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생활’이라는 건 ‘그렇게까지 해야 해?’와 ‘그렇게도 할 수 있구나’ 사이를 오가는 고민의 연속입니다. 

각종 제로웨이스트 팁과 실천 방법을 볼 때 마다 '우와ㅠㅠ 대단하다ㅠㅠㅠ 이런 것도 바꿀 수 있구나' 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영감을 얻지만, '이렇게까지 불편함을 무릅쓰고 살아야 한다고? 그런다고 해서 뭐가 얼마나 바뀌는데?' 하며 소위 말하는 '현타'가 오기도 합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해?'라고 고민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소프넛을 쓰는 일이었습니다.

비누 열매, 소프넛

소프넛, 혹은 솝베리라고 불리는 이 세제 대용품은 무환자나무 열매의 껍질입니다. 실제로 만져보면 약간 끈적끈적한 느낌과 함께 시금털털한 냄새가 나요. 이 껍질을 물에 넣고 휘저으면 거품이 뽀글뽀글 올라옵니다. 마치 비누처럼 거품을 내는 열매라는 뜻으로 soap nut 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옛날부터 비누의 대용품으로 써왔대요. 껍질에 들어 있는 다량의 사포닌 성분이 물을 만나 반응하면서 거품을 만들어내는데, 이 거품이 오염물질을 끌어당겨 거품 안에 가두어 세척 효과를 내는 원리라고 합니다. 

아무런 화학적 가공 없이 얻을 수 있고 100% 생분해되는 자연물인 데다가, 화학 계면활성제를 대체하고, 심지어 열매를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몇 년 전부터 제로웨이스트 용품으로 소개되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사용 방법이 있지만 가장 흔한 방법은 소프넛을 물에 넣고 끓이거나 우려내어 세정액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입니다. 세탁 세제처럼 세탁기에 넣어도 되고 목욕이나 세안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대요. 직접 시도해보니 세정액은 냉장고에 보관해도 1~2주가 지나면 상해 버립니다. 세탁기 돌릴 일이 적은 1인 가구에 썩 어울리는 방법은 아니더라고요. 그때 그때 세정액을 만드는 것도 번거롭고요. 그래서 저는 면주머니에 소프넛을 담아 빨래와 함께 세탁기에 돌리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효과가 있긴 할까?
아무래도 청결, 위생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제품이다 보니 다른 제로웨이스트 용품보다 살짝 인기가 덜한 느낌이에요. 진짜 세탁이 되는지 의심스럽기도 하고, 아무래도 화학제품이 유해한만큼  세정력도 확실할 것 같단 말이죠. 

실제로 <다른 방식의 세탁이 얼마나 효과적일까?> (How Effective are Alternative Ways of Laundry Washing?) 라는 논문에서는 소프넛을 비롯한 세제 대용품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 논문(영어) 다운로드 링크

이 논문에서는 세제 대용품으로 널리 쓰이는 소프넛, 소프워트(비누풀), 세탁볼의 세정효과를 정량의 세제를 사용한 경우, 정량의 1/2만 사용한 경우, 아예 물로만 세탁한 경우와 비교하는 실험을 합니다. 다양한 종류의 얼룩(커피, 차, 주스, 초콜릿, 와인, 케첩 등)이 묻은 실험체를 각각 30도와 60도의 물에서 세탁하면서 얼마나 얼룩이 지워지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요.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조사한 세제 대용품 중 어느것도 물로만 세탁하는 것보다 더 나은 세정력을 보여주지 않는다"

소프넛을 쓰든, 세탁볼이나 비누풀을 쓰든, 화학세제를 사용하지 않는 한 그냥 물로만 세탁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거죠. 논문 말미에서 제공하는 친환경 세탁 가이드 역시 세제 대용품 쓸 바에야 소량이라도 세제를 쓰는 게 더 낫다고 말하고요. 과연 그럴까요?

