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무려 자취 17년차를 맞는 나 레카소.. 이번주에 금요일에 7번째 이사를 앞두고 있어. 세입자다 보니 어차피 내 집도 아닌데라는 마음으로 살다가 떠날 때가 되면 늘 그제서야 내 집을 버리고 가는 기분이 들어. 익숙한 공간을 떠나고, 새로운 공간에 누운 첫날 밤 밀려오는 쓸쓸함이 벌써 걱정이야. 그래서 이사 갈 동네에는 붕어빵을 팔았으면 좋겠어. 낯선 동네에 정붙이기에 이만한 게 없지 않을까?

작년에 개봉 후 입소문만으로 약 35만명을 모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드디어 웨이브에 올라왔어. 극장에서 놓친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OTT 업데이트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새해 선물 같아! 긴 러닝타임과 화려한 영상 때문에 집보단 극장에서 보는게 더 어울리는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여의치 않은 사람들도 있을 테니 집에서라도 꼭 보았으면 해. 그리고 제발 이 영화만큼은 핸드폰으로 보지 않는다고 약속해줘..!


이 영화는 양자경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극 중 미국 이민자로서 세탁소를 운영하며 하루하루 마음의 여유 없이 살아가는 에블린을 연기하는 배우 양자경의 힘이 대단한 작품이야. 에블린이 세무신고와 함께 남편의 이혼요구, 딸과의 갈등으로 머리가 아픈 와중에 다른 멀티버스의 남편이 나타나서는 당신이 이 모든 멀티버스의 세상을 구원할 유일한 사람이라고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해와. 멀티버스를 파괴하기 위해 자신을 공격해오는 의문의 사람들을 막기 위해 에블린은 멀티버스 안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에블린의 신체능력들을 흡수하기 시작해.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이 세계의 에블린이 멀티버스 안에서 가장 볼품없는 버전이었다는 거야. 곧 에블린은 자신의 크고 작은 선택으로 놓쳐버렸던 멋진 삶의 가능성을 바라보며 현재의 자신에 회의감을 느끼고, 모든 유니버스의 삶을 경험한 후에는 극단적인 허무를 경험해. 선도 악도 무의미한 경지인 셈이지. 그럼에도 그녀가 이 불만족스러운 세계를 떠날 수 없게 하는 건 바로 가족이야.

흔한 가족영화일 수도 있었던 스토리라인도 어떤 각본과 상상력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영화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작품이야.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독창적인 세계관과 연출, 가장 현란하고 감각적인 영상을 자랑하는데, 누구나 공감할만한 가족 이야기와 합쳐지니 더 폭발적인 시너지가 날 수 있었던 것 같아. 잘 만든 B급 영화가 탄생하려면 천재적인 A급 연출력이 있어야한다는 진리를 다시금 곱씹게 돼. 영화는 혼란스러운 에블린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듯 시각적으로도 굉장히 복잡하고 대사도 빠른 호흡으로 구성되어 보는 사람들까지 정신이 혼미해지게 만들어. 그래서 초반에는 분명 내가 놓친 부분이 있나?’라고 생각하게 될거야. 하지만 20분만 참고 보면 대혼돈의 멀티버스에 빠져들게 된다고 확신해. 정신없이 웃다가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정신없이 울게 되는 신기한 영화거든.


나는 이 영화에서 에블린의 남편인 웨이먼드 역이 개인적으로 많이 가슴에 남았어. 억척스러운 에블린과 달리 어떤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는 어쩌면 나약해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다정함이라는 가장 강한 무기를 가진 사람이었음이 엔딩에 이르러 드러나. 강한 신체 능력으로는 악당을 이겨내지 못했던 에블린이 이 사실을 깨닫고 싸우는 방식이 아주 위트있게 그려지는데 직접 확인하길 바라. 지금의 사회는 전반적으로 분노와 혐오가 넘쳐흐르고 있다고 생각해. 이런 시대에 웨이먼드라는 캐릭터는 너무 따뜻해서 완전히 녹다운되어 마음을 열 수밖에 없었어. 이런 마음이 든 건 나 뿐만이 아닌가봐. 웨이먼드 역의 배우 키 호이 콴은 이 영화로 세계 영화제에서 35번을 수상했다고 해.(IMDB 기준)

소소한 관람포인트1. 멀티버스 vs 멀티버스

멀티버스 하면 MCU 아니겠어? MCU를 구축한 루소 형제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제작에 참여했어. 프랜차이즈가 아닌 영화에서 멀티버스라는 스케일을 이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영화에 한표를 던질게!

소소한 관람포인트2. 양자경의 첫 헐리우드 주연작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배우 양자경의 헐리우드 진출 후 첫 단독 주연작이야. 흥미로운 점은 초기엔 배우 성룡을 주연으로 생각했었다고. 캐스팅이 불발되고 감독은 양자경을 떠올리며 여성 가장의 이야기로 각본을 탈바꿈했다고 해.

소소한 관람포인트3. 은둔무림고수의 등장!

웨이먼드 역의 배우 키 호이 콴은 이 영화가 무려 20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었어. 80년대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 <구니스>에서 아역 배우였던 그는 이후 무술 감독으로서 카메라 뒤에서 활동을 해왔어. 영화 속 화려한 무술 액션을 직접 소화할 수 있었던 이유야. 무협을 좋아하는 나는 쿵푸 장면들이 나올 때마다 어찌나 설렜는지 몰라.
레이지 카우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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