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4일 (목)  웹에서 보기 | 구독하기

VOL.120 사계절 시리즈: 봄
『말랑한 고고학』 김상태_1화 등잔의 기원
새 연재
그땐 못했는데 이제는 할 수 있는 것보다도 지금은 못하지만 그땐 가능했던 것들이 자주 보입니다. 그와 동시에 이 모든 것들을 하고 있는 사람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합니다.

"‘원시’가 아닌 ‘문명’과 ‘기술’의 시대라는 관점에서 구석기시대"를 다루는 새로운 연재를 읽으면서 독자분들은 무엇을 느끼고 발견해나가실지 궁금합니다. 읽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독자님의 생각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말랑한 고고학』 첫 화, 천천히 시작해보아요.

인간의 진화는 단연코 혁명적이다. 현존 생태계를 통틀어 진화라는 측면에서 인간보다 인상적인 존재는 없을 것이다. 그 결과 인간은 보잘 것 없는 피식자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극적으로 변신했다. 인간의 진화에는 생태계의 다른 생물체들과는 극명하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우리는 만 진화한 게 아니다.

 

인간은 원래 주행성(晝行性)이다. 낮에 활동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우리 눈은 다른 동물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진화했다. 태양이 밝게 빛나는 낮 동안에는 다채로운 색깔을 인지하고 3차원의 입체 공간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어떤 공간을 단순히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그 공간 안의 사물들이 얼만큼 떨어져 있는지 매우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반면 대지에 서서히 어둠이 깔리면, 맹수를 비롯한 어둠 속 존재들을 피해 나무 위로 올라가거나 동굴 안으로 숨어야 했다. 여기까지가 의 진화의 한계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우리는 낮이든 밤이든, 혹은 밝은 곳이든 어두운 곳이든 못 가는 곳이 없다. 눈이 더 진화한 것이 아닌데도, 낮과 밤을 아우르는 전천후 동물로 살고 있다. 몸 이외의 진화,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도구의 진화 과정에서 어둠 속을 훤히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눈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인간의 강력한 도구인 또 하나의 눈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불(fire)은 언제나 중요하게 언급되는 주제다. 하지만 대부분 그 열기를 이용한 요리, 난방이나 방어 기능에만 집중한다.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불의 또 다른 위대한 속성이 있으니, 바로 빛(light)이다. 불을 막 길들였던 시대의 인간들은 그 따스함에 먼저 매료되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두운 밤 바위 그늘 아래에서 모닥불을 지키던 인간들은 전과 달리 서로의 얼굴이 확실히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모닥불을 향해 둘러앉은 그들의 등 뒤로 불빛에 의해 밀려난 어둠과 일렁이는 그림자를 보았을 것이다. 그렇다. 불은 어둠을 걷어낼 수 있다. 어둠이 걷히면 그 안에 도사리고 있던 막연한 두려움도 사라진다. 빛의 힘을 처음 자각한 인간들의 눈에는 신기함을 넘어 경이롭고 신성한 어떤 것이 비쳤을 것이다. 우리는 몸의 진화만으로는 도저히 얻을 수 없었던 3의 눈을 이렇게 갖게 되었다.

 

빛과 열은 모두 무형(無形)의 존재다. 그중 열은 차갑게 식은 후에도 고고학적 조사를 통해 종종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불을 가두어 두었던 화덕과 오랫동안 한 장소에서 불을 피운 결과 두텁게 쌓인 재들의 층으로 발견되거나, 뜨거운 열기로 갈라지거나 붉게 변한 흙덩어리나 돌조각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이에 반해 과거의 빛은 고고학적 자료로 그 흔적을 확인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특히 한국의 구석기시대 유적처럼 야외 유적이 대부분인 경우엔 더욱 그렇다. 야외 유적이나 소규모 바위그늘 유적에서는 모닥불 자체가 열원으로 기능하는 동시에 조명의 역할도 겸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열과 빛의 속성을 구분하지 않고 이용하였을 것이라는 뜻이다. 불의 속성 중에서 열을 처음 사용한 인류는 호모 에렉투스로 추정한다. 과연 그들이 불을 빛으로도 인식하고 이용하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현재까지의 고고학 증거로는 빛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사람은 호모 사피엔스였을 가능성이 높다.

 

고고학자들이 과거의 인간이 빛을 도구로 사용한 첫 증거를 찾아낸, 아니 처음으로 그 사실을 인지하게 된 곳은 유럽의 구석기시대 동굴 유적이다. 태양빛이 닿지 않는 수십 미터 깊이의 동굴에서 벽화를 조사하던 고고학자들은 당연히 여러 의문이 떠올랐을 것이다. 예컨대 이들은 어떻게 땅속 깊은 곳까지 들어왔을까? 칠흑처럼 캄캄한 이곳에서 어떻게 벽화를 그렸을까? 횃불을 사용한 걸까? 아니면 나뭇가지를 모아서 모닥불을 피웠을까?

