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2. 

#18. 이번 달 소식 

전시 ⟪안체 프로젝트 A-Project⟫ 소식
박상준 디자이너 인터뷰
《AGTC 2024》 소식

AG타이포그라피연구소 소식

전시 ⟪안체 프로젝트 A-Project⟫ 소식

출시 40주년을 앞두고 있는 〈AG 안상수체〉는 디자이너 안상수가 1985년 설계한 탈네모틀 글꼴입니다. 〈AG 안상수체〉는 첫닿자 19자, 홀자 21자, 받침 27자를 조합하여 11,172자를 파생하는 세벌식 조합형 글꼴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한글 자소는 수직선, 수평선, 사선, 정원 등 기하학적 형태로 구성되었으며 홀자의 기둥이 길게 뻗어서 받침의 정가운데에 맞닿아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올해 AG타이포그라피연구소는 ⟪안체 프로젝트 A-Project⟫를 통해 각국의 디자이너들과 협업하여 한글 글꼴을 제작 중입니다. 〈AG 안상수체〉의 모듈을 이용하여 각 디자이너 고유의 색깔이 담긴 14종의 탈네모틀 글꼴이 제작될 예정이에요. 연구소에서 안상수체 구조의 Glyphs, ai 템플릿 파일을 전달하면 참여자 분들이 템플릿을 바탕으로 한글 낱자를 디자인하는 방식입니다. 연구소에서는 이 낱자들을 조합해 글꼴로 완성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해당 글꼴들은 전시 이후 AG Font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10월 한 달 동안 파주 안그라픽스 1층, ‘A0에서 ⟪안체 프로젝트 A-Project⟫ 글꼴을 활용한 포스터 전시가 열립니다.

11월 2일,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하는 ⟪AGTC(AG Typography Conference) 2024⟫에서는 TypothequePeter Bilak이 ⟪안체 프로젝트 A-Project⟫에 참여하게 된 이야기와 글꼴 제작 경험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Peter Bilak은 언어의 모듈성과 그 창의적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글꼴에 반영하려고 했습니다. 원과 두 가지 너비의 직사각형이라는 세 가지 기본 도형만을 사용하여 그가 이전에 만든 서체 Julien의 연장선으로서 놀이 서체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그의 발표 〈Creative typography〉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안상수체 40주년인 2025년에는 더 많은 디자이너들이 함께한 탈네모틀 연구가 계속 될 예정이니 이후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안체 프로젝트 A-Project⟫

  • 날짜: 24/10/1-10/31
  • 시간: 평일 10:00-18:00 주말/공휴일 11:00-17:00
  • 장소: A0,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25-15 안그라픽스 1층

인터뷰

디자이너 박상준 인터뷰

배리어블 글꼴(Variable Font)은 하나의 글꼴 파일 안에 다양한 스타일이나 굵기, 너비 등의 변형을 포함하는 글꼴 형식입니다. 전통적인 글꼴 시스템에서는 굵기나 기울임체, 너비 등의 스타일마다 각각의 파일이 필요했지만, 배리어블 글꼴은 하나의 파일로 여러 변형을 지원합니다. 2016년 ATypi에서 처음 소개된 이후, 다양한 언어권에서 배리어블 글꼴 개발 및 출시, 이용사례가 늘고 있는데요. 이번 따옴표레터에서는 〈벽돌 배리어블〉을 그린 디자이너 박상준의 제작 경험을 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박상준입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설비 엔지니어로 1년을 근무하였고, 군복무 이후 ‘디자인학교’,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POSTECH)’를 통해 디자인을 포함한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지금은 이러한 경험을 그래픽 디자인 중심으로 풀어나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출시한 글꼴 〈벽돌 배리어블〉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벽돌 배리어블〉은 ‘상, 하, 좌, 우, 너비’ 5개의 축을 가진 배리어블 글꼴입니다. ‘상, 하, 좌, 우’의 축은 0~120의 범위를, ‘너비’는 180~570의 범위에서 값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벽돌 배리어블〉은 벽돌처럼 단단한 인상을 위해 적은 여백과 기계적인 리듬이 반복되길 바랐어요. 일정한 규칙이 반복된다면 더욱 견고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20 unit의 획 다음에는 무조건 30 unit 여백을 배치한다’라는 규칙을 만들었어요. 이것을 반복하여 그리드를 만들고, 하나의 글자뿐만 아니라 조판을 하였을 때도 최소한의 여백을 갖도록 설계했어요. 이러한 규칙을 지키기 위해 받침글자라도 민글자처럼 홀자의 세로기둥이 기준선까지 내려오게 그렸어요. 이 또한〈벽돌 배리어블〉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낱자 [강]에서 홀자 ‘ㅏ’의 세로기둥은 첫닿자 ‘ㅇ’ 옆에서 멈추지 않고 기준선까지 길게 내려옵니다. 받침 글자의 경우, 이러한 방식으로 속공간을 줄이며 밀도를 확보하였습니다. 

