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이아름 기자가 신간 <인생은 길고 투쟁은 진행 중>(현암사) 증정 이벤트를 소개합니다! 표지가 눈길을 끄네요👀
📚변정정희, <인생은 길고 투쟁은 진행 중>
‘여성’과 ‘노동운동’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쉽게 붙지 않을 때가 많은 것 많습니다. 대다수의 사람이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노동자이지만, 거기에 ‘운동’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머리에 띠를 두르거나, 조끼를 입거나, 피켓을 든 남성 활동가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 같아요.
몇 해 전, 저는 플랫에 🧵<노조에 휘둘린다고? ‘중년 여성 노동자’의 투쟁에 덧씌워진 낡은 편견>이라는 기사를 퍼블리싱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사회 저변에 흐르는 반노조 정서와 저임금·중년·비정규직·여성 노동자에 대한 낡은 고정관념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꼬집은 기사였어요. 남성 노동자의 투쟁은 과욕에서 비롯된 이기적인 행동으로, 여성 노동자의 투쟁은 세상 물정 모르는 여자들이 노조에 휘둘렸다는 식으로 쉽게 폄훼되고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인생은 길고 투쟁은 진행 중>은 지금보다 더 가부장제가 공고했고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만연했던 1970년대 ‘운동 좀 했던’ 언니들의 ‘노동운동’을 돌아봅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를 흔히 ‘공순이’로 폄훼하던 시절, 이 언니들은 남자보다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결혼하면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꿋꿋하게 일하며 질문해 갑니다.
왜 밥먹을 시간도 없이 일해야 하는지, 왜 같은 일을 하고도 남자보다 돈을 적게 받는지, 왜 결혼과 출산이 일을 그만두어야 할 이유가 되는지에 대해서요. 이들은 생리휴가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해고와 폐업에 맞서 싸웁니다.
노동운동이 쉬웠던 건 아닙니다. 성차별이 뿌리 깊었던 시절 ‘언니들’과 같은 학력을 갖고 같은 시기에 입사한 남성들은 회사 간부가 되기도 하는데요. 이들은 노조활동을 하는 여성을 방해하거나 집단 폭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동일방직이라는 회사에서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똥물을 뿌리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지요. 그러나 그 시절, 피해자임에도 대개 책임을 지고 제명되거나 물러섰던 것은 결국 여성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책은 당시의 힘겨웠던 노동운동만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이들은 공장이 쉬는 날이면 한껏 꾸미고 명동에 나가 놀고, 함께 소모임을 결성해 공부하고, 야유회에서 함께 좋아하는 나훈아 노래를 부르는 스무살 전후의 여성들이기도 했습니다. 책에는 노조 활동을 하며 이들이 느꼈던 연대감, 열정, 즐거움도 담겨있습니다. 사진이 귀하던 시절, ‘공순이’라는 이름에 붙은 편견을 깨기 위해 오히려 한껏 꾸민 모습으로 요즘의 ‘인생네컷’과는 다른 무게감을 가진 ‘스튜디오 사진’을 찍은 언니들을 보면 조금은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50년 전 노동자였던 언니들은 여전히 요가를 가르치거나, 미싱을 돌리거나, 청소하거나, 자녀와 손주를 돌보는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책은 ‘투쟁’을 말하긴 하지만 그 투쟁이 노동운동만의 투쟁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새벽잠을 이기고 일어나 일터로 향하는 것, 지친 몸을 움직이는 것, 타인의 시선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믿는 것, 망설이면서도 가보지 않은 길로 한 걸음 내딛는 것, 일상을 살아가며 노동하는 일 자체가 모두의 작은 투쟁이라고 말합니다. 저자 변정정희가 노동조합 활동을 한 적 없는 자신의 어머니 정수자의 삶까지 책의 마지막에 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투쟁’ 이라는 단어를 ‘출근’ 과 동일선상에 놓아보면 어떨까 싶어요. 그시절, 언니들이 출근했기에 지금의 내가 일터에서 일하고 있으니까요. ‘오늘도 투쟁!’은 ‘오늘도 출근!’과 다름 없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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