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크 탐험 일지
콩크 대원이 직접 공장, 본사에 방문해 제작 과정, 회사의 역사, 현장 뒷이야기 등을 취재해 소재와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심층 이해를 돕는 콘텐츠입니다. 

PS. 박찬용 작가요기레터를 오마주했습니다.

Vol.1 마가글라스
공예 vs 소재
박수자 이사님의 목소리는 남들보다 세 톤 정도 높다. 톤이 높은 목소리에 말 맺음이 정확해서 목소리가 유리 같은 느낌이 든다. 마음을 먹고 방문한 마가의 작업장은 영하로 기온이 떨어져 작업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였다. 과정을 볼 수 없어 아쉬운 우리에게 원래 공장에서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따라가지 못해 반복적인 질문을 해도 처음 듣는 것처럼 같은 톤으로 설명해주셨다. 

다시 디자인 작업을 한다면, 꼭 현장에서 써보고 싶은 소재 중 하나가 조형 유리다. 공장에서 찍어낸 판형 유리가 아닌, 울퉁불퉁한 질감에 곡면을 표현할 수 있는 조형 유리 샘플을 콩크에서 처음 봤을 때 무척 설렜다. 공예작품 같은 이 샘플이 큰 사이즈로 박력 있게 시공되는 현장은 언뜻 상상해봐도 특별했다. 레트로 무드와 함께 다시 유행하고 있는 유리 벽돌, 빈티지한 무드에 일정치 않은 바랜듯한 패턴이 매력적인 부식 거울도 조형 유리에 포함된다. 부조 작업으로 벽체를 만들 수 있고, 망치로 두드린 듯한 자국이 선명한 해머드 메탈도 유리로 구현할 수 있다. 

누구나 미약한 시작은 있다
마가글라스는 업력이 40년 이상으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하얏트, 워커힐, 영종도 파라다이스, 제주의 롯데 드림타워, 광교의 CJ R&D센터 등 국내 굴지의 호텔과 브랜드에 마가의 작업이 들어갔고, 과거 샤워 파티션에 많이 들어갔던 에칭 기술도 당시 시장의 선두주자였다. 소재를 다루는 회사보다 작가 스튜디오 같은 마가글라스는 스테인드글라스로 출발했다. 79년도 광고 에이전시 일을 하면서 취미로 시작한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에 금세 매료된 마규대 대표님은 곧 전업으로 스테인드글라스 일을 택했다. 당시만 해도 아티스트의 작품 개념으로 접근해 일을 하다 보니 수익성이 좋지 않았고 우연한 기회에 접한 에칭 기술이 곧 마가의 성장점이 되었다. 

에칭 기술의 기초만 알고 있을 때, 의뢰받은 여인의 형상을 한 에칭 에피소드는 초기 회사가 겪을 법한 일이라 감정이입이 된다. 샤워 파티션에 적용하는 에칭과 인체를 표현하는 에칭의 기술은 급 차이가 매우 큰데, 당시 대표님은 작업해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 '할 수 있다' 단언하고 작업을 받아왔다. 아름다운 여인을 에칭으로 표현하는 것은 1도부터 4도까지 깊이가 이 부분은 얕게 들어가고, 저 부분은 깊게 들어가는 작업이 그림을 그리듯이 섬세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당시 원서를 보면서 공부한 에칭으로 시도한 첫 인물 작업은 눈은 푹 들어가고 코도 비율이 안 맞는 피카소 그림같이 과장된 형태의 여인으로 나왔다. "물을 뿌리면 잠시나마 그런 차이가 덜 보여서 작업장에 대표님이 방문한다고 하면 직원들이 열심히 물을 뿌렸대요." 이사님의 말을 듣고 현장의 웃픈 상황이 저절로 상상되어 그러면 안 되는데 조금 깔깔대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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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칭을 시작해야 되는데 어떻게 할지는 모르고 그래서 처음엔 유리그릇 만드는 공장도 다녔어요. 거기 가면 어떻게 하나하고. 그런데 그릇에 들어가는 거랑 우리 작업은 전혀 관련이 없더라고." 80년도는 유투브에 검색하면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버터 만드는 법도 누워서 볼 수 있는 요즘과는 달랐다. 아무것도 참고할 것이 없는 무의 상태에서 납품 퀄리티가 나올 때까지 고생한 기억은 현재의 마가를 만들었다. 