또한, 홀자 ‘ㅏ, ㅑ, ㅘ’와 같이 곁줄기가 바깥에 위치한 모임꼴 다음에 오는 글자에는 ⟨파임⟩이 생기는데요. 이 ⟨파임⟩은 글자의 간격을 더 좁히기 위해 따로 오픈타입 기능을 설정한 것입니다.
홀자 ‘ㅏ, ㅑ, ㅘ’ 계열의 다음 글자와 여백없이 붙지만, 규칙의 영향을 받아 곁줄기와 접촉하는 부분이 30 unit 파이도록 하여 가독성을 확보하였습니다.

배리어블 글꼴을 만들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기획 단계에서는 배리어블 글꼴을 만들 생각이 없었어요. ‘디자인학교’의 글꼴 수업에서 어떤 것을 그릴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전에 참여했던 포스터 워크숍에서 만들었던 글자가 생각났습니다. 포스터 워크숍 주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두 명의 디자이너가 함께 포스터를 만든다면 어떨까?’ 였고, ‘테오 반 되스버그’와 ‘카럴 마르턴스’의 디자인 스타일을 소재로 만든 형태가 마음에 들어 더 많은 글자를 써 보고 싶었어요. 당시에는 배리어블 기능에 대해서는 인지만 한 상태였습니다. 


조판이 가능할 정도로 글꼴을 그리고 나니, 일정한 그리드와 규칙을 공유하는 사각형 형태의 글꼴인 점, 그리고 이 사각형을 획이 아닌 도형으로 정의한다면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호기심 반, 장난 반으로 배리어블 기능을 하나씩 추가하면서 글꼴을 완성했습니다. 

(좌) 포스터 워크샵 / (우) 테오 반 되스버그 데슈틸 잡지 표지

배리어블 글꼴을 만드는 과정이 궁금해요.

배리어블 글꼴은 평행우주처럼 여러 개의 마스터(두께나 형태)를 만들고, 이들을 연결하면서 만듭니다. 글꼴 안에는 낱글자, 낱글자는 각각의 도형으로 이루어지는데요, 도형에는 점이 있고, 모든 점과 도형에는 주어진 순서가 있습니다. 마스터마다 같은 위치의 점들이 같은 순서로 지정된다면, ‘축 이름’과 ‘수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먼저, 마스터 2개를 생성하고 각각 0과 100이라는 수치를 부여합니다. 첫 번째 마스터 점 위치는 0, 두 번째 마스터 점 위치는 100으로 정하면, 0과 100 사잇값을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이어줍니다. 벽돌 배리어블은 축이 5개여서 예상할 수 없는 충돌이 많았는데요.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33개의 마스터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후 ⟨파임⟩ 표현을 위해 2개의 스타일 세트를 추가했기 때문에 수치로는 총 99개의 마스터가 있습니다.

마스터를 추가할 때는 글립스 프로그램에서 지원하는 매크로 기능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배리어블 기능을 부여하면 처음에는 기존 구조 오류가 생기거든요. 배리어블 글꼴에 알맞는 새로운 구조를 다시 만들어야 했어요. 그럴 때마다 용이하게 활용했습니다. 작업 막바지에는 파일이 커지는 바람에 매크로를 실행하면 프로그램이 멈춰서 여러 번에 걸쳐 매크로를 실행해야 했던 일도 있었어요.

