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됐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11일 새벽 6시경 ETF의 상장 승인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지난 2013년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의 창업자인 윙클보스 형제가 처음으로 신청한 이래 장장 10년을 끌어온 가상자산의 제도권 금융 진입 사건입니다.
감흥이 너무 커서일까요. 정작 승인 당일 비트코인 가격은 비교적 적은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그레이스케일의 ETF 전환에 대한 소송에서 법원이 검토 판결을 내려서 이번에 승인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영향이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전형적인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와 같은 움직임입니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ETF의 다음 타자가 누가 될 것이냐로 쏠리고 있습니다. 두말할 것 없이 가장 유력한 후보는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입니다. 비트코인과 유사하게 선물 ETF가 이미 상장돼 거래되고 있구요. 법원의 판결을 빌려오면 이더리움에서도 동일하게 증권거래위원회는 현물 ETF 신청시 되돌려보내지 않고 검토를 해야 합니다.
현재 업계에서는 이더리움 현물 ETF의 승인 시기를 오는 5월로 예상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유사하게 신청된 이더리움 현물 ETF의 검토 기한이 그 시기에 몰려 있어서입니다. 10일 비트코인 ETF 승인 확률을 90%로 전망해 유명세를 탄 블룸버그의 ETF 전문 분석가인 에릭 발추나스는 5월 이더리움 ETF 승인 확률을 70%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가상자산의 1, 2위라는 것만 공통점일 뿐 뜯어보면 매우 다릅니다. 가장 먼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핵심인 합의 알고리즘이 작업증명(PoW)과 지분증명(PoS)으로 상이합니다. 특히 이더리움이 PoS를 도입하면서 검증자의 쏠림 현상이 높아져 검열저항성과 네트워크 탈중앙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도 가격 조작 등에 민감한 금융 당국의 시선에서는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이더리움은 아직까지 증권성 여부에 일부 잡음이 존재합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는 이더리움을 상품으로 취급하지만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 위원장은 다수의 청문회에서도 이더리움이 상품이냐 증권이냐는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습니다. ETF 승인을 앞두고 다시 한번 쟁점으로 부각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상태는 아닌 거죠.
그러나 이같은 장벽을 넘어서서 이더리움도 현물 ETF 대열에 합류한다면 가상자산과 제도권 금융의 융합이 더욱 본격화될 것입니다. 코인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전통적인 투자 방법으로도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된 이상 시장은 더욱 큰 폭으로 확대되고 발전할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시장 확대와 발전이 함께 이뤄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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