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 인 벨지움〉(감독 유태오)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87 〈로그 인 벨지움〉
12월 15일 오늘의 큐 💡
Q. 자가격리, 어디까지 해봤니?  🧇

때는 어언 2년 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쓸며 시작된 거리두기와 자가격리. 가만 있지 못하는 한국인은 발병 삼개월만에 사먹어도 될 달고나 커피를 사백번씩 손으로 저어 만들기 시작했으니...바야흐로 셀프-격리 '집콕' 컨텐츠 시대가 밝았도다...📃

코로나 2년차, 님의 생활도 많이 바뀌셨죠? 다들 화상회의에 익숙해지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아 정착하고 있는데요.
여기, 자가격리 끝판왕을 소개합니다. 달고나 커피도, 보석 십자수도 아닌 영화를 만들어버린 사람! 바로 배우 유태오입니다. 갑작스런 팬데믹 상황에 촬영차 방문한 벨기에에서 발이 묶여버린 유태오는 혼자 낯선 호텔에 남게 됩니다. 락다운 된 앤트워프에서 갑작스럽게 혼자만의 시간을 맞이한 유태오는 이내 카메라를 켜고 자신을 찍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혼자서 영화를 찍다니, 역시 배우는 다르군😮!'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다가 꽤나 깊이 내면을 고찰하는 이 실험적인 영화에 빠져들게 될 거예요! 본인 등판, 영화와 유태오라는 배우를 조금 더 알 수 있는 인디토크 현장도 확인해보세요

어떤 고립의 순간에도 영화 그리고 나를 잃지 않는, 어떻게 보면 나를 찾자 영화도 찾게 되는 이야기. <찬실이는 복도 많지>와 이 영화를 연결하여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두 영화의 감동이 맞닿아있거든요. 언제 만나도 즐거운 찬실이, 오늘도 소개해드릴게요💃

다시 살아나는 코로나의 매서운 기세...😷 님, 추운 겨울 아프지 말고 부디 따뜻한 일들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다음주에도 인디즈 큐랑 안부 나눠요!🧣

유태오의 세계로 로그인, 나에게로 로그인
〈로그 인 벨지움〉

타인을 본다는 것, 익숙하지만 낯설다. 어느 시점부터 사람들의 일상이 쉽게 보였다. 작은 방 안에서도 카메라는 내밀하게 돌아갔고 관찰 예능은 흔해졌다. 사람들은 쉽게 자기 모습을 찍었고, 많은 이들이 카메라 앞에 섰다. 작은 카메라를 들고 스스로의 얼굴을 찍고 또 들여다봤다. 비공식, 사적 공간 그리고 ‘굳이 보여주지 않는 것’들은 점차 공공의 공간에 전시됐다. 하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낯설다.
다큐멘터리 〈로그 인 벨지움〉은 그간 사람들이 ‘오프 더 레코드’에 익숙히 침투해왔던 감각을 다시금 곱씹게 만든다. 배우와 유태오. 두 단어 간의 익숙한 배치는 기획 유태오, 제작 유태오, 각본 유태오… 등으로 다양하게 흩어졌다. 유태오는 자신의 정체성을 반전하면서도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고집 있게 지켜내며 유태오를 찍었다.

다큐멘터리 〈로그 인 벨지움〉은 배우 유태오가 코로나로 촬영이 무산되자 혼자 호텔에 고립된 상황으로부터 출발한다. (...) 
유태오는 몇 년간 숨가쁘게 연기를 하며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들을 시작한다. 마침내 혼자 남게 됐을 때, 그 누구도 자신의 세계를 침투하지 못할 때 스스로 자신을 흔든다. 독일어를 하는, 영어를 하는 유태오와 만나며 지나온 과거가 어떤 시간이었는지 묻는다. 고립의 시간 동안 여러 정체성이 등장하지만, 종국에 분산하지 않는다. 오트밀, 커피로 겨우 채워졌던 식탁에서 단팥빵의 속이 만들어지고 만두가 빚어진다. 
(...)
혼자 있는 시간을 견뎌본 사람이라면 식탁을 채우는 일, 이불을 걷어내고 운동화를 매듭짓는 일의 의미를 알 테다. 때문에 〈로그 인 벨지움〉은 고립과 외로움을 정체된 시간으로 전달하지 않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말한다. 더 정확히는 유태오라는 사람이 모두와의 단절로 겪게 된, 자신으로의 침투를 어떤 여정으로 이해했는지를 보여준다. (...)

