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스크린으로 찍어낸 평면은 커튼처럼 전시장 곳곳에 걸려있습니다. 이미지는 납작하지만 형광 주황색에 가까운 동그란 원이 도드라지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작가는 동일한 조형 요소의 위치를 바꿔가면서, 즉 조금씩 다른 조합으로 반복해서 찍어냅니다. 그것은 마치 해가 매일 뜨고 지면서 조금씩 자리를 바꾸는 것을 닮았습니다. 각각의 이미지는 평평하면서도 연속된 이미지들이 하나의 동영상처럼 움직이면서 흘러가는 것처럼 보여 독특한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스티커를 붙이듯이" 작업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조각 조각 있는 이미지 단위를 모아서 서로 다른 조합의 여러 풍경을 만든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완전히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언제든 다시 위치를 바꿔 변할 수 있는 이미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평면의 이미지가 만들어낼 수 있는 다른 종류의 운동감과 입체감을 만날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파란 색의 조합이 청량하게 느껴지는 〈summer squeeze〉는 여름이라는 주제로 여러 작업을 모은 전시입니다. '여름' 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모두 모여있는 전시는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전시입니다. 회화, 판화, 입체 등의 작업은 제각각 너무 다른 모습을 갖고 있어서 한 작가의 작업이라는 게 의아할 정도이지만, 여름이라는 공통점은 무척이나 일관적입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도 자신이 좋아하는 여름을 생각하면서 즐겁게 많이 그렸다는 말을 들으니, 역시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여름 사랑은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여름의 생생함과 젊음, 활기를 정말 좋아합니다. 그리고 제가 여름을 좋아할 수 있는 건, 극도의 무더위에는 에어컨 아래에 있을 수 있는 환경 때문이기도 하겠죠. 그렇지만 더위에 취약한 사람들, 여름에 에어컨이 없는 곳에서 지낼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여름은 힘든 시기일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번 여름도 적당히, 딱 바다에서 놀기 좋을 만큼만 더웠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