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를 묻지 않는 마음을 가지려는 그냥입니다. 사연처럼 적으려다가 결국 편지를 택했어요. 애인에게 직접 전달하긴 어려운데 마음속에서 일렁이는 것들을 정리하고 싶었거든요. 무수님 덕분에 좋은 계기가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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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애인에게
영화 '파묘'를 보고 다툼이 좀 있었잖아. 나는 영화에서 일본인들이 의식을 치르는 장면이 미개하게 그려진 거 같아 일본인이 보면 불편할 수 있겠다고 했고, 너는 당시 일본인들이 그렇게 한 건데 왜 가해자의 편에서 이야기 하냐고 그랬지.
너는 나와 얘기하면 자신이 누군갈 혐오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얘기했어. 스스로를 TERF(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급진적 페미니스트)라 얘기하며 인권 활동에 함께할 자신이 없다고도 했지. 그동안 퀴어를 지지한 나로선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어. 하지만 왜 네가 TERF가 됐는지 이야기했을 때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우리가 다양한 얘기들을 나누며 난 너를 통해 정말 많이 배웠어. 내가 정상적인 남자에 속하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라고 했던 거를 되돌아보기도 하고. 나는 혐오는 나쁜 거고, 사랑이 좋은 거라며 실제로 벌어지는 문제를 덮으려고 했던 걸지도 몰라.
너는 내가 자기 편이 되길 바랬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나는 한쪽 편을 택하기엔 자신이 없었어. 다른 한쪽만 문제라고 하기엔 난 아직 그만큼 당한 게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몰라. 그럼에도 우린 서로를 꼭 끌어안았어. 헤어지고 싶지 않으니까.
지금도 여전히 서로의 입장이 다르다고 느낄 때면 난 우리가 함께 그리는 미래를 상상해. 자연 속에서 무해한 사람이 되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미래. 결국 우린 같은 방향을 보고 있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이 있기에 계속해서 함께인 거 같아.
너가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없다고 했지. 나도 사람은 변한다고 생각해. 우리가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될 순 없지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차근차근 익혀나가자. 그리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