그리고 장면은 한국으로 이동한다. 한국에서 유태오는 두 명이 아닌 혼자고, 방황하기보단 정리된 모습을 보여준다. 고립의 시간은 많은 것을 바꿨지만 여전히 같은 시공간으로 유태오를 안내했다. 유태오에겐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배우라는 직업이 있다. 동시에 혼자만이 존재했던 시간의 경험은 유태오의 몸에 남아 있다.
배우라는 직업, 연기라는 행위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도 “진짜”와 가짜에 관한 유태오의 태도는 그만의 경험을 공유하고 확장한다. 어떤 시절의 감정을 진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 안에서 지금을 의심하는 사람들, 진짜가 되고 싶은 사람들, 오직 자신과 대화해본 사람들. 정체성은 성장하고 정체하며 부족해지고 충만해지길 반복한다. 〈로그 인 벨지움〉은 자신 안에 존재하는 무수한 다름을 연결해낸다. 모든 순간 기억될 수 없지만, 때로는 영영 잊히기도 하지만 우리의 어떤 시절은 순식간에 돌아와 나를 지배한다. 특히 우리가 다른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나 오로지 혼자일 수 있을 때, 우린 우리에게로 문을 두드린다.

인디즈 염정인
나를 구하는 것은 나일 뿐 🙋
집도 잃고, 직장도 잃었다😵! 눈앞 깜깜, 앞길 막막! 평생을 영화에 바쳤건만, 영화는 생각보다 너무 쉽게 찬실씨의 곁을 떠나갑니다. 하지만 독립영화 프로듀서도 했던 사람이 못할 게 뭐냐! 찬실씨는 으쌰으쌰 다시 힘을 내어 살림을 꾸려갑니다. 찬실씨의 생활이 하나하나 바로 설 수록, 어라? 그토록 죽고 못살던 영화가 자연스럽게 곁을 맴도는 것 같아요. 그 증거는 바로...장국영(이라고 우기는) 유령👻! ※특: 한국말함
때로는 갑작스런 공백이 밖으로 나가느라 정신 없던 나를 다시 채워주기도 하나봐요. 영화의 세계에서 고립된 줄 알았던, 하지만 알고보니 영화 말고도 복이 많았던 찬실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낭만을 도로 꺼내어줄 지침서
〈찬실이는 복도 많지〉

팬데믹이 도래하면서 내게 꼿꼿이 정착한 습관이 하나 있다. 유독 꼼꼼히 나를 점검하게 된 것이다. 오늘의 체온을 살피고, 기분의 이유를 찾으려 애쓴다. 대면하는 모든 일을 조심하게 되면서, 현시점에서 나를 돌볼 수 있는 가장 나은 주체는 ‘나’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로그 인 벨지움>도 유사한 궤를 걷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촬영이 중단된 후 어려움을 대면하게 된 유태오의 매일이 셀프 테이프로 기록되어있다. 고민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 건 영화였다. 작품에서 호흡하게 될 날은 가늠이 어려웠고, 모두가 웅크린 시기에 낭만을 찾는 것 역시 막막하게 다가왔다. 그때 각진 안경과 비니를 단정히 쓴 ‘나’가 등장한다. 차림만 다르고 전부 똑같이 생긴 그는, 유태오에게서 파생된 존재이다. 주로 마음이 휭, 낙하하기 직전에 나타나는 그를 보며 나란히 떠오른 두 인물이 있었다. 바로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찬실이와 장국영이었다.
 
