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한 주간 안녕하셨나요. 오늘날 주식 부동산 시장은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이 모두 상승한다고 해서, 에브리씽랠리(Everything rally)라고 하는데요. 몇몇 독자님들이 이런 질문을 주셨어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낮춘다는데, 지금 주식 부동산을 살 타이밍인가요.” “왜 에브리씽랠리가 벌어지고 있나요?”
그동안 글로벌 경제 트렌드는 마치 오픈런 (영어표현: opening rush)을 방불케했어요. 오픈런은 매장 문이 오픈하자마자 입장하려고,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을 가리키는데요. 유명 브랜드가 새 물건을 내놓을 때 종종 이런 진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사고 싶은 제품이 있는데, 매장 문이 열리기도 전에 누군가가 줄을 서는 모습을 보면 어떨까요. 네 맞습니다.
재고가 동나는 것을 걱정한다면, "나 역시 줄을 서야합니다." 현재 주식 부동산 시장 역시 비슷한데요. 그래서 오늘 편지에서는 최신 글로벌 경제 트렌드와 하반기 경제 전망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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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많이 먹었다!
- FED 재무부 다른꿈
- 벨트 맬 준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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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래를 많이 먹었다
자산 시장은 그동안 고금리인데도 불구하고, 줄곧 우상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주식, 부동산, 채권, 금, 비트코인 할 것 없이 모두 상승했는데요. 한번 예를 들어볼게요. 6개월 동안 변화입니다.
- 코스피: 2400→2714(13%)
- S&P 500: 4258→5147(20%)
- 국고10년: 3.46%(-19.9%)
- 미국10년물: 4.36%(-7.82%)
- 비트코인:4천→9천만원(226%)
참! 국고10년,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마이너스 됐다고 해서, 떨어진 것으로 해석을 하면 안 됩니다. 채권 금리는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입니다. 채권은 발행시 액면가치와 만기시 지급되는 액면가치, 그리고 이자 지급액의 현재가치를 더해 가격이 결정되는데요. 아시다시피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의 미래 현금흐름 가치가 낮아지므로 채권 가격은 하락합니다.
오픈런을 기다린 자산시장
예를 들어 액면가 1000달러, 만기 1년, 연 5% 이자(쿠폰)를 받는 채권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해당 채권 가격은 1000달러를 내년에 받는 현재가치인 1,000/(1+0.05)=952.38달러에 연간 50달러(1000달러X0.05) 이자를 현재가치로 계산한 47.62달러(50/(1+0.05))를 더해 1,000달러가 됩니다.
그런데 만약 시중 금리가 5%에서 10%로 오르면 채권 가격은 950달러(1,000/(1+0.1))가 됩니다. 채권 금리 상승에 따라 미래 현금흐름 가치가 작아져, 채권 가격이 하락하는 것입니다.
높은 금리에서는 채권 가격은 하락합니다. 또 주가는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해 실적 악화가 우려되면서 부정적 영향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자산 시장은 고금리에도 가격이 껑충 껑충 뛰었습니다.
사람은 기억을 먹고 산다
이를 가리켜 에브리씽랠리라고 합니다. 모든 자산이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바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커졌기 때문입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사람들은 서서히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FED가 조만간 금리를 낮출 텐데, 그러면 예전처럼 모든 것이 상승하겠지?”
2000년 이후 FED는 크게 3차례 금리를 급격하게 내린 적이 있습니다.
- 2020년 코로나 발발: 1.75%에서 0.25%로 인하
- 2008년 금융위기: 5.25%에서 0.25%로 인하.
- 2001년 닷컴버블 붕괴: 6.5%에서 1.75%로 인하
우리는 이 즐거운 순간을 기억합니다. 코로나 발발 이후에 모든 주식이 동반 상승했었습니다. 금리를 낮췄기 때문인데요. 빚을 내고 투자를 하는 ‘빚투’를 하더라도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금리 인하 후 1년 뒤인 2021년 3월 말 S&P500은 1년 전 보다 53.7% 상승합니다.
파월 아직 내릴 수 없다
하지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여전히 신중합니다. 파월은 얼마 전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포럼에서 "인플레이션 둔화를 확신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으로 둔화하고 있다는 더욱 큰 자신감을 가지기 전까지는 기준금리를 낮추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에이, 그래도 내릴 거면서!" FED워치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오는 9월19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는 FED가 금리를 한 차례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인하 응답이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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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FED가 기준 금리를 내린 뒤에, 자산을 사들이면 늦을 수 있다는 생각이 우세해졌습니다. “재고가 떨어지기 전에 먼저 줄을 서야 해!” 그래서 매장 (금리 인하)이 열기도 전에, 줄을 서기 시작 (자산 매입) 한 것입니다. 에브리씽랠리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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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런: 매장 문을 열자마자, 뛰어들어가 물건을 사는 행위를 말합니다.