벽돌 배리어블 글리프

배리어블 글꼴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점을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본 글꼴 구조를 잘 정리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글리프를 구성하는 도형 순서를 정하고 작업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1순위를 첫닿자, 그 다음은 홀자, 받침닿자 순서로 말이죠. 배리어블 기능은 매크로를 사용할 때도 유용해요. 매크로에서도 도형을 선택할 때, 도형 순서나 점 갯수를 통해서 이루어지거든요. 미리 정리하지 않으면 모든 글자를 하나씩 열어 순서대로 정렬해 줘야 할 수도 있어요. 

벽돌 배리어블처럼 축이 많아 오류를 예측할 수 없는 작업은 긴 호흡이 필요했는데요. 다가올 일을 깊게 생각하지 않아야 첫걸음을 가볍게 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2,000여 개 또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되뇌면 생각만으로도 지치잖아요?

〈벽돌 배리어블〉을 만들면서 어떤 점이 어려웠는지, 혹은 흥미로웠는지 궁금합니다.

두께를 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어요. 특정 획 두께를 0으로 줄이면 글자가 아니게 되거든요. 모든 획 두께를 0으로 줄여서 투명한 글자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읽을 수 없는 글꼴을 마주하고 당황하는 친구들을 상상하며 웃었던 적도 있어요.

어려웠던 점은 일부 프로그램에서 두께가 0이라 보이지 않아야 할 선이 최소한의 두께인 1픽셀로 표현되는 것이었어요. 5개 축을 위해 생성한 33개의 마스터 대부분은 두께가 0인 선을 자연스럽게 다른 획 속에 감추기 위해서 제작했거든요. 글리프를 서로 맞닿게 배치하면서 글자가 깨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배리어블 기능에 관련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처음 접하는 오류들을 해결하는 데에 가장 시간을 많이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벽돌 배리어블 마스터 33개

작업 중인 또 다른 글꼴이 있나요?

최근에는 본문용 민부리 글꼴을 만들고 있어요. 어떤 부담감도 갖지 않고, 규칙도 정하지 않고, 그저 소장하고 싶은 글꼴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진행 중입니다. 좋아하는 노래 가사나 시를 적으면서 글자 그리기를 좋아하는데요. 작업하다가 제동이 걸리면 평소에 좋아하는 글꼴들을 한 바퀴 돌아봅니다. 

처음에는 손 글씨를 글꼴로 그려보자에서 시작했는데, 어느새 손 글씨의 특징은 온데간데없어졌네요. 점점 공책에 긋는 선보다 컴퓨터에서 긋는 사각형이 더 친숙해지고 있어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5년 안에 네덜란드에서 디자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머물러 보고 싶어요. 한 번도 가본 적 없지만요. 네덜란드를 여행했던 친구는 저에게 ‘네가 참 좋아하겠다’는 말을 건네주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이 목표를 위해 일하고, 공부하고, 시간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큰 꿈으로 빨간 벽돌이 주재료인 건물로 가득 찬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마치 대학로의 마로니에 공원처럼요. 글꼴에서 시작해서 인쇄물, 가구, 인테리어, 건축, 마을까지 확장 가능한 사람이고 싶어요. 모든 면에서 잘 정돈된 마을을 만들어보자는 목표가 지금의 경험들에 의미를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즐겁게 해보려고요. 감사합니다.

작은 소식

AGTC 2024

올 가을 11월 2일에 AG 글꼴 컨퍼런스(이하 AGTC)가 열립니다. 


AGTC는 AG 타이포그라피연구소가 주최하는 글꼴 디자인 컨퍼런스입니다. 

글꼴 디자인 분야의 전문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글꼴을 만들어가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AGTC 2024 컨퍼런스의 주제는 “교류와 확장(Open Type)”입니다. 

글꼴은 필연적으로 교류하고 순환하는 존재입니다. 다른 디자인 작업물 속에 녹아들기도 하고, 일상 속 메신저와 책의 문장이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다른 언어권의 사람에게 영감이 되기도 합니다.

AGTC 2024에서는 글꼴의 교류, 협업, 순환, 확장, 낯섦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AGTC 2024 [교류와 확장: Open Type]
  • 날짜: 2024년 11월 2일 토요일
  • 시간: 13시 00분-16시 00분
  • 장소: DDP 디자인랩 3층 디자인홀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예매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좋은 영감을 얻는 자리가 될 수 있게 준비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오늘 따옴표레터는 어땠나요? 후기를 남겨주세요. :)
agfont@ag.co.kr
경기 파주시 회동길 125-15
, 2F.  031-955-7767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