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주 풀칠 마감 당번 마감도비입니다.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이번 주 풀칠 주제는 영어 공부입니다. 풀칠러님들은 영어를 잘하시나요? 아니, 먹고 살기도 바쁜데 언제 영어 공부를 해?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예, 저는 그 먹고 살려고 미국에 출장을 갔다가 호되게 당하고 말았네요. 그렇게 직장인도 영어공부를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고 말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직장에서 영어로 고초를 겪은 기억 없으신가요?

세상이 코로나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기로 작정을 하면서, 내 업무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건 바로 해외 출장을 가게 됐다는 것이다. 회사에서도 나름 중요한 프로젝트라 일찍부터 일정과 인원에 윤곽이 잡혀갔고, 어째서인지 미국 출장 명단에는 내 이름이 올라있었다.

미국 출장은 처음이었다. 아니, 사실 살면서 미국에 가보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에이, 미국이라고 뭐 다르겠어 하는 마음과, 그래도 미국 출장인데 괜찮을까 하는 마음이 공존했다. 나도 내 나름대로 출장 가기 전 해야 하는 업무가 있었으니, 나는 한국어로, 묵묵히, 내 할 일을 했고, 어느 새 출장일은 다가왔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다. 뭐가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나는 미국 입국수속 과정에서 비밀의 방(혹은 진실의 방)에 끌려갔다. 영어 실력이 유창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정규교육 과정을 모두 거쳐왔으니 읽고 듣기 정도는 된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입국 수속 직원에게 내가 했던 답안이 마뜩치 않았던 모양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예 준비를 안 할 수는 없으니’ 하고 유튜브에서 어설프게 미국 입국 소속 관련 영상을 본 게 화근이었다. 내가 본 영상에선 입국수속 시에 ‘비즈니스’라거나 ‘워킹’이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그럼 불법 체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의심을 하니 여행을 목적으로 왔다고 간단히 답하라고 했다. ‘그렇군. 별 거 아니네.’ (나중에 내가 이 얘기를 같이 간 동료에게 했더니 질겁을 했다. “너 일하러 온 거잖아, 멍청아! 입국 수속에서 거짓말을 하는 게 최악의 선택이야!”)

적막이 감도는 대기실에서 나는 지나가는 입국 수속 관련 직원들을 처다보기도 하고 애타는 마음에 애먼 카톡 버튼을 두드려봤지만 첩첩산중으로 분명 제시간에 신청한 해외 로밍도 제대로 터지지 않았다. 먼저 나간 일행과 연락이 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문명의 이기를 도구 삼아 상황을 타개할 수도 없었다. 나는 절망과 무력감에 빠졌다.

나는 이대로 미국 입국이 거절되는 걸까. 이번 출장 일정은 어떻게 되는 거지? 비행기 값은? 아니, 한 번 거절 당하면 10년간 다시 들어올 수 없다는데. 불안감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갔고 팔짱을 껴보기도 하고 다리를 떨어보기도 했지만 불안감이 가시질 않았다.

번호표도 없고 정확한 대기 시간도 없는 채 시간이 흘러만 갔다. 그렇게 한 시간을 넘게 기다린 뒤에야 나를 부르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킴? 킴?” “예쓰, 예쓰, 히어, 히어” 나에게 가장 먼저 물어본 건 현지에 가족이냐 친구가 없느냐는 질문이었고 나는 현지에서 나를 대변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에 절망하며 그렇다고 답했다.

다행히 두 번째 질문은 내가 뭐하는 사람이며 왜 이 곳에 왔냐는 것이었고, 그제서야 나는 진즉 말했어야 했던 문장을 읊기 시작했다. “나는 OO이고 OO에서 OO를 하러 왔어요.” 그러자 담당자는 뜻밖이라는 듯 나에게 직업을 증명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나는 영어로 적힌 명함을 내밀었다. 그러자 담당자는 내 이름을 검색해보는듯 하더니 정말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나에게 여권을 넘겨주며 나가도 좋다고 했다. 내가 내 이름 석자를 걸고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그 때만큼 감사했던 적이 없었다.

나의 해방이 믿기지 않아 입구를 지키는 직원에서 나가도 좋으냐고 “익스큐즈..” 라고 말하는 동안 보안 요원이 휑하니 나를 지나쳐가는 걸 보고서야 나는 드디어 내가 미국 땅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는 걸 깨달았다. 나를 기다리며 내 캐리어 옆에 서있던 동료들을 보고서 눈물이 조금 날뻔 했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지체된 상황이었으므로 감격에 젖을 겨를도 없었다.

“고생했어. 액땜 했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하나씩 있어.” “그게 뭔가요?” “좋은 소식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고, 나쁜 소식은 너는 앞으로 미국에 입국할 때마다 아마 저 방에 들러야 할 거야.” “아…”

하지만 다음이고 뭐고 일단 이번에 통과했으니. 목이 잠겨 뭐라 답할 상황이 아니었다. ‘이게 미국이구나..’ 그렇게 나는 태어나서 처음 도착한 미국 공항에서 보란 듯이 사진 한 장 찍을 겨를도 없이 공항을 서둘러 떠났다.

다행히 지금은 현지 출장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정작 미국 내에선 커피 잘 시켜 먹고 우버도 잘 얻어 탔다. 일? 음, 썩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무리 없이 굴러갔던 거 같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내가 영어 공부를 게을리 한 잘못이 아니라, 나를 강압적으로 막은 미국 입국심사 부서의 횡포가 잘못이었던 게 아닐까. 아니, 아니, 이번엔 이럴 때가 아니다. 비밀의 방에서 간절히 빌었던 다짐을 실천할 때다.

이젠 정말, 영어 공부를 부지런히 해야지.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하지..?

이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중국어 능통자와 여행지를 걷던 중 중국인 여행객을 지나쳤습니다. 뭐라고 떠들면서 두리번거리더라고요. “대체 뭐라는 거야?” 물으니 ‘이 길이 맞냐, 저 길이 맞냐’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고 하네요. 아, 내겐 소음에 불과했던 게 이 사람에겐 대화구나.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저도 일상의 해상도를 좀 높여볼까 싶어서요. 어중간한 실력의 영어보다는 제로베이스가 차라리 시작하기엔 더 낫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영어는 어쩌냐고요? 음… 해야겠지요.

알쏭달쏭 국영 혼용체, 처음엔 마냥 불편했는데 입에 붙고나니 묘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모두가 평생토록 영어를 공부해온, 그러나 잘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드문 상황에선 영어를 발설하는 것 자체에 약간의 쾌감이 깃드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내가 하는 말을 상대가 정확히 이해한 건지 확신은 없지만 일단 대화는 됩니다. 같은 단어를 사람마다 미묘하게 다른 뜻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때마다 되묻기엔 리소스Resourse가 한정적이므로 넘어가기로 합니다. 그래도 뤼튼Written으로 커뮤니케이션Communicaiton할 땐 나름 정확한 표현을 쓰려고 애쓰는 편이랍니다. 제가 명색이 에디터Editor여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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