FED 재무부 동상이몽
모든 것에는 부작용이 따릅니다. FED라는 점포는 매장 문을 열지말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이미 문 밖에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줄을 섰습니다. FED 입장에서는 물가가 낮아져야지만, 금리를 낮출 수있는데, 자산 가격은 이미 너무 올랐습니다. 치솟은 유가는 부담 백배입니다. 국제 정세 불안에 사재기 징조에, 브렌트유는 6개월 전 85달러에서 엊그제 90달러까지 상승했습니다.
내리자니, 동결하자니...
그렇다고 해서 경제가 불안한 것은 아닙니다. 실물 경제는 여전히 튼튼합니다. 문제는 일부 기업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너무 금리가 높아요. 은행 대출 이자 내면 남는 것이 없어요.” 미국내 저신용 기업 (신용 등급이 BBB- 이하)의 평균 조달 금리는 현재 약 9% 수준입니다. 너무 높습니다.
한국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올 3월 기업대출 잔액은 785조원을 넘어섰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71조원이나 늘었습니다. 기업 대출이란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사업자들이 빌린 빚을 말합니다.
재무부의 또 다른 생각
미국 정부 (재무부)는 다른 꿈을 꾸고 있습니다. 사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곳은 단지 가계와 기업뿐 아닙니다. 정부도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TGA를 운영합니다. 재무부일반계정(TGA·Treasury General Account)이라고 하는데요. 재무부가 현금 조달을 위해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개설해 놓은 계좌입니다.
네 맞습니다. 미국 정부의 든든한 마통 (마이너스 통장)입니다. 작년 6월 TGA 잔고는 마이너스 600억달러까지 떨어졌는데요. 현재는 다시 플러스 7000억달러까지 채워 놓은 상태입니다. 무슨 마법이냐고요? 아닙니다. 국채를 열심히 찍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정부는 돈이 필요할 때면 세금을 걷거나 국채를 발행합니다. 선거를 앞두고 세금을 거두면 사람들이 싫어하니 국채 발행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찍다보니, 국채가 흔해져서 국채 가격이 떨어졌습니다. 가격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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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미국 재무부일반계정(TGA) 잔액, (아래) 한국 기업대출 잔액
국채 발행을 남발하면, 국채 가격은 하락합니다. 다시 말해, 금리는 상승했습니다. 한 때 국채 금리가 5%까지 치솟았던 주요 원인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짜증이 납니다. 아파트를 매수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옆 동네 신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주변 아파트 가격이 덩달아 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작년 10월에 이런 뉴스를 들으셨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바이든, 부채한도 상향 최종 합의, 디폴트 막았다".
민주당이 돈을 너무 많이 쓴다고, 공화당이 반발하면서 정부가 셧다운 할 뻔한 이벤트였습니다. 미국 정부는 예산안을 의회가 처리해주지 않으면, 공무원 급여 지급이 막히면서, 셧다운 됩니다. 그래서 민주당은 공화당과 극적으로 합의를 봅니다. '향후 2년간 국방 분야 빼고 나머지 지출 확대는 동결하되, 이후 2025 회계연도에는 약 1% 증액할 수 있다.' 다른 말로는?
“마통이 막혔어요!”
재무부 차입 규모는 올해 1분기에 약 7600억달러 정도입니다. 하지만 2분기는 고작 220억달러 (예정)입니다. 네 마통이 막혔기 때문입니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국채가 귀해지는 시점이 오고 있다는 뜻인데요. 그렇다 보니 국채 가격이 상승하고, 반대로 국채 금리는 하락할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좋아하는 국채는 따로 있습니다. 국채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만기가 짧은 단기채 (1년 이하), 긴 장기채 (5년 이상)입니다. 그동안 재무부는 단기채를 집중적으로 찍었습니다. 왜 그랬냐고요? 재무부 역시 매장 문이 열기만을 기다렸거든요. 응? “파월이 앞으로 금리를 내리겠지? 고금리인데, 장기채를 찍으면 이자만 많이 낼 테니 우선은 단기채를 집중해서 찍자고! 금리 낮추면 장기채를 찍어도 되니까.”
