이 높은 편이다(부산 7.8%, 경남 6.3%, 평균 5.9%). 셋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와 여성 비정규직 비율도 높다. 즉 부산과 경남지역은 평균임금이 낮고, 초단시간노동 비율이 높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가 커서 노동조건이 전국에 비해 좋지 않을뿐만 아니라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 남녀격차도 전국에 비해 큰 것으로 추론된다. 남녀격차와 관련하여 부산 36.6만원, 경남 39.0만원으로 전체 평균(35.5만원)보다 크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괜찮은 일자리’의 중요한 요건 중 하나가 안전한 근로환경이라 할 수 있는데 부산과 경남은 재해율 및 사망률이 높은 편이다. 전반적으로 부산과 경남은 ‘괜찮은 일자리’가 많다고 보기 어렵다.

부산과 경남의 노동은 차이점도 존재하는데, 부산은 일자리 자체가 적다면 경남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2024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경남은 고용율이 전체평균(63.0%)에 가까운 62.7%이지만 부산은 57.8%로 최하위 수준이다. 다른 한편, 경남(30.7%)은 울산(29.7%)과 더불어 육아휴직율이 매우 낮은 점은 점이 지역적 특성을 보여준다. 여성의 고용율이 평균과 비슷함에도 육아휴직율이 낮은 점은 일-가정 양립에 있어 상대적으로 취약해 보인다.

 

위의 <표> 부산과 경남 노동통계 비교에서 주목할 것 중에 하나는 임금격차, 비정규직에서 부산과 경남 여성의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경남 지역 ‘괜찮은 일자리’의 변화와 결정요인을 연구한 황현일 교수는 지역 여성 중 여성 청년이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 번째는 지역에서는 젊은 여성들의 괜찮은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경남지역의 여성 괜찮은 일자리는 지난 12년 동안 2배 정도 많아진 것으로 나타나지만 30대는 29.6%, 30대 이하는 4.9%만 증가했을 뿐입니다. 두 번째는 지역 청년 여성들의 괜찮은 일자리는 주로 공공서비스 부문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즉, 일자리 다양성이 취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괜찮은 일자리가 경남 지역에 비해 수도권에 많다는 점도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2024년 수도권의 경우 괜찮은 일자리의 비중이 41.9%입니다. 경남 지역은 25.1%였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지역의 청년 여성들은 지역의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취업 기회를 찾다가 이것이 힘들다고 판단되면 수도권으로 이동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는 점이 오늘날 한국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황현일 창원대 사회학과 교수)

일자리 양극화

 

“최저임금에 겨우 미치는 돈을 받으면서 고통과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일은 넘친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왜 좋은 일자리는 부족한가?’이다”라고 설파하는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의 저자 이상헌 ILO 고용정책국장은 최하층 노동자에게 가장 큰 지원을 해야 좋은 일자리 정책이라고 말한다. 최하층 노동자에게 지원될 수 있는 것을 방향으로 해서 좋은 일자리의 4가지 전제조건은 안전한 노동, 적정한 소득, 일터에서 제 목소리 낼 수 있고, 차별 없는 일자리이다. 이상헌 고용정책국장은 ‘괜찮은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수 있는 분야로 ‘사회서비스’, 즉 돌봄을 꼽았다. 과소평가된 돌봄을 ‘괜찮은 일자리’로 전환하는 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비용의 관점에서 값싼 이주노동으로 대체하는 정책은 노동시장의 ‘게토화’가 우려되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는 ‘괜찮은 일자리’의 감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최저임금으로 고통과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나쁜 일자리 양산을 막고 ‘좋은’ 까지는 아니더라도 ‘괜찮은’까지는 일자리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괜찮은 일자리’ 논의에서 일자리 양극화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지표상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한편 질 나쁜 일자리가 늘어나는 현실도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주유도 없는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통계 결과도 질 나쁜 일자리의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표>에서 2024년 초단시간 비율이 부산 7.8%, 경남 6.3%로 전체 5.9%로 비해 높은 편이고, 경남의 경우 5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5.2%)이 전체(4.2%)에 비해 매우 높다.

 

 

어떤 ‘괜찮은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지역에서 ‘괜찮은 일자리’ 논의는 지역의 인구유출에 대응하는 전략의 하나이며, 지역노동이 추구할 일자리의 바람직한 방향과 기준, 가치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관건은 어떤 ‘괜찮은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이다.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주체 문제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첫째 기업이다. 시장의 자유가 아니라 사회 안에서의 책임이 기업에게 요구된다. 원-하청 노동자의 격차는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불공정한 경쟁 문제에서 시작되므로 기업들은 공정한 경쟁 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업 뿐만 아니라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는 지속가능하고 사회적으로 유용성 있는 일자리로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한데, 최저임금 일자리 1000개 예산이 있다면 최저임금보다 많이 주고 장래성이 있는 일자리 600-700개를 만드는 것이 낫다고 이상헌 고용정책국장은 말한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유치는 괜찮은 일자리를 만드는 중대한 해법이 될 것이나 더 중요한 것은 사회주체들의 몫이다. “정부, 기업, 노동자, 시민사회가 공론장에서 토론하고 대화하면서 사회적 선택을 해야 한다. 이러한 대화의 과정을 건너뛴 정책은 좋은 일자리를 가꾸어 나가는데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과정이겠지만, 이러한 사회적 대화야말로 우리가 가진 최고의 ‘과학’이다.” 황현일 교수 또한 학문적 연구와 정책적 토론으로 바람직한 길을 만들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노동자와 기업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합의로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방안을 강조한다.

 

“노동의 권리가 잘 보장된 일자리가 노동자에게만 이로운 것이 아니라 기업과 지역사회 모두에게도 이로운 것인지 충분히 합의될 수 있다면 우리는 괜찮은 일자리를 실제로 만들어 가는데 한 발 다가설 수 있을 것이고, 더 많은 청년들이 기꺼이 지역에서 자신의 삶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황현일 창원대 사회학과 교수)

 

 

 

<참고문헌>

문영만·김희경(2025), 2025 부산노동통계, 부산노동권익센터(발간예정)

윤효원·전효주(2025), ILO Decent Work로 본 부산노동정책, 부산노동권익센터(발간예정)

이상헌(2025), 『왜 좋은 일자리는 부족한가』, 생각의 힘

황현일·박소현(2025), 경남 지역의‘괜찮은 일자리’의 변화와 결정요인, 2025 산업노동사회학회 봄 학술대회 발표문

 


 

stibee

이 메일은 스티비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