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의 본 게임으로 들어가며

***

아침부터 더운 날에는 옆에 앉아 있는 고양이의 뒷목을 가만가만 쓸어봐.

시야 사랑해 사랑해, 시도 언니 사랑하지??

함께 사는 고양이의 이름은 시루. 그런데 내가 부르는 이름은 시루, 시- , 티- , 먐먀미-, 먐묘미-, 밈미, 다 나열하기도 어렵다는 게 참 낯간지럽고 또 별스럽지.

그래서 오히려 그녀는 자기가 어찌 불리는 지에는 별 관심이 없나봐. 그저 들리는 목소리의 기운으로 나를 부르는구나, 나를 예뻐하는구나, 하고.

말로 다 표현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는 그런 기운은 인간도 배우면 참 좋을 텐데.

내내 하늘에 씌워져 있던 막 하나가 녹아 없어진 것처럼 종일 비가 내리 붓더니 갑자기 해가 나서는 오전부터 30도를 훌쩍훌쩍 넘기는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어.

공기의 물 기운과 쬐는 해가 손 잡고서 우리나라를 동남아로 만들 계략을 짜고 있는 것처럼 세상이 습식사우나 같다. 이제는 슬슬 비행기를 타고 더운 나라로 여행갈 수 있는데. 돈이랑 시간 낭비 말고 그냥 제 자리에서 태국과 대만을 느껴보라는 건가.

그리고 말이야, 도 분명 네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했겠지만 글쎄 달력 한 장을 넘겨보니 이번 해가 꼭 반이 지나갔더라고. 이런 새삼스러움은 지치지도 않지, 매 해 빠짐없이 미쳤다 시간 왜 이렇게 빠르니 하면서.

의 2022년 상반기는 어땠어?

나는 6개월간 마주하는 온갖 처음들 사이에서 허우적거리다 보니 이렇게 7월이 되어버렸어.

이번 달부터는 허우적 말고 슬 물길을 헤쳐보기도 하고 한번쯤은 그 위에서 서핑 비스무리한 걸 해보기도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래도 행운의 숫자가 대장인 달이잖아. 생각 치도 못했던 행운이 이번 한 달 동안 우리한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번은 찾아와줬으면 좋겠다.

오늘 편지는 별 주제는 없이, 그냥 이렇게 아침부터 덥고 지쳐도 오늘을 열어보는 에게 안부인사나 묻고 싶었어. 출근 지하철에서부터 이미 등 뒤가 후덥하게 땀으로 젖지는 않는지, 손풍기는 챙겨서 다니는지, 입맛은 있는지 등등.

아마 '말끔하고 보송한 나날들이야!' 하고 대답하기는 어렵겠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우리, 매 해 보는 것 같은 ‘00년 만의 최고 폭염 갱신’ 등의 뉴스를 이번 여름에도 보겠거니 미리 각오를 다지고서, 어짜피 더울 거 기운을 내어 이 생각하는 최선의 여름맛을 찾아 먹고, 흐르는 땀도, 끈적한 목 뒤도 받아들여보자. 그냥 내가 더위요 물이니라 하면서 있는 힘껏 여름을 안아보는거야.

어떤 날에는 꽤 성공하고 어떤 날에는 크게 실패하는 그런 보통의 여름 일상을 그런대로 즐기며 살아가자.

그래서 갑자기 내가 이런 여름을 나는 리빙 포인트 몇 가지가 생각났는데 한번 들어보겠어?

늦은 여름 밤에 좋아하는 향을 뿌리고 산책을 나가면 올라가 있는 습도랑 적당히 내려가 있는 기온 덕분에 평소보다 향이 더 잘 올라와서 기분이 좋다. 산책을 나와 옆을 휙휙 지나가는 사람들의 향수 냄새를 수집(?)하는 것도 여름 산책의 재미 포인트.
짙은 녹색의 장마 시즌에 파전과 막걸리를 먹을 때는, 막걸리를 두 가지 방법으로 마셔보자. 막걸리를 섞기 전, 윗 부분의 맑은 층을 먼저 한잔 따라 마시면 상쾌한 초여름의 오전 11시 같고, 그 이후의 뽀얀 막걸리를 마시면 녹진한 늦여름 오후 4시 같아서 기분이 다채롭다.

입맛이 없을 때 먹는 ‘밥’류는 대충 찢은 상추랑 열무가 가득 들어간 비빔밥. 강된장이 있으면 베스트지만 고추장에 참기름도 좋다. 동물성 재료는 계란 후라이 하나. 더위에 밥맛이 없을수록 더운 고기류 보다는 시원한 채소류가 훨씬 소화도 잘 되고 기분도 상쾌하다. 각종 차갑게 말아먹는 면류는 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