채권자 입장에서 단기채는 몇 달만 지나면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에누리 없이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30년짜리 채권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30년 이후에 갚을 줄 어떻게 알고, 그 금액 다 인정 못해” 즉 단기채를 많이 찍는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에 유동성이 주입되는 것을 뜻합니다. 자산 가격이 오른 원인 중 하나입니다. FED 입장에선 재무부가 좋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미국 정부가 마통 이자로만 내는 돈이 약 1조 달러입니다. 저금리 시절에 발행한 국채 물량이 아직 남아 있어서 이정도입니다. FED가 금리를 낮추지 않으면, 정부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재무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아 장기채 금리가 좀 떨어졌으면 좋겠는데...”
FED “그건 너희 생각이고”
하지만 FED는 생각이 다릅니다. 특히 차기 FED 의장으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무슨 소리야! 장기채 금리 더 올라야해. 그래야 물가가 잡히지” 장기채 금리가 높아지면, 다른 나라로부터 달러가 미국으로 유입되고, 이는 곧 수입 물가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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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유심히 봐야할 것은 재무부의 통장 잔고입니다. 시중에 유동성을 주입하는 것은 FED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분기에 본격적으로 차입을 줄이면 (유동성 주입을 줄이면), 금리 인하 기대감 효과는 상당히 희석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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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점선 미국내 부실 은행수 (점선), 부실 은행의 자산 규모(막대)
진흙탕 길이 올 수 있다
4월 들어 시장은 오락가락 합니다. 파월 한 마디에 울고 웃는 일이 잦아졌는데요. “금리 인하를 할 것 같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화색이고, “동결해야한다”고 말하면 울상입니다. 하지만 FED 역시 고민이 매우 커진 상태입니다.
금리 인하도 안했는데 황당하게도 사람들이 줄을 서더니 자산 가격이 이미 상승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기대보다 빨리 떨어지지 않습니다.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3.2%로 두 달 연속 3%대입니다.
Higher for longer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를 두고 ‘더 오래 더 높게(Higher for longer)’ 금리가 지속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매장을 열기만을 기다리는 고객이 많아서, 고객이 떠날 때 까지 매장 문을 안 열 수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FED는 향후 기준금리 방향을 담은 점도표를 공개했는데요. 올해 말 기준금리를 4.6% 정도로 제시했습니다. 0.25%씩 낮추면 세 차례 정도 낮춘다는 메시지입니다.
하지만 금리 인하 속도는 이보다 더딜 수 있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너무 자산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일정 부분 거품을 꺼뜨리지 않고서는, 예상보다 금리 인하 효과(경기 부양)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섣부른 금리 인하는 부동산만 자극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스트레스 받는 기업들
문제는 기업들이 극심한 스트레스(Stress)를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들 매장이 열기를 기다리면서 줄을 서고 있는데, 점원이 문을 열더니 이렇게 외치는 것과 같습니다. “매장 문 안 열 수 있어요! 줄 서지 마세요.” 1년 전 실리콘밸리뱅크(SVB)가 파산할 때, 수많은 은행과 스타트업이 두려움에 떨었는데요. 이후 미국 정부가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시장이 안정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시장은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태입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부실상태에 빠진 미국 은행은 총 52개로 나타났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이후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또 신용카드 상업부동산 대출 연체가 10년 만에 최고 수준에 올라온 상태입니다.
미국 내 중소 은행 몇 개가 무너진다고 해서 이상하지 않을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새마을금고 부실 뉴스가 연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이들의 외침은 다 같습니다. “제발 매장 문부터 열어줘!”
FED가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이들 중소은행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잘 버텨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메리츠증권은 이를 놓고 진흙탕 길이 올 수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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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객들이 오픈런을 준비하며 줄을 선 매장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매장 문이 예정시간을 지나도 안 열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하나 둘 실망하면서 자리를 뜰 수 것입니다. 그러면 이런 심리는 더욱 확산될 수 있습니다. 즉, 지금까지 추억 (학습 효과) 때문에 자산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일시적으로 큰 폭의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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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예전 기대감처럼 급격한 인하가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2000년 이후 세 차례 금리 인하 때는 급격히 인하했지만, 이번에는 전혀 다른 계단식 인하 패턴이 나올 수 있는 이유입니다.
실적과 비전이 탁월한 기업은 주가가 덜 영향 받겠지만, 지금처럼 에브리씽 랠리는 막을 내릴 수 있습니다. 당분간 시장이 울퉁불퉁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부터 안전벨트를 맬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워런 버핏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 투자의 첫 번째 규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투자의 두 번째 규칙은 첫 번째 규칙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이 모든 규칙의 전부입니다."
- The first rule of an investment is don't lose (money). And the second rule of an investment is don't forget the first rule. And that's all the rules there are.
오늘은 오랜 만에 경제 동향을 살펴봤는데요. 앞으로도 독자님이 필요로 하는 답변을 전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전 다음 주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진심을 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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