탐험 현황
일시 입춘 추위에 장독 깨진다는 옛말을 실감한 2월의 월요일
장소 마가글라스 여주 작업장
획득샘플 부처님 부조, 부식 거울 
현장상황 영하로 기온이 내려가서 작업이 불가능해 공장이 멈춰있는 상태로 작업과정은 촬영하지 못함
발주정보 
  • 3,000 x 1,200mm (최대 3,500mm 까지 제작 가능)
  • 조형 유리는 수제다. 2주 이상의 충분한 기한을 두고 발주해야 한다.

수제 유리
조형 유리는 수작업이라는 소재의 특성상 절반은 아트의 경계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작업 과정은 대개 이렇다. 금형 위에 유리를 올려놓고 가마에서 800-1,000도로 굽는다. 구운 유리를 세척하고, 유리 안료로 색을 입힌다. 열처리되고 최종 세척 후 식혀서 출고된다. 이때 금형은 석고로 만들어져 여러 번 사용할 수 없다. 유리의 길이가 3,000mm가 넘어가면, 유리를 적어도 4번은 들어야 하는데 4명 이상의 작업자가 필요하다. 표면이 울퉁불퉁해 압착기 사용이 불가하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들어야 한다. 단가가 비싼 것은 이유가 있다. 유리 벽돌 같은 입체를 만드는 주조 유리의 경우, 액체 실리콘을 부어서 실리콘 금형을 만든 후 석고로 금형을 한번 더 만든다. 이 안에 유리가루를 넣어 가마에서 굽는다. 오래 걸리는 것은 굽는 것만 몇 달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성형 시간이 지나면 금형을 깨서 결과물을 꺼낸다. 이 과정에서 금형이 부서질 수 밖에 없어 주조 유리는 금형 1개당 결과물 1개가 나온다.

장수 회사의 비결
곡선의 자유로운 표현, 질감과 입체를 넘나드는 조형 유리의 대표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물결치는 모양의 굴곡이 매력적인 웨이브 유리다. "이게 조형 유리의 고전이에요. 중국 사람들도 캐나다 사람들도 이걸 만들어요. 앞으로도 계속 필요한 거예요. 심플하잖아. 이거는 칼라를 변화시킬 수 있고, 백유리로 해도 되고." 조형 유리의 고전이라는 이사님의 표현이 머리에 꽂힌다. 같은 웨이브 유리지만, 하나만 바꿔도 다른 제품이다. 질감을 내거나, 반듯한 웨이브가 아닌 비선형적인 라인으로 수제의 느낌을 강조할 수 있다. 주로 벽체 작업이나 파티션에 많이 쓰인다. 마가는 기본에서 살짝 다른 시도를 꾸준히 하며 발전했다. 기존의 것에 약간의 비틀기를 지속한 것이 업력 40년의 비결이었다.

작가와의 협업이 많은 것도 마가글라스의 특징이다. 그간의 포트폴리오를 말할 때, 그건 어느 작가님의 작업이고, 작가님이 작업장에 상주해서 만들었던 작품이라거나, 어떤 것은 해외에서 작가가 입국해 마가 작업장에서 완성했다는 에피소드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프랑스 작가가 들어와서 한참 작업하고 나간 적이 있어요. 작업 끝나면 우리 집에서 먹고 자고 몇 달 같이 보냈지. 워낙 친해져서 몇 년 전에 파리에 갔을 때 그 친구 신혼이었는데 2주 일정을 다 비우고 우리랑 같이 돌아다녔잖아요." 은근한 자랑을 하시는 이사님의 말씀이 이해된다. 마가 작업장의 한쪽에는 작가들이 와서 작업할 수 있는 장비와 테이블이 세팅되어 있다. 협업 작가들은 조형 유리 위에 풍경이나 정물을 그리거나 램프워킹 같은 공예 작업을 한다. 마가의 작업장은 곳곳에서 아티스트의 결이 보였다. 클래식 애호가인 대표님은 작업장 내에서 어느 공간으로 이동하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피커를 공간마다 세팅해놓았다. 역시 일반적인 공장은 아니다.

