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18 Dec 9. 2025
<비범한 평범> 출간을 기념해 두 차례에 걸쳐 조수용 발행인과의 인터뷰를 전합니다.  지난주 Part 1에서는 비범한 평범의 집필 배경과 제목의 의미, 매거진 <B> 창간, 그리고 90에서 멈추는 디자인 철학과 제너럴리스트의 시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첫 번째 파트를 놓치셨다면 여기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그 흐름을 따라 Part 2에서는 브랜드를 둘러싼 보다 확장된 주제로 시선을 옮깁니다. 유통이 브랜드가 되는 순간, 좋은 사람과 좋은 브랜드의 공통점, 파타고니아에서 배울 점과 비즈니스의 본질, 그리고 매거진 <B>100호 이후의 이야기까지.
<비범한 평범>을 통해 쌓인 그의 입체적인 생각을 함께 따라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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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조수용 발행인과의 대화
Part 2. 좋은 브랜드는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 Hyun Son
📸 Minhwa Maeng, Dohyun Park
INTERVIEW
11월의 어느 오후, 비미디어컴퍼니 사무실에서 조수용 발행인을 만났습니다.
그와 나눈 대화의 두 번째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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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용 Suyong Joh
매거진 <B> 발행인·<일의 감각>, <비범한 평범> 저자
하겐다즈 챕터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집 근처 편의점에 놓인 하겐다즈 전용 냉동고가 다시금 보이더라고요. 여기서 ‘유통이 브랜드다’라고 표현하셨는데요. 막상 브랜드 담당자들이 유통의 마지막 단계, 소비자 접점까지는 신경을 못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뭔가를 만들고 디자인하는 사람은 많은데, 의외로 마지막 단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어요. 유통의 범위가 워낙 넓다 보니, 각 조직마다 담당자가 맡은 부분만 챙기고, 일이 잘 됐다고 칭찬하는 경우도 많지 않고요.
맞아요.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를 처음 접하는 통로가 유통 마지막 단계일 수 있고요.
제 친구가 작은 소품들을 팔았던 적이 있어요. 소품이 워낙 저렴한 데다 가짓수도 많다 보니 주문받고 결제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힘들었대요. 어느 날은 고민하다가 소품이 10개, 20개씩 걸려 있는 매대 자체를 하나의 제품으로 만들어 유통하더군요.
앞서 말한 오너십이 유통까지 작동했군요.
편집 매장이 그걸 몇 개만 사가면 어느새 100개 제품이 걸려 있는 셈이니 좋은 전략이죠. 저는 큰 조직에서는 이런 생각을 누가 해야 될까 싶어요. 하겐다즈라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무도 모를 것 같은 장소에서도 보인다는 사실이 갖는 힘이 있어요. 가령 일본의 어느 시골에서도 이걸 보곤 '이 구석까지 어떻게 유통했지'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유통 담당자가 인정받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곳까지 닿게 했다는 점만은 분명 박수 쳐야 한다고 봐요.
디제이아이(이하 DJI) 챕터에서는 자기 인식, 메타 인지를 강조하셨어요. DJI처럼 "브랜드란 스스로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여담이지만, 기업을 이끄는 분들, 브랜드 오너와 대화해 보면 공통점이 있어요. "우리 기업·서비스·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요. 주변에서도 계속 그렇게 얘기하겠죠. 그건 엄청난 착각이에요.
알고리즘이나 필터 버블을 주의해야 한다는 말일까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타인은 우리 브랜드에 관심 없음'이 기본값이란 걸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웬만해선 싫어하지조차 않아요. 그조차 관심이 있다는 증거니까요. 누군가 '당신 브랜드가 좋다'고 얘기할 때면 감사한 일이지만 여기에 심취하면 위험해요. 저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동호회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날 것의 글을 유심하게 보는 편이에요. 물론 정신 건강에 좋진 않겠죠. (웃음) 하지만 고객의 진짜 피드백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DJI처럼요.