두 영화의 시차는 다르지만, 유태오와 찬실이 모두 사랑하던 영화를 시작하기 어려운 상태인 것은 동일하다. 감독의 사고로 영화가 중단되자, 찬실은 PD라는 직업을 지속할 건지 고민에 빠진다. 그때 새로 얻게 된 방에서 <아비정전>의 장국영 차림과 닮은 귀신을 만나게 된다. 장국영은 찬실에게 꾸준히 ‘깊이깊이’ 생각하는 것의 중요성을 환기해주었다. <로그 인 벨지움>에서 여러 언어로 대화를 건네는 그도 똑같다. 두 존재 모두 주인공의 간절한 마음에서 기인했기에, 더더욱 영화에 다시 어떻게 접근할 건지, 어떤 태도를 지닐지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는 대화를 나눈다. 때론 성가시기도 했던 존재와의 재회를 은근히 기다리면서 둘은 조금씩 부지런히 이동한다.
 
“저요, 사는 게 뭔지 진짜 궁금해졌어요. 그 안에 영화도 있어요.” 찬실이가 영화 후반부에 힘주어 말하는 대사이다. 결국 두 주인공 모두 사랑하는 영화에 대한 마음의 확신을 갖게 된다. 아마 낙하하지 않도록 계속 질문을 건넨 인물들이 있었기에 더 빠르게 가닿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가장 결정적으로 둘을 수호(守護)해준, 앞으로도 그렇게 할 인물은 다름 아닌 그들 자체이다. 기분이 자꾸 비좁아짐을 느낄 때, ‘나’를 대면하고 낭만을 꺼내게 도와줄 이 영화들을 보면 차차 나아질 것이다.
    
인디즈 김해수
<찬실이는 복도 많지> (감독 김초희)
“아 망했다. 왜 그리 일만 하고 살았을꼬?”
집도 없고, 남자도 없고, 갑자기 일마저 똑 끊겨버린 영화 프로듀서 ‘찬실’. 현생은 망했다 싶지만, 친한 배우 ‘소피’네 가사도우미로 취직해 살길을 도모한다.
그런데 ‘소피’의 불어 선생님 ‘영’이 누나 마음을 설레게 하더니 장국영이라 우기는 비밀스런 남자까지 등장! 새로 이사간 집주인 할머니도 정이 넘쳐 흐른다.
평생 일복만 터져왔는데, 영화를 그만두니 전에 없던 ‘복’도 들어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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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유태오 감독이 인디스페이스를 찾아 이 영화의 완성과정을 지켜보며 모니터링해준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와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새로운 시도인 만큼 궁금한 것도 많은 이 영화, 인디토크를 읽으면 분명 더 깊게 빠지게 되실 거예요🖱 

"본의 아니게 15년간 무명으로 활동하다가 갑자기 잘 되었는데, 객관화해서 다시 스토리텔링 측면으로 보자면 기나긴 노력 끝에 갑자기 빵 터지는 이야기는 우리가 다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어필하려는 것도 아니고, 오랫동안 힘들었기 때문에 지금 잘 되어가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솔직한 제 마음이거든요. 감히 내가 이러고 있어도 되나?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고 이런 얘기를 해도 되나? (...) 하지만 커리어가 잘 되면 제가 스스로 편해져야 하는 거죠. 뭐가 내 욕심이고 사치인지, 내 가치관 안에서 무엇을 받아들이고 받아들일 수 없는지. 고민이 너무 많고 감정이 많으니까 제 감정을 그렇게 넣게 된 거예요."
2006년 니키의 뉴욕, 2020년 태오의 앤트워프
예술적 파트너이자 생활의 동반자, 니키리 & 유태오 부부! 현대미술 작가 니키리와 배우 유태오는 서로의 삶과 작품에 깊은 영감을 주는 사이인데요💖
니키리 연출, 니키리 주연의 페이크 다큐 <니키리라고도 알려진>과 유태오 연출, 유태오 주연의 에세이 다큐 <로그 인 벨지움>을 연달아 볼 수 있는 시간을 준비했답니다. 두 사람이 결혼할 즈음인 2006년, 뉴욕의 신진 아티스트 니키리와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친 2020년의 유태오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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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람 시 주의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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