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자연과학책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글은 굉장히 문학적으로 쓰였어요. ‘이끼 숲에는 매일 세 번의 밤이 찾아온다’는 표현도 인상적이었는데요. 버섯 소녀의 푸른 날개처럼 어떤 과학적 사실을 문학적으로 비유한 것일지 궁금했어요. 우리의 시간과 버섯 소녀의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것일까요?
K 버섯 소녀의 이끼 숲은 버섯과 이끼가 살아가기에 최적의 장소예요. 언제나 축축하고 그늘지며 어둡고 썩은 향이 가득하죠. 하지만 소녀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예요. 멀리서 온 새가 들려 준 새로운 세상이 궁금해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남을 선택해요. 세 번의 밤은 이끼 숲이 항상 어둡고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세상이라는 표현이기도 하고, 두렵지만 익숙한 곳을 떠날 만큼 버섯 소녀가 성장했다는 표현이기도 해요.
O 호기심 많은 아이! 맞아요. 버섯 소녀는 먼 곳으로부터 온 새에게 바깥세상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호기심을 키우죠. 작가님께도 새와 같은 존재가 있나요?
K 조금 부끄럽지만 SNS라고 생각해요. 집에서 작업하고 약속도 별로 없고 코로나로 더 세상과 멀어져 가는데 여러 아름다운 색과 소리로 자신을 표현하는 새들을 통해 저의 항상 똑같은 세상 너머를 보게 돼요. 가끔 어서 저 새들을 따라 가야 외롭지 않을 텐데,라는 걱정도 생기지만요.
O 부끄럽다니요. 너무나 공감하는 이야기예요. 책에서 중요한 문장 중 하나가 ‘먼저 가서 기다릴게’인데요. 마치 그 새들이 하는 말 같기도 하네요. :)
K 스스로 떠나지만 너를 잊지 않을 거야, 분명 좋은 곳을 찾게 될 거야, 그곳에서 널 기다려 줄게,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자, 그런 마음으로 썼어요.^^
O 그 말을 처음 이끼 숲에서 떠날 때, 또 여정의 끝에서 사라지면서 한 번 더 하는데요. 마지막으로 그 말을 한 뒤에 독립출판물에는 없는 한 장면을 추가해주셨어요. 어떤 의도로 새로 그려 넣으셨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