만인에게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로도 들리네요. 툴레 챕터에서 "오래 지속되는 좋은 브랜드가 된다는 건 (…) '좋은 사람'이 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라고 표현했어요. 좋은 사람은 어떻게 될 수 있나요?
좋은 브랜드를 좋은 사람에 빗댄 까닭은, 그만큼 좋은 브랜드를 규정하는 특별한 요소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해요. 좋은 사람에도 여러 면이 있잖아요. 개인적으론 세 가지 특징을 꼽고 싶어요.
"좋은 사람에게는 아이디어가 아닌 소신이 있습니다. 또 그 소신을 지켜내는 일관성이 있고, 때로는 더 편한 길을 포기할 줄 아는 용기도 있습니다. 참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어렵습니다.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생각, 일관성에 대한 믿음,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 이 세 가지는 브랜드 컨설팅으로도, 전담 부서의 노력으로도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외부의 조언을 구할 수는 있어도 정작 그 길을 걸어가는 힘은 브랜드의 내부에 축적된 역량이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 조수용, <비범한 평범>, 「툴레 Thule」 중
어떤 특징인가요?
첫째, 자기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이에요. '난 왜 이렇게 못할까, 세상은 왜 이렇게 별로일까'하는 부정적 시선으로 나와 주변을 보는 사람 중에는 좋은 사람인 경우가 별로 없어요. 둘째, 믿음이 가야 해요. 이건 브랜드도 마찬가지예요. 브랜드에서 "고객을 위해 개편했어요"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아무리 봐도 매출을 더 내려고 한 게 티가 날 때가 있잖아요? 지금 시대에는 오히려 솔직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더 진정성 있고 믿음이 가는 것 같아요. "저희가 매출을 더 높여야 해서요"라고요.
듣고 보니 제 주변의 좋은 사람들도 비슷한 특징이 있는 것 같네요. 세 번째 특징은 뭔가요?
자기가 뭘 좋아하고 뭘 향해 살고 싶은지에 대한 희망이나 꿈이 있는 사람이에요. 꿈도 없고 희망도 없고, 죽지 못해 산다고 하면 우울해지고 재미없잖아요. 어쨌든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희망적인 미래에 쓰려는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브랜드 또한 "우리 앞으로 뭔가를 해보려고 해요"라고 얘기하는 곳을 응원하게 되고요.
희망과 꿈을 품은 브랜드 중에는 무려 지구가 목적이고 사업은 수단이라는 파타고니아가 떠오르네요. 이들의 경영철학은 멋진데 막상 기업 단위에 적용하려면 잘 상상이 되지 않아요.
파타고니아 Patagonia는 사회적 기업이거나 비영리 단체가 아니라는 점부터 짚고 넘어가죠. 이 회사는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해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전 직원이 노력하는 회사예요. 더 높은 매출을 내야 하고 어떻게 하면 백화점 수수료까지 아껴 비용을 줄여야 할지 고민하고 신제품 디자인도 치열하게 고민하거든요. 사업의 기본이 단단하게 잘 되어 있는 상태에서 이익을 어디로 쓸지에 대한 고민인 거지, 이런 기반 없이 '우리는 지구를 위해 존재하는 기업이야'라고만 하면 사실 존재 자체가 모순이겠죠. 정말 환경을 위한다면 옷 같은 걸 만들면 안 되니까요. 파타고니아 창업자인 이본 쉬나드 Yvon Chouinard는 환경을 사랑하는 분인 동시에 타고난 비즈니스맨이에요.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니, 돈부터 잘 버는 데 충실해야겠네요.
앞뒤가 바뀌면 안 돼요.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까 고민하다 보니 강력한 철학이 필요해진 거지, 철학이 먼저 있고 기업이 따라온 게 아니에요. 간혹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상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반이 빠져 있다고 봐요. 비즈니스적으로 돌아갈지부터 봐야 합니다.
비즈니스의 본질은 뭔가요?