 

의문은 동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풀렸다. 동굴 안에서 과거의 인간들이 빛을 나를 때 사용한 작은 등잔이 나왔다! 인류 최초의 등잔은 프랑스 고고학자 에밀 리비에르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에밀은 논문에 자신이 발견한 등잔 외에도 여러 개의 등잔을 언급했다. 즉 구석기시대 등잔의 존재는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그것에 대한 확신이 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었던 것 같다.

사진 1. 라무뜨 등잔과 뒷면의 그림

📝 김상태
구석기 고고학을 전공하고 전기 구석기 시대 뗀석기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강원도 양구군 상무룡리 유적 발굴을 통하여 본격적으로 구석기 연구를 시작했으며, 그 밖에 제주도 최초의 구석기 유적인 서귀포시 생수궤 등 여러 발굴에 참여했다.

1996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로 박물관 업무를 시작했으며, 이후 유물관리부와 고고부, 전시팀 등 여러 분야에서 일하며 관련 저술과 전시로 활동을 넓혔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제주박물관, 국립춘천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등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립나주박물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최초의 진화 인류학 특별 전시 〈호모 사피엔스: 진화∞관계&미래?〉(2021년 5~9월) 등을 주관했다.

지은 책으로 구석시 시대에 관한 한국 최초의 교양 입문서 『단단한 고고학』, 구석기 시대에 인류가 사용한 도구를 연구한 『한국 구석기 시대 석기군 연구』와 『한국미의 태동 구석기·신석기』(공저), 박물관 큐레이터와 큐레이터 지망생을 위한 실용적인 유물 관리 지침서 『박물관 소장품의 수집과 관리』 등이 있다.
드디어 새 연재입니다. (감격) 세 번째 연재를 시작하며 새로운 글만큼이나 기대하고 있는 것은 독자들의 피드백입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 지난 북뉴스는 '새 계절'을 주제로 한 큐레이션이었습니다. 어떤 피드백들이 있었을까요?
👀: 독자 | 🎱: 담당자

👀 독자
'북뉴스의 완성은 독자'라는 마지막 문장에 항상 맘이 아린 독자입니다. 좋은 정보를 이렇게 편히 공짜로 얻어가면서 이 짧은 피드백 하나 남기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웠나 싶은 생각에 실행력 없는 저를 조용히 채찍질해봅니다. 아이가 있으니 그림책과 어린이 도서의 출간에 귀를 쫑긋거리게 되는데요. 『명탐견 오드리, 예감은 꼬리에서부터』 신간 소개와 '나만의 첫 도전기 대회' 소식까지 역시 3월은 시작부터 풍성하고 복작입니다. 그 모습을 반갑게 맞아봅니다.

🎱
안녕하세요, 독자님. 독자님의 닉네임이 독자라 낯선 동시에 익숙합니다. 좋은 정보를 편하게 얻어가신다니 보람차네요. 앞으로도 요긴한 소식 잘 모아 전해드리겠습니다. 즐거운 3월 보내시길 바랍니다.


👀 쫑이파
봄의 시작으로 곧 꽃 소식 들려올 듯합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시길.

🎱
쫑이파 님, 안녕하세요. 독자님의 인사가 반갑습니다. 환절기 무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뉴스
아동청소년문학과 함께한 40년, 아직 더 쓰고 싶은 이야기
#거기,_내가_가면_안_돼요? #청춘기담
#페르마타_이탈리아 #망나니 공주처럼 #하룻밤 #차대기를 찾습니다ㄴ

일시: 3월 31일(일) 오후 2시
장소: 서울시립청소년미래진로센터(하자센터) 하하허허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신로 200)
당첨자 발표: 3월 27일 (수) *200명, 개별 안내, 참가비 무료


사계절 청소년 북클럽 ’ㅅ‘[시옷]은 청소년과 함께 책을 읽는 북클럽입니다. 책 읽는 재미, 혼자 읽는 재미와 함께 읽는 재미를 함께 찾아볼까요? 3월의 책은 탁경은 작가의『사랑에 빠질 때 나누는 말들』입니다.

모집 기간: 3월 21일(목)까지
독서 기간: 3월 25일(월)부터 3월 30일(토)까지
독서 모임 : 4월 2일(화) 8시 30분 ~ 9시 30분


계급은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또 언제까지 중요한가
특권이 ‘능력’으로 오인되는 몇 가지 경로 

2014년 영국 정부는 최대 규모의 고용조사인 노동력조사(LFS)에 처음으로 출신 계급에 대한 질문을 도입했다고 합니다. 『계급 천장』은 그 결과를 포함한 3년간의 LFS 데이터를 분석해 영국 사회의 계급 이동 흐름을 살펴보고, 개인이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에도 계속되는 출신 계급의 영향력을 확인한 책입니다.

『계급 천장』과 함께 읽으면 좋을 자료들을 모아 놓은 목록 페이지입니다. 불평등, 불공정, 능력주의, 계급, 대물림 등 키워드에 관심이 있다면 즐겨찾기를 하고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한 달 동안 수시로 업데이트합니다.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우리 사회에도 중요한 이야기. 『계급 천장』에 비추어 우리 사회에도 계급 천장이 존재하는지, 그에 따른 이익이나 불이익을 체감하고 있는지, 그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주세요. 모인 자료를 바탕으로 결과 콘텐츠를 만들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