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레터 81호
2024/7/16  
프랑스의 근로자건강검진
송한수

프랑스는 우리나라의 특수건강진단과 보건관리가 결합되어 있는 방식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통합보건관리 제도를 도입하려는 고민이 있어 프랑스의 사례는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프랑스의 근로자 건강검진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 근로자 일반건강진단과 특수건강진단으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프랑스의 근로자 일반건강진단


우리나라의 일반건강진단에 해당되는 프랑스의 검진은 무엇일까요? 프랑스에서는 정보 및 예방 검진(visite d’information et de prévention)이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노동법 R.4624-16조에 따라 근로자는 입사 후 첫 건강검진을 받고, 5년이 지나기 전에 재검진을 받습니다.


야간근무자, 장애인의 경우노동법 R.4624-17조에 따라 3년이 초과하기 전에 재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프랑스의 검진주기는 매년 검진을 받는 우리나라와 비교하였을 때 상당히 긴 주기입니다. 프랑스의 일반건강진단은 회사의 직업보건부서에서 직접 시행하거나 직업보건서비스기관을 통해 시행합니다. 



근로자 일반건강진단의 목적은?


  1. 근로자의 건강상태를 파악
  2. 직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들을 근로자에게 고지
  3. 실행 가능한 예방법을 알림
  4. 직업의사(Médicin du travail)*에게 진찰받아야 할 필요성을 확인
  5. 요청이 시 직업의사에게 진단받을 수 있음을 고지


*프랑스의 직업의사(Médicin du travail)는 직업의학과 산업위생분야를 선택한 전문의로 직업의학에 대한 특별학위(DES)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노동법 직업의사에 관한 규정
*프랑스의 기업들은 5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기업 간 예방 및 산업보건서비스"에 가입해야 하고, 500인 이상인 경우는 "기업 간 예방 및 산업보건서비스" 또는 "사내 예방 및 산업보건서비스"에 가입해야 합니다. 직업의사는 산업보건간호사, 전문위험예방작업자(우리나라의 산업위생기사와 유사한 역할을 함)와 함께 '예방 및 산업보건서비스'에 고용되어 일합니다.


프랑스의 특수건강진단


우리나라의 특수건강진단에 해당되는 프랑스의 제도는 개별보강검진(Suivi individuel renforcé)입니다. 프랑스 노동법 R.4624-22조는 특정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직무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개별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만약 받지 않으면 사업주는 벌금을 내야 합니다. 


개별보강검진은 4년에 한 번 직업의사에 의해 이루어지며, 2년 마다 중간방문(visite intermédiaire)을 합니다. 중간방문은 우리나라에서 보건관리를 위해 의사와 간호사가 사업장을 방문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프랑스의 특수건강진단 대상은?


프랑스의 특수건강진단(개별보강진단)의 대상은 아래 6가지 범주로 구분됩니다.

  • Title I: 화학적 위험(R4411-1부터 R4412-160까지)
  • Title II: 생물학적 위험 예방(R4421-1~R4427-5조)
  • Title III: 소음 노출 위험 예방(R4431-1부터 R4437-4까지)
  • Title IV: 기계적 진동에 대한 노출 위험 예방(R4441-1부터 R4447-1까지)
  • Title V: 방사선 노출 위험 예방(R4451-1부터 R4453-34까지)
  • Title VI: 기타 위험(R4461-1부터 R4462-36까지)

목록의 출처


기타 위험에는 고압의 위험이 있는 직업군, 고소작업자 등이 포함됩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특별히 업무적합성에 대한 평가를 받도록 규정되어 있는 직업군도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검진을 받으면 일반 근로자들이 받아야 하는 건강검진에 대한 의무는 면제됩니다.



특수건강진단의 목적


프랑스 특수건강진단의 목적은  근로자가 해당 직무에 일할 수 있는 건강상태에 있는지와 근로자에게 해당 직무가 갖고 있는 위험성을 알리는 것이 목적입니다. 한국의 특수건강진단이 업무적합성 평가와 업무관련성 평가로 구성되어 있고 업무관련성 평가에 좀 더 강조점을 두는 것과는 달리, 프랑스 특수건강진단은 업무적합성 평가와 위험성 고지를 좀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개별보강검진은  정보 및 예방 검진과 마찬가지로 검진이 끝난 후 직업의사가 직무에 대한 적합성을 판단하고 결과 증명서를 고용주와 근로자에게  전달합니다 (프랑스 노동법 제R.4624-25조). 물론 고용주에게는 구체적인 의료정보는 제외하고 개괄적인 정보만 전달됩니다.


직업의사는 개별적 조치나 직무 변경을 고용주에게 요청할 수 있습니다. 고용주가 반드시 이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용주는 이를 고려해야 합니다. 즉 수용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 



중간방문은 누가 수행하나?


