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님, 평화해요!
오늘의 이아 벗님을 소개합니다.
 이아는 자기 자신을 아주 잘 아는 벗입니다. 거침돌이 가득한 길로 막막할 때 그를 보면 벌써 저 앞에 사뿐사뿐 뛰어가고 있는 것 같달까요. 복잡한 상황에서도 굉장히 간솔히 자신의 감정을 설명해 줍니다. 덕분에 그와 나누는 모든 대화가 편안합니다. 굳이 엉켜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얼마나 평화로운지 모릅니다. 우리의 대화는 양이 많지 않은데도 너무나 아늑해서 시간이 금방 흘러갑니다. 지난 연휴에는 영화를 보려고 만나서는 상영시간을 잊고 떠드느라 결국 영화관에 발을 들이지도 못했습니다. 그만큼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굴드는 예술가의 의무 사항의 중심에 소멸감을 두었다. 예술은 늘 덧없는 무엇이 될 수 있으며, 작품은 곧 꺼지고 마는 무엇이다. … 그것들은 처음이자 마지막 말 같은 느낌을 주며, 그들의 황홀한 긴장은 정점 위에서 존재와 비존재를 가르는 아슬아슬한 균형으로 이루어진다.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중)”

 이아는 소멸에 가까운 창작을 합니다. 사진, 움직임, 노래. 어떤 장르든 이아의 손길을 거치면 정갈하면서도 아슬아슬합니다. 덧없이 실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면서, 한없이 노현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의 검사 결과처럼 ‘딱 떨어지는 단어를 찾지 못하는 게’ 곧 이아를 제대로 설명합니다.
허무한 얘기들 아무것도 보이고 싶지 않아 글자로 남겨진 과거의 찌꺼기

글은 내뱉을수록 숨기 딱 좋은 거 같다. 블로그는 이웃 다음 서로이웃으로, 인스타는 비계정에서도 친한친구로. 얼마나 숨으면서 드러내야 맘이 편할까. 썼다 지웠다. 숨겼다 공개했다 하는 맘이 피곤해 가능한 남기고 싶지 않아진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이미지는 더 숨기 좋을 줄 알았는데, 어디에 시선을 두는지 티가 나서 사진 속 나의 허세가 보이는 거 같다. 나도 모르는 나의 짠내가 진동할까 자주 도망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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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의 여정에는 꽁꽁 숨겨둔 무언가를 갑자기 뽐내고 싶어지는 충동을 마주한다. 어떤 날은 여드름 흉터가 보이는 사진을, 어떤 날은 겨털이 보이는 사진을, 어떤 날에는 엉엉 울던 글도 까 보인다.

자야의 초대로 메일링에 참여하기로 한 난 어떤 걸 보내야 맘이 편할까 무난한 걸 고민하다 부끄러워지지 않을 건 없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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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요즘 나의 일상을 얘기해 보자. 난 요즘 짝사랑 중이다. 연애 상대가 아닌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사랑스럽게 볼 수 있구나 싶었을 때 짝사랑을 인정했다. 누군가를 먼저 사랑하기란 내 인생 흔치 않은 기회라 이 마음을 소중히 해보기로 했다. 뚝딱이는 내 행동에 주변 친구들이 놀라거나 놀리거나 둘 다 했다. 연락을 먼저 보낼 때 어떤 고민을 하는지, 괜히 모든 말이 이상하게 느껴져 말이 꼬인다거나, 오지 않는 연락에 힘들다거나, 자잘하게 의미 부여 한다거나. 유튜브에 ‘플러팅 하는 법’이나 타로를 쳐서 본다거나. 후후 이제는 짝사랑하는 친구의 말에도 공감할 수 있겠다. 안타깝게도, 짝사랑은 서서히 꺼져가고 있다. 상대의 어떤 면도 상관없다 느껴지던 마음이 연애를 기대하면서 급속도로 빈약해진다. 상대의 반응을 보며 마음 아파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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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얘기를 하자면, 상담받고 있는 곳에서 오랜만에 심리검사를 했다. 그중에 TCI라는 기질 검사 결과가 흥미로웠다. 자극 추구가 99 (전국 상위 1%란다) 그리고, 위험 회피가 97이 나왔다. 기질은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난 거라 잘 바뀌지 않는다 했다. 난 새로운 것에 관한 호기심과 충동성이 아주 높은데, 일어날 일을 걱정하고 조심하는 기질도 아주 높아서 몸속에서 상충하느라 힘을 많이 뺀다고 했다. 결과적으로는 위험에 빠질 일은 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단다. 이외의 성격 검사에서도 상충되는 것이 많았다. 선생님은 요즘 흑백 요리사 예능을 말하며 흑이나 백으로 구분할 수 없어서 섭외되기 어려운 사람. 그런 게 나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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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를 받았다. 딱 떨어지는 단어를 찾지 못하는 게 나를 설명하는 거라니. 내가 조금 이해가 되었다. 그러니까 난 여전히 숨고 싶은데. 완벽히 숨기에는 그럴 수 없다는 것도 그러고 싶지 않다는 것도 알겠다. 애매하고 모호하게 드러내다 숨기다 내가 쓴 글에 상충되는 맘을 안고 그렇게 지낼 거다.


오늘은 여기까지꺼기 !

  @ia_l_nk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메일은 삭제하시고, 맘에 드는 글은 아카이브 페이지로 꺼내 먹어요꺼기 !

"“너도 꼬리로 찍어버린다? 나처럼 오래 살아봐. 별거 없어. 결국 남는 건 사랑 이야기야.
다른 이야기들은 희미해지고 흩어지더라.
로맨스만이 유일무이한 거라고.
진부하다고 해서 진실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어, 어린 인간.”"


<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中


애정을 담아, 마공과 자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