소프넛, 제가 한 번 써보겠습니다
제가 소프넛을 직접 써보니 확실히 일반 세탁 세제처럼 얼룩이나 오염이 잘 제거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위의 논문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물로만 세탁하는 것보다 더 별로인건 또 아닙니다.

맨 처음 소프넛을 구입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세탁기를 돌렸는데, 옷에 묻은 얼룩이 거의 남아있지 뭡니까. 크게 실망한 나머지 한동안 그대로 방치해두었습니다. 역시 이건 무리였어, 라는 생각과 함께요. 

그러다 한 번밖에 안 쓴 소프넛을 버리기도 아깝고 해서 별 생각 없이 행주와 함께 뜨거운 물에 반나절 정도 담가두었더니... 엥 웬걸! 행주가 엄청 깨끗해진 거에요! 군데군데 커피 얼룩이나 기름 튄 자국은 남아있긴 해도 전체적으로 아주 말끔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기름기나 양념같은 얼룩은 제거하지 못해도 오염이 심하지 않은 세탁물은 충분히 세탁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날 이후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은 이렇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 일반 세탁물은 지역 리필스테이션에서 산 세제를 이용해 세탁합니다. 옷에 뭘 잘 흘리기로 유명한 사람이라서 이건 포기할 수가 없어요. 
  • 대신 소프넛은 수건 세탁용으로 사용합니다. 수건은 크게 더러워질 일이 없어서 7~8개 정도의 소프넛을 주머니에 담아 함께 돌리면 딱입니다. 
  • 6~7회 정도 쓰고나서 교체한 소프넛은 행주와 함께 물에 담가두거나 끓여서 주방을 청소하는 데 써요.

쓰기 전에 고민했던 게 무색하게 저만의 루틴을 찾고난 지금은 엄청나게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해?' 라는 거부감은 방법 그 자체를 향한 것이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이 정해둔 패턴을 내 삶에 무리하게 받아들이려는 데서 온 게 아니었을까요?

이 다음으로 새로운 생활방식을 시도할 때는 소프넛 들이기를 고민하던 때보다 덜 걱정하고 덜 고민할 듯 합니다. 도전해보고, 여러가지로 변화도 줘보고, 그래도 정 안맞으면 그때는 또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니까요.

* 지난 호 꿀팁 이벤트 당첨자 발표!*
많은 분들이 소소한 꿀팁을 공유해주셔서 세 분만 선정하기가 넘 어려웠어요ㅠㅠ

하고 말해보고 싶었지만 상품도, 참가자도 소소한 이벤트였습니다ㅎㅎㅎㅎ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두 분의 답변을 소개할게요!
💖큐티상💖
휴가 가서 피자 먹기.. 플라스틱 안나오고 좋아요.. ㅋㅋㅋ
휴가 때 말고 생활할 때 물티슈 안 쓰는 꿀팁:집에 물티슈를 두지 않은 상태에서 엄청 비싸고 예쁜 행주를 몇장 사서 쓰면 안 삶을 수 없어서 열심히 삶으며 쓰게 됩니다. 딱히 텀블백을 받고 싶어서 보내는 건 아니야요…..ㅎ..
넘 귀여워서 그만 웃어버렸습니다ㅎㅎㅎㅎㅎ 피자라니, 정말 피자 박스만 나오니까 괜찮은데?! 하다가 생각해보니 피자 시키면 콜라도 오고 피클도 오잖아요!!ㅋㅋㅋㅋㅋ 하지만 귀여워서 봐드립니다. 큐티상 드릴게요!
💖따뜻한 마음상💖
제가 아는 꿀팁이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ㅠㅠ 하지만 덕분에 이번 여름 휴가 때 챙겨야 할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더워지고 습한 날씨에 건강 유의하세요~~
꿀팁은 아니지만 따뜻하게 메시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셨으니 상받으세요😎

제가 깜박하고 닉네임이나 이름 남겨달라는 부탁을 안해드렸지 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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