직업의사가 방문합니다. 직업의사는 사업장을 방해받지 않고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도 직업의사가 충분한 것은 아니어서 정보 및 예방 방문은 반드시 직업의사에 의해 수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직업의학 인턴이나 산업보건간호사가 중간방문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전공의 3,4년차가 특수건강진단을 시행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합니다. 직업의사는 산업보건간호사에게 방문 및 검사를 위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업무는 직업의사의 책임 하에 수행됩니다. 

프랑스노동법  R. 4623-1 


산업보건간호사는 특정 훈련에 대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서면 프로토콜 내에서 업무를 해야 합니다. 또한 프로토콜에 명시된 바에 따라 문제가 있는 근로자를 지체없이 직업의사에게 소개해야 합니다.


프랑스는 원격진료가 가능합니다.  이에 따라 근로자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방문검진은 원격상담으로도 가능합니다. 



방문검진 소요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인정


방문검진 및 추가검진을 포함한 모든 건강검진에 소요되는 시간은 근로자의 근무시간으로 인정됩니다. 근무시간 중에 검진을 시행할 수 없는 경우, 실제 근무시간으로 인정하여 비용을 지출하고, 교통비도 고용주가 부담합니다.



45세 경력중간 건강검진


프랑스에서는 독특하게 45세에 경력중간 건강검진을 시행합니다. 이 검진은 우리나라 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생애전환기 검진을 근로자 일반건강진단에 적용한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이 검진은 아래와 같이 직업의학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1. 직업환경과 건강 상태 사이의 적절성을 판단합니다.
  2. 직업적 붕괴 위험(les risques de désinsertion professionnelle)을 평가합니다.
  3. 직장 내 고령화 문제와 직업적 위험 예방에 대한 직원의 인식을 제고합니다.


직업의사 근로자 및 고용주와 논의한 후 서면으로 작업방식의 조정, 근무시간의 조정 등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250명 이상의 회사에서는 장애담당자를 두어 이 논의에 참여하도록 합니다.  이 검진은 고급 실무에 종사하는 산업보건간호사에 의해 실시될 수 있습니다. 방문이 끝난 후 간호사는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지체 없이 근로자를 산업의에게 소개할 수 있습니다


직장 복귀 건강검진


근로자는 직장 복귀 시 직업의사로부터 검진을 받습니다. 출산휴가 후, 업무상재해로 30일 이상 결근한 후, 질병이나 업무외 재해로 최소 60일 이상 결근한 이후가 대상이 됩니다. 고용주는 업무복귀한 날 이후 8일 이내 복귀검강검진을 주관하는 직업보건서비스 회사에 연락해야 합니다.


직장복귀검진의 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노동법 R. 4624-32조).
1) 근로자가 복귀하여야 할 작업장 또는 업무가 근로자의 건강상태에 적합한지 확인합니다.

2) 회사에서 근로자에게 시행한 직위의 조정 또는 적응에 대한 제안이 적절한지 검토합니다.

3) 근로자의 직위 조정, 적응에 대한 권장사항을 제시합니다.

4) 필요한 경우 업무불가 통지서를 발행합니다. 


업무상 재해로 30일 미만의 작업 중단이 있는 경우에는 고용주가 직업의사에게 통보합니다. 직업의사는 새로운 건강검진이 필요한지 판단하고, 다학제팀과 함께 조치를 권고합니다.



시사점


프랑스에서는 직업의사(Médicin du travail)의 역할이 예방과 업무적합성 평가에 맞추어져 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업무적합성 평가의 적극성은 중년 이후 사고, 질병, 심리적 요인에 의한 "직업적 붕괴의 위험"을 예방한다는 취지에서 잘 드러납니다. 


산업보건간호사가 건강검진을 시행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부여하고, 지도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건강검진에서 직업병 여부, 즉 업무관련성에 대한 판단을 바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직업의사에게 의뢰하여 추가검진을 통해 판단하여, 업무관련성 판단을 위한 전달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보건관리영역에 원격상담이 적용되고 있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프랑스는 의사가 부족하지만, 의료비의 상승으로 의사수를 늘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도시로의 인구집중이나 고령화도 심각합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에 이미 원격의료가 합법화되어 있었습니다.

프랑스, 코로나19로 주목받는 원격의료산업


다만, 프랑스의 상황은 한국과 다릅니다. 프랑스의 직업의사는 하루에 약  20-25명의 근로자를 검진하며, 근로자당 최소 15분을 상담합니다.  정확한 수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의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1년에 특수건강진단을 1만 건까지 허용합니다. 여기에 배치전 검진이나 기타 다른 검진도 더해집니다. 


여러분은 프랑스의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 특수건강진단 제도에 적용해볼만한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지 않았나요? 구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참고문헌

프랑스 근로자 건강검진에 관한 법제도. 최신외국 법제정보

프랑스의 직원건강모니터링, 프랑스 노동보건연대부 홈페이지 

프랑스 노동법

 

글쓴이: 송한수 (오이레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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