<일의 감각>에서 언급한 '돕고 싶은 마음'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소비자에게 부족한 걸 찾아서 "이거 내가 좀 도와줄게" 하면 "이 정도 비용은 낼 수 있겠네요"라고 응답하는 것, 이게 비즈니스거든요. 도우려는 마음의 범위가 넓어지면 사회적 기능이 되고요. 좋은 개념으로 뭔가 하면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걸 원하는 고객이 없으면 비즈니스는 성립할 수 없어요. 개념만 갖고는 아무도 돈을 내지 않거든요. 비즈니스가 아니라 사회운동을 해야죠.
파타고니아의 겉모습만 어설프게 따라하면 안 되겠군요.
파타고니아는 제품 중심 기업이고, 사업의 존속을 위해 뚜렷한 가치관을 지닌 기업이 됐습니다. 이건 이본 쉬나드가 쓴 책 <파도가 칠 때 서핑을> 중 재무 철학 파트에 잘 나와있어요.
"우리 회사의 경우, 재무는 돈 관리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우리에게 재무는 전혀 전형적이지 않은 사업에서 전통적인 재무 접근법으로 균형을 찾는 리더십의 기술이다. 많은 기업이 꼬리(재무)가 개(기업의 결정)를 흔드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보여 준다. 우리는 환경보호 활동의 자금 조달과 다음 수백 년 동안 사업을 계속하고자 하는 바람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본 쉬나드, <파도가 칠 때 서핑을>, 「재무 철학」 중
이번에는 사람에 관한 질문이에요. 넷플릭스 챕터에서는 뛰어난 조직 구성원, 인재를 강조하고 있고, 유튜브 편에서는 수많은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의 공통점이 ‘성실한 사람들’이라는 언급이 있어요. 경영자나 브랜드 오너에게 비범한 인재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특출나게 똑똑하고 비범한 사람이 인재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우리가 흔히 아는 성공한 기업들을 보면 소수의 천재 같은 직원이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내서 회사가 잘 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거든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한 걸, 엄청난 애정을 품고 하나하나 해내는 순간이 축적되어야 해요. 이는 오너십이 있는 사람과 비슷해요. 콤플렉스가 없고 조직에서 일하는 걸 긍정적으로 보고 '내가 뭐라도 좀 해봐야지'라는 마음가짐. 설령 그 결과가 기대한 게 아니더라도 '내가 좀 부족했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을 지닌 사람들을 저는 인재라고 봐요.
결국 일을 대하는 자세, 태도의 문제군요.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으면 당장의 능력이 부족해도 괜찮아요. 시행착오를 겪고 몇 번 실패하더라도, 계속 앞으로 가거든요. 저는 늘 그런 사람들과 일하는 걸 좋아했어요.
매거진 <B> 100호 이후의 계획도 들려주세요.
참고로 매거진 <B> 100호는 끝이 아닙니다. 101호, 102호 죽 계속 낼 거예요. (웃음) 매거진 <B>와 함께 하고 싶은 브랜드가 여전히 많거든요. 에필로그에도 썼지만, 새로운 프로젝트들도 구상 중이에요. 그동안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세상에 없는 브랜드를 만드는 일에 열정을 쏟아보고 싶어요. 클라이언트 없이 우리가 해보는 가상의 프로젝트인 셈이죠. 매거진 <B>는 계속 균형 잡힌 브랜드를 조명하는 동시에, 새로운 걸 시작하려고 해요.
"중요한 것은 평범한 아이디어를 비범하게 이어가는 일입니다. 내일 세상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오늘의 질문과 시도가 모이면 언젠가 길이 될 거라 믿습니다. 100번째 매거진 <B>를 준비하며, 우리는 동시에 또 다른 시작을 꿈꿉니다. 우리의 관점으로, 우리의 감각으로. 그리고 여전히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 조수용, <비범한 평범>, 「나가는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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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용 발행인의 신간 <비범한 평범>은 매거진 <B> 공식 홈페이지 및 전국 주요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상단 표지 아이콘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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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32, Gyeonghuigung 1-gil,
Jongno-Gu, Seoul, Republic of Korea, 03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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