마가의 대표작
이사님은 가장 인상적인 작업으로 성북동에 위치한 한국순교복자 성직수도회 피정의 집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꼽았다. 우연히 만난 신부님이 예산이 너무 적어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가에서 적은 예산에 맞추어 작업을 완성했다. 프랑스에서 에밀리라는 작가가 현장에 방문해 공간에 들어오는 햇빛을 보더니, 순간적으로 스케치를 했고,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이 진행됐다. 후에 신부님은 마가글라스의 노고에 감사를 전하고 싶어 교황청에서 성당에 특별한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주는 감사장을 신청해 바티칸에 가서 직접 받아와 전해주셨다고 한다. 

최근 의왕 하우현 성당 제대 앞에 들어간 가로 2m, 세로 2m의 원형 부활 예수 조각상은 조형 유리로 표현할 수 있는 마가의 모든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조형 유리 조각은 최초라고 할 수 있어요. 외국의 조형 유리 회사는 한가지 아이템만 해요. 그렇게 해도 운영이 되니까. 전부 다 하는 곳은 우리밖에 없더라고." 이숙자 세실리아 수녀님의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조각의 영역까지 진출한 마가의 야심이다.

2022년의 마가글라스
요즘의 조형 유리 트렌드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부식 거울 문의가 참 많이 들어와요. 최근에 프렌치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도어를 부식 거울로 작업했는데 빈티지한 느낌은 나지 않고 모던하더라고요." 바랜 듯한 무드의 부식 거울은 디자이너의 의도와 배치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된다. 파리의 리빙 브랜드 '아스티에 드 빌라트'(한남점, 현대백화점 본점)에도 부식 거울이 시공됐다. "부식 거울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기 때문에 같은 패턴이 나오기 힘들어요. 가끔 패턴이 다르다고 지적을 하는 현장이 있는데 달라야 핸드메이드지." 

전통 문양이나 색동 유리도 마가에서 개발하고 있는 아이템이다. 목문이나 한지로 만들어진 소재가 익숙한데, 유리로 구현된 것을 보니 같은 듯 새로웠다. 콩크에서 전통 키워드는 꾸준히 문의가 많은데, 전통 자체로 살리는 것도 의미 있지만 올드앤뉴가 공존하는 이런 방법이 더 구미가 당긴다. 한옥을 리모델링해 주거 공간으로, 상업 공간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도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오래된 서까래가 있는 천고가 높은 멋진 공간에 색동유리, 전통 문양이 그대로 들어간 유리 파티션이 그대로 녹아든 모습이 궁금하다.

마가의 꿈
“DDP 건물을 보면 철제가 아니고 유리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해요.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파리의 에펠탑처럼 한국의 상징이 될 수 있는 건축에 마가의 작업이 들어갔으면 하는 것이 저희 꿈입니다.” 그동안 많은 작업을 하셔서 더 하고 싶은 작업이 있을까 하고 물어본 질문에 들어온 답변이다. 유리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기술이든 배워서 미리 준비해두어야 나중에 큰일이 들어왔을 때 작업할 수 있는 거라고 덧붙이셨다. 대표님은 유명한 조각가분에게 직접 레슨을 받으며 조각 기술을 꾸준히 연마하고 있다. 
작업장에서 발견한 부처님의 부조 샘플이 무척 힙하고 귀여웠는데,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인물들을 이런 부조 작업으로 대형 유리 벽체를 만들어 쭉 연출해보고 싶다고도 말씀하셨다. 부조 작업은 일반적으로 철이나 흙을 떠올리는데, 유리는 조명을 넣어 각도나 시간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유리'하면 깨지기 쉽다는 편견이 있지만, 강화된 유리는 철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하다. 여전히 유리로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마가의 작업장에서 전성기 곡선이 항상 유지되는 프로페셔널의 비결을 봤다.

콩크 온라인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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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2022년 콩크에서 예측하는 소재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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